교육과학기술부가 체벌을 대체할 지도수단을 법에 명시하고 징계 종류에 출석정지(정학)를 추가하는 등 법령 개정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교과부로부터 관련 연구용역을 위탁받은 한국교육개발원(KEDI)은 18일 ‘학생권리 보장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초중등교육법 및 시행령 개정시안을 공개했다. 교과부 박정희 학교생활문화팀장은 “개정시안에 대한 시·도교육청 의견을 수렴한 뒤 시행령 개정작업을 거쳐 내년부터 시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시안에 따르면 학교는 학생의 표현 자유와 사생활 자유 등 학생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현행법에 애매하게 ‘학생권리’라고만 표현된 내용을 명확히 한 것이다. 그러나 ‘학생 권리는 경우에 따라 제한될 수 있다’는 조항도 새로 넣었다. 교내 질서 유지나 타인의 권리보호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서다.
또 시안에서는 ‘교육상 불가피한 경우에 학생에게 신체적 고통을 가할 수 있다’는 항목(35조 7항)을 삭제했다. 체벌 금지원칙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날 주제발표를 맡은 강인수 수원대 부총장은 “체벌 금지라고 해도 정당방위를 위한 물리력 행사는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체벌에 대해 ▶전면금지(1안)와 ▶신체접촉이나 도구 이용체벌만 금지(2안)의 두 가지 안을 제시했다. 2안에서는 손들기·팔굽혀펴기 등 간접체벌은 허용한다. 교과부 관계자는 “체벌금지 시 학교현장의 혼란을 감안해 2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체벌 대체방안으로는 ▶보호자와 상담 ▶근신 ▶학업점수 감점 ▶학급교체 등 일곱 가지가 제시됐다. 또 징계 종류에는 2002년 폐지됐던 출석정지가 부활됐다.
하지만 일선 교사들은 개정시안에 대해 시큰둥한 반응이다. 서울 E고교의 김모(45) 교사는 “초등학교에서야 학년 중에 학급을 바꾸는 것이 아이에게 큰 충격이겠지만 중·고교에서는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서울 A중학교 김모(30) 교사도 “학부모 상담을 하자고 하면 학부모들이 촌지 요구로 오해를 하고는 학교에서 알아서 하라고 미루는 경우도 있다”며 “현실에 안 맞는 대안”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교과부는 이번 법 개정이 서울·경기 등 일부 지역 교육감들이 추진 중인 학생인권조례 제정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한다. 박정희 팀장은 “시·도 조례는 상위법에 반하지 않아야 한다”며 “시안대로 법을 개정하면 학생인권조례 내용도 법 테두리 내에서만 정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중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