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분야 외국인 인재의 전략적 유치와 활용
박수빈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부연구위원
여전히 부족한 우수 인재 유치·활용 기반
우리나라의 저출산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인구 감소와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의 변화로 인해 생산가능인구가 급감하고, 2040년 이후 우리나라의 장기 경제성장률이 연평균 0%대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이에 따라 내국인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노동력 부족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우수한 외국인 인재를 유치하고 활용하는 것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과학기술분야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기존의 신규 인력양성 중심의 정책은 한계에 봉착했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미래 연구개발인력 자원인 이공계 석·박사과정생의 신규 유입은 큰 폭으로 감소하고, 과학기술인력의 수요와 공급 격차도 점차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 시대에 국가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기 위해 과학기술인력 확보는 최우선 과제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학기술분야 외국인 인재를 유치하고 활용하는 것에 대한 당위성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 국가경쟁력평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해외 고급인재 유치 매력도’는 64개국 중 47위에 그쳤다. 우리나라의 우수 인재 유치·활용 기반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평가받고 있다.
해외 주요국의 우수 인재 확보 경쟁과 정책들
그렇다면 해외 주요국은 과학기술분야에서 우수한 외국인 인재를 유치·활용하기 위해 어떤 정책을 펼치고 있을까?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은 핵심기술 분야의 전문기술을 가진 우수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개방적이고 적극적인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특히 장기 정주·정착을 유도하기 위해 정주 여건 개선, 영주권 취득기준 완화 등의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유치된 외국인 인재… 한국 잔류는 매우 저조, 국내 활용 기반 부족
우리나라는 장학금, 인건비, 국제협력 지원 등 정부 부처 개별사업 중심으로 과학기술분야 외국인 인재를 유치하고 있다. 최근 첨단분야 인턴 비자 도입, 과학기술분야 우수 인재 영주·귀화 패스트트랙 시행, 네거티브 방식 전문인력 비자(E-7-S) 신설 등 우수 외국인에 대한 체류자격(비자) 제도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우리나라 과학기술분야 외국인 인재의 양적 규모는 점진적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유치된 외국인의 장기체류를 위한 정주 여건이 미흡하고, 노동시장에서 활용하기 위한 체계적 기반이 부족한 상황이다. 실실제로 한국직업능력연구원 국내 신규박사학위취득자 조사(2020)에 따르면 국내 외국인 이공계 박사취득자의 국내 학위 취득 목적 중 ‘한국 내 일자리를 얻고 싶어하는 비중(2.3%)’은 매우 낮았으며, ‘졸업 후 본국으로 돌아가거나 제3국으로 이주하고자 하는 비중(47.0%)’이 높았다. 또한 이민정책연구원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교수(E-1) 및 연구(E-3) 비자를 취득한 외국인 연구자의 상당수는 장기 정주 및 정착에 실패해 한국을 떠나고 있다. 외국인 연구자는 ‘거주(F-2)나 영주(F-5) 비자 취득 어려움’, ‘낮은 처우’, ‘기관 내에서 제한될 역할과 낮은 승진 가능성’, ‘자녀 양육·교육의 어려움’ 등을 한국을 떠나는 주요한 이유로 언급했다. 이외에도 ‘유학생 국내 취업지원 부족’, ‘기업의 인력 채용 시 외국인 인력에 대한 정보 부족’, ‘국내 과학기술분야 외국인 인력 규모 및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신뢰도 높은 통계 부족’ 등 우수 외국인 인재를 국내 노동시장에서 활용하기 위한 체계적 기반도 부족하다고 제시했다.
외국인 인재의 전략적 유치·활용 기반 강화 방안은?
과학기술분야 외국인 인재의 국내 유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핵심 기술·산업분야 중심으로 외국인 수요를 구체화하고, 국내 노동시장 인력수급 현황을 고려해 체계적·장기적 관점에서 전략적으로 유치해야 한다. 이보다 더 중요한 요소로, 유치된 외국인 인재를 국내 노동시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첫째, 과학기술분야 석·박사 유학생의 유치와 활동을 연계한 패키지 사업 추진 등 국내 취업·연구 활동을 전제로 한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국내에 체류 중인 외국인 연구개발인력의 연구 활동과 국내 생활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제도 개선과 함께 전담조직 설치도 필요하다. 우수 인재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배우자의 취업 활동 기회를 확대하는 등 다양한 경제활동을 허용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며, 특히 외국인 박사급 인력이 국내에서 경력 경로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미국, 영국 등 주요국과 같이 기존 박사후연구원 지원사업 지원대상의 ‘국적 제한을 완화’하거나, 외국인 박사후연구원 전용 신규사업 신설을 검토해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국내에서 연구개발 활동 경험이 있는 외국인 연구인력에 대한 정보를 DB화해 시스템을 구축하고, 활용·처우 등에 대한 정기적인 실태조사를 추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를 통해 국내에 체류 중인 외국인 핵심 연구자 현황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인구절벽 시대, 곧 다가올 인재난에 대비해 기존의 과학기술분야 외국인 우수 인재를 단순히 유치하는 것을 넘어서 국내 노동시장에서의 활용을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박수빈 | psoobin@kistep.re.kr |
강원대학교 자원공학 석사학위를 마치고, 현재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인재정책센터 부연구위원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과학기술인력 정책 기획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
월간 <과학과기술> 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