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서덕출 문학상 수상자인 남호섭씨(45. 경남 산청,오른쪽서 다섯번째)와 아동문학가 등 문인들이 학성공원내의 서덕출의 봄편지 노래비에 헌화를 하고 있다. 김동균기자
dgkim@ulsanpress.net
12일 오후 6시 제1회 서덕출 문학상 시상식에 오후 1시께. 수상자 남호섭씨는 소박한 생활한복차림으로 울산신문사에 나타났다.
경남 산청에서 먼길을 달려온 남씨 일행을 반갑게 맞은 지역 문인들은 그와 서덕출 선생의 봄편지 노래비에 가서 참배하기 위해 중구 학성공원으로 발길을 옮겼다. 서정홍(합천)과 이명주(사천) 아동문학가와 함께 울산을 찾은 남호섭 시인과 동행한 지역 문인 정일근, 안성길, 장세련, 오창헌, 임정옥, 김미희, 김혜경씨 등이다.
봄편지 노래비에 도착한 이들은 비석 앞에 일렬로 서서 가벼운 목례와 함께 서 선생의 영혼에 참배했다.
참배에 걸린 시간은 불과 5분 남짓으로 짧은 시간이었지만 서 선생의 문학사적 의미만큼이나 엄숙한 분위기였다.
서덕출 선생의 대표적 작품인 '봄편지' 노래비는 1968년 울산문화원에 의해 세워졌다. 1971년 3월 동판으로 된 노래비 제목과 내용이 도난 당한 탓에 한동안 흑색 대리석으로 보수했다가 울산문화원이 다시 지금의 모습으로 세운 것이다.
남씨는 참배를 마친 뒤 "너무 세련되지 않은 노래비 모습이 오히려 더 정감있고 서덕출 선생의 소박한 모습같아 더 반갑다"며 "서덕출 문학상 첫 번째 수상자로서 부끄럽지 않도록 서 선생의 문학사적 가치와 의미를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되새기는데 힘써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 그의 문학세계가 울산 지역민을 비롯 전국에 더 널리 알릴 수 있는 기념관 혹은 문학관이 건립되길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남씨와 울산 작가들은 시내 한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으며 환담을 나누었는데, 수상자인 남호섭씨의 동시 등 작품세계에 대한 얘기를 비롯 문학하는 사람으로서의 공통된 고민을 주고 받는 자리였다.
심사를 맡은 정일근 시인은 "심사를 위해 한 장 한장 찬찬히 읽으면서 동시와 시의 경계를 지운 시편에 남씨의 일상과 학교이야기, 이웃 등 농촌과 자연이 담겨 흐뭇했다"고 평했다.
이어 정 시인은 "상(賞)이란 축제처럼 하나의 덤일 뿐 상 자체가 문학의 미래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며 "젊은 나이에 작가로서의 자존심을 크게 세웠으니 변함없이 자기 세계를 다져나가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장세련 동화작가는 "같은 아동문학을 하는 사람으로서 그의 작품을 관심있게 봤는데 이번 수상작품집 『놀아요 선생님』에 실린 60편의 동시에는 아이들의 조잘거림과 흙내음, 풀내음이 가득하더라"고 감상을 밝혔다.
"서울 등지에서 교사생활을 하던 남 씨가 2001년 경남 산청에 있는 대안학교 간디학교로 옮긴 뒤 지리산 자락에서 살아온 6년의 세월이 고스란히 작품집 속 동시 속에 담겼기 때문일 것"이라 나름 해석하기도.
오창헌 시인도 옆에서 "시인이 국어교사로 있는 간디학교는 우리나라 최초의 대안학교다. 제도교육의 폐해를 스스로 극복하고 그 대안을 내보이고자 문을 연 학교이기에, 시에 담긴 그곳의 삶과 교육은 낯설기도 하다"면서도 "하지만 누구나 꿈꿔오던 학교 모습이 담겨서인지 익숙하기도 하다"고 했다.
남 시인은 조용히 지역 문인들의 얘기를 경청하다가 조심스럽게 "시인은 "'동시'와 '시'를 따로 떼놓기 보다는 단지 어떻게 하면 때 묻지 않은 가장 맑은 눈으로 세상을 볼까 고민하고 있을 뿐"이라고 조심스럽게 자신의 문학하는 자세를 털어놓는다.
그러자 이 자리에 동석한 문인들 모두 입을 모아 말한다.
"우리네 삶을 오롯이 담아내고 깨우침까지 주는 시라면 '동시'든 '시'든 상관없을 것"이라고.
김미영기자myida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