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품격 실용주의 'MC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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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 기사거리를 위해 소집된 기획회의 도중에도 MCM이 명품인가 아닌가에 대한 논쟁이 붙었다. 'MCM이 명품이다'측 왈, MCM은 최고급 재질과 손으로 만드는 공정으로 완벽함을 이루어낸 제품으로서 이미 전세계적으로 그 품질과 명성을 인정받은 독일 명품 브랜드라는것. 일리가 있다. 한편 '아니다'측 왈, 한국에서 팔리고 있는 MCM 제품들은 모두 (주)성주 인터내셔널이라는 국내회사가 라이센스, 국내에서 제작하고 있기 때문에 명품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 명품으로서 불려지기 위한 기본조건이 무엇인가? 역사와 전통, 장인 정신 이 세 박자가 고루 갖춰져야 하는데 MCM은 그 판단이 애매 모호하다는 것이다. 듣고 보니 그 말도 맞다. 양쪽 모두 일리는 있건만 "니 말이 맞다." "저런, 니 말도 옳구나" 황희 정승처럼 판단할 수는 없는 일. MCM을 명품으로 볼 것이냐 말 것이냐를 하룻밤 꼬박 새며 고심한 끝에 결국 결정했다. MCM은 명품의 범주 안에 들어갈 가치를 충분히 지니고 있다! (물론 여기서의 MCM이란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성주 인터내셔날이 제작한 제품들을 지칭한다.) 1976년 독일 뮌헨에서 마이클 크로머(Michel Cromer)가 특수 고객층을 위한 최고급 피혁제품을 개발한 이래 30여 년간의 전통과 역사를 간직한 MCM. 독일 특유의 완벽한 품질과 견고함에 트랜드를 적절히 접목시킨 실용적인 디자인. 그리고 최고를 고집하는 그들의 장인정신과 기술을 들여와 온 ㈜성주 인터내셔날. 이 회사는 MCM 본사로부터 세계 최초로 국내 생산권을 따내 국내에서 제작, 판매할 뿐 아니라 오히려 지금은 독일과 미국 등지로 역수출을 한다고 한다. 그러니 역사와 전통, 기술 뭐하나 빠지는 데가 없다. 게다가 타국의 명품브랜드를 국내화 시킨 제품이 뛰어난 기술력과 마케팅으로 국내 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 준 MCM은 순수 우리 브랜드를 잘 육성시키면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우리 브랜드도 세계적인 명품이 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 더욱 의의가 있는 듯하다. 세계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는 명품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디자인은 국내에서 하지만 원단은 이탈리아, 디자이너는 구찌에서 데려 왔다. 생산을 위한 세계 명품 기지를 확보한 것은 물론이다. 단순히 패션 유통기업이 아니라 글로벌한 네트워크를 담은 엔지니어링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가진 MCM의 CEO김성주. 명품의 식민지가 되어 버린 국내 패션 시장에 글로벌 명품 브랜드를 만드는 일이 자신에게 주어진 ‘마지막 임무’라고 말하는 그녀의 말을 한번 믿어 보자
김성주가 미국 블루밍데일스 백화점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을 때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베네통이 한국에 자사 제품을 수출하기 위해 파트너로 김성주를 선택했다. 김성주는 세계 패션계의 신화적 존재인 루치아노 베네통 회장을 만난 후 강한'쇼크'를 받았다고. 우선 베네통은 제조업분야에 전혀 손을 대지 않고 오로지 그들이 가지고 있는 '머리'로 승부했다. 즉 베네통의 본사에서 하는 일은 컨셉과 모티브를 결정한 후 런던, 파리, 밀라노, 로마, 뉴욕, 동경 등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디자이너를 활용하고 디자인을 선별하고 조절하는 것뿐이었다.
MCM, 그 암호를 해독하라. MCM의 브랜드명은 여러 가지를 상징하는데 우선 MCM의 창시자인 Michel Cromer 과 그의 고향 Munhen을 합친 이름이라고 한다. 또한 MCM은 로마숫자로 '1900'을 뜻하는데 이는 전세계에 현대식의 여행과 이동성이 폭발적으로 발달하기 시작했던 시기를 의미하며 MCM 로고는 승리를 뜻하는 월계수와 옛 로마 카드 게임 보드식으로 표현된 로고로 꾸며져 있다.
과학적인 설계로 실용성을 더하다. MCM 가방은 독일 특유의 완벽한 품질과 견고함에 트랜드를 적절히 접목시킨 실용적인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MCM에서 사용되는 모든 가방류의 독특한 재질은 가죽결이 부드러우면서도 장거리 여행 등의 무리한 사용에도 쉽게 손상되지 않으며, 자외선으로 인한 탈색방지 및 방수효과가 있는 최고급 재질이다. 여기에 부수적으로 사용되어지는 목재는 핀란드산의 최고급품으로써 고탄력성과 보호에 탁월하며 이를 이용한 특별한 리벳팅 시스템(못처럼 생긴 Rivet 이용)으로 각도가 조절된다. 타 브랜드와 다른 방법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핸들 디자인은 핸들이 쉽게 떨어져 나가는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였다고. 한편, 라이닝 및 트림에 사용되는 가죽은 특수 방수 처리가 되어 있으며 색상의 변색을 방지하기 위하여 겉면 뿐만 아니라 안쪽까지 전체를 염색하여 사용하고 있다고 하니 그 견고함이 이루 말할 수 없다. 트랜드를 주목하라.
인텔리 여성을 위한 터닝 포인트 패션에는 두 가지 흐름이 있다. 하나는 트렌드이고, 다른 하나는 디렉션이다. 트렌드는 매 시즌 변하는 것이지만 디렉션은 방향이 바뀌는 것이다. 2차 대전시 여성들의 치렁치렁한 치마를 짧은 치마로, 남성의 내의에서 따온 소재로 여성들을 구속에서 해방시켜 주었던 샤넬은 방향이 바뀐 것이다. 10년 전 나일론 소재가 무겁고 딱딱한 고가의 가죽보다 가벼우면서 부피가 크다는 이유로 당시 일하는 여성들에게 어필했던 적이 있다. 그리고 MCM은 그런 추세를 높이 평가하고 기존의 MCM과 접목시켜 MCM 쟈카드 백을 탄생시켰다. 그것은 대박이었다. 처음 MCM이 쟈카드 백을 하나의 방향으로 제시했을 때 아무도 당시' 값싼 나일론백이 고급 가죽백을 대처하게 되리라고 상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결국MCM은 나일론 핸드백 하나로 450억원을 파는 시장을 만들며 핸드백 시장 1위로 자리매김 하였다. 그리고 2003년 MCM을 통해 섹슈얼에 갇혀 버린 여성들에게 새로운 장을 열어 주겠다는 신념으로 MCM이 또 한번 방향의 전환을 제시한다. 그것은 바로 made in MCM, intellignent chic.
하이힐을 신고 불안정한 걸음으로 일하는 여성들의 모습에서 이제는 조금씩 벗어나야 함이 옳다고 말하는 김성주 CEO, 그녀 역시 MCM의 스니커즈를 멋스럽게 신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