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 올리게 될 매출을 접한 뒤 우리나라에서도 복싱을 다시 보는 분위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사상 최고 실적을 올린 2년 전 오스카 델 라 호야와 플로이드 메이웨더 대결의 느낌과는 많이 다르네요. 갑자기 복싱을 길게 언급하는 것 같은데 저는 복싱 전문가는 아니고 그간 복싱을 언급한 경우는 격투기와 프로레슬링과 흥행이란 부분을 비교할 때뿐이었습니다. 비즈니스 모델이 유사하기 때문이지요. 이번 글도 그런 맥락에서 보시면 될 겁니다. 이런 부분 말고 복싱을 다룰 일은 없을 겁니다.
사상 최고 흥행을 예약?
자세한 금액이야 이벤트 후에 나오겠지만 플로이드 메이웨더와 매니 파퀴아오의 대결은 사상 최고 흥행을 기록했던 오스카 델 라 호야와 플로이드 메이웨더의 실적을 깰 것이란 전망이 많네요. 당시 오스카 델 라 호야는 본인이 뻔히 질 줄 알면서도 어떻게 해야 흥행을 갱신할 수 있을까에 골몰할 정도로 냉정한 비즈니스맨이라 할 수 있었습니다.
(호야와 메이웨더 - 연합뉴스)
2007년 오스카 델 라 호야와 플로이드 메이웨더의 대결은 270만 가구 판매를 기록하면서 타이슨과 홀리필드 2차전의 195만 가구 판매를 깼습니다. 둘은 각각 5000만 달러와 3500만 달러를 챙겼지요. 이후 리키 해튼과 플로이드 메이웨더의 대결은 영국 시장까지 아우르면서 최고 실적을 깰 것이라 전망되었지만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자 미국 복싱계는 UFC의 약진을 지켜보면서 다소 위기감을 갖게 됩니다. 당시 상황으로서는 문제가 없었지만 호야의 은퇴 후 미래의 흥행카드가 없다는 것 때문이었지요. 작년 유료시청채널에선 UFC가 독주하면서 그런 우려는 더해졌습니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에서 희망이 생겼네요. 2009년 메이웨더의 복귀전은 UFC와 같이 편성되면서 100만 가구 이상을 기록, 3배 이상의 유료시청채널 판매를 기록했고 매니 파퀴아오는 최근 125만 가구 판매를 올리면서 두 사람의 분위기는 뜨거워졌지요. 이에 두 사람을 맞붙여서 사상 최고 흥행을 노리는 게 현재 미국 복싱계의 흐름입니다.
일본에서의 복싱
(매니 파퀴아오 - 연합뉴스)
일본에선 복싱이 격투기의 시청률을 넘은 건 꽤나 오래된 일입니다. 세계 챔피언의 방어전이나 일본 복서들 간의 대결이 20%를 넘으면서 최근 15% 내외에서 3년간 움직인 K-1 GP의 시청률을 앞섰지요. 물론 이번 GP는 일본인 8강 진출자가 없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K-1의 시청률도 꽤나 좋은 편이긴 합니다. 그런데 이젠 복싱을 따라잡기 어렵게 되었네요.
일본 복싱 흥행의 중심은 가메다 형제입니다. 지난 11월 29일 있었던 WBC 플라이급 타이틀 매치에서 챔피언 나이토 다이스케와 도전자 가메다 고키는 놀랍게도 43.1%의 시청률을 올렸습니다. 이는 42.5%를 올린 일본 격투기 사상 최고의 시청률 밥 샙과 아케보노의 대결보다 높으며 31.6을 올린 마사토와 야마모토 노리후미와의 대결보단 훨씬 앞섭니다. 밥 샙의 경기는 3분 정도였지만 나이토 다이스케와 가메다 고키의 대결은 12라운드까지 이어졌습니다. 연말 NHK의 홍백가합전이 이걸 깨지 못한다면 2009년 최고 시청률로 남을 수 있다고 하네요.
일본의 현황은 우리가 자세히 알 필요도 없고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별 이슈는 되지 않는 듯합니다. 다만 여기에서 주목할 만 한 점은 한 나라에서 잘만 다듬으면 복싱도 엄청난 흥행력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과거 역도산이나 안토니오 이노끼, 자이언트 바바는 이를 상회하는 시청률을 올렸지만 그다지 볼 것이 많지 않던 시기의 것이기에 가메다 고키의 성과와는 다르다 볼 수 있을 겁니다. 가메다 고키는 2006년 베네주엘라의 후안 란데에타와의 경기에서 40%가 넘는 시청률을 올렸고 이후에도 계속 이슈를 만드는 선수였기에 그의 나이가 만으로 23세인 1986년생임을 고려한다면 일본에서 복싱의 약진은 한동안 계속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의 집안이 '가메다 삼형제'라고 불리는 점도 역시 복싱엔 호재라 할 수 있지요.
굳이 알 필요 없는 사람들에 대한 언급이 길었지요. 중요한 점은 일본에선 복싱이 흥행된다는 것입니다.
결론
이전부터 언급한 내용이지만 복싱이나 프로레슬링이 해외에서 격투기에 밀리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 건 사실이 아닙니다. K-1이나 PRIDE가 약진했다고 해서 그걸 타 분야의 몰락으로 귀결시킬 수는 없었지요. 이들은 해외에 파괴력이 많지 않은 단체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오스카 델 라 호야의 은퇴와 흥행스타의 부재, 점점 줄어드는 복싱도장, 유료시청채널에서 UFC의 약진이 겹치자 2007년 이후 미국 복싱계에서 위기감을 느낀 건 사실입니다.
미국에선 그나마 프로레슬링은 매주 고정 편성으로 채널에서 큰돈을 받기에 상대적으로 유료시청채널에 대한 의존도가 적지만 격투기와 비슷하게 대형 이벤트에 중점을 둔 복싱으로서는 다양한 분야에서 선수를 수급하는 격투기에 비해 스타발굴이 더딜 수 있다는 부분이 딜레마였습니다. 그걸 이젠 어느 정도 극복하고 사상 최고 흥행을 노리는 부분은 참으로 인상적입니다.
문제는 국내겠지요. 그 부분은 관련 전문가들의 과제라고 생각되며 복싱 전문가가 아닌 저의 결론은 별 의미는 없을 것 같습니다. 여하튼 복싱은 우리나라의 인식과 달리 해외에서 망한 것도 아니고 현상유지가 되다가 최근 일부 국가에서 더욱 흥행이 잘 되고 있을 뿐입니다. 앞으로 타 분야에서 어떤 식으로 복싱의 흥행에 대응할지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