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건 2013고단4940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차량)(인정된 죄명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 도로교통법위반(사고후미조치)
앰뷸런스 운전자가 환자를 긴급 이송하던 중 교통사고가 발생하였음에도 조치를 취하지 않고 그 자리를 떠나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도주차량)죄로 공소가 제기된 사안에서 사고 발생 직후의 환자의 상태와 (긴급하게 이송하지 않으면 생명, 신체의 위험이 증대될 상황) 이송 전후의 사정을 고려하여 위법성 조각사유의 하나인 보충성, 균형성, 적합성을 모두 갖추었으므로 형법 제22조 제1항에 따라 범죄가 되지 아니한다고 판단한 사례.
피 고 인 이OO (62-1), 운전사
주거 광주 광산구
등록기준지 광주 동구
검 사 정가원(기소), 이주용(공판)
변 호 인 변호사 차현국
판 결 선 고 2014. 1. 13.
주문
피고인을 벌금 50만 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5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차량)의 점 및 도로교통법위반(사고후미조치)의 점은 각 무죄.
이유
【유죄부분】 -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의 점
범죄사실
피고인은 OO누OOOO호 구급차의 운전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이다.
피고인은 2013. 9. 7. 00:30경 위 차를 운전하여 광주 서구 광천동 기아자동차 사거리 교차로를 자유나이트 쪽에서 버들주공 아파트 쪽으로 좌회전하여 진행하게 되었다.그 곳은 신호등이 설치된 교차로이므로 이러한 경우 자동차의 운전업무에 종사하는피고인에게는 속도를 줄이고 전방을 잘 살펴 교차로를 통행하는 차량이 있는지 여부를확인하고 긴급하고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신호에 따라 안전하게 운전하여 사고를미리 방지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이를 게을리 한 채 직진 신호에 따라 버들주공 아파트쪽에서 터미널 쪽으로 빠른 속도로 진행하고 있는 피해자 김○○(42세)이 운전하는 △△러△△△△호 투스카니 승용차를 보고도 그대로 신호에 위반하여 교차로에 진입한과실로 위 승용차로 하여금 그 앞 범퍼 부분으로 피고인의 차량 좌측 뒷바퀴 부분을충격하게 하였다.
결국 피고인은 위와 같은 업무상의 과실로 피해자에게 약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요추의 염좌 및 긴장 등의 상해를, 피해 차량 동승자 김□□(31세)에게 약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경추의 염좌 및 긴장 등의 상해를 각각 입게 하였다.
법령의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1항, 제2항 단서 제1호(벌금형 선택)
1. 노역장유치
형법 제70조, 제69조 제2항
피고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인은 도로교통법 제29조 제2항에 긴급하고 부득이한 사정이 있어 신호를 지키지않았으므로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2항 단서 제1호가 적용되지 아니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구급차의 경우에도 진행방향에 교차운행하고 있는 차량이 있다면 당연히 정지해야할 의무가 있으므로(대법원 1985. 11. 12. 선고 85도1992 판결 등 참조) 신호위반을 해야 할 만한 부득이한 사정이 있는지 여부는 상대차량의 진행상황을 포함하여당시의 제반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하는데,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증거들과 피고인 본인의 진술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피해 차량이 교차로의 신호에 따라상당한 속도로 직진하면서 속도를 늦추지 않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하고도 위 차량 앞으로 구급차를 진행하여 충돌을 야기한 사실이 인정되는바, 이렇게 교차로 진입시 충돌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었다면 피고인이 신호위반을 해야 할 만한 부득이한 사정이 있었다고 평가할 수 없다.
나아가 피고인은 피고인의 신호위반행위 자체가 의무의 충돌로 인한 긴급피난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주장도 하고 있으나, 이 사건에서 ‘응급환자를 이송해야할 피고인의 의무’가 ‘신호위반 시 발생할 수 있는 교통사고로 인한 인명 및 재산피해를 방지해야할 추상적인 의무’ 보다 우월하다고 보기는 어렵다(이 사건의 경우에는 다행히 피고인의 신호위반행위가 경미한 교통사고를 일으킨 것으로 끝났을 뿐이다. 결과론적으로 사고가 경미한 것으로 확정된 이후의 상황에 대해서는 아래 【무죄부분】에서 다시 논하기로 한다).
따라서 피고인의 행위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1항, 제2항 단서 제1호에 해
당하므로, 이를 다투는 피고인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양형의이유
한편 양형과 관련하여는, 피고인이 비록 잘못된 판단으로 교통사고를 야기하기는 하였으나 그 행위의 동기 만큼은 어디까지나 응급환자의 신속한 이송이라는 자신의 직무에 충실하려는 것으로 인정되는 점, 피해자들이 모두 구급차가 가입된 종합보험을 통해 피해를 보상받았고 피고인의 처벌을 원치 아니하는 점, 그밖의 제반 양형 조건들을
종합하여 주문과 같이 정한다.
【무죄부분】 -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차량) 및
도로교통법위반(사고후미조치)의 점
1.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유죄부분】의 범죄사실 기재와 같이 교통사고를 야기함으로써 피해자들에게 각 상해를 입게 함과 동시에 피해 차량인 투스카니 승용차를 수리비가 1,654,132원이 들도록 손괴하고도 즉시 정차하여 피해자 구호 조치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하였다.
2. 피고인의 긴급피난 주장 및 이에 대한 판단
피고인은, 이 사건 교통사고가 발생한 직후의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하였을 때 피해차량이 입은 피해가 비교적 경미했던 반면 자신이 구급차로 이송하고 있던 환자(박OO)는 긴급하게 병원으로 이송하지 않으면 생명․신체의 위험이 증대될 상황에 처해있었고, 피고인이 이렇게 위급한 환자를 한시라도 빨리 병원으로 이송하기 위해 교통
사고에 대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사고 현장을 떠난 것은 형법 제22조 제1항의 긴급피난에 해당하므로 처벌하지 아니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 특히 관련 의료기록(출동 및처치기록지, 응급센터기록지, 응급실간호기록지, 중환자실간호기록지 등) 및 구급차에동승하였던 응급구조사인 정OO의 법정진술 등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즉 ① KS병원 소속 응급구조사인 정OO은 2013. 9. 6. 23:40경 박OO(여, 74세)이 요양중이던 현대노인병원으로부터 ‘박OO이 호흡곤란으로 위급하므로 KS병원으로 이송해달라’는 연락을 받고 피고인이 운전하는 구급차에 동승하여 현대노인병원으로 이동하면서 피고인에게 ‘위급한 환자가 있다.’는 취지의 설명을 한 점, ② 피고인과 정OO이2013. 9. 7. 00:10경 현대노인병원에 도착하였을 때, 정OO은 처음에는 외관 상 박OO의 호흡이 멈추었다고 생각하였으나, 그 후 박OO의 호흡이 가늘게 남아 있음을 확인한 점, ③ 이에 정OO은 박OO을 구급차에 태운 뒤 산소호흡기를 부착하고 기도를 유지하면서 피고인에게 다시 한번 ‘박OO의 상태가 위급하다.’는 취지로 말하였고, 그 말을 들은 피고인은 즉시 경광등을 켜고 싸이렌을 울리며 구급차를 출발한 점, ④ 정OO은 피고인의 구급차를 통해 KS병원까지 이동하는 동안 구급차 안에서 박OO의 SpO2
수치2)를 지속적으로 측정․확인하였는데, 그 수치는 이동 중에 줄곧 70%대에 머물렀고, 2013. 9. 7. 00:41경 KS병원에 도착하였을 때에는 SaO2 수치3)가 67%까지 떨어졌으며, 이에 KS병원에서 기도삽입(intubation) 등의 조치를 취한 뒤 2013. 9. 7. 02:55에이르러서야 SpO2 수치가 97%로 회복되었던 점, ⑤ 한편 피고인은 위와 같이 KS병원으로 이동하던 중 2013. 9. 7. 00:37경 이 사건 교통사고를 야기하였는데, 당시 충격의정도에 대하여 정OO은 이 법정에서 ‘충격은 느꼈으나 교통사고가 아니라 가드레일이나 장애물에 부딪힌 것이라고 생각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4) ⑥ 실제로도 위 교통사고의 규모는 피해차량인 투스카니 승용차에 승차하고 있던 피해자들에게 각 전치 2주 정도의 상해가 발생하고 피해자들에게 특별한 외상이 없는 정도였으며, 교통사고후에도 교차로의 다른 차량들은 진행이 가능한 상태였던 점,5) ⑦ 피고인이 사고 직후
차에서 내리지 조차 아니하고 그대로 진행한 것은 사실이나, 또 한편 당시는 피고인이위 사고 장소로부터 KS병원까지 약 8㎞ 이상의 떨어진 거리를 4분 만에 주파할 정도로 박OO을 다급하게 이송하는 도중이었던 점, ⑧ 피고인은 KS병원까지 박OO의 이송을 마친 직후에 스스로 경찰에 사고 신고를 하였던 점 등을 종합해보면, 피고인의 행위는 긴급피난의 요건인 보충성과 균형성, 적합성 등을 모두 갖추었다고 판단된다.
3. 결론
그렇다면 이 부분 공소사실은 형법 제22조 제1항에 따라 위법성이 조각되어 벌할 수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하여 피고사건이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경우에해당한다. 이 경우 실무상 일죄의 관계에 있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죄를 유죄로 인정하는 이상 따로 주문에서 무죄를 선언하지 아니하고 있으나, 판결문의 이해 용이성과 명확성 등을 고려하여6) 주문과 같이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는바이다.
판사 이탄희
광주지방법원
http://gwangju.scourt.go.kr/dcboard/new/DcNewsViewAction.work?seqnum=12360&gubun=44&cbub_code=000510&scode_kname=우리법원 주요판결&searchWord=교통사고¤tPage=0
http://gwangju.scourt.go.kr/dcboard/new/DcNewsListAction.work?gubun=44
나의 의견
몇개월전 엠뷸런스 이송하던중 사고가 났던걸 기억하고 나서 비슷한 사례가 있는지 찾아보던중 광주에서 앰뷸런스가 환자를 긴급히 이송하던 중 교통사고를 내고 조치를 취하지 못하여 문제가 생긴 사건을 발견하였다.
사건이 발생했던 신호등이 있는 교차로에서는 주의해서 운전해야하는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지만, 당시 피고인은 환자를 긴급히 이송해야했기 때문에 신호를 위반하고 교차로에 진입하여 이 같은 사고를 내었다. 물론 응급환자를 이송해야한다는 본분에 충실하였지만 신호위반을 지키지 않음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또 다른 인명피해는 고려하지 못한 듯하다.
이 사건이 경미한 사고로 끝나서 다행이지만 만약 더 큰 사고가나서 피해자와 응급환자 모두에게 치명적인 피해가 갔다면 또 어떻게 판결이 났을지도 궁금해진다.
사고를 내고 바로 조치를 취하지 못하여 문제가 되었지만 이송을 마친 직후 스스로 경찰에 사고 신고를 하였으며, 여러 긴급했던 상황들을 증명하면서 형법 제22조 제1항에 따라 위법성 조각사유인 긴급피난의 요건을 갖출 수 있었다.
또, 피해자들은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 등 피고인의 상황을 종합하여 도주와 사고후미조치 등 뺑소니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신호위반사고 혐의만 인정되었다.
사고 후 신고를 하지않았다면 곤란한 상황을 겪게 되는데 피고인이 바로 조치를 취하지 못했더라도 잊지않고 사후신고를 하여서 다행이라고 생각된다. 아무리 앰뷸런스라도 그것은 뺑소니가 되기 때문이다.
수업시간에 배웠던 위법성 조각사유가 굉장히 흥미로웠는데 실제 앰뷸런스사례를 보니 더욱 이해가 가며, 때문에 이러한 판결이 당연하다고 여겨진다. 그렇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앰뷸런스 운전자도 경각심을 가지고 생명과 안전을 최선으로 여길 수 있기를 바라며, 위급한 상황이기에 나의 일처럼 돕고 위의 판례처럼 서로 이해하는 등 한국 운전자들의 시민의식도 한층 성숙해지기를 바란다. 법을 공부하다보니 참 안타까운 부분이 많은 것 같아서 아쉬운 점이 많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