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9일 23시. 구서 지하철역에 모여 출발.
7인승 카스타에 6명이 타고 간다.
터치가 불량한 네비게이션 때문에 여간 스트레스가 쌓이는 게 아니었지만 이정표도 참고하면서 최단코스를 따라 간다.
경부고속도 이용하여 경주IC로 진출, 68번지방도를 따라 포항시 흥해읍에서 7번 국도를 만나 영덕, 후포, 울진으로... 망양정 휴게소에서 잠시 쉰다. 잠이 많이 쏟아진다.
화장실 밖에서 쳐다본 하늘에 별들이 유난히도 많다. 갑자기 강원도 동해시에 빨리 가보고 싶다. 그곳에 가면 더 많은 별을 볼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이 생긴다.
졸음을 쫒기 위해 휴게소에서 오징어 한마리 구워 씹으면서 간다. 다시 울진, 원덕, 삼척 지나 곧바로 동해시 무릉계곡으로 찾아 들어간다.
무릉계곡 관리사무소 입구에 도착하니 거의 새벽 3시 30분. 4시간30분이 소요되었다.
새벽 공기 쌀쌀한데다 차에서 자다 일어나니 많이 춥다. 우리는 동부지부가 지정해준 숙소를 찾아 들어간다.
여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알지도 못한데다 운전하고 나면 피로할 것 같아 잠시 휴식을 갖기 위해 밤 11시에 출발했지만 막상 새벽에 도착한 뒤 휴식할 곳이 마땅치 않으면 어찌할까 걱정이 많았다.
숙소는 어느 향토음식점 2층으로 이름이 산울림 회관이라했다.
처음 회관이란 말을 들었을땐 콘크리트 맨바닥에 스치로폴 깔린 곳을 상상하여 차에 있는 자리와 침낭, 담요, 공기 베개를 모두 들고 올라 갔다. 하지만 내부는 민박 형태로 넓은 거실 주위로 욕실, 화장실이 별도로 있고 여러 개의 방이 있는 아늑한 곳이었다.
우리는 한 방에 자리를 잡는다. 다른 방들엔 서울에서 온 팀이랑 동부지부 행사준비 요원들이 자고 있는 듯 했다.
서둘러 이불 펴고 자리에 누우니 방이 너무 따뜻하다. 6시쯤에 기상해야 할 것 같아 잠이나 제대로 자겠나 싶었는데 뜨끈뜨끈한 방바닥 탓에 금방 잠에 골아 떨어진다.
여성 회원을 보호(?)하기 위해 회장님과 내가 문 입구에서 잤는데 둘다 코를 고는 바람에 일부 여성 회원들 잠 설치게 만들었다 한다. ㅋㅋ
어쨌던 6시에 기상해 보니 몸이 너무 가볍다. 마치 밤새 잠을 잔듯 몸이 개운하다. 운전내내 괴롭히던 백회부근의 통증도 사라지고 없다. 이렇게 따뜻한 숙소를 제공해준 동부지부에 감사한 마음이 절로 생긴다. 감동~~!!
어제까지 마음속에 지녀왔던 입상에 대한 굳은 마음(?)이 따뜻한 방바닥의 열기에 다 녹아 버렸다. ㅎㅎ
식사를 해야겠기에 식당을 찾으니 일층 식당에 이미 준비가 되어져 있었다. 메뉴는 북어국과 각종 나물. 무료 제공해 준다. 감동~~!!
7시부터 참가자 배번 교부가 시작된다. 선수 등록을 하니 물품보관용 커다란 비닐 봉투에 물 한병, 흰떡, 행운권과 점심식사권, 기념품인 물통, 그리고 마른 오징어 한마리가 더 들어 있다. 주는 것이 이리 많으니 감동~~!!
우리 부산 연맹은 일종의 초청 형식으로 이 두타-청옥산 클라이마톤대회에 참석했다. 참가비도 내지 않았다.
그렇지만 일반 참가자와 똑같은 혜택뿐 아니라 1박할 숙소와 식사까지 준비해 주는 세심함을 보여주어 마음이 너무 따뜻했다.
간단한 식전 행사와 더불어 출발 준비. 홍보 기간이 짧고 위치가 외진 곳이라 많은 선수가 참가하진 못했지만 느낌은 함께 하는 운동회 같다.
한 10여분 몸을 좀 풀어야 하는데 여러가지 사정상 생략하게 된다.
8시 정각. 드디어 출발.
서로서로 화이팅을 외치며 천천히 뛰어 간다.
동해라는 이 먼곳까지 왔는데 무언가 성과는 있어야 하지 않겠나...?
나도 내심 작정을 하고 왔다. 천천히 뛰지만 처음부터 선두권으로 들어간다. 약간의 오르내림에 앞사람은 계속 달아나는데 나는 여전히 몸이 풀리지 않고, 배도 살살 아프다. 너무 늦은 아침 식사에 너무 많이 먹은 것 같다. ㅋㅋ
그 탓에 앞사람을 시야에서 잠시 놓쳤다. 그리고는 긴 비알을 힘들게 오른다. 부산의 철마산보다 더한 경사을 올라가는 기분이다. 나름 열심히 올라 갔는데 앞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내 뒤에 한명이 나를 쫓아 오고 있다.
한참 오르다 보니 기분이 이상하다. 아무래도 길을 잘못 들어선 듯하다. 그래도 방법은 없다. 계속 가는 수밖에 없다. 뒷사람에게 길을 잘못 들었다는 말을 하지 못하겠다. 방법도 없다. 모른 척 능선까지 가는 수 밖에 없다.
배번이 2001번을 붙인 뒤엣분이 이 길이 맞나요? 라고 물어 본다. 나도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이분이 갑자기 긴장을 한다. 한참뒤 만난 등산객으로 부터 두타산 가는 빠른 길은 이 길이 아니라고 한다. 이 길은 약 15분 늦은 길이라고 한다.
밑에 지도에 보면 1, 2, 3, 4, 5, 6 길로 가는 것이 정식 코스인데 나는 31, 30번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낭패다! 하고 속으로 생각하는데 2001번님이 아~씨! 이러면 안되는데.... 선두를 놓쳤네.... 아씨, 아씨... 한다.
나에게 길 아냐고 그래서 아까 밑에서 물어봤잖냐고 화풀이다. 난들 뭐 아나.... 나도 똑같은 입장인 거고, 어쨌던 이 대회는 자신이 알아서 길을 찾아 가는 형식이니 누굴 탓할 수 있나?
씩씩거리며 올라오는 2001번에게 먼저 가라고 길을 내어주고 나도 부지런히 오른다.
등산객이 15분 늦은 길이라 했으니 내 걸음으로 해도 7~10분 정도 늦을 것 같다. 입상은 이미 포기해야 할 것 같다.
비로소 경치가 눈에 들어온다. 산에 바위가 장엄하고, 이곳은 벌써 단풍이 알록달록하게 피어 아름답다.
능선에 오른다. 두타산 3.2km라는 표지판이 있다. 밑에서 3.5km 표지판을 봤었는데 겨우 300미터 올라 왔네....
50여분 지나 파워젤 하나 짜 먹는다. 오늘따라 다리에 기력이 딸린다는 느낌이 든다. 오르막이 즐겁지가 않다.
능선은 그나마 갈만하다. 약간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지만 두타산 정상까지 겨우 두 사람을 제쳐내었을 뿐이다. 그리고는 다른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두타산(1.352m) 정상. 1시간 32분이 소요되었다. 정상에서 길을 찾고 있는 사이 어느 분이 신나게 달려 간다. 쫓아 내려가다 물으니 15km 선두라고 한다. 10분 늦게 출발한 15km 선수가 나를 앞질러 가니 역시 내 예상이 맞다. 7~10분가량 뒤쳐진 것이다.
박달령 가는 길은 약한 평지와 약한 내리막이니 뛸만하다. 쉬지 않고 뛰어가니 주최 측인 듯한 분이 내가 5번째라고 이야기해 준다. 의외다. 그렇게 많이 돌아 온것은 아닌가?
박달령까지 구간 39분. 누계 2시간11분 소요 되었다. 다시 파워젤 하나 더 먹는다. 오늘 파워젤 아니면 거의 움직이지 못할 것 같이 몸이 무겁다. 1L짜리 카멜 물병과 0.5L 포카리 빼고 나면 별거 없는 배낭이 유달리 무겁게 느껴진다.
청옥산(1,403m) 정상. 구간 12분 소요. 누계 2시간 23분 소요.
청옥산 정상에서 갈 길을 몰라 한참을 서 있다. 많은 등산객이 있었지만 정확하게 길을 아는 사람이 없다. 두갈래 길에서 한명은 정면으로, 두 명은 우측 4시 방향으로 갔다고 하는데 우와 헷갈린다. 이정표 발견. 우측 4시 방향이 고적대 가는 길.
너무 어정거린 탓에 뒤에 오던 선수가 내 뒤를 바짝 붙어 온다. 화들짝. 그나마 경사도가 심하지 않아 빠르게 뛰어 간다.
어지간한 언덕은 그냥 뛰어서 올라가니 점점 거리를 두기 시작한다.
내 시계로 어디서 랩타임을 찍었는지 기억이 안난다.
연칠성령고개? 망군대? 아니면 고적대인가? 구간 15분. 누계 2시간38분이다.
고적대 오르는 길은 바위가 섞인 가파른 길이다. 걸어서 올라가기 힘들고 거의 기어서 간다.
숨이 헐떡. 파워젤 하나 더 먹기도 힘들다. 등산객이 수고 많다고 바로 앞에 앞선수가 있다고 힘내라고 알려준다.
그말에 기운을 내 고적대에 올랐지만 그 다음이 문제다.
우선 길이 힘든 오르막이 아니었지만 잡목이 얼굴까지 가려 달리기가 용이하지 않은데다 삼거리에서 우측 길로 빠지지 않으면 백두대간 따라 곁길도 없이 가야만 하는 것이다.
지금 가는 길도 그다지 넓은 길이 아닌데 우측길은 어디쯤 있는거야? 길 찾느라 주춤주춤. 시간 낭비만 한다.
앞사람은 신나게 달려갔을텐데... 마음은 조급해지고, 다리는 주저 주저... 틀림없이 길 안내하는 분이 있을테지만
그걸 믿고 갈수는 없는 노릇. 다시 길을 찾고 있으니 저 위에서 이쪽입니다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역시 안내하는 분이 있고, 여기서 확인 도장 찍어 준다. 앞 선수는 벌써 갔다고 전해주는데 다시 기운이 빠진다.
내려가는 길은 더욱 가파르다. 금정산에서 보는 그런 일반적인 등산로가 아니다. 마치 짐승길인 듯 보인다.
중간 중간 붙어 있는 119 표지판으로서 이 길이 등산로 임을 알려줄 뿐이다. 역시 철마산 내리막을 가는 기분이다. 철마산보다 길이 좁고, 더 길다는 것이 차이점이라면 차이점이다.
이런 길은 나의 약점이다. 미끄러지듯 내려가려니 잔뿌리에 발이 걸리고... 너무 가팔라서 보폭을 크게 내 딛지도 못하고... 엉거주춤거리면 내려온다. 삼거리에서 절터까지 1시간거리라는데 얼마나 줄일 수 있으려나...
나름 열심히 가고 있는데 젠장 물이 없다. 카멜 수통은 다 비워졌고, 포카리도 없다. 가방에 있는 귤을 생각해 내고 막
귤껍질을 까는 순간 뒤에서 들려 오는 발자국 소리. 화들짝 놀라 뛰어보지만 점점 거리가 좁혀진다.
나뭇가지에 모자가 걸려 벗겨지는 것을 핑계로 길을 양보한다. 꿀맛같은 귤을 혼자 먹으려니 미안하기도 했지만
목마름이 너무 하니....ㅋ
귤을 먹고 힘이나 열심히 내려가니 추월했던 분이 주춤거린다. 다리가 무겁고 힘들어 보인다.
절터 도착. 나에게 길을 양보한다. 감사히 생각하고 앞서 가는데 이게 보통 피곤한게 아니다.
내가 달아나면 뒤에 사람이 따라오지 못해야 기분이 좋아지는데 아무리 열심히 달려도 뒤에 바짝 붙어 쫓아오면
내가 먼저 기운이 빠지는 것이다.
나는 앞에서 길을 찾느라 속도를 높였다 줄였다 해야 하고, 비록 한두발짝 거리지만 둘러 가는 길로 잘못 택해도 뒷사람은 더 편한 길로 따라 오니 환장할 노릇이다. 앞서가라는 신호를 보내도 앞서가질 않는다. 틀림없이 나를 말려 죽일 생각이다....ㅎㅎ
맞는 길인지 다른 길인지 길이 계곡으로 안내한다. 무릉계곡.... 이번 대회를 통해 처음 알게된 무릉계곡은 그 이름이 무색하지 않다. 경기만 아니라면 계곡 물로 직행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너무 아름다운 곳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 넓적바위를 지나가는데 미끄덩.... 안경조차 떨어지는 몸개그를 선보인다. 아이고 아야...
남보기 부끄러워 안경 쓰고 일어나 앞에 있는 이끼를 뛰어 넘으려는 순간 다시 한번 더 넘어진다.
왼쪽 무릎 바깥쪽이 멍들고, 우측 팔뚝이 까지는 통증이 있지만 그 보다 더한것은 오른쪽 종아리에 넘어지는 충격으로
쥐가 내리려고 하는 것이다. 삼거리부터 내리막에서 조금씩 징조가 오더니만 기어이 종아리 근육이 움츠려들려고 한다.
급히 발가락을 당겨 스트레칭을 한다. 쥐가 나면 경기는 포기해야 한다. 뒷분에게 먼저 가라고 손짓을 해도 안가고 나를 기다리고 있다. 물론 내가 걱정되어 지켜보는 거지만 괜찮다고 해도 안간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내 트레일런화 뒷굽의 돌기들이 전부다 닳아 없어져 있었다. 그래서 오늘 몇번의 미끄럼을 당했는지 모른다. 장비 점검을 확실히 하지 못한 내 탓이 크다.
일어서서 다시 한번 종아리 스트레칭을 실시하고 천천히 뛰기 시작한다. 이제부터 길은 거의 평지와 내리막이다. 길도 넓어지고, 올라오는 등산객이 많고 게중엔 아이들도 섞여있는 것으로 봐서 골인점이 멀지 않은 듯 하다.
천천히 뛰니 다리의 컨디션이 살아난다. 점점 내 페이스가 찾아지면서 피로가 사라지기 시작한다.
작은 오르막도 이제는 멈추지 않아도 된다. 내 다리는 회복 되었다. 점점 뒤에 오는 분과 거리가 생기기 시작한다. 뒤돌아 본적은 한번도 없지만 느낄 수 있었다.
어느듯 삼화사. 얼른 골인해서 물을 푸지게 마시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다.
드디어 관리 사무소 앞. 골인지점에 도착. 구간 1시간8분. 누계 3시간47분. 소요.
처음 제한시간 8시간을 봤을때 그 시간이라는 것이 등산객 기준이라 생각했고 그래서 그 절반인 4시간 안에 도착하면 된다는 목표를 세웠었는데 일차적인 목표는 달성한 셈이다.
20km 일등은 3시간27분이나 나와 정확히 20분 차이난다. 조금 아쉽네...쩝쩝....
그래도 아름다운 백두대간을 달리며, 산을 기어오르고 계곡을 지나는 코스에서 다시 한번 감동~~!!
그리고 회장님편으로 전달된, 부산연맹 회원들을 위한 1인당 김 한 박스 전달... 감동~~!!
오후 4시에 있을 시상식을 기다리며 샤워하고, 무료 식사권으로 밥먹고 막걸리 한잔하고 있으니,
옆 테이블에서 식사하시던 어르신 한분이 말을 걸어온다. 집이 부산 남산동이고 여기 동해에서 대게 사업을 크게 하신다는 분으로 우리를 축하해 막걸리 한통과 감자전을 시켜주신다.
감사히 먹고, 시상식 참석.
여성 20km - 2위, 3위 / 여성 15km - 1위 / 행운상 을 모두 우리 부산연맹이 차지한다.
부산연맹의 여성 파워를 맘껏 과시하고 상금 대신 지역 특산물인 오징어를 10여만원어치씩 받아 들고 온다.
상금 30만원 대신 오징어를 30만원어치 지급하니 너무 재미있다. 입상 선수의 약한 반발이 있었지만 모두 나누어 먹을 수 있는 특산물로 나눠주니 오히려 더 좋은 것 같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상으로 받은 오징어를 나눠 씹으며 부산에 무사히 도착.
너무 럭셔리하고 즐겁게 대회를 치루고 와서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무릉대회 만세!!
첫댓글 한국의 그랜드캐넌 다녀오셧내요,,,
그곳을 그렇게 부르나요? 암튼 양옆이 다 벼랑입디다.
여기 20년전에 산악전문따라 등산했는데 힘들어서 다시는 등산 안함. 힘든산을 뛰고 오셨어니 "완주 축하합니다"
회장님이 지금 다시 그분들이랑 등산하시면 별로 힘들지 않을 겁니다.
엑! 산짐승들~~
산은 청정한 곳입니다. 산에서 노세요.^^
오징어 한 마리 남는 거 없수...? 꽃들에게 폭 사여서 왔구만..ㅋㅋ
이놈의 인기는 사그라들줄 몰라서리....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