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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4월 29일. 참 감사한 날.
금춘199번인 최명숙님이 청량사를 들락날락 할때부터 무슨일이 일어날 것만 같았는데, 드디어 그 결실인지 초발심을 실천에 옮기는 사건이 이루어지고 말았다. 이름하여 제1회 보리수 아래 핀 연꽃들의 노래. 그것은 음악과 함께 어우러진 장애인 불자들의 시낭송회였다.
몇달전부터 거기에 필요한 시 한편 보내달라는 걸 새로 지어 보낼려고 미루다가 결국 쓰지 못하고 마감이 임박하여 지난해 썼던 시를 보냈더니, 그것으로 낭송회에 참여해 달라는 초대장을 받았다.
그렇지만 혼자서는 서울까지 갈 엄두도 못냈는데, 친구같은 금춘283번의 인구형이 가까이 있어서 여행삼아 좋은 기회를 맞이할 수 있었다.
4월29일 아침. 서울 조계사에 가서 행사준비를 도맡아야 하는 금춘 309번의 경남형의 일정과 예행연습을 위해 일찍 서둘러야 했다. 인구형이 예천에서 태우러 오기까지 부지런히 준비하여 9시반 쯤에는 집에서 출발할 수 있었다. 이런 기회에 숙표 아내도 따라가면 좋을텐데, 끝끝내 안 간다기에 오히려 홀가분하게 떠날수 있었다.
안동시내를 벗어난 우리는 중앙고속도로 보다 조금 더 빠를 것 같은 중부내륙고속도로를 선택하여 부지런히 달려갔지만, 경남형이 사는 개봉동 근처에서 약간의 오류를 일으켰는데, 알고보니 오류아이씨가 근처에 있기 때문이었다.
약속했던 2시보다 20여분 늦게 도착하여 경남형이 마련해 놓은 행사장 준비물을 싣고 서울 중심에 있는 조계사로 향했다. 여의도 광장을 지나 마포대교를 건너 세종로로 광화문을 비껴 돌아가니 조계사는 옛날 그자리에 그대로 있었고, 그옆 건물인 불교역사 박물관 안에 전통문화예술공연장이 지하2층에 있었다.
밤7시에 거행되는 행사를 위해 최명숙 시인은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손님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기에 간단한 인사만 하고 경남형이 챙겨둔 현수막과 팜플렛 등의 준비물을 내려주고 인구형과 함께 밖으로 나와서 조계사 주변을 돌아보며 늦은 점심을 먹으러 갔다.
근처에 식당 몇군데는 한옥식 건물이라 턱이 높아 포기했는데 식당 하나는 겨우 들어갈 수 있었기에 6천원짜리 버섯바지락국을 시켜 먹었다. 그 뒷맛이 아주 괜찮았다.
그러다 보니 낭송회 예행 연습을 한다고 빨리 오라해서 공연장으로 들어가 진행과정을 점검하며 순서에 따라서 나도 낭송 연습을 한번 했다. 낯설지 않은 사람 들과 어울린 마당이어서 그런지 별로 떨리지는 않았다. 본 행사에서도 이정도만 하면 그리 낭패는 아닐듯 싶었다.
예행 연습이 끝나고도 1시간반 정도의 시간이 남았기에 조계사 주변을 더 둘러볼 양으로 밖으로 나왔는데, 계단 같은데서 나를 부축해 주던 혜원여고 국어선생님이 평평한 밖으로 까지 계속 따라다니며 도와 주었기에 그냥 데이트를 하며 사진을 찍고, 행사에 함께하게 된 동기를 듣게 되었다. 그렇게 인구형과 대전서 올라온 사진봉사자와 넷이서 초파일 행사에 앞서 마당가득 달아놓은 연등아래 조계사를 구석구석을 돌아보며 사진을 찍은 뒤 공연장으로 내려와 자리 정리를 하고 기다렸다가 제1회로 시작하는 보리수 아래 핀 연꽃들의 노래를 감상하게 되었다.
엄하나 사회자의 안내 말씀으로부터 청량사 석지현 주지스님의 격려 인사 그리고 몇몇 불교와 관련된 분들의 축사에 이어 김진아님의 첼로 연주를 시작으로 곧바로 내가 낭송무대로 올라가게 되었고, 연습 때보다는 약간의 떨림이 왔지만 그냥 그대로 인쇄된 내 시 "자연 분재"를 낭송했다. 무대의 밝은 빛으로 관중석의 사람들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낭송이 끝나자 큰 박수로 답례해 주니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내 차례가 지나고 나서부턴 죽 진행되는 초대시인 정필자님의 낭송과 시각장애인의 바이올린 연주, 발음이 어눌한 홍현승 고등학생의 낭송에 이어 최명숙 시인의 시를 노래로 만든 이종만님의 노래와 설미희님의 "개미사랑" 낭송등 몇몇 순서가 지나가고 마지막 부분에서 경남형의 차례에서는 이 행사가 있기까지의 준비과정을 간단히 피력하고 스스로 시로서 발표하기 부끄럽다는 자작시 전류(全流)를 낭송할 때는 경남형도 이제 뭔가 해 냈다는 생각 때문인지 내 눈에도 감격의 눈물이 핑 돌았다.
그리고 불교방송에 종사하는 정목 비구니스님의 장애인을 생각하는 그 자비로운 마음의 말씀과 김재진 시인의 덧붙인 말씀등. 이 자리를 만들기 위해 무척 애쓰신 최명숙 시인의 보람이 영롱한 보석으로 반짝 거리는 듯 마음 깊숙이 박혔다. 아마도 그 여운은 내 인생 끝날때까지 지워지지 않을것이다.
아무튼 생각외로 감명 깊었던 행사가 폐회되고, 형님께서도 그 어려운 길을 달려와 준 기념으로 마지막 기념사진을 함께 찍고, 뒷 정리를 할때 형님은 먼저 활보인차로 곧바로 떠나고, 우리는 행사장 마지막 정리를 할때까지 기다렸다가 근처 식당에 가서 늦은 만찬을 즐겼는데, 나는 거든 일도 없으면서 오랜 지기들인 까닭에 주된 맴버로 함께 남았다는게 참 뜻 깊었다.
그리고 인구형의 차량봉사는 밤 11시부터 다시 시작되어 주최자 최명숙님을 광화문에서 이문동까지 태워 드리고, 그 길로 장지동에 사는 설미희님을 태워드리기까지 30분 거리라는 그 길을 한시간 반이나 돌아 돌아 무사히 내려드리고 나서 또다시 형들의 지인인 신월동에 사는 서순용씨 집까지 가는 동안 모르긴 해도 인구형은 녹초가 되었을 것이다.
그 수고로움에 도움도 못되었으면서 인구형과 경남형의 또다른 지란지교인 듯한 순용씨와 그 부인 이자영씨 부부가 사는 아파트에서 새벽 2시가 넘어 도착했지만 반겨 맞이하고 술상까지 내주는 그 정성에 또 한번 감격 하면서 우리는 날이 훤히 밝아오도록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하루가 나에게는 사는 공부였고, 친구같은 형들이 챙겨주는 우정이었고, 새로운 사람을 사귀며 사는 삶의 보람이었다. 여러 형용사를 덧붙여도 모자랄 감사의 하루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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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한편의 다큐멘트리를 보듯 눈앞을 스쳐지나가네요."보리수 아래 핀 연꽃들의 노래" 제목부터 가슴에 와닿습니다. 햇살님의 시낭송하는 모습이 눈앞에 선하구려 수고 하셨습니다.
정말 첫회였지만 좋은자리였어요. 가까이 있었다면 어우동님에게도 꼭 보여드리고 싶었을만큼요... 난 많이 서툴렀지만 그래도 다들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해요.
만약 그 자리에 자네가 없었더라면 그 감동이 많이 줄어들었을 정도로 기대 이상의 서막을 아주 멋있게 장식해주어 너무나 고마웠네.. 역시 ~허불명전 베테랑은 뭐가 틀려도 틀리는구나 ~생각이 절로 들더라~고마웠네~
그날 저는 경남형이 함께한다는데서 힘을 얻었는데요. 똑같은 인간형은 그럴때 필요하나봐요.ㅎㅎㅎ. 아무튼 난 아주 큰 경험을 했어요. 감사해요.
그날은 나도 간다고 약속은 해는데 활보기사가 한시에 오려고 약속해는데 시작 시간이 7시라한 걸알고 그시간을 마추어 가려고 두시가 넘어 와서 출발 제시간에 도착하지못하면 행사에 참여한 보람이 없는데 동생이 제일 먼저 낭송을 하라고순서가 짜여던데 못보는건 아닌가 해더니 다행이 20여분전에 도착해서 내가들어갔을때는 객석이 텅비어더니 화장실을 다녀오는 사이에 객석은 꽉 메워지고 낭송회는시작 대어 장애인도 비장애인도 구분없이 아름다운 낭송회가 착착 진행대어 실수없이 해냈다내 그래서 바라보는 참관인으로 멀리서 동참했다는 것이 자랑 스러웠다내
활보인에게 무리를 줘가며 참여해 준 형님이 그래도 보람 있었다니 다행이어요. 그런 부담없이 서울에서도 좋은 사람 만나서 느긋하게 함께 할수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을요. 나중에는 그런 시간도 만들어지겠지요....
햇살아우님. 제1회 보리수 아래 핀 연꽃들의 노래. 시낭송회 장소에 가는 과정과 행사장의 일상을 진솔하게 써 주셨어. 정말 감명깊게 잘 읽었습니다. 이글을 읽으면서 정말 정심으로 사시는 분들이 금춘가족 분들이시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긴글 쓰시느라 수고 많이 하셨구요. 즣거운 저녁시간 되세요.^*^ *시낭회를 주선하신. 솔바람님과 최명숙시인님. 정말 수고 많이 하셨어요.^*^
고맙습니다. 이슬누님. 최대한 정심으로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진 놀이마당이었습니다. 금춘가족들은 각 분야에서 그렇게 열심히들 살고 계십니다. 무척 고마운 일이지요.
시낭송회 과정을 솔직하고 꾸밈없이 써내려간 글에 감명을 받았습니다. 시만 잘 쓰시는게 아니고 수필도 정말 잘쓰시는군요. 긴 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제가 본래 수필로 펜을 들었었어요. 그런데 문학적 교육을 따로 받지 못해서 그리 매끄럽지는 못해요. 김선생님께서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고맙고 감사합니다.
읽으면서..........마음이 포근해 집니다. 이렇게 후담을 기록하고 또 다시 새김을 하고 ..........저도 이 행사로 인해 청량사도 가게 되었고 또 이렇게 좋은 인연들을 만나 행복도 느끼고요.ㅎㅎㅎ 정말 그랬을 것 같습니다. 종일 운전을 하신 그림자님께 저도 죄송스러웠습니다. 개미는 집을 잘 찾아가는데요. 저는 지하를 다니는 개미다 보니 지상을 잘 몰라서 제 집도 못 찾아 헤매게 만들어 놓고 집에 들어가 차 한 잔도 대접 못 해 드렸으니... 이크......... 다음에는 집도 잘 찾아가고요. 차도 대접할게요.^^............
서울이란 개미집보다 더 복잡해서 그래요. 그바람에 저는 옛날에 다녔던 서울을 반이상 되새겨 볼수 있었답니다. 인구형에게는 미안하지만 나는 어차피 잠도 안 왔으니까 한밤중의 서울도심을 드라이브하는 것도 좋았거든요...ㅎ 그때 꿩 먹었으니 이제 남은 건 알 먹을 날만 남았네요.... 하마부터 그날이 기다려 집니다.
여왕개미는 날개도 있던데 일개미들이나 맨날 지하에서 일만하지.. 미희 씨는 여왕개미 아닌가~~
이슬언니와 금철님게서 칭찬하시는 글을 보니 할매어께가 으쓱해집니다 ㅎㅎㅎㅎㅎ좋은만남 좋은행사 좋은추억을 나누어 준 햇살님과 좋은 사람들이 자랑스럽습니다.
이런 자리에도 옥이할매가 함께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 많이 했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