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에서 날짜 앞에는 以자가 습관적으로 붙는다. ‘삼월 이일에’를 한문으로 표기하자면 以三月二日로 쓰면 된다. 이때 ‘에’가 ‘以’이다. 이런 경우 以의 의미를 더 이상 천착할 필요가 없다. 그냥 그렇다고 알면 된다.
영어도 그러하다.
‘... 옷을 입은’이라고 할 때는 ‘in'을 사용하면 된다.
‘검은 옷을 입은 신사’라고 하려면 ‘잰틀맨 in 블랙’이라고 하면 된다.
‘붉은 옷을 입은 숙녀’라고 하려면 ‘래이디 in 레드’라고 하면 된다.
‘갈색 옷을 입은 대통령’이라고 하려면 ‘프레지던트 in 브라운’이라고 하면 된다.
내가 영어를 손에서 놓은 지 몇십 년 다 되어 가는데
그래도 한 개의 패턴으로 외워 두었던 문장은 아직도 기억이 난다.
“그는 롤스로이스를 살 만큼 부자다.”
“히 이즈 리치 enough to 바이 어 롤스로이스.”
이 한 문장만 알면 다른 단어를 가져다 넣어 한없이 문장을 만들어 갈 수 있다.
“그는 열 살에 쇄익스피어를 읽을 만큼 영리하다.”
“그는 마누라에게 큰 소리를 낼 만큼 대담하다.”
“토끼는 낙엽 소리에도 놀라서 깰 만큼 청각이 민감하다.”
모두 enough to로서 영작이 가능한 말들이다.
처음 롤스로이스 그 문장을 외우면서 생각했다. 도대체 그 차는 얼마나 비싼 자동차일까. 아직까지 모른다. 내 평생에 롤스로이스를 구입할 일이 없을 테니 몰라도 무슨 상관이랴. 사우디 석유왕 정도나 타고 다니는 자동차 정도겠지.
그래도 나는 간혹 중학생들이나 고등학생이 뭘 안다고 떠들면 그 문장을 가지고 영작해보라고 한다.
나는 그런다. “나는 롤스로이스를 살 만큼 부자다. 이 말을 영작 해볼 수 있 어?”
이제 ‘그는’이라고 하는 대신 ‘나는’이라고 하였다. ‘그는’이라고 할 필요도 없다.
학생들이 그 당장에 영작할 학생이 몇이나 될까?
내가 “아이 앰 리치 이너프 투 바이 어 롤스로이스.”
지난봄에 앞산에 올라가다가 한 무리 학생들이 놀고 있는 자리에서 그 말을 써먹었다. 아이들이 경탄한다.
“왜 이래, 이 할아비도 학생들 만할 때는 열심히 공부했소바리.ㅎㅎ”
패턴을 가지고 어학을 공부하는 것도 좋은 공부 방법이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