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도 떠나면 울 아이 어쩌나
인천 동구 여중·고 송도로 “여학생들 갈 곳 없어”반발
인천시 동구에 위치한 박문여자중·고등학교가 송도국제도시로의 이전이 추진되자 지역주민들의 반발이 극에 달하고 있다.
1일 인천시교육청에 따르면 가톨릭계 사립학교인 박문여자중학교와 박문여자고등학교의 운영주체인 천주교 인천교구가 송도 연세대 주변에 학교 부지를 마련, 오는 2014년 3월 박문여중을, 2015년 3월 박문여고를 각각 이전하는 승인신청서를 지난달 시교육청에 제출했다.
박문여중·고가 이전을 계획하고 있는 송도의 학교 예정 부지는 각각 1만2천900여㎡와 1만4천여㎡ 등이며 현재 학생 수는 각각 700명이 넘는다.
이에 시교육청은 현재 신청서 내용을 검토 중이며 문제가 없는 한 이전을 승인할 방침이다.
하지만 문제는 지난 1940년 설립된 후 동구지역 여학생들의 교육을 대부분 책임졌던 박문여중·고가 이전한다는 소식에 지역 초등학교 여학생을 자녀로 둔 학부모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인천서림초등학교 4학년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동구에 중학교는 화도진중·동산중·박문여중·재능중 등 4곳이지만 여학생이 갈 수 있는 학교는 화도진중과 박문여중 2곳뿐”이라며 “동구 관내 많은 여자 초등학생이 진학하는 박문여중이 다른 곳으로 이전한다면 결국 여자 초등학생들의 진학 문제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그는 “만일 시교육청이 박문여중·고의 이전 승인을 통과시킨다면 구도심 학생들을 전혀 생각하지 않은 처사”라며 “이는 우리 어린 여학생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인천시 동구의회는 지난달 29일 동구청 4층 열린배움터에서 인천시의원, 동구의회 의원, 인천시교육청 및 박문여중·고 관계자, 동구 관내 초교 학부모 등이 참석한 가운데 ‘박문여중·고 이전 계획에 따른 관계 기관 및 단체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시교육청 및 박문여중·고 관계자를 제외한 모든 참가자 대부분은 박문여중·고의 송도 이전을 결사반대했다.
박윤주 동구의원은 “도심 공동화, 교사 노후화 등을 이유로 송도 이전을 추진한다는 학교 측의 주장은 동구 관내 학생들의 학습권 불안, 교사 인천교구청 사용 등 측면에서 앞뒤가 맞지 않은 논리이며 또 학교 이전과 관련해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전혀 들어보지도 않고 학교와 재단의 일방적인 발표는 부당한 처사”라며 “동구의회는 박문여중·고의 송도 이전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학교 측 관계자는 “구도심의 인구 감소로 인한 학생 수 감소, 학교건물 노후화로 개·보수 등이 필요해 학교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으며, 이어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이전은 학생 수용 부분이 가장 중요한 사안이며 사립학교는 이전에 필요한 재원을 자체적으로 충당하기 때문이 이전이 용이하다”며 학교 측 손을 들어줬다.
한편, 천주교 인천교구 측은 현재 박문여중·고 부지(3만여㎡)에 인천교구 이전을 계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