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체중 아기들에게 기적 일으킨 스킨십의 힘
조동찬 SBS 의학전문기자
안는 것의 힘
일본 도쿄대학교 연구팀은 엄마가 보는 앞에서 아기에게 심장 박동 감지 장치를 부착했다. 그런 후 엄마에게는 아기와의 압력을 측정할 수 있는 기계를 연결했다. 아기들은 심장 박동이 불규칙한데, 특히 너무 일찍, 가볍게 태어난 아기일수록 더 그렇다. 실험에 참여한 아기는 엄마가 앞에 서 있긴 했지만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었다.
연구팀은 엄마에게 아기를 안고 있을 것을 주문했고, 엄마가 아기를 품에 안고 살포시 감쌌다. 그러자 엄마와 아기 사이의 압력 측정 기계 바늘이 요동친다. 처음 아기를 안았을 때 300 gf였던 압력이 700 gf까지 치솟다가 다시 0으로 되돌아오고, 또 700 gf까지 치솟기를 반복한다. 엄마는 마치 고도로 훈련받은 국가대표처럼 아기와의 사이에 압력이 지나치게 올라가지 않도록 하면서 아기를 잘 품어냈다. 그러는 사이 연구팀은 아기의 심장의 불규칙성이 어떻게 변하는지 기록했는데, 결과는 놀라웠다.
엄마와 아기 사이의 압력이 높고 낮음을 반복했던 것과 달리 아기의 심장의 불규칙성은 일관되게 감소했다. 처음 아기 심장의 불규칙성이 100이라고 했을 때, 270초 만에 36까지 줄어들었다. 아기의 심장 박동이 현저히 안정된 것이다. 이 실험에서 재미있는 것은 아기를 그냥 안는 것(hold)과 살포시 안는 것(hug)의 차이도 드러났다는 점이다. 엄마가 그냥 안는 것도 심장 불규칙성을 42까지 줄였지만, 살포시 안는 것만큼은 아니었다(참고 : Infants Show Physiological Responses Specific to Parental Hugs)
저체중 아기들에게 빠진 것, 스킨십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은 현재 0.7이다. 합계 출산율이란 여성 한 명이 평생 동안 낳을 것으로예상되는 아이 수를 말하고, 0.7이 한 세대에서 계속 이어진다면 그다음 세대는 인구가 3분의 1로 줄어든다. 신생아는 급격히 줄어드는데, 반대로 저체중아 비율은 가파르게 늘고 있다. 저체중아 비율은 최근 10년 새 38% 증가했는데, 결혼과 출산 나이가 늦어지면서 35세 이상 고령 임신이 늘었기 때문이다. 고령 임신은 그 자체로 저체중아 출생 빈도를 높이지만, 난임 시술로 다태아가 느는 것도 한 원인이다. 다태아의 60%는 저체중 출생이다. 너무 일찍, 너무 가볍게 태어나는 것은 생존에 불리하다. 뇌, 폐, 심장 등 주요 장기가 덜 완전한 채로 세상에 나오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신생아 중환자실 치료 기법이 놀랍도록 향상되면서 체중 1 kg이 안 되는 초극소 저체중아의 생존율도 80% 수준까지 높아졌다.
그런데 생존 저체중 아기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이 성인이 됐을 때 공통적인 문제점이 발견됐다. 바로 정신건강 질병이 높다는 것인데, 이와 관련된 유명한 연구가 2015년 캐나다 맥마스터대학교의 논문이었다. 저체중으로 태어난 아이는 정상체중 출생아에 비해 전체 정신건강 질병 위험도가 4.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범불안장애는 3.42배, 사회 공포증 5.80배, 특히 주의력결핍 및 과잉행동장애(ADHD)는 최대 11.45배 높았다. 이후 여러 연구에서 같은 결과가 도출됐고, 전문가들은 그 원인이 무엇인지 찾기 시작했다. 우선 저체중아에게 쓰는 많은 약물을 살펴봤다. 신경계 발달에 전혀 영향이 없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분명한 근거라고 할 수도 없었다.
이때 핀란드 헬싱키대학교 연구팀은 신생아 중환자실은 부모가 어르고 달래는 일반적인 스킨십이 차단된 공간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저체중 아기에게 특별한 치료를 추가해보기로 했다. 바로 안고 쓰다듬는 것이었다. 일반적인 인큐베이터 치료는 그대로 하되, 틈날 때마다 아기를 인큐베이터에서 꺼내 안고 쓰다듬은 것이다. 그런 후 일반적인 인큐베이터 치료만 받은 저체중 아기에 비해 무엇이 달라졌는지 뇌파와 MRI로 비교해봤다. 결과는 놀라웠다. 아기의 뇌의 연결성과 관계성이 두드러지게 향상된 것이다(참고 : Facilitating early parent-infant emotional connection improves cortical networks in preterm infants). 저체중 아기에게도 털과 피부가 있기 때문이었다. 누군가 안고 쓰다듬으면 이 자극이 아기의 털과 피부를 통해 척수를 타고 뇌로 전달되는데, 그러면서 논리, 감정, 기억 그리고 균형을 담당하는 뇌가 전반적으로 발달했다. 저체중 아기에게는 부모의 스킨십이 빠져 있었고, 그걸 보충해주면 뇌 발달이 촉진된다는 비밀이 발견된 순간이었다.
삼둥이에게 기적 일으킨 부모의 스킨십
2017년 6월, 삼둥이가 임신 30주에 태어났다. 그러다 보니 삼둥이의 체중은 가벼웠다. 첫째는 1,030 g, 둘째는 1,360 g으로 두 명은 극소 저체중이었고, 막내는 980 g으로 초극소 저체중이었다. 삼둥이 모두 호흡이 불안정했는데, 특히 막내는 장이 막히고 뇌에 출혈까지 있었다. 젊은 부부에게 신생아 중환자실에 입원한 3명의 자식은 어떤 의미였을까? 너무 이르게, 너무 가볍게, 그리고 너무 아프게 찾아온 삼둥이를 부부는 감사하게 여기며 모든 걸 걸었다. 엄마는 산후조리를 포기하고 병원이 허락할 때마다 신생아 중환자실을 찾아 삼둥이를 살포시 안았다. 아빠도 근무하는 시간을 빼고는 중환자실에서 삼둥이를 쓰다듬었다. 부모가 내게 보내온 삼둥이를 안고 쓰다듬는 사진들은 그야말로 작품이었고 감동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삼둥이는 건강하고 밝게 잘 자라고 있다. 가장 많이 아팠던 막내에게 엄마·아빠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냐고 물었더니 지체없이 ‘사랑해요’라고 말한다. 삼둥이의 기적은 자칫 놓칠 뻔했던 엄마, 아빠의 안고 쓰다듬는 정성의 결과였다.
삼둥이의 기적을 지나치게 미화한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은데, 2021년 미국 연구팀이 의사협회지(JAMA)에 발표한 논문을 살펴보겠다. 연구팀은 매우 가볍게 태어난 아이들에게 부모의 스킨 투 스킨 접촉을 해주었더니, 4개월 후 아기가 엄마와의 관계성, 즉 사회성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향상된 것으로 보고했다. 이 연구에서 주목할 점은 아기가 태어난 후 6시간 이내에 스킨 투 스킨 접촉을 하게 했다는 것이다(참고 : Skin-to-Skin Contact at Birth for Very Preterm Infants and Mother-Infant Interaction Quality at 4 Months.A Secondary Analysis of the IPISTOSS Randomized Clinical Trial).
이 연구 이후 2022년 세계보건기구는 저체중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스킨십 치료(skin to skin care)를 받을 수 있도록 권고했다. 이후 많은 나라에서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별도의 스킨십 치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의료 인력을 배치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삼둥이처럼 부모의 희생에 기대고 있으며 세계보건기구의 권고를 아직 실행하지 않고 있다. 정신건강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일 텐데, OECD 건강 지표에서 거의 모든 항목이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유독 정신건강만큼은 세계 최저 수준인 것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서둘러 신생아 중환자실에 스킨십 의료인을 배치해야 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저체중 아기 부모가 안고 쓰다듬을 수 있도록 ‘저체중 출산 휴가’도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 일본 도쿄대학교 연구에서 안고 쓰다듬는 효과는 낯선 사람보다 부모에게서 더 크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 이 원고는 월간 <과학과기술> 6월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