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성룡이 되다.---> 첫번째 꿈 [3].
훅...훅...훅... 살았다. 간신히 지각은 면했군. 그런데 저 사람들 중에서 누가 검술 선생님이고, 누가 격투기 선생님이지? 으음..... 둘이 똑같이 생겨서 잘 모르겠네.......
간신히 도착하여 숨을 고르고 있던 나와 크로드는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아이들은 우리를 바라보며 말하는 것이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크로드를 향해서 말이다.
"여~. 지각대장 크로드가 오늘은 '웬일로' 일찍 오시나, 그래."
왠지 말에 가시가 돋힌 것 같은데....... 짜증이 불끈불끈 솟아나네......
"시.. 시꺼!!!! 카알! 그런 얼토당토않은 말은 하지도 마라고!"
"오오.... 네가 드디어 금단의 사랑에 빠졌다는 얘긴 들었는데...... 네가 남자라는 사실은 잊지 말았으면 했다만.............."
금단의 사랑? 그게....... 뭐지?
여자 아이들은 그 소리를 듣고는 지들끼리 소근거리며 말하다가 나를 힐끔힐끔 쳐다보곤 했다. 쟤네들 왜 저런 다냐? 카일이란 녀석이 한 말과 여자아이들의 행동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고민에 빠져들었는데 그 카알은 착각을 한 모양이다.
"저걸 좀 보라구.... 네 룸메이트가 부끄러워 하고 있잖아. 쯧쯧쯧....."
잠깐.... 그렇다면 그건...... 이 자식이.....
그 말의 뜻을 이제서야 깨달은 나는 그 자식을 날려버리고 싶었지만, 다음 순간 들려온 선생님의 목소리에 참기로 했다.
"아아.... 조용히 하거라. 오늘 신입생이 하나 왔다는구나. 일단은 그 아이의 소개식을 들은 뒤에 수업을 시작하겠다. 그럼 리오스군, 나와 주겠나?"
여기도 처음오는 사람은 인사를 시키나보군..... 뭐, 까짓거 하자. 그런 생각으로 일어났다. 그러자 선생님 두 분께서는 놀라신 얼굴로
"네가... 리오스란 신입생이니?"
"네, 그렇습니다."
선생님들께서는 꽤나 놀란 듯이 보였다. 하긴... 내가 좀 잘생겼어야 말이지... 뽀얀 살결, 가냘픈 몸, 내 허리를 넘어서는 탐스러운 붉은색 머릿결, 아름다운 얼굴.........
아악!!!!!!!!! 이건 아냐!!
으으으윽.... 어쨌든 인사나 해야겠군.
"그럼 나와서 네 소개를 하렴."
알았어요, 알았어.... 고개를 끄덕인 나는 아이들을 헤치고 걸어 나왔다.
그러자 남자 아이들과는 반대쪽에 앉아있던 여자아이들이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는 것이었다. 젠장할, 여기 오기 전에 겉모습을 바꾸고 오는 건데...... 에라.... 인사나 하자.
"제 이름은 리오스 덴 디스로이드라고 합니다. 드라그니아에서 왔고, 검사반을 지원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말하자 아이들 서너명이 갑자기 손을 번쩍드는 것이었다. 얼래? 질문도 하는 거야? 뭐, 별 상관 없겠지. 내 맘대로 생각한 나는 손을 든 아이들중에서 카알이란 녀석에게 기회를 주었다.
"하나만 묻겠습니다. 정말로 남자인가요?"
역시나...... 내가 남자라는 사실을 믿지 못하는 모양이지. 주위의 아이들도 내 대답에 관심을 가지고 쳐다보고 있었다. 대답을 안하면 나를 여자라고 생각할지도..... 좋아, 확실히 해두는게 좋겠지.
"네. 전 남자예요."
마지막이란 생각에 나는 대답을 해주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것이었다. 이것들이 대답을 해주니까...... 하지만 아이들의 소란은 선생님께서 나오셔서 가라앉게 되었다.
"자자.... 조용히들 하거라. 리오스, 그만 들어가 앉거라."
그러죠, 뭐. 나는 선생님께 고개를 끄덕여 인사한 후, 원래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오늘은 격투기부와 검사반의 합동수업이란 사실을 모두 알고 있겠지?"
아이들은 '네.'라고 대답했고, 선생님께서는 그것이 마음에 드시는 듯 고개를 끄덕이시며 말을 계속하셨다.
"갑자기 이런 수업을 하게 되어 의아해할지도 모르겠지만, 오늘은 권법이 더 우세인지, 아님 검술이 더 우세인지를 가늠하기 위해서 이런 자리를 마련했다."
선생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지만 아이들은 다 안다는 듯한 얼굴로 선생님의 말씀을 들었다. 나는 왜 아이들이 시큰둥한 얼굴로 선생님을 바라보고 있는지 알지 못하기에(당연하지!! 오늘 입학했는데!!)
옆에 앉아있던 크로드에게 소곤소곤 물었다.
"크로드, 아이들이 이미 알고 있다는 듯이 보이는데 이건 어떻게 된 거지?"
"그래, 넌 오늘 입학해서 잘 모르겠지........ 저기.... 선생님 두 명이 똑같이 보이지?"
크로드는 선생님 두 분을 향해서 눈짓으로 가리켰고, 둘이 닮았다는 사실은 아까 들어오면서부터 생각하고 있던 것이었다. 그래서 고개를 끄덕이며 크로드의 대답을 재촉했는데, 내가 너무 얼굴을 바짝 들이대니까 좀 어색했던 모양이었다. 크로드는 차마 나를 밀지는 못하고 고개를 뒤로 빼며 말했다.
"저 두 분은 쌍둥이거든. 그런데 지금 서있는 세이르만 선생님은 검술을 배운 분이고, 앉아있는 헤이다론 선생님은 권법을 배운 분이거든. 그래서 두 분께서는 언제나 자신들이 배운 게 더 쎄다고 싸우고 계신거지."
으음... 그러니까 형제끼리 자기들께 더 쎄다고 싸운단 말이지.... 이거 완전히 어린애들이잖아.... 웃기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세이르만 선생님이 말했다.
"그래서 오늘은 이곳에서 검사반과 격투기반에서 각각 다섯 명씩 선발해서 차례를 정한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정한 차례대로 나와서 서로의 실력을 가늠하는 거다. 그래서 승자가 많은 쪽이 이기는 시합을 한번 해보겠다."
그러면 당연지사 검술반이 이기는 게 뻔 하잖아. 진검 승부라면 말이지.. 더군다나 어느 쪽이 이겨도 어느 쪽이 우위라는 소리는 못하는 거 아닌가? 쩝..... 아이들도 이런 건 불만이 많은 듯이 보였다.
비록 선생님께 대들 정도로 간이 부어있는 녀석은 없었지만 그래도 선생님을 향해 곱지 않은 눈길로 쳐다보고 있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선생님께서도 그것을 느끼신 듯 싶었다.
"물론 이렇게 한다고 해서 이긴 쪽이 우위라는 소리는 못한다. 하지만 서로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보안할 수 있는 그런 기회가 되지 않겠나라고 생각해서 이런 걸 하게 된 거란다. 그럼 지금부터 시작할 때까지 5분가량 시간을 줄 테니 얼른 대표를 뽑으렴."
쳇, 허울도 좋군.... 그나저나 어떤 아이들이 나갈라나... 나랑은 상관없는 이야기일 테지만 그래도 궁금해지는걸.... 어라? 아이들이 두 패로 나뉘어져 있는데..... 아, 크로드가 저기 있으니까 검사반은 저쪽이군.... 그런데... 검사반에 여자 아이들도 있군, 그래. 아이들은 벌써 대략적으로 대표를 뽑은 모양이었다.
순서를 정하는 아이들의 말소리 중에서 내 이름이 불쑥 튀어나오는 것이었다.
"으음... 처음은 리오스가 나가는 걸로 하고......"
에엑? 이게 무슨.... 가위눌린 사람이 귀신을 바라보고는 한눈에 반해서 구애하는 소리야! (말이 되나, 몰라?)
"이, 이봐. 잠깐. 거기서 왜 내 이름이 나오는 건데?"
이 녀석들..... 조금 수상한데...... 당황해 하며 묻는 내게 크로드가 대답했다.
"일단은 전력 탐색을 위해서지. 더군다나 수업도중에 끼어들어 왔으면 네게 실력이 있다는 소리 아니겠냐?"
으윽... 그게 그렇게 해석이 가능하군..... 좋아, 까짓것 나가지. 뭐. 설마 죽이겠어? 더군다나 수업 중인데 선생님이 어련히 잘 막겠냐?
"자, 5분이 지났으니 시작한다. 첫 번째, 링으로 올라오거라."
벌써? 시간 참 빨리도 가네. 검사반의 일번인 나는 일어나서 밖으로 나왔다. 그러자 상대편에서는 아까전의 그 카알이란 녀석이 나왔다. 흠... 잘됐군.... 좋아, 버릇을 고쳐주지. 그런데.... 저쪽의 아이들은 왜 저런 눈길로 나를 쳐다보는 거지? 이상하네....
나는 [에이젤 화이어]를 빼들었다. 선생님께서는 내 검이 심상치 않은 검이란 것을 알아차린 듯 싶었지만 그래도 말리지 않았다. 신입생이라 기대를 안 하시는 듯 했다. 좋아, 단숨에 승부를 내버리겠어. 그런 생각으로 링위에 올랐다.
"자, 그럼 여기 서거라. 장외가 되거나, 항복을 하거나 쓰러져서 카운트 10이 되면 지는 거다.
알겠지? 자, 그럼... 시작!!!"
에엑? 이렇게 갑작스레? 갑작스런 시작이란 말에 황당해 있는 나를 향해서 카알이 대쉬를 했다. 으윽.
이 녀석, 아무래도 보통이 아닌 모양인데....
슈욱!!!!
카알의 왼손 정권찌르기에서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겨우 저 정도의 스피드로 나를 잡으려 했다니, 웃기는데.. 뭐 인간이라면 빠른 편이지만 말이야. 나는 같잖다는 듯이 카알의 주먹을 흘려버리며 검을 휘두르려 했다.
물론 조금의 상처를 입힐 정도로만. 하지만 그 녀석의 기술이 연속기라는 사실을 몰랐던 나는 뒤따라 들어오는 녀석의 오른쪽 무릎을 십자 막기로 막아야했다.
젠장할, 이렇게 바짝 붙어있으니까 검이 오히려 불편하군, 그래. 내 생각은 카알의 공격에 더 이상 이어질 수 없었다.
콰앙!!
"허억!! 간신히 막았네... 이게.... 발경이란 건가? 격투기 반이란 게 권법도 함께 배우는....."
그렇게 검으로 간신히 막은 것처럼 보이고는 말하자 카알이 말했다.
"후훗, 그래. 권법을 기초로 그것을 응용하는 방법을 배우는 거지. 더군다나 우리 담임선생님께서는 권법의 마스터라고 불리시는 분이지. 하지만.... 아직은 신입생인 너랑 이렇게 싸워야하다니...... 조금 한심한 것 같아."
그렇게 간단히 말하는 카알.
쳇, 그랬지. 헤이다론인지 메이다론인지 저 선생님이 권법을 배웠다고 했지. 하지만 내가 신입생이라고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는 카알이 역겨웠다. 저런 녀석은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약한 타입이지. 좋아........ 큭큭큭큭큭큭.......
갑자기 든 기발한 생각에 난 들고 있던 검을 검집에 넣었다. 한창 폼을 잡고 있던 카알은 그것을 보고 놀라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아니, 검사반 아이들도 '저게 미쳤구만.'하는 듯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나는 그 시선들은 싹 무시해 버리고는 검을 링밖에 두었다.
"뭐야, 시합 포기냐?"
흥, 웃기는데...... 난 카알의 말을 씹어버리고는 천천히 자세를 잡았다. 태권도의 기마자세를.(^^;;)
아이들은 그런 나를 바라보며 웅성거리기 시작했고, 카알은 같잖다는 말투로 말했다.
"하하하.....너.... 설마... 격투기반 반장인 나랑 권법으로 붙겠다는 거야?"
당연한 말을 묻는다는 듯이 녀석을 향해 빙긋이 웃어주었다. 아이들의 소리는 여전히 들렸지만 카알은 나를 한번 바라보고는 자세를 잡았다. 녀석, 이제야 깨달았나 보군. 쿡쿡쿡.......
서서히 가라앉는 소란. 됐어, 이제 시작할까?
스윽..... 녀석을 향해 자세를 잡았다. 순간.
슉!!
녀석의 발차기가 나를 향해 뻗어왔다. 가뿐하게 얼굴을 옆으로 숙여서 간단히 피할 정도로 느렸지만...
자, 그럼 가볼까..... 녀석이 다시 자세를 잡았을 때, 녀석을 향해서 돌진했다. 카알의 오른손이 뻗어왔지만 몸을 돌려 피해버리고는 그 여세를 몰아 뒤돌려차기로 공격했다. 하지만 카알은 고개를 제껴 피하고는 왼발로 호선을 그리며 공격했다.
"으왓!"
카알의 공격을 피하며 손가락에 마나를 모았다.
본래 비정상적으로 응축된 마나는 사람을 죽일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기에 어느 정도 강도를 조절하고는 카알의 다리로 마나를 쏘았다.
퓽!
"으윽!"
갑작스레 잘 공격하던 카알이 비명을 지르자 아이들은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하지만 마나를 느낄 수 없는 아이들은 그것을 알리가 없었다.(이렇게 하면 비겁한 것 같다.. --;; ..)
아마 카알은 지금 다리가 무지무지 아플 껄.....
훗. 먀하하하하... 역시 난 사악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