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 조울병과 조현병
전문의도 때로 혼동하는 두 질병
조울병이란 기분이 들뜨면서 생각이 많아지고 자신감이 넘치는 등의 증상을 보이는 조증과 이와 반대로 무기력하고 의욕이 없고 자신감이 저하되는 우울증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기분 장애를 일컫는다.
때로는 조증과 우울증이 섞여 있는 형태(혼재형)로 나타날 수도 있다. 조울병에서 조증이 가벼운 형태인 경조증으로만 나타나는 경우(양극성 장애 2형)도 있다.
경조증은 성격 문제로 오진하는 경우가 많은데, 정신과 수련의에게 환자를 앞에 두고 필자가 설명을 해 줘도 경조증임을 인정하지 않을 정도다.
훗날 우울해지거나 확연하게 조증을 보일 때 비로소 조울증임을 인정하는 경우도 있다. 첫 증상이 우울증이면 주요 우울증인지 조울병의 우울증인지는 감별하기 쉽지 않다.
우울증 양상이 비전형적인 경우, 즉 무기력감을 호소하면서 처지고 잠이 많고 식욕이 증가하는 경우는 조울병일 가능성이 크다.
사도세자처럼 우울증이 초기 청소년기에 일찍 발병 하면서 정신병적 증상을 동반하거나, 폐비 윤씨처럼 출산 후 발병한 경우 조울병의 가능성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조증이나 우울증이 심해지면 망상이나 환청 같은 정신병적 증상을 동반할 수 있다. 이 경우는 조현병과 유사해 감별이 쉽지 않다. 조울병의 우울증은 조현병의 음성 증상처럼 보일 수 있어 오진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자녀의 증상이 조울병의 우울증이라고 설명해도 그간 치료했던 의사들은 모두 조현병으로 진단했고 그 증상이 인터넷에 나온 음성 증상과 같다고 조울병 진단을 받아들이지 않다가, 몇 년 후 전형적 조증이 발병하자 그때 비로소 조울병임을 인정하는 보호자도 있었다.
◇ 조앤 그린버그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미국 영화 《로즈가든(I Never Promised You a Rose Garden)》
주요 우울증과 조울병 그리고 조울병과 조현병의 감별 진단은 쉽지 않고 정신과 전문의라 하더라도 상당히 많은 임상 경험을 해야 하는 부분이다. 《로즈 가든(1977)》은 조앤 그린버그(Joanne Greenberg)의 정신병적 체험을 바탕으로 쓴 자전적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16세 소녀 데보라가 자살 기도와 정신병적 증상으로 장기간 입원 치료를 받고 회복되어 작가로 성장하는 삶을 보여 준다.
실제 그린버그의 주치의가 당대 정신 분석의 대가 프리다 프롬 라이히만(에리히 프롬의 아내)이었다.
그녀의 헌신적이고 진정성 있는 태도와 환자와의 치료적 관계는 매우 감동적이다. 흔히 《로즈 가든》은 조현병의 예로 소개되는 작품인데 병의 경과나 예후가 좋은 점으로 보아 사실 정신병적 증상을 동반한 조울병일 가능성이 더 크다.
이 영화는 정신병의 예후가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과 조현병과 조울병의 감별이 쉽지 않음을 보여 준다. 사람의 기분은 때때로 어느 정도 들뜨거나 반대로 가라앉을 수 있어 일상적으로 나타나는 정도의 기분 변화를 조울병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집이나 직장 또는 학교에서 대인 관계에 문제를 일으키거나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때 병적인 기분 변화로 보게 된다.
조울증에서는 기분 변동의 폭이 커서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나며, 비정상적인 기분이 적어도 여러 날 이상 지속한다. <계속>
글 | 김창윤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