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새의 노래/김윤배-
아무르 강이 말을 버린 후
강안의 무성한 갈대 사이를 종종대며
작은 발자국으로 무수한 노래를 찍어내던
도요새여, 이제 네가 그 많은 노래를 버리지만
네 노래는 시베리아의 맵찬 바람에
풀잎처럼 떨며
긴 잠에 든 아무르 강을 깨우리
너는 회귀의 멀고 먼 하늘길에 든다
네 슬픈 부리로 물고 오른 설원의 밤이
은하처럼 날게 밑을 흐른다
나는 네가 날고 있는 밤하늘을 난다
끝이 보이지 않으므로 오히려
편안한 밤하늘 길은
내 안으로 나 있다
젊은 날 내 온몸을 콸콸 흐르던 강물은
메마른 육질 사이에 말없이 엎디어 있다
내 노래로는 깨울 수 없는 강물
도요새여, 네가 설원으로 돌아올 때쯤
저 흐르지 않는 강기슭에
내 서러운 노래를 묻고
침엽수림처럼 서 있는
차고 묵묵한 시간을 날고 있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