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회는 고된 새벽 일을 끝낸 어부들이 배 위에서 허기와 전날의 숙취를 달래기 위해 갓 잡은 고기를 썰어 고추장과 된장에 비벼 먹은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전통적인 물회는 일반회와는 달리 회를 뜰 때 곱게 채치듯 횟감을 잘게 썰고 그 위에 배와 당근, 양파등 갖은 야채를 얹은 뒤 고추장에 비비고 얼음과 물을 부어 밥과 함께 먹는다. 생선회를 넣은 고추장 냉국이라 보면 되겠다. 각종 활어가 넘쳐나는 동해안에서는 예로부터 물회를 최고의 술국이자 해장국으로 손꼽는다.
진해 용원의 남해횟집에서는 계절에 맞는 다양한 제철 물회를 맛볼수 있다. 지금은 도다리물회를 가장 많이 찾지만 여름철에는 오징어물회,하모물회등을 많이 찾는다
남해횟집 곽희주 사장이 추천하는 물회는 바로 모듬물회.
봄도다리,해삼,멍게,개불,해파리등 각종 해산물에 배,양파등 갖은 야채와 살짝 얼린 양념장을 얹어내는 모듬물회는 제대로 된 물회맛이 난다.
각종 해산물, 야채와 더불어 씹히는 도다리회의 쫄깃한 맛은 일품이요 해삼,멍게,개불,해파리등 각종해산물을 이것저것 먹고 싶은대로 집어먹는 맛은 색다른 경험이다. 마치 남해바다에 고추장을 풀어놓은 것 같다.
소주한잔을 털어넣고 젓가락으로 살살 비빈 후 도다리 물회 한점을 씹으니 고소한 회맛과 야채의 아삭거림이 참 좋다. 해삼의 오돌오돌 씹히는 맛,멍게의 바다향을 느끼다 보니 어느새 소주 한병이 다 비어간다. 남은 육수에 밥을 말아 훌훌 마시니 담백하고 시원한 맛에 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찬 육수에 말아먹는 흰 쌀밥은 유난히 더 고슬고슬하고 달짝지근하다. 입에 착착달라붙는다는 느낌이 바로 이런 느낌인가보다. 해산물의 양이 많아 웬만한 주당이라면 소주 한병은 쉽게 비우겠다.
흔히 물회는 고추장 맛이라고들 한다. 싱싱한 횟감은 기본이고 제대로 된 고추장을 써야 깊은 물회맛을 낼수 있는데 남해횟집에서는 태양초를 재료로 남해에서 직접 담근 고추장을 3년정도 숙성시켜 사용한다. 또 이 집 양념장은 숙성시킨 고추장에 양파,배,계피등 각종 양념을 갈아 넣은 뒤 얼음 냉장고에서 15일 정도 다시 숙성시킨 후 손님상에 내어 놓는다. 더 깊고 시원한 물회맛을 내기 위해서란다. 매운맛을 잘 못먹는 사람들을 위해 바지락으로 육수를 낸 콩나물국과 각종 젓갈, 나물류등이 밑반찬으로 나온다.
곽희주사장이 가장 기억에 남는 손님은 점심때 도다리회를 먹고 그 맛을 못잊어 인근 찜질방에서 소화를 시킨 후 저녁에 다시 찾아와서 도다리물회를 주문하고 맛있게 먹고 간 40대 주부란다. 물론 그 손님은 지금까지도 남해횟집 무보수 홍보대사요 골수 단골이란다.
물회를 좋아하지 않는 일행이 있다면 한번 맛보고 나면 대게는 쳐다도 안본다는 털게찜을 한번 드셔보시길 권한다.
털이 많아 먹기가 조금 성가신 점이 있지만 속살이 꽉찬 자연산 털게의 맛은 대게보다 낫다는 사람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