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대우 윈스톰, 폭풍전야(暴風前夜) | |||||||||||||||||||||||||||||||||
SUV 시장에 폭풍이 불어온다. GM대우가 내놓은 윈스톰이 폭풍처럼 내달릴 준비를 끝마쳤다. 과연 거대한 폭풍우가 되어 휘몰아칠 긴장의 순간이 도래할 것인가
국산 SUV 시장이 포화에 다다랐다는 말이 간간이 들린다. 경유값과 세금 인상으로 한물 갔다고도 한다. 그렇다면 국산 SUV의 종류가 몇 개인지 알고 있는가? 미니밴을 빼고 SUV라 부를 수 있는 것만 헤아려 본다면 대략 8개. '겨우' 8개다. 그만큼 우리들은 선택의 여지라고는 쥐뿔도 없는 시장 안에서 아득바득 댄 것이다. 억울하지 않은가? SUV 옹호자는 아니지만 좋은 SUV가 나온다는 것은 기쁜 일이다. 좋은 차가 나오기 위해서는 경쟁은 필수다. 수많은 차가 나와서 적자생존의 험난한 길을 거쳐야 진흙 속의 진주가 가려지는 것이다. GM대우에서 SUV를 새로 내놓은 것은 그래서 희소식이다. 승자야 누가 되었든 간에 어쨌든 SUV 시장을 긴장 속에 몰아넣었으니 말이다.
윈스톰은 지난 6월 7~9일 미디어를 상대로 테스트 드라이브 행사를 가졌다. 7월 1일 공식 시판을 앞두고 실체가 공개된 것이다. 폭풍전야가 따로 없다. 과연 엄청난 핵폭탄급 폭풍이 불어 닥칠지, 아니면 소나기만 한번 뿌리고 지나갈지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
暴 폭풍의 시작 때아닌 한여름 더위로 허덕이던 6월 8일, 무주 리조트에는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가 맞아 떨어지려는 듯이 하늘에는 먹구름이 짙게 깔렸고 바람은 세차게 불었다. 마치 폭풍우라도 불어올 태세였다. 시승 행사에서 궂은 날씨는 불청객일 뿐이다. 다행히 날씨는 더 이상 나빠지지 않았다. 하지만 윈스톰이라는 또 다른 커다란 폭풍우는 서서히 국내 SUV 시장에 다가 오고 있었다. 폭풍의 위력을 가늠할 수 없을 만큼 고요한 정적이 흐르는 가운데 폭풍전야는 시작되었다.
KTX를 타고 달려간 대전역에서 윈스톰과 첫 대면을 했다. 마치 사진으로만 미리 보고 말로만 듣던 상대방을, 소개팅 자리에서 처음 만난 것처럼 적잖이 흥분되었다. 20여 대가 넘는 형형 색색의 윈스톰이 도열해 있는 모습은, 대규모 해외 시승행사에서 보던 장면과 흡사했다. 스타일이 서구적이어서 더 그렇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보닛에서 흘러 나오는 다소 요란한 사운드는 여지 없는 디젤 본성이다. 로드 테스트는 대전에서 무주까지 내려가는 고속도로와 국도에서 이뤄졌다. 윈스톰은 150마력의 힘과 32.7kg(m의 토크를 열심히 네바퀴로 전달하며 도로를 휘어 잡았다. 수동 변속 기능을 갖춘 5단 자동기어도 그에 일조했다. 테스트용 임시 번호판을 단 새로운 차가 신기해 보였는지 주변의 시선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집중된다.
행사장인 무주리조트에는 'ESP & Safety', 'Power Train & Off Road' 체험 코스가 마련되었다. 먼저 모래가 깔린 미끄러운 바닥에서 방향 전환을 하면서 의도한 위치에 제대로 서야 하는 ESP 체험장. ESP 없는 차는 중심을 잃고 크게 요동 치며 오던 길을 바라보며 멈췄다. 반면에 ESP 달린 차는 흔들림은 있었지만 의도 했던 코스에 안착했다. 예상했던 당연한 결과. 그래도, ESP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주었다.
오프로드 체험장은 인공 구조물에서 오프로드 성능을 체험하도록 꾸며놓았다. 언덕길과 내리막길, 울퉁불퉁한 길, 경사로, 물길 등 다양한 코스가 마련되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동승 체험으로 끝을 맺었다. 참가자들이 직접 운전해도 될 듯했는데, 아쉬움이 크다.
공식 행사가 끝나고 서너 시간 정도 개별 취재 시간이 주어졌다. 미리 점 찍어둔 근처 반딧불 활공장과 내도리 유원지로 향했다. 시간이 많지 않았기에 본의 아니게 좁은 국도에서 속도를 높일 수 밖에 없었다. 고속으로 코너에 들어설 때마다 네바퀴굴림의 효력은 곧바로 나타났다. 활공장으로 향하는 산길도 거침없었다. 내리막 제어장치인 힐 디슨트 컨트롤은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급경사에서 안심하고 내려올 수 있게 해주었다. 내도리 유원지의 자갈밭과 흙길, 물길도 가리지 않고 힘차게 내달렸다. 어지간한 오프로드는 다 소화해 낼 수 있을 만큼 믿음직했다.
단 하루 동안 새로 나온 차를 제대로 느낀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윈스톰 또한 그러하다. 한가지 확실한 사실은 지금 나와 있는 다른 SUV들 보다 못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나은 점이 훨씬 더 많이 눈에 띈다. 새차이기 때문에 당연히 그래야 하지만, 실상 그렇지 못한 차들을 우리는 너무나도 많이 보아왔다. 이제 좋든 싫든, 결과가 어떻게 되든 윈스톰은 소비자들 앞에 서야 할 운명에 놓여있다. 미리 경험한 잠재고객 입장에서 말하자면, 그리고 만약 SUV로 마음이 기울어있다면 많은 고민을 하게 될 것 같다. 이러한 고민을 하게 만든 것만으로도 윈스톰은 절반의 성공을 거둔 셈이다. 그 나머지 몫은 이제 윈스톰이 헤쳐 가야 할 길이다. 폭풍이 되어서 말이다.
風 윈스톰에 관한 진실게임 메이커의 관계자들이 대거 참여하는 테스트 드라이브 행사는 풍문이 진실인지 확인하는 절호의 기회가 아닐 수 없다. 물론 민감한 질문에 대한 답변은 일정 수위를 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핵심의 언저리를 맴도는 애매모호한 표현으로 둘러대기 일쑤다. 하지만 그 동안 몰랐던 윈스톰의 실체는 양파껍질 벗기듯 하나하나 드러나게 마련이다. 이번 테스트 드라이브 행사에는 닉 라일리 사장을 비롯해서 릭 라벨 부사장, 윈스톰 개발 총괄 책임자와 디자이너 등 고위 임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그들이 말한 윈스톰의 모든 것.
Q 윈스톰이 현대 투싼 급의 컴팩트와 싼타페 급의 중형 중간이라고 보면 되나? A 그렇다. 투싼이나 스포티지보다는 크기가 약간 크지만 7인승이다. 시트 포지션은 타고 내리기 편하게 낮은 편이고 짐을 싣는 트렁크 높이는 비슷하다. 지상고는 낮은 편이지만 SUV가 만족시켜야 할 최소한의 기준은 맞췄다. 결론적으로 투싼이나 싼타페 급과 직접 경쟁한다기 보다는 새로운 세그먼트에 뛰어들었다고 보면 된다.
Q 승차감과 핸들링 중 어디에 중점을 두었나? 가속성과 최고속도는? A 직접 타보면 승차감에 중점을 둔 것처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 개발에 있어서는 핸들링에 중점을 두고 개발했다. 가속성은, 자랑같이 들릴지 모르지만 밟는 대로 나간다. 느낌상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테스트 데이터상으로는 그렇다. 최고속도는 테스트 과정에서 시속 200km까지도 나왔다.
Q 윈스톰은 GM의 다른 브랜드로도 팔리는데 차이점은? A 일단 익스테리어와 인테리어는 같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시장의 요구에 따라 옵션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서스펜션 세팅 등 여러 부분에 있어서 차이를 둔다. 국내에서는 가격문제로 인해 2WD와 4WD로 나뉘지만 유럽에는 전량 4WD로 수출된다. 또한 수출형은 V6와 4기통 휘발유 버전도 선보인다.
Q 윈스톰은 글로벌 모델이다. 생산량을 어느 정도로 잡고 있는가? 또한 올해 국내 판매 목표는 얼마인가? A 윈스톰/캡티바와 새로 개발될 자매모델. CKD 생산을 합해 모두 20만 대 정도 생산할 예정이다. 그 중 12만 대는 한국에서 만들게 된다. 7월에 판매를 시작하면 올해 판매 기간은 대략 6개월로 잡을 수 있다. 모두 6만 대를 생산하고 한국에서는 1만6천 대가 팔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Q 가격은 투싼과 스포티지와 비교할 때 어느 정도로 잡을 계획인가? A 가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지금 가격 책정 마무리 단계다.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나올 것이다.
Q GM 대우의 역할이 GM그룹 내에서 커지고 있다고 들었다. 사실인가? A 그렇다. 판매와 제품 개발 역할에 있어서 비중이 점차로 커지고 있다. 단적인 예로 GM의 모든 소형차의 기본이 될 플랫폼 개발 임무를 맡았다. 경차와 소형차는 전세계 시장에서 그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개발도상국에서 그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GM대우의 역할이 그만큼 커지고 있다고 보면 된다.
煎 시판에 앞서 새로 나온 차는 수많은 개발자금과 메이커의 노력이 들어간 하나의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엄청난 산고(産苦)를 겪었을 개발자들은 더욱 애착이 갈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입에서 자부심과 자랑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공식 판매를 시작해서 많은 소비자의 품으로 들어가기 시작하면 서서히 장단점이 드러나겠지만, 아직은 메이커의 주장을 그대로 믿을 수 밖에 없는 시점이다. GM대우가 내세우는 윈스톰의 장점을 가감 없이 담아보았다.
윈스톰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모델이다. 그렇기 때문에 세계 시장에 내놓아도 손색 없는 검증된 스타일을 추구했다. 스타일은 황금분할을 시도했기 때문에 비례감이 우수하다. 사이드는 쿠페 스타일로 다듬었고 휠아치를 통해 SUV의 강인함을 강조했다. 디자인의 베이스는 2002 서울 모터쇼에 나온 OTO 컨셉트. OTO를 바탕으로 현재 모델들과 프런트 아이덴티티를 맞추는 데 상당히 공들였다. 스타일의 밸런스가 잘 맞는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2.0ℓ 디젤 엔진은 동급 최고인 150마력의 출력을 자랑한다. 뿐만 아니라 최초로 전자식 가변제어식 가변형 터보차저를 적용했고, DPF와 EGR을 적용해 유로4 기준을 만족시킨다. 5단 자동기어와 ESP 등 성능과 안전에 있어서 한단계 업그레이드 되었다. 7인승의 실용성을 갖추었고 2열 원터치 폴딩, 자동차고조절장치, 오토라이트, 리모컨으로 열리는 플립업 글라스 등 다양한 편의장비도 갖추었다. 한마디로 윈스톰은 성능, 안전, 품질, 안락성, 경제성에서 동급에 비해 우위를 달린다고 할 수 있다.
夜 윈스톰을 바라보는 짧은 단상
하지만 GM대우의 어두운 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바로 대우의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이다. 이는 현대·기아가 독점하고 있는 국내 시장에서 GM대우의 위상을 보면 알 수 있다(GM대우가 외국계이기 때문에 무조건 배척하고 나 몰라라 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어쨌든 한국 자동차 시장을 이끌어 가는 한 축이기 때문이다). 토스카가 로체보다 잘 팔리고 라세티가 쎄라토를 앞질렀다는, 중하위권 순위 싸움에 만족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쏘나타와 아반떼 등 현대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질 수 밖에 없는 것이 GM대우의 현재 모습이다.
테스트 드라이브 행사에서 사람들의 관심은 가격에 쏠렸다. 하지만 그 때까지도 가격은 결정되지 않았다. 담당자 말로는 내부적으로 상당히 고민 중이라고 했다. 상품성이나 품질로 놓고 보자면 나무랄 데 없지만 대우의 부정적 이미지가 걸림돌이라고 했다. 그걸 만회하는 하나의 수단이 가격이기 때문에 가격 조율 문제를 막판까지 끌고 있는 것이라 했다.
GM대우는 한해 100만 대 넘게 생산하고 그 중 대부분을 수출한다. 라세티는 올해 들어 누적 수출 대수 1위를 달리고 있다. 국내에서 크게 인정 받지 못한 칼로스는 20개월 넘게 미국 소형차 시장 판매 1위를 달리고 있다. 수출에 있어서 해뜰날이 왔다면 내수에 있어서는 아직 어둠의 날들이다. 전체 생산량의 15% 남짓한 국내 실적은 상당히 빈약한 편이다. 세계 무대로의 진출이 대우의 이름이 아니라 GM의 여타 브랜드라는 것도 말들이 많다.
국내 시장에서 획기적인 이미지 전환을 이루기 위해서는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 젠트라, 토스카가 GM대우의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가고 있지만 아직 약발이 제대로 먹히고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이제 그 뒤를 윈스톰이 이어갈 차례다. GM대우의 첫 SUV라는 사실 때문에 기회는 더욱 좋다. 게다가 GM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모델인지라 다른 모델과는 근본부터 다르다. 이제 밤이 지나고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볼 것인지는 윈스톰에 달려 있다. 릭 라일리 사장은 "윈스톰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모델입니다"라고 인사말을 마무리 지었다. 의례적으로 한 말이 아니었다. 정말 진심에서 우러난 말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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