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영향과 전조(前兆)들/ 손혁건 (문예창작 박사과정 3학기)
수용 이론에서 문학에의 어떤 새로운 접근법, 특히 하나의 패러다임으로써의 지위를 요구하는 접근법이 새로 생겨나면 필연적으로 그 뿌리를 캐어 그 독창적이라는 주장에 먹칠하려는 일련의 연구가 생겨나게 마련인데 어떤 의미에 있어서 하나의 이론 체계는 그 자체의 전신(前身)을 만들어 낸다고도 말할 수 있다.
전조(前兆)의 일반적의미를 찾자면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詩學)」은 미적 경험의 중심 범주로서의 '카타르시스'의 개념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서 독자 반응을 가장 주된 역할로 보는 이론의 최초의 예증으로 간주. 수사법의 전통이나 시의 이론과의 그 관계 전체가 청자나 독자에게 끼치는, 구술되거나 기술된 소통의 영향에 초점을 둔다는 것으로 해서 역시 마찬가지로 하나의 전조로 간주 될 수 있다.
다섯 가지의 영향을 전조 정도의 지위로 지목 : 러시아의 형식주의 / 프라그 구조주의 / 로만 잉가르덴의 현상학 / 한스-게오르그 가다머의 해석학 / 문학사회학
콘스탄스 학파(Constance School) 이론가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수용 이론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게 만드는 데 가장 큰 공헌을 함.
러시아 형식주의(形式主義)
'형식주의(形式主義)'의 영향
수용 이론의 발전에 러시아 형식주의가 크게 기여 했다.
러시아 형식주의와 파리 구조주의 사이의 동일성 : 형식주의자들은 문학작품의 구성을 중시하고 시의 형식이나 음운을 정밀히 분석한다는 점에서 그와 마찬가지로 텍스트의 분석에 면밀한 주의를 기울인 '신비평가’들은 텍스트의 언어 자질에 의존하고 언어의 본성에 보다 더 전반적인 관심을 기울인다.
형식의 개념을 미적 지각(知覺)에까지 확대시키고 예술 작품을 그 수법' (devices)의 총합으로 정의하는 한편 작품 자체의 해석의 과정에 직접적인 주의를 경주함으로써 러시아 형식주의는 수용 이론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 원전 해석의 새로운 방식을 이룩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모스크바에서 파리로 이어지는 구조주의의 계보 다음으로 사상사(思想史)에 있어서도 러시아 형식주의로부터 현대 독일의 수용 이론으로 이어지는 그와 유사한 연속성이 존재한다고 결론.
지각(知覺)과 ‘수법’
쉬클로프스키는 “예술은 이미지를 통해서 사고하고 있다." 는 포테브니아(Alexander Potebnia)의 격언에 대한 반론을 통해서 지각의 원리들을 거의 직접적으로 원용했다. 이미지는 문학의 성분 요소가 아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가능한 한 최대한으로 강력한 인상을 만들어 내기 위한 수단이며,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시의 수많은 수법' (devices) 중의 하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예술 작품을 고찰할 때에는 효과를 위해 사용되는 도구에 불과한 상징이나 은유부터 시작할 것이 아니라 지각의 일반 법칙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쉬클로프스키가 예술 작품을 분석하고 평가하기 위한 주요 원리를 발견해 내는 것도 이 영역에서다. 그에 의하면 실용적 언어와 관련되는 일상적 지각은 습관화되거나 자동화되는 것이 보통이다.
정의의 순환성에도 불구하고 전체적 의미는 명백하다. 예술적이라고 지각되는 대상, 다시 말해서 습관적이고 자동화된 지각의 대상으로부터의 일탈(逸脫, deviation)이라고 지각되는 대상들만이 '예술적'이라는 형용사가 붙을 수 있다. 창조가 아니라 지각, 생산이 아니라 수용이 예술의 성분 요소가 된다.
수법이란 것은 우리가 대상을 의식하게 되는 수단이며, 사물을 지각 가능하게 하고 예술적으로 만드는 기법이다. - 로만 야콥슨(Roman Jakobston)은 1919년에 행한 러시아 근대시에 관한 한 강의에서 이 개념을 문학 해석의 중심 위치에 놓았다. 문학성이란 수법에 의해서 한정되는 만큼 수법이야말로 비평의 과제다.
야콥슨은 접미사의 효과적 활용, 두 개의 단일체의 근접(대비, 비교, 은유), 그 밖의 여러 가지 언어 자질을 '수법'이라는 항목에 포함시키고 있다.
보리스 아이헨바움 (BorisEikthenbaum)은 고골리(Gogol)의 「외투」의 분석에서 skaz라고 하는 주요한 수법을 논하면서 개개의 수법의 결합 방식을 설명하려 하고 있다. 유리 티냐노프 (Jurii Tynianov)는 수법을 정지적(靜的)인 것으로 간주하지 말도록 경고하고 있다.
수법의 서로 다른 용법에 통일성을 주는 것으로 생각되는 요인 세 가지
첫째, 수법은 순전히 형식 요소이며, 작품 전체를 구성하는 방식으로 간주 된다.
둘째, 수법은 실용적 언어이든 문학적 전통이든 어떤 특수한 배경을 두고서 기능을 한다.
셋째, 수법은 작품 자체를 가치 있는 것으로 만들고 진정한 미적 대상으로 만들어 놓음으로써 텍스트와 독자 사이에 다리를 놓아 주는 요소다.
생소화(生疏化)
쉬클로프스키의 생소화(生疏化, defamiliarization)의 개념. ostranenie('낯설게 만들기’)는 대상을 정상적인 지각의 장(場)에서 분리시키는 독자와 텍스트 사이의 관계를 가리킨다. 그것은 모든 예술에 있어서 성분 요소가 된다.
생소화는 작자에 의해 독자를 조종하기 위한 방법이나 지각적 효과를 위한 방법으로 사용되었다 할지라도 이것은 독자와 텍스트 사이의 관계를 확정하는 하나의 과정이며, 예술로서의 문학은 바로 이 행위에 의해서 정의될 수 있는 것이다.
생소화의 수법을 중시하게 되니 형식주의자들은 당연히 '수법을 그대로 노출시킴’ (ohnazhenie priema)으로써 문학의 본성을 의식적으로 노출시키려는 작자나 운동에 관심을 갖게 된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전위파(前) 시인들이나 풍자 작가나 패러디 (parody) 작가들은 특히 중요하다. 독자로 하여금 예술로서의 작품을 의식하게 하는 기능.
야콥슨은 마야코프스키(Vladimir Maiakovskii)와 흘레브니코프(Viktor Khlebnikov) 등 미래파 시인들을 논하는 글에서 이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 즉, 관례를 비일상적인 방식으로 활용함으로써 이 두 시인들은 기법 자체를 가시적인 것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생각이 쉬클로프스키의 유명한 「트리스트럼 샌디 Tristrain Shandy」 연구에도 나타나 있다.
보다 더 특수화되고 혁명적인 ‘수법 노출'(obnahenie prieria)의 견해에 도달한 것은 티냐노프였다. ’쉬클로프스키의 수법 노출'의 개념을 수정하면서도 여전히 자신의 이론의 근거를 예술 작품의 지각에 두고 독자들이 수법 노출의 습관성을 알아차렸을 때에만 수법은 감추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문학의 과정에 있어서의 독자의 역할의 중요성은 수법의 형식적 본능에 주의를 기울인다는 정도를 넘어선다. 그 실례가 보리스 토마세프스키의 논문 「문학과 전기(傳記)」이다. 작가의 전기적 요소는 비평적 연구에서 추방해야 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것은 작가의 생애를 밝혀내기 위해서 전기를 사용할 때에만 그렇다. 즉, 전기 자체의 문학적 기능을 고찰할 때에는 그렇지 않다. 문학에 대한 전기(傳記)의 관계는 작품의 내력이나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작품의 수용의 문제다.
“전기가 있는 작가와 전기가 없는 작가가 있다" 토마세프스키
어떤 주이진 작가를 올바르게 읽는다고 하는 것은 형식 수법의 분석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다. 독자의 관심에서 본다면 이상적 전기는 텍스트와 독자 사이의 필수적인 중대 요소다.
문학의 진화(進化)
형식주의의 이론이 수용 이론(즉, 문학사)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 분야가 또 하나 있다.
프레데릭 제임슨(Frederic Jameson) '예술의 영원한 혁명’-제각기 강력하고 자극적인 형식의 혁신으로 침체한 기법을 대체하는 세대나 유파의 연속.
'혁명적’ 과정을 통해 하나의 연속성이 수립되는데, 그것은 선례(先例)의 부정(否定)으로써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쉬클로프스키는 하나의 새로운 문학의 유파는 그 근본원리에 있어서 이미 잊혀졌거나 지배적인 위치에서 물러난 과거의 유산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한다. 직계적(patrilineal)인 것이 아니라 방계적 (avuncular)인 것이므로 문학사는 '전진'을 하되 직선(直線)으로가 아니라 절선(折線)으로 전진한다.
니냐노프의 문학사의 이론에 대한 그의 기여는 '수법의 노출'에 관한 그의 견해와 마찬가지로 쉬클로프스키의 과정적 견해에 대한 교정 수단이라고 간주할 수 있다.
1929년 ”문학의 진화에 관하여”라는 논문에서 쉬클로프스키의 이론과는 거리가 먼 두 개의 명제를 채택하고 있다.
*첫 번째 : 문학의 체계적이고 기능적인 특질을 포함한다.
*두 번째 : 개념은 '지배 요소'(dominant)에 관한 것이다. 그것은 주어진 작품 내에서나 주어진 기간 내에서 전경에 내놓여진 (fore-grounded) 요소나 일단의 요소들을 의미한다.
문학사의 역학(力學)의 개념은 야우스의 예상의 지평(地平)과 이저의 '공백‘과 ’미정성' 등의 개념에 대해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이다.
로만 잉가르덴(Roman Ingarden)
잉가르덴의 수용(受容)
로만 잉가르덴은 훗설 (Edmund Husserl)의 제자로서 철학적 문제에 몰두.
순수한 의향성(意的生, intentionality)은 일점 의문의 여지가 없으며, 현실의 직관적 실재들의 고찰에서 나오는 시사에 구애 받음이 없이 순수히 의향적인 대상의 존재 양식의 본질적 구조를 연구할 수 있는 토대가 되어 주는 하나의 대상이라고 1930년 문학예술 작품 대상의 완벽한 사례로 제시.
문학예술 작품은 양분법(이상주의와 현실주의)에 대해 국외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잉가르덴이 문학이론 연구에 관심을 갖게 됨. 「문학예술 작품, 문학의 존재론과 논리와 이론의 경계선에 관한 연구」라는 제목이 그러한 철학적 목적을 강조하고 있다.
웰렉(René Wellek)은 잉가르덴을 수용하여 그를 '신비평‘의 원리들과 관련지어 놓고 있다. 그의 문학작품의 '존재 양식'의 논의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잉가르덴의 작품이 웰렉과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영·미 신비평운동 전체와 연결되는 것은 현실주의 - 이상주의의 문제 때문이 아니라 문학작품을 내적으로 (intrinsically) 분석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 때문이다.
웰렉과 신비평가들은 '문학 예술 작품'에서 지식을 끌어왔지만, 1968년에 독일에서 「문화 예술 작품의 인식 The Cognition of Literary Work of Art」 이 출판되자 그것은 미래의 수용 이론가들에게 텍스트와 독자 사이의 관계에 대한 잉가르덴의 관심을 더욱 명확히 알려 줄 수 있었다.
미정성(未定性, indeterminacy)의 구조
잉가르덴의 작품 중에서 최근의 독일 비평에 가장 영향력이 컸던 부분, 즉 그의 인식의 분석은 그의 문학예술 작품의 개념을 기초로 하는 것이다. 그는 문학작품을 순수하게 의향적 이거나 타율적인 대상, 즉 현실적인 대상과 함께 이상적 대상이 그렇듯이 확정적 (determinate) 이거나 자율적 (autonomous)인 것이 아니라 의식의 행위에 의존하는 대상으로 간주한다.
4개의 층(이 네 개의 층은 서로 영향을 끼친다)과 2개의 상이한 차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문학의 원료 (raw material),
첫번째 층에서는 의미를 지니는 음성 배치 (sound configu-ration)뿐만 아니라 운(韻)·율(律) 등의 특수한 미적 효과의 잠재성까지도 발견할 수 있다.
둘째 층은 단어든 문장이든 여러 개의 문장으로 구성된 단위든 간에 모든 의미 단위(Bedeutungseinheiten)를 포함한다.
세 번째와 네 번째 층은 재현된 대상 (dargestellte Gegenstinde)과 이 대상을 나타나게 하는 도식화 (圖式化)된 국면 (schematisierte Ansichtern)으로 되어 있다. 이 4개의 층 전체가 문학예술 작품의 첫 번째 차원인데, 이것은 잉가르덴이 미적 가치와 결부시키는 다성적(polyphonic) 화음을 이룬다.
두 번째의 시간적 차원은 문학작품 속에 포함 되어 있는 문장과 문단과 장(章)의 연속으로 구성되어 있다.
잉가르덴의 문학예술 작품 인식의 이론에 있어 특히 중요한 것은 이들 층과 차원들이 독자들이 완성 시켜야 할 하나의 일거리 또는 '도식화된 구조'(Schematized structure)를 형성한다는 생각이다. “우리는 작품 속의 문장의 수준에서 어떤 대상이나 객관적 상황이 어떠한 특정한 속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없을 때에는 언제나 그러한 미정의 장소를 발견하는 것이다”
현상학(現象學)의 이론에 의하면 모든 대상은 무한히 많은 결정 요소를 가지고 있는데, 어떠한 인식 행위도 어떤 특정한 대상의 모든 결정 요소를 다 고려에 넣을 수는 없다. 그러나 현실의 대상은 반드시 어떤 특정한 결정 요소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 반면 현실의 대상은 색채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색채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문학작품 속의 대상은 의미의 단위나 국면들로부터 지향적으로 투사되는 까닭에 어느 정도의 미정성을 남겨놓게 마련이다.
그러나 어떠한 제목의 열거나 전제적 암시로도 모든 미정성을 다 소거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이론상으로 모든 문학작품 또는 모든 재현된 대상이나 국면은 무한히 많은 미결점을 포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