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화접] 제7장 -6 ★ 공기의 흐름을 놓치지 말아라!
■ 철화접 1권 제7장 반점(飯店)의 혈투(血鬪) -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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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독하게 마음을 추스리는 순간 흑우의 전음이 귓속을 파고 들었다.
(이러다가는 내공이 먼저 고갈될 것이오. 잠영보를 시전하여 저 문으로 뚫고 나갑시다.)
(알았어요. 내가 앞장설 테니 뒤를 맡아줘요.)
(가시오.)
스스스―!
두 사람의 신형이 흔들하는가 싶더니 희미해져갔다.
"잠영보다! 공기의 흐름을 놓치지 말아라!"
혈영마검은 잠영보를 알아보았다. 그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크아악!"
혈의인들의 비명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문! 문 쪽으로 가고 있다. 기척을 찾아내지 못하면 허공이라도 베라! 어서!"
목이 터져라 고함을 질러대던 혈영마검이 직접 거동을 시작했다. 쏜살처럼 날아가 문을 가로막은 것이다. 그의 손엔 핏빛이 물씬한 검이 쥐어져 있었다.
바로 그 순간 낭랑한 여인의 음성이 귓전을 간지럽혔다.
"비켜! 이 흡혈귀야!"
혈영마검은 풋풋한 여인의 체취를 감지했다. 놀랍게도 바로 자신 의 코앞이었다.
그는 침착했다.
츄― 악!
과연 혈풍추살대주로 추호도 손색이 없는 쾌속의 검법이었다. 섬 광 같은 빠르기로 그의 검이 열두 번을 종횡으로 그어 허공을 난 자해 버렸다.
쨍, 쨍!
예닐곱 번의 마찰음이 혈영마검의 검에서 울렸다.
"무시무시한 검법이로구먼."
철화접이 모습을 나타냈다. 문을 뚫고 나가려던 애초의 뜻은 혈영 마검에 의해 좌절됐다.
그러나 혈영마검은 성치 않았다. 허리와 어깨부위의 전포가 길게 베어져나갔고, 그곳에서는 굵은 핏줄기가 뭉클뭉클 쏟아져 나왔 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혈영마검은 직접 겪었으면서도 믿기지 않았다. 자신이 신분도 알 수 없는 여인과의 일전에서 이런 낭패를 당했다는 것이 현실로 인 식되지 않았다.
그는 검은 두건을 뒤집어 쓴 여인의 전신을 훑어보았다. 소맷단 한 조각이 떨어져나간 것 외에는 접전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 다.
엄청난 충격이 전신을 꿰뚫고 지나갔다. 전혀 예상치 않았던 곳에 서, 전혀 상상도 해보지 않았던 상대에게 그는 생애 첫 패배의 쓰 라림을 경험한 것이다.
"다시 한 번 겨루어보자. 이번엔 최선을 다 하겠다."
혈영마검은 노기를 삭이며 마음과 자세를 가다듬었다. 평생을 무 도정진에 전념해 온 무인의 면모를 혈영마검은 치욕적인 순간에 되찾은 것이다.
철화접의 입에서도 더 이상 조롱이나 비아냥은 나오지 않았다. 겉 보기와는 달리 그녀 역시 혈영마검과의 접전에서 가볍지 않은 내 상을 입은 터였다.
잠영보를 과신한 나머지 수비엔 무심하다가 혈영마검이 자신을 정 확히 찾아내 마검을 펼치자 내공의 운용이 원활치 않은 상태에서 충돌이 이루어져 그 여파로 기혈이 순간적으로 역행하는 내상을 입은 것이다.
철화접은 목젖까지 치밀고 올라오는 비릿한 선혈을 암암리에 꿀컥 삼키며 한 발 한 발 혈영마검에게 다가갔다.
외견상 자신보다는 혈영마검의 상태가 더욱 타격을 받은 듯 보이 니 이 기세를 타야 된다는 생각에서였다.
그 사이 흑우는 자신의 안위보다는 혈영마검과의 일전에 신경을 집중하고 있는 철화접을 혈의인들의 공세에서 보호하느라 발바닥 이 부르트도록 동분서주해야만 했다.
"본인이 평생 심혈을 기울여 익힌 수라십이마검을 펼쳐내고자 하 니 너는 대비해야 할 것이다."
혈영마검은 이제 분노나 치욕의 감정에서 완벽하게 벗어나 오직 승부에 목숨을 거는 무인 본연의 경지에 몰입해 있었다.
"......!"
철화접의 눈빛과 혈영마검의 눈빛이 허공에서 얽혀들어 기세 싸움 을 시작했다.
'진기의 흐름이 엉망이 되어버렸다. 그렇다면 방법은 오직 하나. 초식의 변화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실전경험이라곤 풍산오서, 그리고 귀곡삼흉과의 싸움이 고작인 철 화접이었으나 건곤일척의 승부를 가늠하는 중차대한 순간에 내려 진 그녀의 판단은 정확했다.
"나 또한 가장 많은 시간을 들여 익힌 주방오대도법으로 귀하의 벽을 넘어보겠소."
무도인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는 혈영마검에게 철화접은 나름대로 의 예우를 갖추었다.
둘 사이에 형성된 팽팽한 긴장감이 장내를 뒤덮자 혈의인들은 모 두 공세를 거두고 혈영마검을 주시했다.
덕택에 흑우도 숨을 돌릴 수 있게 되었다. 그도 긴장된 시선으로 철화접을 주시했다.
그는 몸의 긴장을 풀지 않았다. 여차하면 몸을 날려 철화접을 보 호할 만반의 태세를 갖추기 위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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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즐감하고 갑니다.
고향설 시인님의 좋은글 "철화접 1권 제7장 - 6"과 아름다운 영상 즐감하고 갑니다.
오늘은 좋은것은 양보하고 배려하며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