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密陽)이란 곳은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비밀스럽고 따뜻하다. 2007년 이창동 감독의 〈밀양〉이 생각나는 곳이다. 전도연과 송강호 주연의 영화다. Secret Sunshine이 이 영화 영어 제목이다. 문자 그대로 직역한 것이다. 이 영화로 전도연은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밀양역에 내리면 이 영화 포스터가 보이고 조금 걸으면 ‘전도연 거리’라는 자그마한 간판으로 이곳이 촬영지임을 알려준다.
비밀스런 사랑이야기를 주제로 한 영화다. 하기야 비밀스럽지 않은 사랑이 있을까만. 남편을 잃은 33살 이신애(전도연)가 아들과 밀양으로 내려오던 중 국도에서 차가 고장이 난다. 달려온 카센터 사장 김종찬(송강호)과 이렇게 인연이 시작된다. ‘신애’와 ‘종찬’이란 이름만큼 평범한 저잣거리의 사랑인 듯하지만, 결코 범상치 않은 비밀스러운 사랑이 주제다.
이창동 감독을 검색하니 눈에 익은 포스터가 눈에 들어온다. 〈저 하늘에도 슬픔이〉다. 이 감독은 이 영화가 만들어진 대구 명덕국민(초등)학교 졸업생이다. 윤복이라는 한 학생을 모티브로 해 만든 영환데, 당시 관람객이 30만 명에 조금 못 미치는 흥행에 성공한 영화다. 당시는 문화교실이란 게 있어 당시 전국 국민학생이 다 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곤 모두 다 울었다는 것도 실화다. 이후 2015년과 19년에 단독 재개봉되어 총관객 수는 170만 명에 이른다.
이 감독과 이 영화의 인연이 재밌다. 이 감독이 이 영화촬영 당시 현장에 있었다 하는데, 나 역시 있었다. 교실에서 촬영하고 ‘와!!’하고 운동장으로 몰려나오는 장면이 기억이 또렷하다. 윤복(김천만 대역)의 김동식 선생(신영균 대역)이 점심때면 밥 대신 수도꼭지에 입을 대고 물로 배를 채우던 윤복의 어려운 사정을 알고, 그가 쓴 일기를 영화로 만들었다. 김수용 감독이 1965년에 만들었고 윤복의 담임은 조미령 싸가 대역을 했다. 이후 윤복은 간암으로 일찍 세상을 떠났다. 명덕국민학교는 당시 열다섯 개 반이었다. 한국전쟁 이후라 고아들이 학교에 꽤 있었다.
강냉이 빵과 멀 건 우유를 배급했던 시절이다. 청소 잘 하면 우유를 더 얻어먹을 수 있었다. 텁텁한 빵과 우유 같지 않은 우유도 주린 배를 채우기엔 최고였다. 윤복이는 배급받은 빵과 우유를 먹지 않고 동생에게 갖다 주었다. 지금 전교생은 300명 정도다. 학교 옆으론 지상철이 다닌다.
이땐 모두 다 배고팠다. 도시락을 챙겨올 수 없는 아이가 무릇 윤복이만 이었을까? 내 기억에 또렷하다. 북에서 홀로 남한으로 내려와 어머니를 만나 가정을 꾸린 아버지 형편으로 도시락을 챙겨 주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엄마가 사준 도시락 뚜껑을 여니 지금은 그 흔한 달걀부침도 안 보이고 반찬이라곤 조미한 날된장이 전부다. 그 당시에도 소시지를 먹는 친구도 있었다. 도시락 뚜껑을 열고 엄마를 원망하기도 했을 것이다. 창피스러웠다. 그 엄마는 아직도 장남인 내 곁에 계신다. 94세다. 내 밑으로 네 형제다. 난 아버지와 겸상했다. 밥을 먹다 보면 밥 속에 생달걀이 있다. 간장으로 비벼 먹으면 그것으로 만찬이다. 그런데 동생들 밥엔 없다. 그만큼 달걀도 고급먹거리였다. 냉장고를 가득 채우고 있는 달걀을 볼 때마다 가끔 그때의 일이 생각난다.
어제는 밀양장날이라 내이동 전통시장을 찾았다. 장 구경보단 밀양돼지국밥을 먹을까 하고 다녀왔다. 가려던 식당을 찾지 못해 바로 대구로 왔다. 기억에 남는 건 이 시장엔 아시아 마트란 게 세 개나 있었다. 눈에 보이는 것만 그렇다. 외국 노동자들이 사장을 가득 매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곳은 비닐하우스 농장이 많은데, 이곳에서 일하는 외국인 수가 많은 거 같다.
예전에 재직했던 대학에서 외국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와 방글라데시 등을 다녔던 기억이 난다. 밀양에서 찾던 돼지국밥집을 찾지 못해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소떡으로 때우고 대구로 돌아왔지만, 나의 옛 추억을 생생하게 소환해준 어제였다.
첫댓글 밀양하면 표충사, 만어사를 생각했어요.
최근에 고 신영복교수님 묘가 있어서 가보기도 했지요.
예 고밉습니다
🙏🙏🙏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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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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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