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롤로그
목포에서 직장을 구하고 출퇴근길에 영산기맥 트래킹 간판을 늘상 만난다. 그러면서 한번쯤 어떻게 연결되었는지를 확인하고 싶을 때가 있었다. 국회의원 총선날이 D-day다. 이미 사전투표를 마친 터라 준비한 행장을 둘러메고 영산기맥 산줄기 산행을 시작하려고 한다. 제대로 이어갈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진양기맥, 한강기맥, 땅끝기맥 모두 한구간만 건들고 더 이상 진행하지 못한채 방치하고 있다. 목포에 있는 동안 짬짬이 시간을 내어 영산기맥과 땅끝기맥만이라도 완주했으면 좋겠다.
★ 산행개요
- 산행코스 : 유달산-양을산-지적산-대봉산-국사봉-감돈재
- 산행일행 : 단독산행
- 산행거리 : 실제거리 31km, 도상거리 25km
- 산행일시 : 2024년 4월 10일(수) 06:00~17:30(11시간 30분)
★ 기록들
새벽 2시 2층에서 술을 마시는지 시끄러운 소리에 잠에서 깬 다음 2시간 이상을 허송하다가 겨우 잠이 들었는데 5시 모닝콜 소리가 요란스럽가 울려도 일어날 수가 없다. 30분만 더 잘 요량으로 모닝콜을 조정하여 잠을 청했고, 다시 일어났을 땐 몸이 천근만근 무겁다.
베낭을 챙겨 온금동 화장실 옆 들머리에 섰다. 산길샘에서 영산기맥 트랙을 업로드 해놨던지라 잡다한 준비물이 없어서 좋다. 휴대폰을 보며 따라가기만 하면 되었다. 예전에 선답자들의 지도와 산행기를 나침반과 정치하면서 길을 찾을 때와 비교하면 많이 좋아졌다.
유달산을 오르고 이봉을 거쳐 조각공원으로 내려섰다. 여기까지는 익숙한 길이지만 그 다음부터는 좁은 골목길을 마치 미로찾기 하듯 가장 마름금에 근접해 있는 곳을 따라가기로 했다. 어차피 집과 도로 때문에 정확한 마루금을 밟을 수 없으니 이 구간 어떻게 가든 상관 없다. 어떤 이는 옥녀봉에서 조각공원을 건너뛰거나 택시로 이동하기도 한다.
옥녀봉부터 본격적인 산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옥녀봉을 넘어설 즈음 등산화가 말썽이다. 오랫동안 방치해놨더니 미드솔이 삭으면서 밑창이 분리되기 시작했다. 끈을 주워 발등을 묶었지만 채 1km도 못가서 풀어지길 반복했다.
영을산에서는 거꾸로 진행하는 바보같은 우를 범하기도 했다. 20분간의 시간 손실이 있었지만 갈림길을 잘 찾아서 이름과 달리 산 같지도 않은 대박산을 넘어 삼향동주민센터에 이르게 되었다. 오른쪽 등산화는 이미 밑창 자체가 분리되어 그야말로 깔창만으로 의지해서 겨우 버티고 있었다. 등산을 포기하던지 무슨 수를 내야했다. 육교를 건너다 우연히 철사를 발견했다. 이 철사로 임시변통할 방법이 떠 올랐다. 오른쪽 밑창에 구멍을 뚫어 등산화와 고정을 시켰다. 왼쪽도 철사로 한번 더 감아줬다. 육교에서 철사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매점을 찾아 즉석본드라도 구입해야했다.
지적산은 남악 신도시가 시원하게 펼쳐진 모습을 조망할 수 있어 좋았다. 11시가 되자 등로에 점심밥상을 차렸다. 반주한잔을 걸치고 일어서려는데 다리가 풀렸나 스피드가 잘 나질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남해환경을 지나 마루금은 있는 듯 없는 듯 가시덤불에 갇히기를 숱하게 반복했다. 계속해서 휴대폰을 보면서 길을 찾는다고 했지만 번번히 길을 놓쳤다. 그 덕분인지 엄청난 양의 두릅을 수확하기도 했다. 아무도 손을 타지 않은 두릅을 수확하기도 오랜만이다.
과동저수지 근처 가시덤불을 헤쳐나오자 도로공사하는 곳에 이르게 되었다. 도로 가운데 떨어진 철사와 못을 발견했다. 밑창을 뚫을 수 있기 때문에 확실하게 등산화를 고정할 수 있었다. 마루금을 찾긴 했지만 서해안 고속도로를 지나는 주자재 이르는 길도 만만치 않았다. 이번에도 마루금을 벗어나 내려섰고 굴다리를 통과하여 공동묘지가 있는 포장도로를 한참이나 따라 올라갔다. 땀이 쏟아지고 호흡이 거칠어지자 묘지 계단이 있는 곳에서 아무렇게나 걸터앉아 남아있는 과일주를 벌컥거리며 다 마셨다. 초당대까지 가는 일정을 감돈재에서 마감하기로 마음 먹는다.
마루금은 무안군 맥포리에서 올라오는 등산로와 만나면서 편해지기 시작했다. 대봉산에서 이어 국사봉까지 편하게 이어지고 약간의 오르내리막을 반복하면서 감돈재에 이르렀다.
실제거리는 31km지만 도상거리는 25km도 안 될 것이다. 땀냄새 펄펄나는 옷을 갈아입고 버스시간을 확인하자 전혀 정보가 없다. 별 수 없이 히치하이킹을 시도했다. 예전의 경험으로 보면 승용차는 거의 태워주지 않지만 화물차는 태워줄 가능성이 높다. 아니나다를까 첫 시도에 화물차가 멈췄다. 다행히 목포시청 인근까지 태워줘서 편하게 집에 올 수는 있었다. 그런데 감기기운이 있는지 지금도 목이 칼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