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문화요 역사요 미래이며 휴식이고 여유입니다.
백두대간길은 백두산에서 시작하여 지리산까지, 강을 건너지 않고
계곡을 통과하지 않는 분수령만으로 이어진 길입니다.
쉽게 말하면 우리 4기가 가고있는 길, 동은 낙동강과 동해로
서는 섬진강 금강 한강등으로 흘러가는 것입니다.
즉 대간길이 바로 빗물이 동으로 가느냐 서로 가느냐를 가르는 것입니다.
같은 곳에 비가 내려도 단1미터도 안되는 거리지만 바다로 흘러들어
가는 곳은 전혀 다른 천리의 거리로 헤어집니다.
지난 3구간의 마지막 봉우리인 고리봉에서 4구간의 수정봉 까지는
평지로 되어 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고리봉에서 앞으로 전진하여 세걸산 바래봉으로
안가고 평지로 내려오는게 의아했습니다.
우리가 걸었던 그 도로가 대간길, 이라는 회장님과 대장님의 말이 쉽게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집에 와 우리나라 물길지도책을 보니 우리가 걸은 아스팔트 도로가
대간길 이었습니다.
즉 도로의 우는 낙동강으로 서는 섬진강으로 흘러가게 되며 우측 운봉읍
지역의 물이 바래봉의 맥을 끊어놓았습니다.
4구간 수정봉에서 고남산에 오르면서 동쪽을 보니 바래봉은 맥이
이어지지 못하고 꼬리를 내렸음을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대간 종주를 하면서 이렇게 알지 못했던 것을 하나하나 습득하는
즐거움도 적지 않습니다.
공자님도 맹자님도 인생3락을 언급했고 추사선생도 말을 했습니다.
추사선생은, 글을 읽고 쓰는 즐거운, 사랑하는 이와 변함없는 애정
(여기 사랑은 꼭 남녀 간의 사랑이 아님), 술을 마시며 풍류를
즐기는 것, 이라 했습니다.
저는 백두대간종주 3락을, 몸과 마을을 수양하고, 친구와 동료를
만나는 것, 새로운 사실을 알고 문화와 역사를 배우는 것, 이라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종주 3락을 무어라 생각 하시는지요?
5구간 시작은 다소 추운 날씨에 우중충하고 바람이 부는 관계로 상쾌하지 못한 상태에서 산행을 시작
했습니다. 그러나 매요리에 막걸집이 있다는 기대감으로 궂은 날씨에도 열심히 땀을 내며 매요리에
도착했습니다.
5구간도 4구간처럼 멀지도 않고 난코스가 없어서 마음은 한결 가벼웠지만 왠지 싱거운 감정을 숨길수
없었습니다. 부드러운 산보다는 너설한 산이 한결 등산의 묘미를 주는데.....
매요리를 둘러보니 농촌 여느 마을과 똑같이 조용하고 한산하며 평화스런 분위기였습니다.
그곳에 우리대원들의 통과는 잠자고 있는 부락을 깨우는 역할을 했습니다.
이것저것 보느라 대원중 마지막으로 주막에 도착한 순간 기대가 커서인지 실망스러웠습니다.
날씨만큼이나 차가운 막걸리에 그 보다 차가운 김치와 두부안주는 술을 마시기에 적당치 않았지요.
그러나 대간길 주막의 의미를 되새기며 몇 고뿌하고 주인장을 찾으니 칠순의 할머니였습니다.
할머니에게 따뜻하고 맛있는 안주를 기대하는 것이 죄악이라 생각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복성이재를
향하여 걸었습니다. 약간의 오르막길을 가는가 싶더니 사치재의 88고속도로가 눈에 들어왔고
지하통로를 통과해 그것에서 중식을 차렸습니다.
오디주로 목을 축이니 흐뭇했고 또 다른 대원의 솔잎주 한잔은 천국에 온느낌, 그것이 끝이 아니었
습니다. 무릉도원이 따로없다 생각할 즘 복분자주 한 모금 음미하니 온 세상을 얻은 느낌,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매요리에서의 부족함을 채워준 오디주 솔잎주 복분자주를 준비한 대원 그리고
밤을 새워 안주를 준비한신 다비다님께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중식을 마치고 약간의 가파른 을을 오르던 중 뒤를 돌아보니 88고속도로 준공기념탑이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88고속도로 그리고 준공탑, 25년전 동서 화합을 위하여 건설한 고속도로의 준공식 장면이
주마등처럼 스칩니다. 27살 젊은 청춘시절,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 초년생으로 꿈이 넘치고
패기에 차있던 시절, 남보다 출세하리라 마음먹고 사회에 나섰던 1984년.
그러나 지금껏 성공보다 좌절이 많았던, 그래서 얻은 명예나 벌어논 재물 없는 보잘것없는
신산을 경험하며 살아온 세월.
88고속도로는 많은 사람의 발이 되어 사회의 큰 역할을 하건만 나는 이제 역부족을 느끼며
한두 발 오르니 좌측으로 산불의 흔적이 남았습니다. 애써 가꾼 산을 순간의 실수로 폐허화
시키는 안타까운 일은 없었으면.
북풍한설의 매서운 계절을 예고라도 하는 듯, 인정사정없이 부는 차디찬 바람에 대원들의 걸음은
조급했고 간간히 떨어지는 안개비에 우리의 마음은 여려졌습니다.
산하를 사랑하고 자연에 순응하는 진리를 배우며 아막성에 도착.
백제에서는 아막성 신라에서는 모산성이라 불렀던 이곳은 양국의 격전이 벌어졌던 살벌한
곳임을 짐작하고 남았습니다. 신라와 백제 군사들의 함성을 뒤로하고 일행은 복성이재에
도착했습니다.
비교적 마뜩잖은 구간이었지만 88고속도로 준공기념탑과 아막성을 보면서 역사의 흔적을
되새실수 있어 위안이 되었습니다.
4기대원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다음 6구간도 몸을 닦고 마음을 수양하는 구간으로 모두 참석하시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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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기 신영호
첫댓글 대간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저에게 신영호님의 후기를 읽고 나면 역사 공부를 하고가요.. 대간의 쏘스 잘 읽고 앞으로도 쭈욱 부탁드립니다.근데 저 사진에서 눈 좀 뜨게 해 주신 않될까요... 감사합니다
지난 3기때는 " 약오름 약내림"의 신화(?)를 남기며 대간후기의 진수를 보여준 대원이 있었다면 이번 4기에는 대간길로 이어진 능선의 지명에대한 유래와 함께 더불어 그 곳의 역사를 이렇게 재미있고 유익하게 풀어주시는 신영호님의 해박한 후기가 있어 감사할 따름입니다.
훌륭한 5구간 후기 글 이네요. 남은 구간도 쭈~욱 부탁드립니다.~~~
대간길이 동서를 나누는 분수령으로 소백산을 지날때까지 삼국시대의 산성이 많이있습니다, 역사공부 고맙습니다.
아쉽게 저의 부주의로 인해 다리부상을 입어 못가게된 5구간에 대하여 산행일지 올려주셔서 잘읽고 산행을 대신했읍니다. 시간 만들어 단독산행해야겠는데 바로 실행을 하지는 못할것 같읍니다.역시 백두대간 종주란 건강과 시간관리등 각고의 노력으로 이루어지는것인가 봅니다. 산행중 전화 주셔서 위로해주심에 감사드리며 빠른시간내 치료하여 동행하도록 하겠읍니다. 늘 건강하시고 즐거운 산행하시기 기원합니다.
대간을 오르면서 한구간 한구간 완주할때마다 성취감에 주체할수없을정도로 가슴벅찬 기분으로 버스에올라 무지속에 잠을청하며 피로을 풀며 집에 도착한답니다. 신영호님! 덕분에 체험학습 제대로 하게해주시니 고맙습니다. 앞으로1구간도 빼먹지말고 쭉~~체험학습 꼭 지도해주세요. (다비다)
글귀를 읽고 삶을 그리고 인간미있는 사람들을 만났던 옛추억이 생각납니다. 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