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 20일 월요일
제1독서 : 이사 7,10-14
복 음 : 루카 1,26-38
26 여섯째 달에 하느님께서는 가브리엘 천사를 갈릴래아 지방 나자렛이라는 고을로 보내시어,
27 다윗 집안의 요셉이라는 사람과 약혼한 처녀를 찾아가게 하셨다. 그 처녀의 이름은 마리아였다.
28 천사가 마리아의 집으로 들어가 말하였다.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
29 이 말에 마리아는 몹시 놀랐다. 그리고 이 인사말이 무슨 뜻인가 하고 곰곰이 생각하였다.
30 천사가 다시 마리아에게 말하였다. “두려워하지 마라, 마리아야. 너는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
31 보라, 이제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터이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여라.
32 그분께서는 큰 인물이 되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아드님이라 불리실 것이다.
주 하느님께서 그분의 조상 다윗의 왕좌를 그분께 주시어,
33 그분께서 야곱 집안을 영원히 다스리시리니 그분의 나라는 끝이 없을 것이다.”
34 마리아가 천사에게,
“저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하고 말하자,
35 천사가 마리아에게 대답하였다.
“성령께서 너에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너를 덮을 것이다.
그러므로 태어날 아기는 거룩하신 분, 하느님의 아드님이라고 불릴 것이다.
36 네 친척 엘리사벳을 보아라. 그 늙은 나이에도 아들을 잉태하였다.
아이를 못 낳는 여자라고 불리던 그가 임신한 지 여섯 달이 되었다.
37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
38 마리아가 말하였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그러자 천사는 마리아에게서 떠나갔다.
조명연 마태오 신부
지금 수많은 실험실에서 망각을 촉진하기 위한 물질을 개발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모든 기억을 깨끗하게 지우는 것이 아니라,
기억에서 지우고 싶은 내용이나 그 심상들만 지우는 것입니다.
실제로 지우고 싶은 기억이 있지 않습니까?
이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해 트라우마에 빠지는 사람도 참 많습니다.
이를 통해 충만하고 행복했던 기억만 남는다면 어떨까요?
모두가 행복한 기억 속에서 지금을 충실하게 살게 될까요?
저 역시 지우고 싶은 기억이 있었습니다.
이 기억을 떠올리면 지금도 얼굴이 화끈화끈합니다. 그러나 지워져서는 안 됩니다.
기억하고 있기에 그 잘못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지금을 더 충실하게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두움 역시 우리의 과거입니다.
어두운 시간을 통과하며 우리는 더 인간적으로 변하는 것입니다.
지우고 싶은 기억도 자기가 살았던 삶으로 받아들인다면
그 안에서 커다란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성모님께 가브리엘 천사가 찾아와 예수님 잉태 소식을 알립니다.
이런 예를 들어 봅니다. 산간 벽촌에 사는 철부지 10대 소녀에게 도사가 찾아가서
“너는 앞으로 대통령을 낳을 것이다.”라고 했다면, 소녀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믿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10대이기에 결혼 자체가 너무나 먼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그 아기를 성령으로 말미암아 낳게 된다고 하면,
“뻥 치지 마세요!”라고 화를 내지 않을까요?
성모님이 바로 이런 상황이었습니다.
대통령보다 더 큰 인물을 낳게 된다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남자를 알지 못하는 상태였습니다.
당시에 간음죄는 너무나 큰 죄였습니다.
공개적으로 돌에 맞아 죽는 벌을 받게 됩니다.
결혼도 하지 않았는데 아기를 갖게 되면
당연히 간음했다고 사람들이 생각하지 않겠습니까?
깜짝 놀랄만한 어마어마한 소식이었지만
분명 피하고 싶은 소식일 수밖에 없습니다.
세상에 좋은 일도 많은데 왜 이런 시련을 주시냐면서
불평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성모님은 우리의 반응과는 너무 달랐습니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7)라고
말씀하시면서 하느님의 뜻을 받아들입니다.
세상의 눈으로는 피하고 싶은 상황이지만,
하느님의 뜻이기에 피하지 않고 온몸으로 받아들이십니다.
우리에게도 피하고 싶은 상황이 계속 주어집니다.
지워야지만 행복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상황도 하느님께서 주신 것이라면
기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성모님처럼 말이지요.
“은총이 가득한 이”
이영근 아오스딩 신부
오늘 제1독서에서 이사야 예언자는 예고합니다.
“보십시오. 젊은 여인이 잉태하여 아들을 낳고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할 것입니다.”(이사 7,14)
그리고 오늘 복음에서는 이사야의 예고대로
“다윗 집안의 요셉이라는 사람과 약혼한 처녀” 마리아에게서
예수님께서 잉태하게 된 경위를 말해줍니다.
그런데 주님의 탄생 예고는
성전 ‘성소’에서 전해진 세례자 요한의 탄생 예고와는 달리
사람들이 중요하게 여기지도 않았던 “이방인의 갈릴래아"(마태 4,15)에 있는
작은 동네 나자렛의 시골 처녀의 ‘집’에서 전해집니다.
그리하여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거처를 성전 안이 아니라 사람들 가운데 두시게 됩니다.
그런데 천사의 인사말은 마리아가
이미 “은총이 가득한 이”(루카 1,28)였음을 말해줍니다.
곧 그녀는 예수 그리스도를 잉태하기 전에, 믿음으로 충만했음을 말해줍니다.
그리하여 즈카르야는 ‘의심’하여
자신의 목소리까지 잃어버리고 벙어리가 되었지만,
마리아는 ‘믿음’으로 응답하여 구원의 말씀을 품으셨습니다.
그래서 아우구스티누스는 말합니다.
“마리아는 몸으로 우리 주님을 잉태하시기 전에
마음으로 먼저 잉태하셨다."
또 즈카르야에게는 아기가
“엘리야의 영과 힘을 지니고 그분보다 먼저 와서
백성이 주님을 맞이할 준비를 갖추게 할 것”(루카 1,17)이라는 ‘사명’이 예고되지만,
마리아에게는 아기가
“거룩하신 분, 하느님의 외아드님”(루카 1,35)이라
불리게 될 것이라는 ‘신원’이 예고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일은
“성령께서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루카 135)으로 이루게 될 것입니다.
이 모든 일은 마리아의 응답을 통해 드러납니다.
“말씀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라나이다.”(루카 1,38)
여기에서 드러나는 마리아의 ‘희망’에 대해서만 보고자 합니다.
이는 마리아 자신이 바라는 것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것, 그것을 저도 바랍니다.’라는 뜻입니다,
곧 그분의 희망을 희망하는 것을 말합니다.
마리아의 희망과 하느님의 희망이 같아진 것입니다.
그것은 그분께서 원하신 바를 이루시도록 그분의 뜻에 승복하는 일이요,
그분의 뜻을 우리의 뜻으로 품고 자신의 희망이 아니라
그분의 희망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일이요,
당신의 사랑을 이루시도록 우리 자신을 그분께 허용하고 수락하는 일이요,
그리하여 우리가 하느님의 희망이 이루어지는 장소가 되고,
그분의 은총이 이루어지는 공간이 되는 일입니다.
그렇게 그분이 하시는 일에 함께 일하는 협조자가 되는 일입니다.
이처럼 주님께서는 우리를 당신의 집으로 삼으십니다.
저희를 당신의 거처로 삼으시고 저희 안에서 사십니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마리아와 함께 진정 기뻐해야 할 일입니다.
우리 안에 하느님의 희망이 있다는 이 사실이 말입니다.
우리를 희망하는 분이 우리 안에 계신다는 이 사실 말입니다.
이 얼마나 놀랍고 큰 기쁨인지요!
내가 바로 하느님의 집이요 놀이터요 일터라니!
이는 마치 잠에서 깨어난 야곱의 “Eureka!”, 그 깨달음의 외침과 같습니다.
“이 얼마나 두려운 곳인가!
이곳은 다름 아닌 하느님의 집이다. 여기가 바로 하늘의 문이로구나.” (창세 28,17)
오늘 우리는 참으로 기쁘고 행복합니다.
바야흐로 성탄의 기쁨이 몰려옵니다.
희망이 이미 수태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바로 주님의 희망입니다.
하오니 주님!
당신의 희망이 진정,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아멘.
<오늘의 말·샘 기도>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루카 1,28)
주님!
참으로 큰 기쁨입니다.
제 안에 사랑이 있다는 이 사실, 참으로 놀랍고 아찔한 감미로움입니다.
하오니 이제는 그 사랑에 승복하게 하소서.
항상 저를 향하여 있는 당신 사랑 안에 머무르게 하소서.
아멘.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 (루카 1,28)
오상선 바오로 신부
가브리엘 천사의 이 말을 듣고 마리아는 깜짝 놀랍니다.
내가 은총을 가득 받았다구? 정말인가? 이게 무슨 말이지?
그러면서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내가 얼마나 은총을 많이 받았는지를...
성탄을 준비하면서 판공성사를 보시지요? 이미 보셨나요?
한해를 돌아보면 부족한 것도 많고 죄스런 것도 많고 아쉬움도 많지요?
그래서 기쁘기보다 맘이 갑갑하고 우울하기도 하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곰곰이 돌아보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느님께 감사드릴 일도 많을 거예요.
이제 부족하고 죄스런 일들은 내려놓고
하느님께 감사드릴 일이 무엇인지 그것만 생각하기로 해요.
그러다 보면 내 맘 저 깊숙한 데서부터 "하느님 감사합니다." 라는 소리가 울리게 될 거예요.
돌이켜 생각해 보면, 무엇하나 주님의 은총이 아니었던 것이 없습니다.
주님께서 나와 함께 해주셔서 여기까지 이렇게 오게 되었지요.
우리 각자도 사실 마리아처럼 많은 은총을 받았어요.
그런데 그건 생각지도 않고, 잘못한 것 부족한 것 아쉬운 것만 생각하고,
실망하고 원망하고 괴로워하기만 하니 그걸 기억조차 못할 뿐이지요.
그래서 천사는 다시 "두려워 말라"(루카 1,30)고 합니다.
너의 죄와 허물 때문에 걱정하고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느님께서 너를 총애하신다."(1,30)고 덧붙입니다. 그렇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허물과 죄악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늘 이쁘게만 봐주시고 우리와 함께 계시면서 은총으로 가득 채워주십니다.
그러니 오늘은 우리가 지은 죄 때문에 너무 괴로워 말고
하느님께 감사드릴 일을 생각해 보고
조용히 "하느님 감사합니다."를 100번만 되뇌어봅시다.
그러면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는 인사가
나에게 들려 올 것입니다.
그것을 아는 바로 그때, 주님께서는 우리를 총애하시어 특별한 선물을 주십니다.
성령을 말입니다. 이 성령을 받기 위해서는 온전히 우리 자신을 비워내야 합니다.
무엇보다 우리 안에 있는 악의 영, 나쁜 영을 비워내야 합니다.
우리 안에 있는 탐욕과 시기의 영, 미움과 증오의 영, 분노와 질투의 영,
악습과 죄악의 영, 이 세상 근심과 걱정의 영을 비워내야 합니다.
그것을 비워내기 위해서는 우리가 받은 은총에 깊이깊이 감사해야 합니다.
그렇게 감사하면 할수록 내 안에 있는 더러운 영들은 하나씩 사라지게 됩니다.
그제야 우리는 성령으로 충만해질 수 있게 되며,
그 성령으로 말미암아 온갖 좋은 열매를 맺어 나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마리아는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루카 1,37)는 천사의 말에
자신을 온전히 내려놓고 이렇게 말합니다.
"주님의 종이오니 그대로 제게 이루어지소서."(루카 1,38)
이 마리아의 한마디(Fiat!)가 인류구원이 이루어지게 만든 말입니다.
이 한마디로 '하느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게'(임마누엘) 되었고,
'하느님이 당신 백성을 구원하실'(예수)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 코앞에 다가온 성탄은 우리에게 우리가 받은 수많은 은총을
돌아보고 깊이 감사드리라고 재촉합니다.
우리가 얼마나 하느님의 은총을 많이 받고 있는지를 깊이 깨달을수록
하느님께서 나와 함께 해 주셨고 늘 우리와 함께 계시는 분임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그제야 다시 오시는 주님이 정말 '임마누엘'이요 '예수'라고 고백하며
그 주님을 기쁜 마음으로 모실 수 있겠지요.
은총을 엄청 많이 받으신 벗님,
주님께서 늘 벗님과 함께 해 주셨으니 감사드리고 또 감사드리십시오.
이것이 성탄을 준비하며 우리가 해야 할 유일한 일입니다. 아멘.
조재형 가브리엘 신부
‘번개팅’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한국에서 친구가 왔을 때, 연락해서 모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한국에서 주교님이 오시면 사제들이 모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미리 약속은 없었지만 꼭 모여야 할 이유가 있으면 모이는 것입니다.
번개처럼 갑작스럽게 모인다고 해서 ‘번개팅’입니다.
한국에서 뉴욕으로 ‘희망을 파는 사람들’이라는 재단을 운영하는 가수가 왔습니다.
노래도 좋고, 의미도 좋고, 분위기도 좋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다들 그렇게 번개 같은 연락을 받고
희망을 파는 사람들의 1890회 공연을 ‘장의사’에서 보았습니다.
공연을 하는 가수도 여러 곳에서 공연을 해 보았지만
장의사에서는 처음 한다고 이야기하였습니다.
고인과 이별의 아픔을 나누는 장례식장에서
희망과 사랑의 따뜻한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먹지 못해서, 영양실조로, 교통사고로, 전쟁으로,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희망을 파는 사람들은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이
희망을 간직하고, 생의 의욕을 되찾을 수 있도록 공연하였다고 합니다.
한국에서 자살하는 사람이 많았던 마포대교에서 10년 동안 공연했다고 합니다.
역 앞에서는 노숙자들을 위해서, 소록도에서는 나환우들을 위해서,
요양원에서는 어르신들을 위해서, 캄보디아에서는 아이들을 위해서 공연했다고 합니다.
아주 우연한 기회에 뉴욕에 사는 자매님이 가수의 노래를 들었고,
그 취지와 의미에 감동해서 뉴욕에서의 공연을 추진했다고 합니다.
뉴욕에서도 ‘희망을 파는 사람들’ 지부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빛이 있으면 어둠이 사라지듯이, 희망을 품는 사람들이 있으니
추운 겨울이 따뜻해짐을 느낍니다.
노래도 좋았고, 중간중간에 들려주는 이야기도 좋았습니다.
7년째 부산역 앞에서 노숙하는 분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7년 전에 가족들과 처음으로 여행 간 곳이 부산이었다고 합니다.
부산에 도착할 무렵 교통사고가 났고, 10일 후에 깨어보니
아내와 딸은 이미 하느님 나라로 갔고, 본인만 살았다고 합니다.
가족을 두고 떠날 수가 없어서 부산역 앞에 머문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돈도, 명예도, 능력도 중요하지 않다고 합니다.
지금 옆에 있는 가족이 소중하다고 이야기합니다.
88세 노인이 작년에 하느님 품으로 간 할머니를 위해서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를 청했다고 합니다.
60년 넘게 함께 살았던 할머니가 그립다고 합니다.
이렇게 이야기와 노래가 어우러져서 진한 감동이 전해졌습니다.
바쁜 가운데 번개팅을 주선해주신 하늘가족 관계자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오늘 복음은 하느님께서 주선하신 ‘번개팅’의 이야기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나자렛에 사는 마리아에게 천사 가브리엘을 보냈습니다.
가브리엘 천사는 하느님께서 이루시려는 일을 마리아에게 전하였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마리아가 아이를 가질 것이라고 합니다.
마리아는 아직 남자를 모르는데 어찌 그런 일이 있을 거냐고 이야기합니다.
가브리엘 천사는 성령께서 이루시는 일이니 가능하다고 전합니다.
이에 마리아는
‘이 몸은 주님의 종이오니 그대로 제게 이루어지소서.’라고 응답하였습니다.
하느님께서 주선하신 번개팅은 마리아의 순명으로 아름답게 끝났습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놀라우신 구원계획은
나자렛 시골처녀 마리아의 순명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운명은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태어날 장소, 태어날 성별, 태어날 집안을 선택해서 태어나는 사람은 없습니다.
모두가 운명처럼 주어집니다. 중요한 것은 그 운명을 받아들이는 자세입니다.
베드로와 유다는 똑같이 예수님을 배반하였습니다.
유다는 희망을 버리고 절망하였습니다. 그리고 쓸쓸하게 생을 마감하였습니다.
2000년이 지난 지금도 유다는 예수님을 배반한 사람으로 남았습니다.
베드로는 절망을 버리고 회개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베드로는 초대교회의 으뜸 사도가 되었고,
2000년이 지난 지금도 희망의 표징이 되었습니다.
우리의 삶에도 번개처럼, 운명처럼 다가오는 일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럴 때 나자렛의 마리아처럼 ‘순명’으로 받아들이면 어떨까요?
나자렛의 마리아처럼 ‘숙명’으로 받아들이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하느님께서는 그런 나의 순명과 숙명을 통해서
어둠 속에 빛을 밝히듯이 희망의 불을 밝혀 주실 것입니다.
아! 곧 성탄이 다가오네요.
“티 없이 깨끗하신 동정녀께서 천사의 아룀으로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들이시어 성령의 빛으로 주님의 성전이 되셨으니
저희도 동정 마리아를 본받아 주님의 뜻을 충실히 따르게 하소서.”
받을 준비가 안 됐는데 받는 은총은 오히려 그 사람에게 독이 된다.
전삼용 요셉 신부
오늘 복음은 성모 마리아께서 성자를 잉태하시는 내용입니다.
하느님의 어머니가 되시는 이 은총은 성모님을 인간 중에 가장 복되신 분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성모님께서 여인 중에 복되신 분이 되신 것은
성모님의 공로보다는 하느님의 은총 덕분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성모님께서 ‘은총이 가득하신 분’이 아니었다면 ‘은총 자체’이신 분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은총은 인간이 죄를 지을 때 빠져나갑니다.
성모님은 의지적으로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모든 은총을
하나도 잃지 않고 보존하실 능력이 있으신 분이기에
그것을 보신 하느님께서 천사를 성모 마리아에게 보내신 것입니다.
작은 은총을 보존할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사실 큰 은총을 주는 것은
멸망으로 이끄는 것과 같습니다.
어린 나이에 복권에 당첨되면 대부분 그들은 자신이 받은 돈을 잘 관리하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사춘기 어린 나이는 지금 받은 것도 관리할 능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19살의 나이에 143억 원의 복권에 당첨되었던 마이클 캐롤은
그 많은 돈을 4년 동안 다 탕진하고 지금은 노동자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는 1983년 영국 노퍽주에서 태어났고 어머니는 통조림 공장을 했으며
아버지는 군인이었지만 마이클이 태어난 지 18개월 때 군사 감옥에 구속되었습니다.
그가 7살 때 부모는 이혼했고 새 아버지 밑에서 살았지만
새 아버지에게 학대당하며 괴로운 날을 보내야 했습니다.
학대 후유증으로 난독증이 생겼으며 중학교를 졸업했음에도 글을 읽고 쓸 줄 몰랐습니다.
13살 때 절도 혐의로 감옥에 보내지기도 했습니다.
그가 복권에 당첨된 것은 19살 때 쓰레기 수거 일을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그는 지금까지의 짓눌렸던 삶에 보복이라도 하듯, 호수 근처의 고급 주택을 현금으로 구매하고
마약, 도박, 술에 빠지게 되었으며, 스포츠카도 여러 대 사들이고
하루에 4명의 여성과 잠자리를 가지기도 하는 등 사치스럽고 문란한 삶을 살았습니다.
어머니와 여동생, 이모에게는 각각 10억 원씩 주었으나,
2017년에 그의 이모는 남편에게 살해당했습니다.
돈을 가진 그의 횡포는 아무도 막을 수 없었으며, 술김에 싸움을 걸거나 차나 상점의 유리에
쇠구슬을 던져 총 42개의 전과를 얻게 되었습니다.
결국, 복권 당첨 4년 후인 2006년 모든 돈을 잃게 됩니다.
현재는 집도 없이 비스킷 공장에서 한 달에 100만 원 정도를 받으며
빵을 포장하는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는 은총을 받을 그릇이 되지 않았음에도 더 큰 은총을 받으면 행복할 것이라 착각합니다.
하지만 누구나 다 자신이 얼마까지 가지고 있을 수 있는지에 대한 그릇의 크기가 있습니다.
그것보다 더 많이 받으면 그것은 자신을 멸망시키는 원인이 됩니다.
미국에 2002년 당시 사상 최고 당첨 금액인 약 3천 600억 원의 로또에 당첨된 사람이 있었습니다.
잭 휘태커라는 사람인데 그의 인생은 어땠을까요?
그의 가족에까지 멸망의 그림자가 드리워졌습니다.
복권에 당첨되기까지 그의 인생은 순탄했습니다.
회사의 사장으로서 어느 정도의 재력도 있었고 딸과 손녀도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복권 당첨 8개월 후, 그의 자동차 유리가 깨져있었고
가방에 들어있던 5억 4천만 원의 현금이 도난당했습니다.
또 클럽에서 술을 마시고 있을 때 2명의 클럽 직원이
그에게 약물을 먹여 가방의 돈을 빼앗으려다 체포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더욱 큰 사건이 발생하는데, 손녀의 남자친구(18세)가 약물 중독을 일으켜
잭의 집에서 사망한 것입니다.
3개월 후에는 손녀의 시신이 차 안에 버려진 채 발견됩니다. 살해범은 잡히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도둑이 12개 지점 은행에서 각각 12장의 위조 수표를 현금화하여
그가 가지고 있던 모든 돈을 빼갔습니다.
손녀의 죽음이 있은 5년 후 그녀의 어머니, 곧 잭의 딸도
죽은 채 발견되었고 자살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2016년 12월에는 잭이 회사에서 일하던 중 집에 불이 나
모두 전소되었고 방화범은 잡히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비극은 계속되고 있다고 합니다.
은총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에게 주어져야 합니다.
물론 복권에 당첨되고 잘 산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들 대부분은 자신이 복권에 당첨된 것을 알리지 않고
다니던 직장을 이전처럼 계속 다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이 사실은 그들이 이전의 삶에 만족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다시 말해 그전에 받은 은총에 감사하던 사람은 더 큰 은총을 받아도 잘 관리할 줄 알지만,
이전의 삶에 감사할 줄 모르던 사람들은 그 작은 것들도 가질 자격이 없어서
더 큰 은총은 오히려 그들에게 독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은총을 독으로 만드는 이들의 특징은 삼구(三仇)에 빠져있다는 것입니다.
삼구는 불만을 자아내고 큰 은총을 받을 자격을 잃게 합니다.
복권에 당첨되고 바로 이혼한 사람이 있습니다. ‘제프리 댐피어’입니다.
제프리는 1996년에 복권 당첨금으로 약 227억 원을 손에 쥐었습니다.
그리고 아내와 50:50으로 돈을 나누는 조건으로 이혼합니다.
크리스탈 잭슨을 만나 재혼한 그는 오랜 세월 꿈꿔왔던 팝콘 가게를 시작했지만,
처제인 빅토리아와 불륜에 빠집니다.
빅토리아는 제프리에게 많은 돈을 뜯어냈지만,
그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남자친구와 함께 보험금을 갈취할 목적으로 그를 납치 살해합니다.
두 사람은 체포되어 종신형을 받았습니다.
복권을 산다는 것 자체가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합니다.
자수성가한 부자들은 절대 복권을 사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는 현재에 감사하지 못하고 있는 마음이기에 나중에 돈이 모여도
그 돈을 관리할 능력이 없게 되기 때문입니다.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지금 가진 것에 먼저 감사하고
지금 주님께 봉헌하고 남을 도울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주님께 받은 은총을 잘 관리하여 은총이 가득한 사람이 되는 유일한 길입니다.
성모 마리아는 “은총이 가득하신 분”이셨습니다.
은총도 능력이 있어야 받을 수 있습니다.
은총 중의 은총을 받으신 성모 마리아는 아주 작은 은총도 죄로 낭비하지 않으셨습니다.
은총은 하느님의 피와 같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하느님의 어머니”가 되실 자격이 있는 것입니다.
이는 마치 계약의 궤가 나무로 만들어졌지만,
그 나무의 표면이 드러나지 않도록 빈틈없이 금칠이 된 것과 같습니다. 금은 은총의 상징입니다.
그리고 그 은총은 성령으로 성자께서 잉태되시는 완전한 은총의 준비가 됩니다.
성모님은 감사로 당신을 겸손하게 하시어 어떤 교만의 틈도 보이지 않으셨습니다.
그래서 성모님만이 그리스도를 잉태할 자격을 갖추신 것입니다.
가리옷 유다도 예수님의 몸을 받아 모셨습니다.
그러나 그 몸은 그의 몸이 썩어 내장이 터져 나오는 멸망의 원인이 되었습니다.
은총도 받을 자격이 있음을 알고 우리도 지금 우리가 가진 것에
감사할 줄 알고 봉헌할 줄 알아야 합니다.
성모님은 불만족으로 은총을 멸망으로 이끌었던 하와와는 달리
감사의 봉헌으로 완전한 은총의 그릇이 되셨습니다.
저도 신학교에 늦게 들어온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정말 큰 은총을 받을 준비가 안 되어있었기 때문입니다.
평소 감사를 생활화하여 우리가 받는 성체가 멸망의 원인이 되지 않게 합시다.
첫댓글 아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