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주 꿈을 꾸는데 꿈은 자주 나를 이상한 나라로 이끌지 엘리스라는 처녀가 살고 있는 낡은 성 그녀는 긴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나무들과 함께 은밀하게 길들인 숲에서 살지 내 어릴 적 읽었던 숲 속의 동화들은 하나같이 얌전한 공주와 백마를 탄 왕자님 그건 가끔 멋모르게 자라난 사춘기를 비틀 듯 엄마의 자궁에서 떨어져 나온 못생긴 참외배꼽 엘리스 엘리스 어서 문을 열어다오 솔깃한 바람이 숲을 깨우며 휘파람을 불지만 나는 백마를 타고 나타난 왕자가 되어 내 꿈은 들키지 않게 살금살금 우듬지 아래 화장을 짙게 바른 나뭇잎 사이를 밟는데 흰 구슬을 줄까 검정 구슬을 줄까 옹알이를 하며 수작을 거는 마술 어두운 동굴 속 환한 불을 밝힌 말 꿈속에서 나는 말을 타고 활을 쏘며 칼싸움을 벌이지 대적할 상대는 말을 타고 달릴 때마다 모습을 바꾸며 깔깔대며 웃고 있지만 나는 그게 더 큰 세상으로 나가기 위한 성장통임을 알았네 낡은 성에 치렁치렁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처녀는 거울을 보며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지만 나는 그게 세상이라는 거울로 착각했었네 선을 줄까 악을 줄까 거울 속 보이지 않는 입술이 말을 걸어오기 까지 나는 말을 타고 낮선 여행을 떠났네 사과에 독을 탄 세상은 늙고 병들었네 사람들은 쓸모없는 일에 화를 내고 약한 자들에게 비수를 꽂으며 동화처럼 어린아이들을 시장에다 팔아 먹었네 젊은 싯다르타는 보리수 나무 그늘에 앉아 인간은 왜 태어나 죽을까 시를 쓰고 있었네 십자가를 진 젊은 예수는 용서할 힘도 없다는 듯 고개를 늘어뜨린 채 한동안 나를 뚝뚝 보고만 있었네 이게 모두 꿈이라면 철석철석 뺨을 치다가 치마 입은 손뼉을 치며 걸어가는 이방의 뾰족구두 기나긴 터널을 지나 이어폰을 켜는 엘리스 한 손에 칼을 들고 한 손에 총을 든 엘리스 에스카레이트를 타고 죽여주는 자세로 쭉쭉 뻗은 마천루 기적을 쓴 한강이 보이고 여의도 경계를 넘나드는 교곽들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남성을 줄까 여성을 줄까 양성을 믹스한 클라이막스 저주받은 생들이 정작 본인인 줄 모르고 랄랄라 쇼핑을 한다 나는 자주 꿈을 꾸는데 꿈은 자주 경계를 바꾼다 현실과 비현실 돈과 명예와 권력 등 비뚤어진 일탈을 꿈꾼다 자주 밥에다 줄을 선 빵구난 타이어에 허기진 나의 바람을 불어 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