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페이즐리와 비했을 때 빌 샹클리의 성적이 어찌보면 꽤 많이 부족하게 느껴짐에도, 리버풀 역사상 최고의 감독은 이견없이 빌 샹클리인 것과 같은 맥락이죠.
트로피와 결과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고, 경기를 지고 이기는 문제가 제일 표면적으로 드러나기에 클롭에게도 일희일비하는 순간들이 어쩔 수 없이 있었고, 특히 마지막 시즌에 와선 아쉬움도 다소간 노출된게 사실이며, 현대 프로 축구 구단의 프로 감독이니 응당 이런 것들은 당연한 것입니다만,
이 클롭이라는 감독은 단순히 팀이 다음 경기에서 승점을 따고 못따고, 트로피를 더 들고 못들고의 문제를 초월한 위업의 수준까지 갔다 생각합니다. 이 감독이 가져다주고자 했던 가치와 실제로 가져다 준 유무형의 모든 것들을 돌아보면 말이죠. 사실 모두가 어렴풋이 다 알고있을 부분인데, 가끔은 잊었던 것 같습니다.
팬들이 원하는 것처럼 대단히 이성적으로 최선-최고의 운영을 한 것은 아니지만, 비정상이 판치는 축구계에서 누구보다 건강하게 팀을 지휘했고, 다른 팀들이 잡다한 구설에 휘말릴 때에도 클럽 안과 밖에서 팀을 완강하게 통제했으며, 가끔은 느리고 부족하다 싶었지만 결국 뿌리부터 단단한 체계를 만들어낸, 그러면서도 가장 인간적이었던, 돌아보면 그야말로 감독이라는 단어로 담기가 부족한 그 이상의 감독이었습니다.
저는 정말 소수의 더 명석한 누군가는 클롭보다 몇 경기에서 더 이기거나 더 트로피를 들거나, 리빌딩을 깔끔하게 잘하거나 했을 수 있었을지 몰라도, 클롭 외엔 그 어떤 감독도 팀의 뿌리, 정체성, 체계, 유대감을 비롯한 모든 부분에서 끝까지 박수받으며 이런 위치와 존재감으로 떠나진 못했을 것이라 생각해요.
물론 절대적인 성적이란 것이 뒷받침이 되었기에 특정 반열에 올라온 것이지만, 클롭은 그 이후에 단순히 더 추가되는 성적이나 트로피만 가지고 절대적인 지지와 사랑을 쌓은 인물은 아니라 보거든요. 이 감독이 구축한 것은 단순히 축구만 잘하고 잘아는 코치들이 범접할 수 없는 그런 특별한 종류의 위대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샹클리 시대를 살아보진 못했지만 샹클리도 이런 위대함을 가진 인물이셨겠죠.
그래서 개인적으로 정말 정말 클롭 체제의 한 끗 모자람을 뼈저리게 아쉬워하면서 그동안을 지켜봤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6만석이 된 안필드, 아카데미와 통합된 새 훈련장, 단단히 잡힌 팀의 체계, 빠르고 다이나믹하고 강렬한 축구를 하는 팀의 정체성, 뭐 이런 남겨진 것들, 쌓아진 것들의 자랑스러움이 못 따낸 트로피들보다 어찌보면 더 가치있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뭐 작금에 클롭에게 가해진 많은 비판들이 있는데, 저도 합리적인 의견에는 대체로 공감하는 편이고 궤를 같이한 지적도 꽤나 했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게 클롭이 정말 위대한 감독이었다는 절대적인 사실에 흠집은 전혀 안될 것 같습니다. 그냥 그 상황마다를 따지면 이렇고 저렇고, 이랬으면 저랬으면 더 좋았겠다 정도겠죠.
때문에 후임 감독이 엄청난 전술적 역량을 보여주면서, 칼같은 운영력을 보여주면서 리그도 몇 번씩 들고 챔스도 또 들고 해도, 과연 클롭 이상의 존재가 될 수 있을까 싶네요. 그런 감독이었네요 돌아보면.
첫댓글 FSG가 경기장 증축과 훈련장 짓는 데 인프라 비용을 지들 돈 안 부어서 이적시장에서 부침이 발생한 건 사실이니…
그 상황에서 타이틀 컨텐더를 유지한 건 훌륭한 성과죠.
그와 동시에 클럽 위상도 더 끌어올리고 구단의 아이덴티티도 재정립 했고…
그냥 저는 원초적으로 살면서 가장 축구를 재밌게 본 시기가 클롭풀이었던 것 같아요.
사실 축구 재밌으려고 보는 거니까요.
15/16 시즌부터 리그 우승까지 미완의 팀이 성장하는 걸 보는 게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습니다.
사람이 난 사람이라
입지적인 인물이죠
감독 이전에
감독님에 대한 생각이 너무나도 와닿는 멋진 글이네요. 클롭 감독님과 함께 너무 행복했었습니다.
뭐 세종대왕이라고 100이면 100 다 잘했겠습니까
사람인데 잘못한건 있을수밖에 없고 클롭도 예외가 될순 없었지만 어쨌건 위대한 양반인 것도 사실이고...
난사람이라, 빈자리가 정말 크게 느껴질겁니다
누구에게나...
새로 영입된 인사들을 통헌 축구의 체계화와
새로올 감독의 역량을 통해 빈자리를 다른 자리로 채우는 과정이 중요하겠네요
간단하게 팬들이 챔스만 나가자고 하던팀을 우승 못했다고 개빡치게 만들었죠 위트있던 인터뷰 스킬이며 하나하나 더 그리울거 같아요
제가 겪은 모든 종목 감독 중 스포츠의 본질적 가치에 가장 부합하는 인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성적 그 이상의 의미 그런 것
정말 감독 그 이상의 존재인 것 같아요..
좋은 글이네요, 시대를 풍미했다는 말을 이럴 때 쓰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적어도 ‘리버풀’의 한 시대를 말이죠.
우리 세대에게는 늘 기억될 감독임이 분명합니다.
눈물나지만 행복합니다. 그저 감사합니다.
클롭과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