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엉이와 관련된 서사가 많다. 먼저 아테나 신을 상징하는 부엉이다. 지혜와 전쟁의 신 아테나다. 그러나 그녀는 아레스와는 달리 전쟁을 좋아하는 신은 아니다. 오히려 전쟁을 관리하여 평화를 추구하는 아테나다. 그리스 도시 아테네는 바로 아테나 신이 선물한 올리브를 받고 그녀의 이름을 도시 이름으로 지었다. 올리브는 평화의 식물이다. 올리브는 생태적으로 척박한 아테네에서도 잘 자란다. 전장(戰場)에서도 올리브는 평화의 나무로 잘 나란다.
그리스 아테나 신과 동격이 로마 미네르바다. 원래 미네르바의 신조(神鳥)는 까마귀였다.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 제2권 6장에 따르면 까마귀는 미네르바의 비밀을 누설한 죄를 짓고 신조의 자리를 부엉이에게 내주었다고 한다. 부엉이는 원래 레스보스 섬의 공주 뉘티메네였다. 왕인 아버지와 정을 나눈 죄로 부엉이로 변신했다. 그러니 부끄러워서 사람들의 눈에 띄는 낮에는 웅크리고 있다가 밤이 되어서야 활동한다고 한다.
독일 철학자 헤겔은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 녘에 날개를 편다’는 경구를 남겼다. 철학은 모든 학문의 왕이다. 그의 변증법 논리에 의하면 모든 것의 종합이 철학이며 모든 학문 중 절대학이 철학이다. 철학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게 아니다. 인간의 지혜가 쌓은 완성체가 철학이다.
어제저녁 대구교대 장교수와 저녁을 하고, 인근 커피집에 들렀다. 난 오랜만에 들렀다. 강의가 없으니 학교 인근으로 올 일도 거의 없다. 늙은 부엉이가 되어 집에 웅크리고 앉아 글 쓰는 게 내 일이 된 지 꽤 오래다. 이 커피집에 들어서면 우선 정면으로 보이는 게 황금색으로 만든 큰 부엉이 이미지다. 그리고 카운터 주변을 나무로 만든 부엉이 떼가 에워싸고 있다. 왜 이렇게 많이 만들었냐고 물으니, 매우 어려울 때부터 부엉이를 하나하나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부엉이가 부의 상징이라고. 부엉이는 먹이를 닥치는 대로 물어다가 쌓아두는 습성이 있다. 부엉이가 부와 재물의 상징이 된 이유다. 사장님은 부엉이를 하나하나 만들면서 장사도 잘되고 모든 게 잘 풀렸다고 전한다.
커피를 하고 장교수 연구실로 옮겼다. 이 연구실 부엉이도 만만찮다. 본인이 모은 것도 있지만, 주변 지인들이 외국 여행을 다녀올 때마다 선물한 게 대부분이다. 각양각색의 부엉이들이다. 책장 이곳저곳에 세워두었다. 지혜의 산실을 지키는 부엉이들이다. 책 읽다가 졸지 말라고 큰 눈으로 감시하는 부엉이들이다.
부엉이가 먹잇감을 쌓아두는 습관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지혜는 쌓아두면 섞는다. 평생 공부해 쌓은 지식을 사회에 환원하는 게 ‘교수’란 직업의 책무다. 전문직으로서 교수는 개인의 성공보다 사회봉사에 방점을 두어야 한다. 우린 교수를 professor라 한다. profession, 즉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이다. 고전적으로 직업은 두 종류다. 하나는 생업으로서 직업(occupation)이다. 다른 하나는 전문직(profession)으로서의 직업이다. 전문가는 자신의 지식을 독점하지 말고 비전문인들과 공유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게 전문직 직업윤리의 핵심이다.
이런 면에서 장교수는 활동을 많이 한다. 그의 스케줄 캘린더는 특강으로 가득하다. 그만큼 부르는 데가 많다. 특강료를 받기도 하지만 사양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비전문인들에게 가장 알기 쉽게 그러면서도 품위 있는 알찬 내용을 강의한다. 그의 강의를 직접 들어본 나의 평가다. 그의 전문가 위상은 중국이나 대만에서도 널리 알려져 있다.
나이 70인 난 이미 황혼기다. 이제 날개를 펼쳐야 할 때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지금까지 쌓아온 지식을 글로 공유하는 일이다. 서둘러야 할 때다. 이때만큼은 난 청년이다. 난 항상 카이로스(kairos)로서의 시간을 살고 싶다. 항상 젊은 ‘오늘’을 살고 싶다.
첫댓글 _()()()_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
_()()()_
고맙습니다.
_()()()_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