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병원가기 전 AI문진 받으세요"…성큼 다가온 비대면 의료서비스

[행복한루나]

인공지능·빅데이터 분석 기반
의료정보서비스 앱 속속 등장

비플러스랩, AI 문진 도입해
1200여 개 질환 예상 가능
공공데이터 연계 병원 추천도

제이엘케이 '헬로헬스' 앱
의료영상 분석 건강상태 예측

비플러스랩이 개발한 인공지능(AI) 기반 의료 정보 서비스 `어디아파`.

직장인 김정은 씨(32)는 몇 주 전 한쪽 귀가 먹먹해지더니 이내 심한 어지럼증을 느꼈다. 급히 회사 근처 병원을 찾았지만 몸살 진단을 받았다. 증상이 나아지지 않던 중 지인에게 한 의료정보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앱)을 추천받았다. 주 증상을 입력하고 설문을 마치니 이석증과 메니에르병, 전정 신경염 등 세 가지 예상 질환이 도출됐고, 전문 이비인후과들을 안내받았다. 추천 병원 중 한 곳에서 처방을 받은 결과 증상을 완화할 수 있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일상의 비대면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한 의료정보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감염병 위기 상황에 일시적으로 비대면 진료 서비스가 허용되면서 관련 산업이 우리나라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지 주목된다.

5일 의료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기업들이 의료정보 서비스와 관련된 AI 기반 앱을 다수 출시했다. AI 기반 의료 솔루션 기업 비플러스랩은 지난해 6월 AI 기반 의료정보 서비스 '어디아파'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해당 앱은 국내외 의료진이 직접 참여·개발해 정확도와 신뢰성을 높인 AI 기반 의료정보 서비스 플랫폼이다.

이 플랫폼에서 가장 주목받는 서비스는 진료 현장에서의 실제 질문 형식을 반영해 통증 부위나 정도를 구체화해 질환을 예측하는 'AI 문진'이다. 소아과, 내과, 이비인후과, 비뇨기과 등 총 11개 진료 과목과 165개 주 증상으로 구성됐으며, 이를 통해 1200여 개 질환을 예측할 수 있다. 이후 건강보험심사평가원(HIRA)에서 제공하는 공공 데이터와 연계해 병·의원 정보를 알려준다.

비플러스랩은 올해 말 기존 AI 문진 중심의 핵심 역량을 기반으로 개인화된 의료건강 정보와 의료 서비스 간 연동을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종합 헬스케어 플랫폼으로 확대 개편할 계획이다. 비대면 진료 서비스, HIRA에서 제공하는 공공 데이터와 병원 내 전자의무기록(EMR)을 연동해 개인 의료 정보를 통합 관리하고 분석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의료 AI 상장 1호 기업' 제이엘케이는 개인 헬스케어 토털 관리 플랫폼 앱 '헬로헬스'를 개발했다. 실시간 날씨 정보, 병원·약국 찾기, 의료 정보 업로드 및 관리, 업로드된 의료 영상을 AI로 분석해 건강상태를 예측해주는 기능을 담았다. 해당 앱은 지난해 AI 의료 영상 솔루션 업계 최초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유헬스케어 게이트웨이' 인허가를 획득했다. 원격 진료를 목적으로 의료진과 환자들이 사용하는 의료기기로 허가를 받은 셈이다. 의료기관 이외 장소에서 환자 의료 정보와 생체 정보를 측정·수집한 뒤 의료기관에 전송·저장할 수 있다.

환자가 직접 의료 영상을 올리면 다양한 AI 기술을 통해 영상에 대한 분석 결과를 제공하는 '의료 영상 뷰어' 기능도 탑재했다. 의료 지식이 없는 일반인도 이해하기 쉽도록 보고서 형식으로 앱과 이메일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모바일 헬스케어 기업 모바일닥터의 '열나요'는 아이가 열이 날 때 체온을 입력하면 아이의 상태와 해야 할 일을 알려주는 체온 관리 앱이다. 체온 입력부터 해열제 투약 기록, 증상 메모, 체온 그래프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5000만건 이상 축적된 소아 열성질환 빅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어 등록된 정보를 기반으로 데이터를 정교화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병원 방문을 염려하는 이들을 위해 '전화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을 찾아주기도 한다.

라이프시맨틱스의 인공지능(AI) 챗봇 기반 암 경험자 예후관리 서비스 `에필케어`.

라이프시맨틱스는 AI 챗봇 기반 암 경험자 예후관리 서비스 '에필케어'를 내놓았다. 암 경험자들이 카카오톡 채널에서 에필케어를 구독하면 혈압, 혈당, 체온, 비만지수(BMI) 등 자신의 건강상태를 간편하게 기록하고 빠르게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입력된 건강 데이터들은 사용자 선택에 따라 에필케어의 모바일 앱 서비스에 자동으로 기록·분석돼 운동, 영양 등 더욱 개인화된 맞춤 서비스를 제공받는다.

전 세계적으로 비대면 진료 관련 시장은 더욱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는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규모가 연평균 29.6% 성장해 2025년에는 6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 중 20% 이상이 비대면 진료와 관련된 시장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국내 시장은 해외 시장 규모의 1~3%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우리나라 정부가 비대면 진료를 정식 도입해 관련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대부분인 29개 국가, 주요 7개국(G7) 전체에서 비대면 진료가 합법적으로 시행되고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지 못해 시행되고 있지 않다. 다만 최근 국가 감염병 위험 등급이 '심각 단계'로 올라가면서 비대면 진료가 한시적으로 허용됐다.

[박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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