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1회 산행일지 : 구름에 잠기고 비에 젖어
(충북 보은군 마로면 구병산)
일시 : 2007년 9월 14(금)
날씨 : 비
사실은 60회 산행 당시 61회 산행은 지난 토요일인 9월 8일에 약속을 하였었는데 총무 회사의 일이 있어서 평일에 가기로 연기하였지만 이 사실을 다른 회원에게는 공지가 되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 전날인 7일 저녁 경남 함양에서 회의 중인데 금도현, 김이돌 회원이 차례로 전화가 왔다. 내일이 산행 날인데 총무가 연락도 없고, 연락도 되지 않는다고 궁금해 했다.
며칠이 지난 11일 등고선의 홈을 통하여 14일과 21일 두 금요일 중 어느 날이 좋을 지를 물으며 총무는 홈페이지에 자주 들르지 않는 불량회원(?)들게 전화로 물어보라고 글을 올렸는데 글을 올린 지 한 시간 남짓 지나자 ‘불량회원 납시오’ ‘불량회원 투’하면서 둘이 한꺼번에 14일이 좋다고 글이 올라왔다. 곧바로 불량회원에서 우량회원으로 등급을 격상시켜야겠다고 답글을 남기고 회원들의 뜻에 따라 14일 구병산으로 총무와 일정을 잡았다.
주초의 장기예보에서는 주말경(토) 비가 올 것이라고 하였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벌써 비가 내린다. 집사람도 걱정이 되는 지 모여서 다른 재미있는 곳에 가거나 맛있는 것을 사먹으러 다녀오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고 한다.
총무 김생곤의 차로 성서까지 가는 길은 매우 복잡하여 늦어진다. 차안에서 인공암벽, 전어, 관광 등의 얘기가 있었으나 금도현을 만나 “어디가지?”라는 우문에 “구병산”이란 한마디 대답에 모든 것이 없던 것이 되었다. “산에 가고자바 한 달 동안 몸이 많이도 달았”단다. 네비에 보은군 적암리를 입력하고 오늘은 국도로 길을 잡았다.
비는 계속하여 내렸으나 북쪽으로 갈수록 가늘어 지더니 상주부근에 이르니 구름만 잔뜩 하늘을 가리고 있다. 4차선 국도를 나와서 낙원휴게소에 들러 커피를 한잔 하고 보은 방향으로 충청북도계를 건너니 곧바로 우측이 적암리이다.
11시 10분 도착, 비가 내린다. 옷을 갈아입고 11시 30분이 되어서야 출발선이다. 김이돌은 Black Yak 상표의 빨간색 모자를 선보이며 해병대라며 우스개를 한다.
산입구의 농가에서 빼꼼이 나온 아저씨가 방향을 알려주며 “비 오는데 뭐하러 가노”하신다. 아마도 오늘 산행은 무척이나 조용할 것 같다. 난 오버트로즈 상의를 두고 온 탓에 우산을 펼쳐들었다. 853봉, 구병산 우측화살표가 그려진 이정표의 갈림길에서 내려가 식수를 준비하였지만 10여분 후 계곡도 있고 30여분 후에 도착한 절터에도 식수는 있다.
도착한 절터는 정수암지로 사찰 흔적은 전혀 없고 옹달샘만 있는데 한 모금 마시면 일주일간 생명이 연장되었다는 글이 붙어 있다. 물이 나오는 석축 위에는 잘생긴 두꺼비 한 마리가 오랜 세월의 흔적을 몸에 새기고 앉아 있다. 옷을 한겹 벗고 잠시 휴식을 취한다.
이곳 절터에서 우측은 853봉을 거쳐 구병산으로 가고 좌측은 갈림길을 지나 구병산에 이르는 길로 거리는 좌측이 가까우나 우측 853봉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이제부터는 급경사길이다. 20여분을 가다가 사과를 먹고 지난 해 태화산을 떠올리며 도토리 줍기 모드에 들어간다. 진한 갈색의 씨알 굵은 도토리들이 정말 잘생겼다.
오후 한시를 넘어 능선 바로 아래의 굵은 소나무 밑에 점심자리를 폈다. 오늘은 아무런 방해없이 식사를 할 수 있다. 금도현은 새로 산 디지카메라를 선보였고 단체사진을 찍자고 하니 김이돌 회원은 모자를 쓴다. “새모자 자랑한다”고 하니까 “남들이 사진보고 모자하나 바깟꾸나 하지” 하기에 다들 웃었다. 식사를 준비하고 마쳐도 다행히 비는 내리지 않는다.
능선에 올라 10여분 걸어 나타난 암봉이 853봉이다. 마침 구름에 잠겨 끝이 보이지 않는 아찔한 깊이의 거대한 암봉이다. 바위 중턱에 걸리듯 피어있는 쑥부쟁이나 구절초를 닮은 들꽃과 바위를 오르는 길목에 버티어 선 분재형의 중간키 소나무는 바람과 구름의 벗인 듯 바위와 조화롭다. 위험하다며 노약자와 부녀자는 아랫길을 이용하라는 경고가 붙어 있다. 물에 젖은 바위가 미끄럽기도 하고 바람도 있고 비도 내리고 그리고 구름에 잘 보이지도 않고 하여 노약자의 길을 따랐으므로 853봉의 위용을 올려다보는 것으로 족해야 했다.
853봉을 우회하여 구병산을 향하는 길은 1km 남짓한 거리지만 그리 가깝지도, 만만한 길도 아니다. 오르내림도 있고 진득한 오르막도 있다.
오후 3시에 이르러 구병산 정상(876m)에 이른다. 구봉산으로도 불리며 주능선이 동서로 이어지면서 아홉 개의 봉우리가 병풍을 두른 듯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정상 역시 구름에 잠겨 주변 산의 흐름이 보이지 않는다. 九屛山에서 속리산까지 43.9km구간은 1999년 5월 17일 '충북 알프스' 등록되어 있다고 표지석 뒷면에 적혀 있으나 앞면의 알프스 영문표기는 ALPS가 아닌 ARPS로 誤記되어 있다. 구병산이 비록 바위와 경치는 좋으나 백두대간에서는 비켜나 있다.
어디로 하산하느냐로 고민하다가 “돌아가는 길” 표시를 따라 풍혈을 지나 능선길로 20여분 지나도 하산 길이 없기에 등고선을 보자는데 삼가저수지, 서원리가 적혀있고 구병산은 온 방향으로 600미터에 있다는 이정표가 있다. 발길을 다시 돌려 오던 길에서 위성지국2.5km라는 이정표까지 와서 위성지국 방향으로 하산 길을 다시 잡으니 3시 30분이다. 곧바로 급경사를 만난다. 비가 내린 터라 미끄러운 흙길을 한참 내려서면 역시 급경사의 계곡을 만난다. 농익어 떨어진 다래를 몇 개씩 주워 맛보고 앞에 간 금도현을 위해 손에 꼭 쥐었다. 바위에서 물이 떨어지는 곳에서 좀 쉬었다가 비교적 평이한 길로 접어드니 이제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KT 위성지국은 밭 가운데 언덕에 거대한 접시형 안테나를 여럿 두고 있다. 비를 맞으며 편안한 기분으로 포장된 길을 따라 밭을 돌아드니 들깨냄새가 가득 밀려오고 밤들도 송이를 굵게 하고 있다. 산행시작한 입구의 길과 만나니 5시, 하산을 완료하다. 오늘 산행도 그리 만만한 산행은 결코 아니었다. 옷을 갈아입고 차에 오르니 다들 오늘 산행이 너무 조용하고 좋았다며 다음부턴 평일에 오는 것이 좋겠다고 한다. 산도 조용하고, 식사도 부담없고 등등 좋은 점이 많기는 하다. 순태형이 전화로 물어 고속도로 진입로 맞은 편의 상주 만남식당에 들어 식사하고 우리의 화려하고 여유로운 하루를 마치다.
登 ? 苦 ? 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