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셋째주 연중 제3주일
나를 따라오너라. 내가 너희를 사람 낚는 어부가 되게 하겠다.(마르코1.14-20)
외면해왔던 그 목소리
(이재근 대구대교구 문화홍보국 차장신부)
어렸을 때 우리 가족은 반지하 방에 살았다.
부엌을 제외하고 방 하나가 전부였기 때문에 온 가족이 같이 잠을 잤다.
친구들은 내가 아직도 부모님과 같이 잔다며 놀렸지만 난 상처받지 않았다.
귀신을 무척이나 무서워했던 나는 온 가족이 함께 잔다면
귀신이 나만 공격하진 않을 거라 생각하고 안심했기 때문이다.
어느 날. 자고 있는데 갑자기 귀가 아팠다.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고통이었다.
어린 나이였는데도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결국 아프다며 소리쳤고 부모님은 불을 켜고 내 귀를 유심히 관찰하시더니
귓속에 집게 벌레가 들어갔다는 것을 아셨다.
갑자기 공포감이 몰려왔다.
더 이상 가족의 목소리를 듣지 못할까 봐 하염없이 눈물이 났다.
그렇게 부모님과 집게벌레와의 싸움은 30분간 지속되었고 결국 부모님이 이기셨다.
이 사건 이후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귀`가 되었다.
여전히 부모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 마냥 행복했다.
심지어 부모님께 혼날 때도 목소리가 들리는 게 행복해 혼자 배시시 웃다 보모님께 더 혼나기도 했다.
어린 나이였지만. 집게벌레 사건 후 삶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 안에서
단순히 좋고 싫음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주님의 뜻을 찾아보는 습관이 생겼다.
지금도 그때를 떠올리면 행복해진다.
경제적으로는 힘들었지만 많은 추억을 만들어 준 부모님께.
그리고 잠들기 전 오빠를 지키기위해 휴지를 말아 내 귀에 넣어 줬던 동생도 고맙다.
그리고 무엇보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인생에서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해주신 하느님께 감사하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시몬과 안드레아 두 형제는 물고기를 잡고 있었다.
먹고살기 위해 매일해야만 하는 생업이었다.
그런데 `나를 따라오너라`하는 예수의 목소리를 듣더니
그 즉시 모든 것을 버려둔 채 그분을 따라나선다.
어부인 그들에게 물고기를 잡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생긴 것이다.
매일매일 생업을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는 먹고사는 것에만 신경 쓰느라
정작 중요한 것을 잊고 살 때가 있다.
왜 돈을 버는지 그 목적을 잃어버린 채 그냥 돈을 모으며 살아간다.
예수께서는 오늘도 그런 우리를 부르고 계신다.
과거 제자들을 깨우쳐 주셨던 그 목소리를 우리에게도 계속 들려주고 계신다.
지금까지 외면해왔던 그 목소리를 이제는 들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진정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가톨릭 다이제스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