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사상에서 가져온 한반도평화연구원 장혜경 부원장님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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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이혼, 재혼 등 최근의 가족 변화와 그 시선
생각해보기
가족은 가족 구성원 각자가 기본적이고도 안정적인 삶을 시작할 수 있는 곳으로, 한 국가의 철학이나 정책 패러다임의 중심에는 가족이 자리하게 마련이다. 따라서 제도적 차원에서 규정하고 있는 가족의 개념과 범주는 가족에 대한 그 사회의 가치관이나 행동 등의 변화에 대한 고민과 정책 실행들이 맞물리면서 사회적 개념으로서의 가족 변화가 반영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가족과 관련된 현행법인 민법과 건강가정기본법, 그리고 헌법상 가족 개념을 통해 가족의 범주와 개념정의를 살펴볼 수 있다. 우선 2005년에 개정된 민법에서는 호주를 중심으로 하는 부계 혈족주의를 탈피하면서 일정 범위의 인척이 가족이 될 수 있도록 가족의 범위를 규정하여, 생계를 같이하는 특정한 범위에 해당되는 인척, 배우자의 직계혈족과 배우자의 형제자매를 가족으로 포함시키고 있다. 그리고 건강가정기본법은 가족의 생활 단위로서 가정이라는 개념을 견지하는 가운데 생활 공동체라는 넓은 의미의 가정을 기본 단위로 상정하고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반영하고 있다. 헌법에서는 가족의 개념과 범위에 대해 별도의 정함이 없이 ‘가족 생활’로만 규정하고 있다.(헌제, 2005. 2. 3. 2001헌가9)
이러한 법들은 가족의 변화를 담아내고는 있지만, 민법이 혈연 중심으로 가족의 범위를 정의하고 있기 때문에 가족에 대한 법적 개념과 사회적 개념과는 차이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이러한 간극을 좁히는 차원에서 법령의 개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대표적인 예로 사실혼의 법적 문제와 관련하여 건강가정기본법의 개정, 출생신고와 관련하여 민법이나 가족관계등록법의 개정 등을 들 수 있다.
가족에 대한 사회적 개념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먼저 가족과 관련된 사회적 현상을 살펴보아야 한다. 우선 지금까지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었던 생애 주기가 더 이상 표준으로 기능하지 못하는 점을 들 수 있다. 다시 말해 남녀 모두 성 역할 규범과 연령 규범에 따른 결혼과 출산, 자녀 양육이라는 표준화된 생애 주기를 따르지 않거나, 이를 이행하지 못하는 인구층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출산율이 급격히 하락하고 다양한 형태와 방식의 결혼이 성행하면서 세대별, 성별, 계층별 이질성이 커지고 있으며, 혼인 연령의 지속적 증가와 비혼 인구의 급격한 확대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변화들은 가부장적 특성의 약화를 보여줌과 동시에 결혼의 형태와 가족을 구성하는 방식이 다양해졌으며,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졌음을 보여준다.
또한 가구의 형태와 크기의 축소는 가족의 관계와 삶의 질에 관한 관점이 변화된 결과로 나타났다. 한 예로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면서 여성에게 집중되었던 가사와 돌봄의 역할을 분담해야 할 필요가 있는데, 가족이 이에 충분히 조응하지 못하면서 출산을 미루거나 최소화하도록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현상들은 경제적 요인이나 문화적 요인으로 인해 전통적인 방식의 혼인이 아닌 다양한 선택을 하고자 하는 경향을 증가시킴으로써, 가족이 더 이상 법적인 혼인이나 혈연에 기반하여서만 정의되기가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좀 더 구체적으로 혼인 관련 현상과 이러한 현상을 가져오게 된 결혼 가치관의 변화를 통해 나타나는 세대별/형태별 변화를 통해 파악해볼 수 있다.
혼인 관련 현상의 변화
혼인에서의 주요 변화는 혼인 건수의 감소와 만혼이다. 초혼 혼인 건수는 1995년까지 한 해 약 40만 건 정도였지만, 2000년대 들어 감소하여 2019년에는 23만 9,200건에 이르렀다. 평균 초혼 연령의 지속적 증가는 만혼이라는 결혼 시기의 변화를 가져왔다. 남성의 평균 초혼 연령은 1998년 28.8세였는데, 2009년 31.4세, 2019년 33.4세로 지난 10년 사이 2.0세 정도 높아졌다. 여성의 경우에도 지난 10년 사이 28.7세에서 30.6세로 1.9세 정도 높아져 남성과 여성 모두 평균 초혼 연령이 30세를 넘어섰다. 이렇듯 한국의 결혼 추이는 결혼의 횟수 자체가 감소하고 그 시기가 늦어짐으로써 새로운 가족의 형성이 줄어들거나 늦어지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표 1>, <그림 1>, <그림 2>)
평균 재혼 연령 또한 남성의 경우 1998년 41.6세, 2009년 45.7세, 2019년 49.6세로 높아졌으며, 여성 또한 36.9세, 41.1세, 45.2세로 증가세를 보여 향후 재혼 연령대 또한 지속적으로 높아질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표 1>, <그림 2>) 또한 평균 이혼 연령은 여성의 경우 1998년 36.0세, 2009년 40.7세, 2019년 45.3세이며, 같은 기간 남성은 39.7세, 44.5세, 48.7세로 나타냈다.
이혼 건수는 2008년 11만 6,535건, 2018년 10만 8,694건, 2019년 11만 800건을 나타내고 있다. 초혼의 감소로 인해 이혼 건수 또한 감소 추세이나 총 혼인 건수 대비 이혼 건수는 매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이혼의 증가와 함께 가족의 형성과 유지 자체는 어려워지고, 가족 형성의 경로는 복잡해지는 방향으로 한국 사회가 변화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가족의 형성과 유지, 확대의 중요한 지표인 출산율을 볼 때 한국은 심각한 저출산 국가로서 한국에서 가족의 형성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1984년 합계출산율 2.1명 이하로 저출산국에 진입한 우리나라는 2001년 합계출산율 1.3명을 기록하며 초저출산국으로 진입하였다. 2018년 기준 합계출산율은 0.98명으로 출산율이 낮아지는 추세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이혼은 혼인 관계의 해체를, 재혼은 가족의 재형성을 의미하므로 초혼・재혼・이혼 연령, 합계출산율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보면, 한국의 가족은 그 형성 자체나 경로 등이 매우 복잡해지고 있음이 거듭 확인된다. 이러한 혼인 관련 현상은 결혼 가치관의 변화와 관련이 깊다.
결혼 가치관 및 문화의 변화
통계청의 사회조사 시점별로 보면 1998년의 경우 결혼의 필요성에 대한 동의 비율이 73.5%로 가장 높았으나, 2018년에는 48.1%로 가장 낮게 나타났다. 즉 결혼의 필요성에 대한 한국인의 의식은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낮아졌고, 결혼에 대한 반대 의견이나 유보적인 견해는 상승하는 추세를 확인할 수 있다.
남성과 여성을 구분하여 살펴보면,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라고 생각하는 비율은 2018년 기준 남성 52.8%, 여성 43.5%이다. 1998년에 남성 79.5%와 여성 67.9%가 동의한 것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치이다. 특히 남성에 비해 여성은 결혼을 꼭 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한 동의 비율이 낮고, 결혼 거부에 대한 동의 비율은 높다.
이혼에 대한 강한 반대는 1998년에 60.3%로 가장 높았으며, 2018년에는 33.2%로 강한 반대의 비율이 낮아짐을 확인할 수 있다. 재혼에 대한 태도 또한 1998년 19.2%에서 2018년 14.8%로 부정적 태도가 감소하고 있다. 이혼의 경우 ‘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생각하는 비율은 2018년 기준 남성 37.9%, 여성 28.6%이다. 1998년의 조사 결과(남성 63.7%, 여성 60.3%)와 비교하면 이혼 반대 태도는 매우 낮아진 것으로 드러났다. 결혼에 대한 태도처럼 이혼에 대한 태도도 가족의 형성과 유지, 확대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경향을 보여준다. 한편 재혼에 대한 태도 또한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2018년 14.9%로 낮게 나타나고 있다.
외국인과 결혼해도 상관없다고 찬성한 비율은 2008년 56.0%에서 2018년 65.9%로 증가하였다. 결혼을 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찬성한 비율은 2008년 21.5%에서 2018년 30.3%로 증가하였다.
국회미래연구원은 2019년에 국민 3,000명을 대상으로 2050년 미래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가족과 관련된 사항으로는 혈연 중심의 가족을 넘어 다양한 유형을 가족으로 인정하자는 의견, 사회문화적 동질성을 유지하기보다는 다양성을 확대하자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20대에서 비혈연가족을 인정하고 다양성을 추구하자는 비율이 높았는데, 30년 이후의 미래를 조망한 결과이지만 지금의 추세대로라면 가족 관계의 변화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렇듯 혼인과 관련된 인식의 변화와 결혼에 관한 가치관의 변화는 가족의 세대수나 형태로 반영되면서 가족을 변화시키는 실체로 드러나고 있다.
세대별·형태별 분포의 변화
최근 20년간 가구의 세대수 분포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1인가구의 증가이다. <그림 4>에 나타난 바와 같이 2000년 15.5%에서 2016년에는 27.9%로 크게 증가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다음으로 눈여겨볼 지점은 1세대 가구의 증가와 2세대 가구의 감소인데, 1세대 가구 중 부부만으로 구성된 가구는 2000년 12.3%에서 2017년 15.9%로 증가하였고, 2세대 가구 중 부부와 미혼 자녀로 구성된 가족은 2000년 48.2%에서 2017년 31.3%로 줄어들었다.
이러한 현상은 여러 세대가 함께 거주하는 가족 형태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그 자체로는 가족이라고 할 수 없는 1인가구가 가족 형태의 하나로 사회의 전면에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2017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네 가구 중 한 가구가 1인가구였으며, 2025년에는 세 가구 중 한 가구가 1인가구로 예상되어 향후 1인가구가 주된 가족 유형이 될 것으로 예측되었다. 한국 가족 형태에서 1세대 부부 가족처럼 초핵가족 형태나 1인가구 같은 비가족(non-family) 형태 등이 증가하는 것은 고령화 추세와 함께 다양한 생애 단계에서의 가족 형성, 확대, 해체 등이 반영되는 사회체계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변화를 보는 시선
시간이 흐를수록 한국인들은 결혼을 꺼리고, 결혼을 해도 자녀 출산에 소극적이어서 이를 최소화하고, 가족 유지를 절대 규범으로 여기지 않아서 이혼을 반드시 기피하지도 않는다. 또한 비제도적인 남녀 관계와 이를 통한 자녀 출산, 외국인과의 결혼에 대해서도 수용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결혼에 대한 전통적인 인식에서 벗어난 이러한 추세는 가족 형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더욱이 고도 정보화 사회에서 온라인 속에서 자라고, 유튜브, 트위터, 페이스북으로 세계와 연결되어 있으며, 인터넷이 존재하지 않은 세계를 생각할 수 없는 디지털 세대들의 기대 및 행동과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에 따라, 가족의 개념과 형성은 더욱 더 새로운 양상을 나타낼 수 있다.1 생활로봇의 상용화와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의미, 가족으로서의 애완동물의 위치 등은 인간 이외의 가족 구성원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주면서 혁명적 가족 개념을 나타내고 있다.
가족의 다양한 형태들은 가족의 새로운 의미와 관계 형성을 보여주고 있다. 개인 위주의 사고방식과 개인화라는 거시적・시대적 맥락은 사람들로 하여금 결혼과 가족, 출산을 훨씬 유연한 방식으로 인식하도록 했으며, 혈연관계 자체의 확대를 기피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현상에서 근본적으로 관계에 대한 가치관의 출발이 ‘자기 자신’이 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따라서 모든 관계의 출발을 ‘나’로부터 시작할 경우, 내가 선택한 관계는 그렇지 않은 관계보다 좀 더 큰 의미를 가지게 된다. 반면 내가 선택하지 않은 혈연관계 중 조부모, 부모 등 관계에서는 전통적 가족에서의 혈연관계가 부여하는 의무와 책임을 그대로 전승받기를 원하지는 않는 것이다. 더욱이 우리가 살아가는 정보사회는 디지털 소통의 특징인 비대면성, 개별성, 확장성을 기반으로 자유롭고 가벼우면서도 느슨한 인간관계를 확산시키고 있기 때문에 가족의 개념 및 형태 혹은 삶의 방식 등은 더 다양하게 나타날 것이다.
따라서 가족의 변화는 기존 가족의 해체가 아니라 가족 자체가 자기보존을 위해 사회적 변화를 적절하게 수용하고 재구조화를 통해 유연하게 대처해나간 결과라고 말할 수 있다. 이는 가족이 다양한 형태를 나타내면서 여전히 소통하고 관계하는 모습에서 보듯이, 지금까지 말해온 소위 ‘정상 가족’ 혹은 ‘표준 가족’이 재구성되고 이에 따른 새로운 소통 방식이 출현했다는 의미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삶의 현장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가족과 그 구성원들의 가치관을 인정하고 공존하는 삶이다. 가족의 변화는 부모세대, 자녀세대 모두에게 가족에 대한 상이한 개념과 사유체계를 갖도록 만들었고, 현상적으로 드러나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은 기존과는 다른 소통 방식과 관계를 요구하면서 개인들의 연대를 통한 소통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우리 기독교인은 하나님 나라가 이미 시작되었다는 믿음과 소망에 입각하여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어떠한 가치관이든, 어떠한 모습의 가족을 이루고 있든 우리의 판단은 복음의 소망과 능력에 뿌리내리고 있는 것이어야 한다. 많은 교회가 이와 같은 가족 변화의 흐름을 직시하지 않고 기존 가부장적 질서의 해체로 의식하고 부모와 자녀로 이루어진 가족만을 정상으로 여기거나 남녀 관계에서 결혼만을 하나님의 뜻으로 여기는 문화를 유지하고자 한다면 성별, 세대 간 소통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이혼의 문제도 그러하다. 이혼의 상처와 절망감, 한부모 가족의 어려움 등의 이슈에 대해 교회는 다른 사람의 삶의 맥락을 이해하고 존중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1 현재 우리 사회는 비혼, 이혼, 졸혼, 결혼 안식년, 동거, 따로 살기, 비혼 부모, 무자녀 가족, 한부모 가족, 다문화 가족, 공동체 가족, 사이버 가족, 딩커 가족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장혜경 | 사회학을 전공하였다. 대표적 연구 논문으로 “가족의 미래와 여성가족정책전망연구(2011-2014)”가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으로 재직하였으며, 현재는 (사)한반도평화연구원 부원장으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