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현과 함께하는 7월 14일 밤의 한밤의 음악편지
안녕하세요? 별밤을 기다리신 음악을 사랑하고, 핸섬보이 DJ '나현'을 사랑하는 여러분 지난 한 주도 잘 지내셨습니까?
장마 비가 많이 내렸다는데 장마 피해는 없었는지요? 여름이면 단골 손님처럼 찾아오는 폭우니, 태풍이니 하는 자연 재해를 피할 수는 없지만 미리미리 대비를 충분히 하신다면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는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오늘은 오랫만에 뽕짝에서 벗어나 클래식 한곡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글렌 굴드’ 이야기
토론토에 있는 굴드의 동상
1955년 6월 어느 날 두터운 코트에 머플러를 두르고 베레모에 장갑을 끼고, 한 손에는 접이식 의자를 들고, 다른 손에는 뉴욕의 물은 마실 수 없다면서 식수로 사용할 2개의 물병, 갖가지 안정을 위한 5개의 약병, 약간의 소다, 비스켓 등을 담은 트렁크를 들고 CBS 스튜디오를 들어선 이 남자는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첫 녹음하기 위해서 온 ‘글렌 굴드’이다.
연주에 들어가기 전 굴드는 두 손을 20분간 더운 물에 담그고 자신이 가져온 수건으로 손을 닦아 냈다. 녹음이 진행되는 동안 굴드는 도취된 상태에서 입을 벌리고 노래를 불렀으며 몸을 앞뒤로 구부렸다 폈다를 반복했다. CBS의 녹음기술자들은 굴드의 허밍을 녹음하지 않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이 유명한 일화는 그가 어떤 사람인지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유명한 일화이다. 또한 그는 허밍소리에 대한 녹음 기술자들의 불만에 다음날 녹음할 때 2차 세계대전 때 쓴 방독면을 가지고 왔을 정도로 위트 있던 사람이었다.
‘글렌 굴드’, 그를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힘들다. 어릴 때부터 신동으로 주목 받았고, 1955년에 발표한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 참고: 피터 F.오스왈드 ‘글렌 굴드’ 중에서
한달 전쯤, 시내 도서관 앞을 지나다가 문득 나의 도서관 이용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이민을 온 그 다음해 2월에 만들었으니 오래된 카드다. 중간에 한번 갱신하기는 하였으나 그래도 10년이 넘었고, 아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로는 거의 사용해본 기억이 없기에 어쩌면 사용이 안될 것 같아서였다.
그때는 아이 때문에 자주 도서관에 드나들며 책을 한아름씩 빌리고는 하였는데 아이가 대학에 가고 난 이후로는 도서관에 갈 필요가 별로 없었다. 내가 좋아하는 읽을거리는 도서관에 없을 뿐만 아니라 가끔 수업자료준비를 위하여 복사하러 가던 지난 해의 NCEA 출제문제도 이제는 집에서 컴퓨터로 출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날 과외를 하고 있는 유학생 아이의 엄마가 펜달톤 도서관에 읽을 만한 한국 신간서적이 많다고 하였다. 자기는 한번에 십 여권씩 빌려와 매일 한 권씩 읽었다며, 시립도서관은 한번에 30권을 4주 동안이나 빌릴 수가 있으니 책 좋아하시면 한번 가보라고 하였다.
그 동안 한국식료품을 파는 ‘코스코’에 도서대출 보증금으로 $20을 맡겨두고서 일주일에 한두 권씩 빌려오면 대출기간이 1주일이라 항상 반납하라는 독촉전화를 받아오던 터에 귀가 솔깃하였다. 이 말을 들은 후부터 꼭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그 동안 도서관에 들릴 기회가 없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도서관 앞을 지나기 전까지는 잊어버리고 있었다고 해야 맞는 말이 되겠다.
사실 내가 갖고 있는 집의 책만으로도 읽을거리는 넘치나 좀더 ‘신선한 책’을 읽고 싶은 욕심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여기서 ‘신선한 책’이란 요즘 새로 나온 신간서적이나, 내가 좋아하는 종류의 나의 눈길을 잡아 끄는 책을 말한다. 예를 들어 류시화, 유홍준, 곽재구, 최인호, 법정, 이해인이 근래에 쓴 글들이 이에 해당이 되겠다. 나는 이들의 웬만한 책들은 모두 소장하고 있고 또 이들의 성실한 애독자이기 때문이다.
나는 어려서부터 책을 옆구리에 끼고 다니는 못된 버릇이 있었다. 책을 많이 읽지도 않으면서 폼으로라도 길을 걸으면서 책을 들고 다니고는 하였는데 그 못된 버릇은 지금도 여전하다. 책을 읽고 싶은 욕심만 앞서 방바닥에 배를 깔고서 책을 읽다가 기껏 한두 줄 읽고서 책을 베고 잠들어버리는, 마치 책을 수면제 대용품으로 사용하는 부끄러운 독서의 수준이기는 하지만 나의 책 욕심은 좀 유별나기는 하다. 이것도 어려서 책을 충분히 읽지 못한 콤플렉스 탓이 아닌가 싶다.
하여튼 이유야 어찌되었던 간에 이 글에서 구차한 이유나, 변명 따위를 더 늘어놓는다는 것은 지루한 군더더기가 될 뿐이니 생략하기로 하고 어쨌든 나는 펜달톤 도서관에 가보고 싶은 마음에 시립도서관 앞을 지나다 나의 도서관 카드 점검작업에 돌입하였던 것이다. 그리고 나는 누가 보기에도 오래된, 바코드조차 희미하게 흐려진 카드를 주저하며 도서관 사서에게 내밀었다.
나의 카드를 카드입력 기에 집어넣어 보던 사서는 카드를 너무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서 재발급을 받아야 한다며 재발급용 서류를 하나 꺼내주었다. 나는 서류의 빈칸을 하나하나 메운 후 사인을 하여 사서에게 건네고 사서는 부족한 칸을 다시 메우면서 나의 도서관카드가 다시 재발급되었다.
나의 도서관이용 카드를 만들어 주기 위하여 상담에 응해주던 도서관직원은 정말 친절하였다. 영어가 서툰 나를 위하여 천천히, 또박또박 정확한 발음으로 말해주는 그녀의 친절한 배려가 너무 고마워 카드를 발급받아 나오면서 커피라도 한잔 뽑아다 갖다 주고 싶었으나 망설이다가 말았다. 쑥스러운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글렌 굴드의 여권 - 자신은 콘서트 장에 서는 일 자체를 싫어했지만 그의 직업란에는 콘서트 피아니스트라고 기재되어 있다.
도서관 카드를 재발급 받은 기념으로 시내에서 오다가 펜달톤 도서관에 들려 2009년 신춘문예 당선소설집을 한 권 빌렸다. 그 책 속에 경향신문에 당선된 현진현의 ‘글렌 굴드 이야기’가 실려있다. 그의 이야기는 <글렌 굴드Glenn Gould는 늘 자신의 스타인웨이Steinway & Sons 와 함께 연주여행을 다녔다. 굴드의 이 거대하고도 미묘한…>이라고 시작한다.
‘글렌 굴드’니, ‘스타인웨이’니 모두 처음 들어보는 말이다. 그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이해는 되었지만 처음 이 단어를 접했을 때는 너무나 생소한 단어라 ‘글렌 굴드’가 사람의 이름이고 그것도 캐나다의 유명한 피아니스트였다는 것도 몰랐을 뿐만 아니라 그의 이름을 외우는데도 한참 시간이 걸렸다.
남들보다 음악도 많이 듣고 음악 CD도 많이 소장을 하고 있으면서도 ‘글렌 굴드’가 연주한 바흐의 ‘골드베르그 변주곡’이 있는지도 알 수가 없었다. 전혀 생소한 곡 이름은 아닌 것으로 보아 ‘글렌 굴드’가 연주한 곡은 없더라도 한두 장 정도는 있을 것 같으나 이것조차도 자신 할 수가 없었다.
며칠 후, CD케이스를 뒤지던 나는 의외로 쉽게 바흐의 ‘골드베르그 변주곡’을 찾아내었다. 그것도 1981년에 녹음된 ‘글렌 굴드’의 것이었다. 반가웠다. 주로 유명한 작곡가인 베토벤, 차이코프스키, 브람스의 바이올린협주곡과 모짜르트의 피아노협주곡, 베토벤의 교향곡, 바흐의 무반주 첼로곡 그리고 바이올린이나 첼로의 소품 정도를 즐겨 듣는 초보수준이다 보니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이 있는 줄도 몰랐다.
참고로 인터넷에 올라온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소개한다.
첫댓글 심오한 클래식의 세계는 알길이 없으니
뭐라고 이야기할수는 없지만 가만히 듣고있으면
품격있는 음악이란 이런것이려니 하는 생각이 듭니다. ^^
한밤의 DJ님의 다방면에 걸친 박식하심에
경탄이 저절로 ... ^^*
저는 음악도 잡식주의자라 뽕짝도 좋아하고 클래식도 좋아하고 명상음악도 좋아합니다. 특히 정태춘이나 이동원을 좋아합니다. 그런데 많이 알지는 못하고 흉내만 내고 있습니다. 정말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면 들통이 나버릴 정도니 너무 기대는 하지 마세요. 그저 재미로 시작한밤이니 한번씩 들어만 주시면 감사하겠지요. 아무튼 쥔장님과 함께 최고의 애청자입니다. 꾸벅 .
나현님이 핸섬보이라는 말에 놀라고 있습니다
전 이쁜 여자분이신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이런 글은 신문이나 잡지 같은 것에서 보는 글이지
카페에서 볼 수 있는 글이 아닌 듯,
정말 다재다능하신 분 맞으시네요...
전 단지 책을 지루한 시간을 떼우려고 거의 읽는 편이라
책을 좋아하시는 님이 대단해 보입니다...
류시화님의 책은
저도 선물 받은 것이 하나 있는데 아주 아껴 가면서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핸섬보이면 어떻고, 아름다운 여자분이면 어떻습니까. 아직 저의 신분을 밝히지 않았으니 그저 마음 속으로 상상만 해보세요. 저도 류시화의 글을 너무 좋아하여 그의 책은 대부분 가지고 있습니다. 유홍준의 책도 곽재구의 책도 많이 갖고 있고 요즘은 조정래의 장편소설에 빠져 있습니다. 하기야 책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마는 저는 책욕심이 조금 더 많은 편이지요. 영화도 좋아하여 올드명화도 많이 갖고 있는데 자막이 없어서 아주 힘이듭니다. 아직도 영어실력이 엉망이거든요. 애청자가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꾸벅, .
소개해주신 연주자 글렌 굴드도 모르고..연주되는 곡도 모르지만은
전반적인 내용은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지금 동영상을 감상하고 있는데..정말 잠이 스르르 들겠습니다
다재다능하신 나현 DJ님~ 님의 삶도 그리 품격있는 모습으로 진행되는 것 같습니다
오늘밤은 일찍 잠들 수 있겠네요. 감사드리오며..^^*
저는 지금 이외수의 젊은 시절에 쓴 그의 수필을 읽고 있습니다. '전화기 앞에서 손가락 하나로 애인을 쉽게 불러 낼 수 있는 편리한 시대, 그러나 새벽 그리움의 물살로 가득 찬 낱말들이 우리의 저 속 가슴 깊숙이를 설레이게 하던 연애 편지는 사라져 버린 시대..." 단 돈 20원이 없어 굶기를 밥먹듯하고 벽돌공장 공터에서 별을 보며 잠들어야 했던, 옷에서는 아무데서나 이가 뚝뚝 떨어지던 거렁뱅이 시절을 보내면서 글을 썼던 이외수는 먹고 살기 위하여 글을 썼을까요? 그렇다면 다니던 춘천교대를 그만 두지 않았을텐데...글을 쓰는 이들을 들여다보면 하나같이 지독한 외로움을 갖고 있는 이들이지요. '글렌 굴드'도 외로웠던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