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g의 공 45개 중에서 6개의 공을 골라 숫자 6개 모두를 맞힐 확률은 814만 분의 1이다. 로또에 당첨될 확률이 이렇게 낮다 보니 확률을 높이는 비법들이 난무하고 있다. 확실한 방법이야 모든 경우의 수를 전부 조합해서 구입하는 것이지만 이 계획을 감행하기 위해서는 약 163억원이라는 비용이 들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어렵다. 이 어려운 확률을 뚫고 당첨을 꿈꾸는 사람들,확률게임인 로또를 즐기는 그들 고유의 방법이 있다.
▲평생번호파
자신만의 6개 숫자를 간직하고 줄기차게 밀어붙이는 유형이다. 이들은 자신과 가족들의 생일이나 전화번호 등 의미 있는 번호들을 조합해 로또를 즐긴다. 유럽이나 미국,일본 등에서는 슬립이 닳을 때까지 갖고 다니면서 자기만의 번호를 고수하는 경우가 더 많다. 1등 당첨 확률 또한 60% 이상으로 수동이 더 높다. 게다가 로또의 재미라면 번호 고르는 재미를 빼놓을 수 없다. 국내 첫 로또 당첨인 2회차 당첨자 J씨는 본인과 부인의 주민등록번호를 조합해 만든 숫자로 1등을 거머쥐었다.
▲공동구매파
당첨금은 적지만 많은 게임으로 확률을 높이려는 의도다. 다수의 당첨자가 나올 경우 1등 당첨 수령액이 상대적으로 줄어든다는 단점을 제외하면 기대할 만한 방법이다. 30회차의 1등 당첨자는 친구들끼리 문상을 갔다가 5명이 2만원씩 10만원어치를 공동 구매한 경우로,5억원을 소년소녀가장을 위한 기부금으로 내놓았다. 최근에는 실제로 공동으로 번호를 선택해 구입한 것이 1등에 당첨됐으나 당첨금 배분 문제를 둘러싸고 법정에까지 몰고가는 사례도 있었다. 로또문화가 안정적으로 자리잡은 미국의 경우는 로또 공동구매가 활발해 사전 협약에 따라 마찰 없이 배분이 이뤄지는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학구파
각종 학설을 이용해 로또의 과학을 풀어가는 사람들이다. 수학과 통계 지식을 활용해 경우의 수와 확률을 연구한다. 당첨번호를 분석해 전략을 세운다. 관련저서와 외국 사례,인터넷 정보 등을 이용하는 학구파는 정보 획득이 쉬운 20∼30대 네티즌이 많은 수를 차지한다. 그러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당첨됐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자동파
고민한다고 더 나아질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주로 선택한다. 고민하기 귀찮아 하는 성격,숫자 개념이 어둡거나 번호기입에 서투른 장년층에게 인기 있다. 징검다리 숫자와 연이은 번호의 등장으로 맞히기 어려운 조합이었던 19회,27회,38회의 경우는 1등 당첨자들이 모두 자동선택으로 숫자를 골랐다. 60회차까지 총 230명의 1등 당첨자 중 자동선택의 경우는 94명으로 40.86%에 불과하다. 아직 과반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지만,50회차 이후에는 자동선택에 의한 당첨이 본인 선택보다 더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자동선택의 경우는 로또 고유의 ‘찍는 재미’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막무가내파
모든 것을 운에 맡긴다. 고민 없이 번호를 찍는 일필휘지파가 있는가 하면 슬립 용지 상에서 모양을 따지는 기하학파가 있다. 10회차 당첨번호가 비틀린 삼각형,11회차 당첨번호가 직사각형을 만들어 낸 것을 계기로 기하학파가 붐을 일으키기도 했다. 일직선,대각선,V자형이나 다각형 등 다양한 방법이 응용되고 있다. 15회차 1등으로 170억원의 행운을 안은 당첨자는 7살된 딸에게 제비뽑기를 시켜 선택된 번호로 1등에 당첨됐다.
▲계시파
1등 당첨은 하늘의 계시가 있어야 한다고 강력하게 믿는다. 사주나 띠,별자리 등을 이용해 자신과 맞는 숫자를 찾는가 하면 점집을 찾아 행운 번호를 점지받기도 한다. 52회 추첨 때 대전의 40대 주부는 꿈속에서 만난 아주머니가 알려준 번호를 조합해 3등에 4개 계좌(당첨금 388만7,200원),4등에 40개 계좌(당첨금 15만원),5등 16개 계좌(당첨금 1만원) 등 60개 계좌가 모두 당첨돼 주위의 부러움을 샀다. 보통 꿈은 전통적인 똥꿈이나,돼지꿈,물꿈 등이 선호된다.
▲풍수지리파
1등 당첨자를 배출한 판매점을 찾아내 로또를 구입한다. 강원도의 한 판매점에서는 1등을 배출한 후 또다시 2등이 나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드문 일이지만 똑같은 판매점에서 연속 고액의 당첨자가 나오기도 한다. 이런 트렌드에 힘입어 로또 1등 당첨 배출 판매점 방문기만을 전문적으로 올리는 홈페이지가 개설돼 인기리에 운영되는 사례도 있다.
이렇게 방법은 많지만 로또 1등에는 왕도도 없고 특별한 비결도 없다. 재미로서 게임을 추구하다보면 걸려드는 행운에 기뻐할 날이 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