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공사 ‘부채공룡’서 ‘몸짱’으로 변신 중
1년 만에 흑자전환, 올해 3조6천억원 부채감축 목표
SH공사 이종수 사장(사진: SH공사 제공)
2014년 새해 아침부터 정부는 ‘공기업 개혁’이라는 칼을 빼들었다. 그동안 방만한 관리 등으로 인해 곪을 대로 곪은 현재의 공기업엔 구조개혁이라는 큰 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에서다. 이에 따라 공기업들은 혈관과 복부에 쌓인 지방을 제거하듯 강도 높은 경영 정상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거 ‘부채 공룡’으로 불리던 서울시 SH공사가 최근 강도 높은 내부 개혁을 통해 ‘몸짱’으로 거듭나고 있어 주목된다.
◆2년 6개월 만에 채무 3조2천억원 감소
서울시 SH공사(사장 이종수)가 최근 2년 6개월 동안 채무 3조2000억원을 줄이며 경영 정상화에 한 발 다가섰다. 여기에 올해 추가로 3조6000억원의 채무를 감축해 올해 말까지 7조원 수준까지 줄인다는 방침이다.
과거 SH공사의 실적 부진은 부동산 개발사업 부진과 PF사업 손실이 주된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뉴타운 개발 공약을 이행하기 시작하면서 은평‧길음 등 시범지구 개발이 본격화돼 토지 보상비가 급증했고, 청계천 개발에 따른 이전지인 동남권유통단지에 대한 보상이 이뤄지면서 빚이 급격히 증가한 것. 여기에 1조7000억원이 투입된 가든파이브 분양 사업이 실패한 것도 SH공사의 부채 증가에 한몫했다.
특히 SH공사가 지난해 5개 PF사업에서 기록한 손실은 총 306억원으로, 대표적인 사업장은 △은평뉴타운 중심상가 개발 △우면산터널 △세빛둥둥섬 △서울동남권 물류단지 △용산국제업무지구 등이 있다.
이에 SH공사는 지속적인 채무감축과 경영효율화를 추진해 지난 2011년 13조5000억원 수준까지 증가된 채무액을 지난 2년 6개월여간 3조2444억원을 줄였다. 2002년 2408억원에서 2011년 10월 13조 5000억원까지 늘었던 채무가 2013년 말 10조7000억원, 올해 4월말 현재 10조3000억원으로 확고한 감소세로 돌아선 것.
SH공사 관계자는 “이러한 추세가 이어질 경우 2011년 10월 13조5000억원에서 올해 말 7조원 수준의 채무액을 기록해 2011년 10월 이후 최대 6조5000억원 이상 감축하게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채무감축에 따라 연간 이자 부담이 2011년에는 5476억원, 일일평균 15억원이었던 것이 2013년에는 4191억원으로 줄어 연간 1285억원이 감소됐고, 하루 이자는 약 3억5000만원씩 절감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마케팅 중심’ 정책으로 택지매각‧미분양해소 주력
채무감축 과정과 여건이 순조롭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경기침체로 인한 PF사업 해지, 주택 미분양 발생 등 장애요인이 산재했으나 공사 측은 공격적인 대책으로 놀라운 채무감축 실적을 이뤄냈다.
일례로 SH공사는 은평지구 중심상업지 PF사업 해지로 인해 발생한 우발채무를 떠안았으나, 해당토지에 대한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2013년 12월~4월까지 대부분을 다시 매각했다. 이와 함께 2013년에 발생한 미분양주택은 1517세대에 달했으나, 선납할인, 분양대행 등 민간분양기법을 과감히 처방해 2014년 5월 현재 미분양주택 수를 260세대 이하로 줄이는 등 채무감축 장애요인을 극복하는 저력을 보여주었다.
이 같은 결과는 공사의 ‘소통과 협업’ 경영에서부터 시작된다. 2년 전부터 SH공사는 서울시와 소통과 협업을 통해 경영을 혁신하고 마케팅을 강화해 수입창출과 예산 및 비용절감에 주력해왔다.
SH공사와 서울시는 채무감축을 위해 부시장을 단장으로 하는 ‘채무감축 T/F’를 구성해 수익창출·비용절감 등 채무감축 방안을 모색해왔으며, 채무가 많은 SH공사 택지매각에 대한 불합리한 제도개선 및 마케팅 전략을 개발해 시행했다.
SH공사 관계자는 “재정건전성 강화를 위한 현장시장실을 두 차례 개최하고 기업의 투자유치를 위한 의견수렴과 설명회를 통해 매각대금 납부조건 완화, 공공기여 개선 등으로 기업부담을 덜어주는 택지매각 촉진대책을 마련해왔다”며, “그 결과 2012년 대비 400%이상의 토지·주택 매출 신장세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마곡, 문정, 은평지구 등의 택지매각에 주력한 것도 현재의 부채감축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마곡지구는 산업단지의 경우 LG, 코오롱 등 대기업에 이어 중소기업들이 입주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해 2011년 10월부터 2014년 4월말까지 3조180억원(152필지)의 토지를 매각했다.
문정지구는 개발계획 변경, 토지대금 납부조건 완화 등을 통해 당시 공공용지를 제외한 상업·업무 용지를 완판한 바 있다. 문정지구는 2011년 10월부터 2014년 4월 말 현재까지 1조3864억원(40필지)의 토지를 매각했다.
은평지구는 수년간 미분양으로 방치됐던 600여 세대에 대해 대금 납부조건 완화, 선납할인 및 현장시장실 운영 등을 통해 매매 또는 전세로 완판한 바 있으며, 2011년 10월부터 2014년 4월 말까지 4479억원(63필지)의 토지를 매각했다.
◆다양한 특화주택 개발 팔 걷는다
SH공사는 채무감축과 재정건전성 강화를 위해 ▲융복합형 인사 시스템 ▲현장중심 인력배치 ▲외부전문인력 채용을 통해 채무감축목표달성을 위한 핵심과제인 마케팅 활성화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이와 관련 마케팅 담당부서에 마케팅 전문가·개발계획·보상·설계분야 인력을 연결해 마케팅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으며, 향후 마케팅 분야 외 공사업무 전체적으로 관련 분야가 함께 융화돼 현안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사 시스템을 확대 운영하고 있다.
또 마케팅을 통한 채무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토지매각사업 TF단을 구성, 20여 명의 인력을 기업체 방문 등 수요자 발굴 현장에 투입함으로써 마곡지구, 문정지구 등 대규모 지구의 토지 판매를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12명의 외부 마케팅 전문가를 채용해 마케팅 인적 네크워크를 활용하고, 기존 공사 직원의 마케팅 마인드를 제고하고 있다.
SH공사는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위해 다양한 특화주택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공공청사를 리모델링한 갈현동 기숙사, 모듈러 공법을 적용한 공릉동 기숙사, 지방 출신 대학생을 위한 내발산동 기숙사 등을 건설 공급해 대학생들의 주거 불안정을 해소하고 있다. 이 밖에도 방범 및 보안을 강화한 1인 여성 전용 천왕동 여성안심주택, 공동육아를 목적으로 세대원을 구성한 가양동 협동조합주택, 노약자 등 의료 취약 계층에게 신속한 의료 지원이 가능한 신내동 의료안심주택 등을 건설해 다양한 수요자 맞춤형 주택을 공급하고 있다.
SH공사 관계자는 “이 외에도 효율적이고 강도 높은 채무감축 노력을 통해 올해 연말까지는 채무잔액을 최소 7조원 이하까지 낮출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