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정학 시대, 과학기술 인재양성 책임질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
김규동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 인재교육본부장
기술적 우위가 글로벌 패권 경쟁을 좌우하는 기정학(技政學) 시대에 저출산, 고령화 등의 인구 위기가 심화하면서 이공계 유입 감소에 따른 과학기술 인재 확보가 국가적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와 사회적 요구에 발맞추고자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이하 KIRD)은 교육의 대상과 분야를 점진적으로 확대해 국가 차원의 R&D 인재 풀을 넓히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러한 기조와 방향은 중소기업 및 대학(원)생 교육 강화, 전략기술 교육분야 확대 등 2024년 KIRD 교육 프로그램에도 반영되어 있다.
본격적인 국가전략기술 프로그램 신설·운영
2022년 우리 정부는 경제, 외교, 안보 등의 관점에서 미래 성장과 기술주권 확보를 위한 12대 국가전략기술을 선정한 바 있다. 또 지난해 말에는 ‘국가전략기술 인재확보 전략’을 발표하며 최고급 인재의 효율적 양성·확보를 통해 양적 부족 문제를 질적 향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에 KIRD도 산·학·연과의 협력을 통해 전략기술 분야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운영한다. 우선 ‘반도체’와 ‘사이버 보안’은 관련 분야 특성화대학 소속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한 직무교육으로 시행한다. 연구·산업현장에 즉시 투입 가능한 인재 양성을 위해 실습 중심의 교육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특히 사이버 보안의 경우 실전형 훈련장을 갖춘 한국인터넷진흥원과의 협력을 통해 ‘시나리오 기반 침해사고 모의 훈련’, ‘현업 전문가와의 교류활동’ 등을 올해 신설했다.
‘우주’와 ‘양자’는 중소기업 등 산업계 종사자 대상으로 교육을 제공한다. 2016년부터 KIRD에서 운영한 ‘우주산업 인력 양성사업’은 온·오프라인 교육 및 해외연수로 구성되어 있으며, 연평균 1,000여 명이 수료하고 있다. 올해는 해외 진출을 희망하는 우주 산업체의 수요를 반영해 ‘우주산업 기술 마케팅’ 교육을 신규 개설하고, 이와 연계한 <2024 Space Tech EXPO(5/13~15, 미국)> 참관 해외연수를 진행한다.
양자의 경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로부터 지정을 받아 2024년에 처음으로 진입하는 전략기술 교육 분야이다. 양자 산업의 전략적 포지션, 현재의 기술 수준 등을 고려해 산업인력 대상 교육체계 수립부터 교육과정 개발·운영, 교육 활성화를 위한 강사 양성 프로그램까지 추진할 계획이다. 이러한 교육 기반 조성을 통해 우수 인재를 양성·유치하고, 궁극적으로 양자정보과학 발전의 선순환 구조 확립에 기여하고자 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운영 중인 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출연연) 및 공공연구기관 재직자 대상의 ‘AI 통합교육’은 올해 3년 차를 맞이하고 있다. 연구자들이 실제 연구 프로젝트에 AI 기술을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실습 중심의 오프라인 교육과 기초이론 및 연구동향 중심의 온라인 교육을 통해 지난 2년간 6,600여 명이 수료했다. 올해는 전년 대비 21개 과정이 증가한 73개 과정을 제공하며, 특히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생성형 AI 분야’를 추가했다. 또한 이 교육을 통해 습득한 지식과 기술을 활용해 혁신적인 성과를 거둔 연구개발 우수 사례도 적극적으로 발굴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KIRD는 첨단바이오, 이차전지 등의 최신 동향에 관한 온라인 콘텐츠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으며, 차세대 원자력을 비롯한 국가전략기술 분야 인력 양성에서의 역할을 확대하고자 다양한 준비를 하고 있다.
장애 대학(원)생, 외국인 유학생도 교육 대상
지난해 초 과학기술정책연구원에서 발표한 <과학기술정책 브리프(2023년 2월호)>에 따르면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2050년에는 이공계 석·박사 과정생이 현재의 절반 이하로 감소할 전망이며, 따라서 대학원의 여건과 역량에 따라 학문 중심과 실무·현장 중심을 구분해 인력을 배출할 필요가 있다. KIRD도 이러한 위기를 엄중하게 인식하고, 전국 이공계 대학(원)생 및 미취업 청년을 위한 실무 중심 프로그램을 ‘팀 프로젝트’, ‘현장실습’, ‘멘토링’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특히 국가R&D 인력 풀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장애 대학(원)생과 국내 정착을 희망하는 외국인 유학생 지원에 앞장서고 있다.
2022년에 시작한 ‘포용성장 전문연구인력 양성사업’은 우수한 잠재력을 지닌 장애 보유 이공계 대학(원)생을 본인이 희망하는 출연연 및 공공 연구기관과 매칭, 직무실습과 연구과제 수행을 통해 R&D 역량 및 연구 현장 이해도를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한 장애인 현직 연구자 특강 및 네트워킹으로 구성된 ‘연구기관 탐방 캠프’와 장애 유형, 희망 진로, 전공 등을 고려한 ‘경력개발·진로설계 멘토링’ 등도 실시한다. 올해는 장애·비장애 학생으로 구성된 팀 프로젝트 연구활동 프로그램을 신규로 기획해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임과 동시에 장애 대학원생의 실제 연구 현장 진입 장벽을 해소할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이와 동시에 이공계 장애 대학(원)생의 규모와 전공, 진로 및 경력개발 현황, 과학기술계 진출을 위한 R&D 역량개발 수요 등이 포함된 실태조사도 정부 부처와 협력해 지속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최근의 이공계 우수 인재 이탈에 따른 국내 과학기술인력공급 부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국내에 유학을 온 외국인 이공계 청년에 관한 관심도 자연스럽게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KIRD는 국내 정착을 희망하는 외국인 유학생 대상의 경력개발 교육을 본격적으로 실시한다. 지난해 10월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와 공동주관으로 개최한 <2023 글로벌 과학기술 HRD 포럼>에서 외국인 청년 과학기술인 확보 및 지원방안, 국내 취업 노하우 및 정착 성공 사례 등을 발표하며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올해부터는 ‘외국인 유학생 경력개발 교육’을 정규 프로그램으로 개설해 석·박사 과정생 또는 박사후연구원으로 재직 중인 외국인 청년들이 한국에서 경력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사전 수요 조사를 통해 외국인 유학생들이 가장 관심 있는 분야를 교과목으로 선정하고, 이를 통해 국내에서 공부한 우수한 외국 인재들이 우리나라의 R&D 현장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유도하고자 한다.
이와 같은 교육 프로그램 외에도, KIRD는 과학기술인의 자발적 학습을 촉진하고 국가전략기술 등에서 기관 간 공동·융합연구의 환경을 제공하고자 다양한 전공과 소속의 재직자로 구성된 학습 모임을 지원하는 ‘러닝랩’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전문지식과 노하우를 보유한 은퇴 예정 과학기술인 간의 학습 공동체를 통해 사회 재참여를 유도하며 국가적인 부가가치 창출에 기여할 수 있도록 ‘리빌드업 러닝랩’ 트랙도 신설할 예정이다. 앞으로도 KIRD는 기술경쟁, 저출산·고령화 속에서 시대와 사회가 요구하는 과학기술 인재 양성에 책임감을 가지고 적극 나설 것이다.
김규동 | kdkim@kird.re.kr |
고려대학교 사범대학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교육공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 미래전략실장, 인재교육총괄실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인재교육본부장으로 재직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