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아이가 미술을 전공하고 있는데,
교회를 잘 나가질 않으려고 한다고...
그래서 좀 멀긴 하지만 우정교회를 택해서 청년 예배를 드리는 것은 어떻겠느냐고 설득을 해서
딸 아이가 청년 예배를 나오게 된 어떤 집사님이 있습니다.(다른 교회를 섬기고 계신데, 딸이 통 그 교회를 안 나갈라고 해서
청년들이 활발한 우정교회를 추천해 줬대요.)
엄마 집사님 정성이 대단하십니다.
딸 아이 교회 안 나갈까봐 같이 교회엘 와서 예배가 끝날 때까지 문 밖을 서성이다간 예배가 끝나면 같이 돌아가곤 하셨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부터 그 집사님도 딸 아이도 안 보이더니 지난 주 엄마 집사님만 불쑥 카페엘 오셨어요.
반갑기도 하고 미술을 한다는 딸 아이가 안 보여서 긍금도 하고...
"따님은요?" 했더니,
"요즘 예배 참석을 통 안 할라고 해요."
많이 속상하신 듯 했어요.
잠시 머뭇거리시더니 들고오신 봉투를 뒤적여서 책을 한 권 꺼내더니 제게 주셨습니다.
"제가 책을 한 권 썼어요. 엄마 얘깁니다. 세상에 저같은 사람이 어떻게 글을 쓸 생각을 할 수가 있었겠어요."
글쎄 사람이야 겉보아서 그 자질 같은 것을 알 수야 없겠습니다만, 몇 번 뵈었던 분위기로는 '작가'의 이미지는 아니었습니다.
"근데요.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서 유품을 정리하다가 엄마의 잡기장 같은 걸 발견했는데요. 세상에 거기엔 강아지가 아파서
병원에 갔던 날의 소감 같은 것 까지 소상하게 기록을 해 놓으셨더라고요."
"그래서 이걸 잘 정리해서 엄마 기억을 오래 간직하자. 싶어서 정리를 해 보기로 결심을 했습니다."
"그렇게 쓰다보니까 책이 한 권 됐어요.' 부끄러운데, 장로님껜 드리고 싶단 생각을 했습니다."
감사한 일이죠.
누군가로 부터 엄마의 기록을 주고 싶은 상대로 인식이 되었다니 말입니다.
감사한 마음으로 받았습니다.
제목은 세련되진 않았어요. '전경호집사 우리 엄마'
그리고 부제 비슷하게 표지 설명을 얹었습니다. '엄마가 좋아하는 코스모스와 하얀 색 꽃으로'
작가 이름은 책 표지 오른 쪽 하단 약간 아래 쪽에 '고현숙 지음' 이라고 겸손하게 밝히고 있었습니다.
작가 소개를 봤더니 부산 출생인데 아버지 직장을 따라서 울산에 와서 살기 시작한 것이 51년 되었다고 소개를 하고 있습니다.
간단한 약력으로는 울산 소재 몇 회사에서 영어강사로 근무를 했었노라고 밝히고 있네요.
책 내용을 요약 소개할 순 없겠고요.
여는 말 정도를 소개할까 합니다.
장례식을 마치고, 엄마가 남긴 노트 몇 권을 훒어 보았다.
살아 온 세월에 대한 기록, 신앙에 대한 기록, 자녀들과 손주들 각자를 위한 기도문 등 심지어 키우던 강아지 병원 갔다 온 날까지
꼼꼼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그러한 글을 읽어가던 어느 순간에 엄마의 삶을 드러내고 싶었다.
고달픈 인생 속에서도 무너짐이 없이 믿음을 소유했던 엄마가 위대하게 다가왔다.
믿음이 곧 삶이 되어 살아 온 엄마를 보았다.
못 배우고 지극히 평범한 엄마가 인생에서 큰 업적을 남긴 것도 아니고, 이름을 날리는 어떤 봉사를 한 것도 아니고, 다니던 교회에서 사명자의 역할을 한 것도 아니다.
그저 조용하게 이름도 빛도 없이 살다 간 할머니이다.
이런 엄마의 이야기를 글을 써본 적이 없는 내가 책으로 엮는다는 것이 너무나 웃긴 일이지만 용기를 내어 쓰기 시작했다.
이렇게 시작한 집사님의 글은
죽음 너머의 승리로 시작을 해서 남은 자의 고백으로 끝은 냈습니다.
'나이 들어가면서 죽음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고 내 주변에 항상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친인척들의 죽음, 때 이른 동창들의 죽음, 같은 교인들의 죽음 등 삶 속에서 너무나 자주 일어나는 것을 보게 된다.
그러한 죽음들이 나와 연결될 때가 있다.
내 몸의 어느 한 구석이 아파 오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엄습해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일상이 멈추곤 했다.
물론 죽으면 천국간다는 믿음은 쭉 있어왔지만, 이 땅에서 아프지 않고 식구들과 형제들 얼굴보며 오래 살고 싶은 욕심이 더 컸다. 사실 지금도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다. 나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 중략-
우리 엄마는 집안에 '믿음, 소망, 사랑, 이라는 큰 흔적을 남기고 품위있게 떠나가셨다.
'한 번 죽는 것은 사람에게 정해진 것이요, 그 후에는 심판이 있으리니(히 9:27)'
'우리는 살아있는 동안 죽음과 사후세계를 진지하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
종교기 있고 없고를 떠나 '내가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라고 말씀하신 예수님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엄마의 죽음을 계기로 내 삶의 우선 순위가 바뀌었다.
그리고 나는 세 가지 확신을 얻었다.
첫째는 죽음에 대한 자유함을 얻었다. 이제는 아파도 불안하거나 두렵지 않다.
둘째는 하나님을 알아가는 것이 삶의 진짜 공부라는 것이다.
셋째는 오직 믿음으로 천국을 간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