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말이 필요하지 않았다. ‘나도 아프다.’ 이 한마디로 여심(女心)을 그만 얼어붙게 만들었다.
탤런트 이서진(30)이 안방극장의 무서운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MTV 월화드라마 ‘다모’(이재규 연출)에서 남자주인공 ‘황보윤’역을 맡고 있는 그가 일거수 일투족이 화제로 이어지는 특급 스타로 우뚝 섰다. 이서진에 대한 반응이 어느 정도인지는 ‘클릭’ 한번이면 금세 알 수 있다. 인터넷에 ‘황보윤 종사관 나리’를 외치며 자지러지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흥건하기 때문이다. ‘다모’의 열혈 시청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이서진을 교주로 섬기는 여성 신도들이다.
‘다모’가 지난달 28일 첫 방송을 내보낸 뒤 불과 일주일 새에 폭풍같은 인기 바람에 휘말린 이서진과 데이트를 즐겼다. ‘다모’밖으로 나온 그는 상투와 수염 대신 깔끔한 바람머리를 휘날리며 황보윤과는 다른 세련된 멋을 풍겼다. 그럼에도 머릿속엔 조선시대의 황보윤이 타임머신을 타고 현대로 넘어온 게 아닐까란 엉뚱한 상상이 스쳐지나갔다. ‘인간’이서진과 황보윤은 냉정과 열정이 묘하게 교차한다는 점에서 닮은 구석이 많았다. ‘다모’식 말투로 풀어본 이서진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아마 이 말에 동의할 것이다.
하나, 인기를 실감하오?-인터넷을 보니 드라마 반응이 뜨겁다는 건 알겠다. 내 인기? 글쎄, 집밖에 잘 나가지 않아 체감할 기회가 별로 없어서….
둘, ‘아프냐? 나도 아프다’할 때 진짜 마음이 아팠소?-영하의 날씨에 매화밭에서 벌벌 떨며 촬영한 기억이 난다. 하지원과 첫 멜로 장면이었는데 다행히 애틋한 감정이 잘 살았다. 정말 아팠다.
셋, 말 타고 지붕 날아다니느라 다치진 않았소?-하지원, 김민준 등 은 다 다쳤는데 나만 무사했다. 극중에서 직책이 높아 직접 싸울 기회가 많지 않다. 무술의 고수여서 싸워도 단칼에 끝낸다. 참 좋은 배역이다(웃음). 내게 난제는 액션이 아니라 사극 말투랑, 멜로 연기였다.
넷, 여성들은 그 멜로 연기가 환상적이라고 난리인데 너무 겸손한 것 아니오?-다행히 이번 드라마를 촬영하면서 ‘변화’라는 게 무엇인지 실감했다. 특히 우는 연기에 자신이 없었는데 이제는 눈물이 너무 많이 솟아 탈일 정도다.
다섯, 황보윤이 마지막에 죽는다는데 정녕 사실이오?-‘장성백’김민준과 결투를 벌이다 죽는다. 장성백이 ‘채옥’의 오빠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일부러 칼을 맞는다. 가슴 아픈 최후가 될 것이다.
여섯, 너무 멋진 배역을 맡은 것 같소-서출로 태어나 신분의 굴레를 뛰어넘으려는 냉철한 야심가이면서 연인 앞에서는 한없이 연약한 속살을 드러내는 복합적인 남자다. 그 점이 맘에 들어 도전했고, 결과적으로도 ‘참 잘했다’ 싶다.
일곱, 얼마전 MTV ‘강호동의 천생연분’에 출연한 게 화제였소. 원래 춤을 그렇게 추오?-여성 출연자 앞에서 재킷을 벗으며 추는 춤 말하나? 데뷔이후 처음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했는데 민망해 혼났다. 나름대로 분위기를 맞춘다고 춘 것인데 워낙 춤에 약해서….
여덟, 나이크클럽엔 즐겨 다니시오?-96년 제대한(육군 병장 출신) 이후 특별한 일 없으면 나이트클럽엔 안간다. 운동하고 사우나 하는 게 취미의 전부다. 참, 요즘 ‘반신욕’ 마니아가 됐다.
아홉, ‘~천생연분’에서 별명이 ‘살인 보조개’였소-보조개가 있다는 게 예전엔 일종의 컴플렉스였다. 악역을 맡는 데 장애가 되는 것 같아서….
열, 그래도 여자들은 그 보조개가 매력있다고들 하지 않소?-얼굴에서 내세울 부분이 없으니 보조개라도…(웃음). 말 주변이 없어 과묵하게 보조개 웃음만 지은 채 가끔 눈으로 광선을 뿜어주는 게 여자를 사로잡는 내 무기다(더 크게 웃음).
열하나, ‘천생연분’과 ‘다모’덕분에 별명이 많이 생겼소-‘천생연분’에서 붙여준 게 ‘보조개 미남’, ‘뉴요커’ 등이다. 또 최근엔 ‘다모’에서 가끔 버럭 소리를 지른다고 ‘버럭 천사’란 닉네임도 얻었다. 참 재미있다.
열 둘, 하나 빼놓았소. ‘럭셔리맨’. 상류층 출신이라는데 정말 부자 맞소?(참고로 이서진은 금융인 집안 출신이다. 조부는 제일은행장을 역임했고, 부친은 안흥상호신용금고 대표를 지냈다)-중산층 집안에서 자랐을 뿐이다. ‘럭셔리맨’이란 게 ‘명품족’ 같은 이미지랑 통하는 것이라면 달갑지 않다. 하지만 머리가 럭셔리하다는 소리는 좋다. 늘 생각하고 공부하는 사람이기를 지향한다.
열 셋, 영어를 매우 잘 한다 들었소-중학교 때 유학을 가 8년정도 미국에서 공부했으니(뉴욕대 경영학과 졸업) 웬만큼은 한다. 참, ‘다모’포스터에 보면 ‘My love’로 시작해 ‘Green tears’로 끝나는 영어 카피가 있는데 그거 내가 직접 썼다.
열 넷, 제일 친한 연예인은 누구요?-인표(차인표) 형. 뉴욕,캐나다 등지에 여행을 같이 다니면서 많이 친해졌다. 인표형이 ‘다모’첫회 가 나간 뒤 전화해 연기 제대로 못했다고 단점만 골라 얘기하더라. 한편으론 은근히 야속하면서도 ‘역시 형 답다’ 싶었다.
열 다섯, 그동안 김현주(MTV ‘그여자네 집’), 박진희(MTV ‘그대를 알고부터), 전도연(STV ‘별을 쏘다), 하지원(‘다모’) 등과 드라마에서 호흡을 맞췄소. 어느 상대역이 제일 마음에 드오?-하지원은 현재의 극중 연인이니 당연히 엄지손가락을 들어야겠지. 하지원 빼고 고른다면 김현주. 멜로 연기할 때 마음을 열고 상대의 기를 빨아들인다. 전도연도 그런 면에서는 대단한 연기자다.
열 여섯, 연예인 가운데 이상형이 있소?-이효리. 예쁘고 재치있고…. 긴 설명이 필요 없다. 최고다.
열 일곱, 실제로 만나보았소?-아직 한번도 없다. 멀리서 노래하는 모습만 몇번 보았다. 솔직히 만나지 않고 신비감을 갖고 있는 게 더 좋을 것 같다(웃음).
열 여덟, 스스로 ‘애인’감으로 훌륭하다고 생각하오?-애인을 구속하지 않고 자유롭게 놓아주는 스타일이다. 나 또한 자유를 사랑한다. 전화, 문자 메시지 같은 것, 즐기지 않는다. 단, 단둘이 있을 때에는 방해받고 싶지 않아 다른 사람의 전화를 받지 않는다. 일 할 때에는 일에만, 데이트할 때에는 데이트에만 열중하자는 주의다.
열 아홉, 결혼하고 싶진 않소?-아이들을 보면 너무 귀여워 그런 생각도 드는데 가정을 갖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아직은 더 크다. 나중에 결혼하면 일하는 부인 만나 한가할 때에는 내 차로 출 퇴근을 시켜주고 싶다.
스물, 앞으로 연기 욕심을 어떻게 풀 작정이오?-‘별을 쏘다’에서 악역을 연기하면서 연기의 맛을 좀 알았다. 부잣집 아들 같은 뻔한 역은 그만 맡고 싶다. 개성이 뚜렷한 배역을 계속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