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이 한장의 사진'이 아니라 '이 여러 장의 사진' 이라고 할 걸 그랬습니다.^^
40여년 전의 귀한 사진과 지난 겨울 눈으로 덮인 교정 그리고 최근 은행잎이 노랗게 물든 교정의 모습까지 담아봤습니다.
참고로 아래 흑백사진은 사곡초등학교 동창회 사이트에서 퍼 왔습니다. 허락도 없이 퍼왔는데 야단 안 맞을지 모르겠군요.
사곡초등학교 동창회 사이트는 33회(70년도 졸업)졸업생인 이원철 선배님이 만들고 관리하고 있습니다.
이원철 선배의 앨범사진을 올린 것이라면 사진은 69년도 쯤에 찍은 것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베이비 붐 세대가 한참 초딩을 다니던 시절이었으니까 재학생이 가장 많았던, 학교가 가장 번성했던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왼쪽으로 지금은 헐리고 없는 2학년 교사가 보이죠?
왼쪽 큰 나무는 수양버드나무로 기억하는데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왼쪽 철봉 뒤쪽으로는 운동회 때 개선문을 설치하던 은행나무도 보이는군요.
저 나무가 40년이 더 자랐다면 꽤 큰나무가 되었을텐데 어디로 옮겨 심었는지? 현재의 위치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이 사진이 69년에 찍은 것이 맞다면 저는 저 본관건물 끄트머리 3학년 교실에서 수업을 받고 있었겠습니다.
건물의 끄트머리여서 겨울이면 외풍이 세었고 바람에 창문 흔들리는 소리가 꽤 시끄러웠습니다.
게시판이 보이고 그 옆으로 자전거가 주차되어 있네요. 자전거는 선생님들이 통근 수단으로 쓰였지요.
그 뒤에 캐노피가 달린 건물이 교무실이었습니다. 잘 치지는 않았지만 종도 하나 달려 있었지요.
국기 게양대가 꽤 높게 세워져 있네요.
커튼이 묶어진 교실 둘은 4학년 교실로 기억됩니다.
교무실 옆 교실은 5학년 교실이었고요.
그 교실은 교실 사이가 벽이 아닌 밀문으로 되어 있어 행사가 있으면 문을 뜯고 강당으로 쓰기도 했습니다.
저 강당에서 TV란 걸 처음 구경했습니다.
닉슨 대통령이 중공을 방문했을 때인데, 발전기를 돌려 TV를 방영했지요.
오른 쪽으로는 지금도 남아 있는 6학년 교사가 보이네요.
콜타르 바른 나무 널판지 목조건물과는 대조적으로 굴뚝도 보이는 등 신식 건물입니다.
저도 저 건물에서 수업을 받았습니다만 한달 남짓에 불과했습니다. 전학을 갔기 때문이죠.
한때, 중학교 입시가 있던 시절엔 과외수업을 하는 등 교육의 열기가 꽤 뜨거웠던 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전교생 아침 조회 광경이군요.
2학년 교사 뒤로 멀리 지서 건물도 보이는군요.
중간 건물 벽면에는 무슨 표어가 붙어 있는데 과연 뭐라고 쓰여져 있을까요?
'중단없는 전진의 해' 뭐 이런 개발시대의 씩씩한 표어가 쓰여져 있었겠죠.
교장 선생님은 조필영 선생님이고 훈시 내용(물론 저 사진과는 관계가 없지만)은 " 저 산도 마음만 먹으면 옮길 수 있다."
할려고만 하면 못할 게 없다 는 내용이었습니다. 어떻게 기억하냐고요? 원래 공부 못하는 넘들이 단편적인 기억은 강합니다.^^
당시 선생님은 愚公移山 (우공이산 : 하고자 마음만 먹으면 못해 낼 일이 없다.)이라는 고사성어를 떠올렸을까요.
꿈을 먹는 아이들에게는 요즘에도 딱 어울리는 훈시라고 하겠습니다.
마침 조필영 교장선생님의 사진이 있어 올려봅니다.
가을 운동회 사진입니다.
이어달리기를 하고 있는 모습같죠? 모두가 시선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저 당시는 오전에는 아이들 운동회고 오후에는 어른들 운동회였습니다.
지금 달리는 선수도 어른 같죠? 동네별 바통받기 계주경기 참 쓰릴있었습니다.
사곡초등 운동회에 작승초등 공정초등 천막이 왜 보이느냐고요?
그때는 천막이 귀했기 때문에 서로 빌려쓰기를 했거든요.
하이고! 운동회 시작하기 전 조회모습 같습니다.
비뚤비뚤 그어진 횟가루 선이 꼭 가을하늘에 비행기가 지나간 자욱 같죠.?
흰 난닝구에 까만 빤스, 하늘에는 만국기가 펄럭거리고.
그런데 아이들 거의가 맨발같죠? 운동화를 신지 않아도 운동회 날은 하늘을 붕붕 나를 것만 같았습니다.
저 빤스는 운동회 치르고 내년 운동회까지 속옷 빤스로 쓰였습니다.
빤스가 까맣다보니 때도 안 타고^^ 겨울에 이 잡을 때 이도 잘 보이고 여러모로 편리했습니다만. -_-;
'힘차게 달려라! 개선문' 책상을 쌓고 종이에 벽돌무늬를 그려 넣었는데 지금봐도 그럴 듯 하군요.
저 개선문 좌우로 청군 백군이 나뉘어 열심히 응원을 했었죠. 337박수! 기차박수!
오른 쪽으로 신작로 가로수였던 키큰 포플러가 보이네요.
우리가 '그 시절'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키 큰 포플러나무에 먼저 폴폴나는 비포장 도로 아닙니까.
운동회의 단편적인 기억들.
총소리에 놀란 귀의 잉잉거림, 비릿하던 화약냄새, 맛좋던 국밥, 운동회가 끝난 뒤 빈 운동장을 휑하니 쓸고 가던 바람 등.
지난 겨울(올린 날짜가 2008년 1월 26일로 되어 있네요) 눈이 내린 모교의 모습입니다.
건물을 철거해서인지 운동장이 꽤 넓어졌습니다. 지킴이 이영찬 님이 올린 사진입니다. 늘 감사합니다.^^
새로 도색을 했다네요.
천편일률적인 노란색에서 탈피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칼라가 어째 화장빨 안 먹는 여자 억지로 화장해 놓은 것같은 부자연스러움이.^^
붉은색 계통은 웬만하면 피하는 게 좋습니다. 어지간해선 세련된 맛을 낼 수가 없거든요.
저 은행나무가 개선문으로 쓰던 그 은행나무일까요? 원래 저 자리에는 은행나무가 없었거든요.
그렇다면 더 고목이어야 할텐데. 우리 시절엔 볼 수 없었던 독서하는 소녀 상, 이순신 장군 상이 교문을 지키고 있네요.
가장 최근에 찍은 사진입니다. 역시 이영찬 님이 올린 사진이고요.
그래도 6학년 교사는 그대로이네요. 저 건물만이 옛모습을 간직할 뿐, 나머지는 상전벽해입니다.
학생 수는 얼마 되지 않아도 학교는 잘 관리되고 있는 듯합니다.
운동장 구석이지만 잡초하나 보이지 않네요. 아무튼 사곡면에 하나 밖에 남지 않은 학교, 사곡초등학교가 영원하길 기원합니다.
끝.
첫댓글 전 사곡국민학교 40회 졸업생입니다. 제가 입학했을때 조필영교장 선생님 이셨고 그 다음은 변영섭교장 선생님.....사진과 자세한 설명들을 읽어보니 되돌아 가고픈 마음 굴뚝 같습니다만....아련한 추억들에 잠길수 있어 행복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새달샘님께서 올려 주시는 이 한장의 사진 시리즈가 언제까지 계속되어 질지는 모르겠지만 늘 기다려 집니다. ㅎㅎ
'이 한장의 사진' 시리즈는 사진만 있으면 계속 이어진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제가 굳이 일련번호를 매기고 있는 것은 계속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그러니 사진만 많이 올려 주세요. 글이란 동기부여가 중요합니다.
친구야~ 누군가 했더니! 역시 삼철이 너였구나 글을 읽으면서 어쩜 나랑 동시대에 같은 추억을 가지고 있을까?궁금해 했다 소설처럼 역어내는 너의 아련한 추억담은 많은 사람들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구나 좋은글 계속 이어지길 바라고 화이팅!! 참고:새달샘님은 사곡국민학교 36회이고 신감이 고향인 장 삼 철 입니다
친구! 여기서 만나니 반갑다. 뭐 그런 과찬의 말씀을.^^ 나도 이곳에 글을 올릴 때는 행복하단다. 연말에 사곡 동창회 한번 있겠지? 그때 보자.
4년 선배님 되시네요! 아마도 얼굴 뵈면 알수 있겠죠?
이 모습 변치않고 영원하길.~~
새삼 이렇게 보니 감회가 새롭네요 감사합니다 난 33회 이명숙이고요 선,후철이가 우리 동기 지요 지금 형님들은 잘 계시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