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그러므로 참사람에게는 좋아하는 것도 하나이고 싫어하는 것도 하나이다. 하나도 하나이고 하나 아닌 것도 하나이다. 하나는 하늘과 함께 짝이 된 것이고, 하나가 아닌 것은 사람과 더불어 짝이 된 것이다. 따라서 하늘과 사람이 서로 다투지 않고 조화를 이룬다. 이런 인물은 참사람이라고 일컫는다.
7
삶과 죽음은 명이고 아침과 밤이 있는 것은 天理이다. 사람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만물의 실상이다. 저 사람들은 하늘을 그저 자기 어버이로 여겨서 어버이로부터 받은 몸을 아끼는데, 하늘보다 훌륭한 것이야 말할 나위가 없지 않은가. 세상 사람들은 왕을 자신보다 존중해 자기 몸마저 던지면서 충성을 바치거늘 하물며 이보다 참된 것에 있어서랴.
8
물이 말라 물고기들이 마른 호수 바닥에서 서로 물기를 입으로 끼얹어 주고 물거품으로 서로를 적셔 준다. 이는 강물 한가운데서 모두 잊어버리고 노니는 것만 같지 못하다.
세상 사람들은 요임금은 칭찬하고 걸임금을 비난하는데 열을 올린다. 하지만 명예와 비난을 모두 놓아 버리고 道와 하나가 되는 것만 같지 못하다.
천지는 나에게 몸을 주고 생명을 부여하여 수고롭게 한다. 늙게 함으로써 나를 편안하게 하고 죽음을 통해 나를 쉬게 한다. 그러므로 내가 삶을 반기는 것은 다름이 아니라 죽음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9
세상 사람들은 배를 골짜기에 감추고 산을 연못에 감추고는 이를 든든하게 여긴다.
하지만 한밤중에 힘있는 자가 몰래 배를 짊어지고 달아나도 어리석은 사람들은 이를 알지 못한다. 작은 것을 큰 데 감추는 것은 마땅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잃어 버릴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무릇 천하를 천하에 숨기면 잃어 버릴 염려는 전혀 없어진다.
바로 이것이 실상의 진리이다. 그저 사람의 몸을 받으면 그대로 즐길 뿐이다. 사람의 육신은 온갖 변화가 끝이 없으므로 그 즐거움을 어찌 헤아릴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성인은 어느 것도 잃지 않는 경지에서 소요하면서 만물을 그대로 놓아 둔다. 그는 요절해도 좋고 천수를 다해도 좋다. 태어남도 죽음과 똑같아 즐긴다. 세상 사람들은 이것을 본받으려 하는데, 하물며 만물이 의지하고 온갖 변화가 나오는 大道에 있어서랴!
10
무릇 도는 실제로 존재하고 작용이 있기는 하지만, 무위하고 무형하다. 도를 전할 수는 있어도 받을 수는 없고 얻을 수는 있지만 볼 수는 없다. 도는 스스로 근본이 되므로 천지가 형성되기 이전부터 존재하여, 귀신과 상제를 신령케 했으며 하늘과 땅마저도 만들어 냈다. 도는 태극보다도 앞서지만 스스로 높은 데 머물지 않고, 천지 사방보다 아래에 있으나 깊은 데 처하지 않는다. 천지보다 먼저이지만 오래다고 여기지 않고, 상고보다 옛날이나 장수했다고 하지 않는다.
그런데 시위씨는 도를 얻어 천지를 화육시켰고, 복희씨는 도를 얻어 생명의 근본을 취했다. 북두성은 도를 얻자 영원히 움직이지 않고, 해와 달은 도를 얻어 쉬지 않고 운행한다. 감배는 도를 얻어 곤륜산에 주재하고, 빙이는 도를 얻자 큰강에서 노닐고 견오는 도를 얻어 태산에 처하며, 황제는 도를 얻자 하늘로 승천한다. 전욱은 도를 얻어 현궁玄宮에 머물고, 우강은 도를 얻어 북극에 머물여, 서왕모는 도를 얻어 소광에 살았는데 처음도 몰랐고 끝도 몰랐다. 팽조는 도를 얻어 위로는 순임금으로 부터 아래로는 오백五伯때까지 장수했고, 부열傅說은 도를 얻어 무정武丁을 도와 천하를 평정했으며 동유를 타고서 기미箕尾에 올라 여러 성신星神과 나란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