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성 판윤공 유허비명(漢城判尹公遺墟碑銘)
#. 본 글은 2000년도 발간 [경주 이씨 판윤공파보] 1권 P51-52의 역문(譯文)을 그대로 옮긴 것입니다.
#. 본 글은 역문(譯文)으로 '표암(瓢巖)' 회지(會誌) 제11집 P193-195에 있는 내용과 거의 같으나
낱말 구사에서 차이가 납니다.
(* ) 표시 - 어려운 낱말이나 뜻을 알고 싶은 명사나 내용을 풀이하여 아래쪽에 올려 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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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남쪽 약 육십 리(六十里) 지점에 *으숙한 곳이 있다.
중리(中里)라고 한다.
옛날 *죽은 이공(竹隱 李公)이 살던 곳이다.
유허가 지금까지 전하여 내려오고 있다.
상하 오백년동안을 *풍우(風雨) *성상(星霜)이 여러 번 변하였고 산천과 골짜기가 서로 바뀌어서 옛일을 찾아보려 해도 막연하여 그 자취를 찾을 길이 없다.
그러나 모두 그곳을 가리켜서 아무개가 일찍이 여기에 살았다고 하며 따라서 그곳을 공경 지나가는 사람도 돌아보고 머뭇거린다.
공(公)을 사모하여 잊어버리지 않고 그 지방이 공(公)과 같은 분을 얻었기 때문이다.
공(公)의 후손(後孫) 규호(圭昊)가 공(公)의 *유사를 수습하여 가지고 와서 나에게 보이고 말하였다.
“선조의 옛 터를 인멸하게 할 수가 없으므로 우리 족형 규승(圭升)과 함께 비석을 세워 표시할까 하니 원하옵건대 한마디 *명문을 써 주시오.“
내가 공경하는 마음으로
“좋습니다. 공(公)은 우리 *낙안부군(樂安府君)의 *종증조의 자손으로서 형제항이 됩니다.
이 일에 대하여 감히 힘을 쓰지 않겠습니까?" 하였다.
공(公)의 이름은 지대(之帶)고 호는 죽은(竹隱)이다.
경주사람이다.
고려 시중 익재 선생(益齋先生) 제현(齊賢)의 4세손이 된다.
종부령(宗副令) 서종(瑞種)과 대사성 원익(元益)과 병조판서 선(瑄)이 공(公)에게 증조(曾祖) 조부 부친이 된다.
공(公)의 집안이 혁혁(赫赫)하였는데도 소시부터 절대로 비단옷을 입는 법이 없었다.
안색을 엄숙히 하고 조정에 나갔으며 *청명하고 강직한 것으로 칭찬을 들었다.
벼슬은 한성부 판윤(漢城府判尹)에 이르렀다.
단종때에 사육신의 일이 일어남에 드디어 벼슬을 버리고 남쪽에 내려와서 벽촌에 숨어살았으니 이른바 중리(中里)가 그곳이다.
평상시에는 일찍이 *시사를 논한 적이 없고 산사람이 쓰는 두건과 들사람들이 입는 복장으로 이리저리 거닐면서 유유자적(悠悠自適)하였다.
*점필재 김 선생(점畢齋金先生)과 더불어 한가한 날을 보냈다.
이것이 공의 거취(去就)의 개략이다.
그 외의 행적은 *병화에 타서 소실되어 전하여 지지 않는다.
아! 공이 *기미를 보는데 밝아서 용감히 물러서서 초연히 행동하여 화살 줄을 멀리 피하여 생명을 보전하고 *영명(令名- 아름다운 명성)을 보전하였으니 아름다운 일이다.
또 공이 사육신과는 입장이 같지 않기 때문에 혹은 목숨을 버려서 피하지 않고 혹은 세상을 피하여 멀리하는 것이다.
그러나 의리를 절충하여 그 분수를 다하고 마땅히 행할 바에 이르러서는 도는 한가지다.
주역에 “군자의 도는 혹은 나가기도 하고 혹은 물러선다”하였고 또“같이 돌아가지만 길은 다르다.”고 하였으니 이러한 경우를 두고 말한 것인가?
공의 세대가 이미 오래되었고 공의 유적을 다시 볼 수가 없으나 다행히 한 구역 집터가 남아 있으니 비록 집과 담은 다 이미 없어졌지만 그 거처하여 쉬던 곳을 생각하면 완연히 현존하고 있는 거와 같다.
주위를 살펴보면 산은 냇물이 띠를 두른 듯이 에워싸서 돌고있고 산은 그 자태를 물에 비추고 있다.
숲과 샘은 거기로 향하고 있어서 지나가는 곳마다 그 어른의 정신과 풍채가 애연하여 아직도 남은 빛을 전하여 준다.
이리저리 거닐면서 사방을 돌아보면 두렵고 *흥기가 *감발하게 되어 비단 *존모하는 마음이 일어날 뿐만 아니라
흥망과 *현회(顯晦-나타나는 것과 희미해지는 것)가 무상하여 옛날 *추족하였던 것이 지금에 와서 빈터가 되었으니 얼마 안 가서 그 터마저 처량한 노을과 *황무한 풀 속에 묻혀서 알 수 없게 될지 어찌 알 수 있겠는가.
이것이 오늘 날 두려운 바다.
공의 자손이 된 사람은 급급히 표적을 세워서 영원히 *첨앙하여 의지할 곳을 도모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러기에 이 일을 늦출 수는 없는 것이다.
공이 일찍이 집가에 오리발 나무 (*압각수 鴨脚樹)를 심어서 크기가 열 아름이나 된다.
가지와 잎새의 성한 것에 의하여 *길조가 있는 것을 점칠 수가 있다고 하니 기이한 노릇이다.
*유허비도 나무 곁에 세운다고 한다.
*명에 가로되
나아가면 충정을 다하였고 물러서면 스스로 조촐히 하였도다.
때에 순종하여 움직였으니 이것을 *명을 안다 이르노라.
나에게 그 책임이 부여 안되고 내가 그 처지에 있지 않으면 초연히 세상 그물을 멀리함이 곧 공의 뜻이었도다.
*문수산 등위에 *고헌산(高헌山) 양달, 그 가운데 한 마을이 있으니 *서식하고 숨을만하네.
높은 벼슬도 원치 않으나 농사일도 그다지 즐겁지 않아 세상을 굽어보고 우러러보아 홀로 적막을 지켜갔도다.
지나간 그 자취 아득도 하여 *벽해가 *산전되고 산전이 벽해되어 오직 이 집터만은 따라서 *민멸하지 않을 것이니 나무가 그 곁에 서 있어서 가지 잎새 펼치고 지킴이로다.
이 *명장(銘章)을 보여 주어서 오는 뒷사람이 *징빙해 주리.
21세(二十一世) *태종 종형 지음(太宗 鍾瀅 撰)
* 태종(太宗)은 본종(本宗)의 오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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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숙한 곳- 원문 : 유오구(有奧區)- 오(奧) : 속. 안. 깊을의 뜻.
여기서는 오지(奧地- 깊은 산. 골짜기 같은 곳). '으슥한 곳' 표현보다는 '아늑한 곳'
*죽은 이공(竹隱 李公)- 중조 21세. 판윤공의 호. 휘는 지대(之帶)
*풍우(風雨)- 바람과 비를 아울러 이르는 말. 바람과 함께 내리는 비. ≒비바람·풍림(風霖)
*성상(星霜)- 별은 일 년에 한 바퀴를 돌고 서리는 매해 추우면 내린다는 뜻으로, 한 해 동안의 세월이라는 뜻을 나타내는 말. 수량을 나타내는 말 뒤에 쓰여 햇수를 비유적으로 나타내는 단위.
*부노(父老)- 동네에서 나이가 많은 남자 어른.
*유사(遺事)- 예로부터 전하여 오는 사실. 사적. 죽은 사람이 남긴 생전의 사적.
생전에 다 이루지 못하여 사후에 남긴 사업. 아직 성취하지 못한 사업
여기서는 죽은 사람이 남긴 생전의 사적을 뜻함이 바르다.
*명문(銘文)- 기물(器物)에 새기거나 쓴 문자.
으레 기물제작의 유래 또는 기원(祈願)·송덕(頌德)의 글을 비롯하여, 제작자·제작연도 등을 기록하기 마련이다.
금속기에 새긴 것을 금문(金文), 돌에 새긴 것은 석각 또는 석각문(石刻文)이라고 하며, 이를 합쳐 금석문(金石文)이라고 한다.
*낙안부군(樂安府君) 계번(繼蕃)- 익재공의 차자인 중조 18세 운와공(휘 달존)
- 장자 군사공(휘 덕림) - 장자 도안무사공(휘 신) - 차자 낙안공(휘 계번)
*종증조(從曾祖)- 동고조 팔촌(同高祖 八寸)- 판윤공(휘 지대)은 익재공의 장자 시랑공(휘 서종)의 방계 증손자이시고 낙안공(휘 계번)은 익재공의 차자인 운와공(휘 달존)의 방계 증손자로 판윤공과 낙안공은 같은 중조 21세로 동항렬이고 이 두 분의 증조부는 형제간이시며 고조부는 다같이 익재공이니 서로 8촌간이다.
*청명(淸明)- 맑고 밝다. 주로 날씨에 쓰이나 사람의 성품을 말하는데도 쓰인다.
*시사(時事)- 그 당시에 일어난 세상 일. 작금에 생긴 일.
*점필재 김 선생(점畢齋金先生)
본관은 선산(善山;일선 一善), 자는 계온(季) ·효관(孝?), 호는 점필재(?畢齋),
시호는 문충(文忠)이다.
경남 밀양에서 태어났다.
조선 전기의 성리학자(性理學者) ·문신. 영남학파의 종조이며, 그가 생전에 지은 조의제문이 그가 죽은 후인 1498년(연산군4) 무오사화가 일어나는 원인이 되었다.
그는 부관참시를 당하였으며, 많은 제자가 죽음을 당하였다.
*기미(機微)
- 앞일에 대한 다소 막연한 예상이나 짐작이 들게 하는 어떤 현상이나 상태. ≒낌새·조짐.
*영명(令名)- 좋은 명성이나 명예. 남의 이름을 높여 이르는 말.
≒영문(令聞)·영예(令譽)·영칭(英稱).
*병화(兵火)- 전쟁으로 인한 화재. ≒병선·전화(戰火).
*흥기(興起)- 떨치고 일어남. 세력이 왕성해짐. 의기(義氣)가 일어남
*감발(感發)- 감동하여 분발함
^본문 - 흥감(興感)을 흥기와 감발로 번안.
~흥감- 흥겹게 느낌. 재미있거나 신나는 느낌, 또는 그런 기분.
*존모(尊慕)- 존경하여 그리워함
*현회(顯晦)- 세상 사람에게 알려지는 것과 알려지지 아니하는 것
*추족- 축조(築造)의 오타. 본문- 昔日之築 : 옛날에 지었던. 세웠던. 건축했던
*첨앙(瞻仰)- 우러러 사모함
*압각수(鴨脚樹)- 은행나무. 공손수(公孫樹)·행자목(杏子木)이라 하며
잎의 모양이 오리발을 닮았다 하여 압각수(鴨脚樹)라고도 한다.
^자세한 것은 인터넷 검색을 해 보세요 - '압각수(鴨脚樹)'
*길조(吉兆)- 좋은 일이 있을 조짐. ‘좋은 조짐’으로 순화.
≒길징(吉徵)·상부(祥符)·휴조(休兆)·휴징.
*유허비(遺墟碑)- 선인들의 자취가 남아 있는 곳에 그들을 기리기 위하여 세운 비.
*명(銘)- 금석(金石), 기물(器物), 비석 따위에 남의 공적을 찬양하는 내용이나 사물의 내력을 새김. 또는 그런 문구
*명(命)- 목숨. 운명.
*문수산(文殊山)과 고헌산(高山+獻山)- 500년 전 지명으로 확인이 안됨.
짐작하건데 문수산 날등은 현재 북쪽의 명활산성에서 시작된 산등성이가 남으로 내려와 구정동(소정 고개에서 대덕산과 연결)의 경주 불국사 진입 입구로까지 내려온다.
이 날 등이 긴 산이 문수산이고 양달인 고헌산은 판윤공 묘소 근처의 산이 고헌산인 것으로 추측된다.
원문에 '文殊之背 高헌之陽'이라 하여 문수산 날등과 고헌산 양달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아동 마을 인근의 산은 멀리 동쪽에 토함산, 서쪽에 남산(금오산)이 있고 북쪽은 보문호와 소금강산(동천동 표암재 소재)이 위치한다.
아동마을에서 바라보이는 서쪽 산(판윤공 묘소 소재)은 북쪽의 명활산성이 있는 산등성이를 따라 남으로 내려오면 형제봉(297m)이 있고 동쪽은 대덕산이 있고 남쪽은 소정고개로 북쪽만 틔어 있다.
*서식(棲息)- 동물이 깃들여 삶. ≒서숙(棲宿).
*벽해(碧海)- 짙푸른 바다
*산전(산田)- 상전(桑田)의 오타이다. 뽕밭
^벽해상전(碧海桑田) ≒ 상전벽해 [桑田碧海]
뽕나무밭이 변하여 푸른 바다가 된다는 뜻으로 세상일의 변천이 심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벽해상전·상벽(桑碧)·상전창해·상해(桑海)·상해지변·창상(滄桑)·창해상전
*민멸(泯滅)- 형적이 아주 없어짐. ≒ 민몰(泯沒)
*명장(銘章)- 돌에 새긴 문장
*징빙(徵憑)- 증명하는 재료. 징증. 사실을 밝히는 자료.
첫댓글 단어의 설명까지 한자한자 적어주셔서 읽고 이해하기 너무 편합니다.수고로이 직접 글월 올려, 해설해 주셔서 많은공부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