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번역의 형태와 당면과제*
통광스님(쌍계사승가대학 학장․명예이사)
Ⅰ. 서 언
번역은 학문의 기초적 작업으로서 이를 바탕으로 하여 학술적 연구가 심도있게 이루어질 수 있으며, 자료를 일반에게 널리 제공함으로써 사회문화에 기여하는 바가 지대하다. 연구자들에게 활발한 연구를 가능하게 하는 동기 부여의 의미를 지닌다는 점에서 번역은 바로 그 분야의 척도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일차적이고 필수적 작업이 되고 있다.
불교는 우리나라에 있어서 외래 종교가 아니라 우리 문화의 뿌리로서 작용하고 있는 만큼, 완벽한 우리말 경전을 갖추는 일은 한국 불교의 막중한 사명이 아닐 수 없다.
불교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말하며, 佛典은 부처님의 가르침인 경과 율 및 이에 대한 후대 불교도의 연구의 집대성을 말한다. 불교학하면 어떤 시각에서, 어떤 방법을 통해 연구하는가에 따라 이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불교학 연구의 자료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불전이라 할 수 있다. 한국 불교사를 통해 볼 때, 이 점은 우리나라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고구려 때 불교가 한반도에 전래된 이래, 불전의 번역과 해석은 시대에 관계없이 불교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번 불교학연구회에서 내건 큰 주제인 “불전번역의 제문제”에 따라 현 불교학계에서 번역의 대상이 되는 불전, 여기서는 더 그 의미를 한정하여 불교원전을 분류하면 다음의 네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는 범어와 팔리어 등으로 저술된 경론이며, 둘째는 범본 등의 원전은 소실되었지만 이를 번역한 한문본이나 티베트본이고, 셋째는 원래 중국어로 저술된, 조사어록과 같은 한문본이며, 마지막으로 신라, 고려, 조선 등 우리나라 스님들의 저술이다.
이 기조 발표에서는 이 네 가지 종류의 불전에 대한 지금까지의 번역형태를 되돌아보고, 이를 통해 지금까지의 역경 작업의 한계와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몇 가지의 제안을 제시하고 싶다.
Ⅱ. 역경의 형태
우리나라에서 불전의 번역은 번역된 언어의 형태에 따라 한자로 번역한 경우와 한글로 번역한 경우로 나눌 수 있다.
1 한자로 번역한 경우
한문 역경은 대략 2세기 경부터 시작되었다. 당시 중국은 전문 역경승을 두고 불경을 번역하였는데. 이들 역경승은 크게 인도, 대월지국, 안식국 등에서 온 승려들과 이들에게서 범어 등을 배웠거나 혹은 직접 인도에 가서 학습한 중국 승려들로 나누어진다. 범어원전 등에서 번역된 경론을 살펴보면, 구마라집 같은 범어와 중국어 모두에 달통한 경우도 있지만, 인도 등에서 온 역경승의 경우는 중국어에 부족한 점이 보이고, 중국의 역경승인 경우는 범어 등에 문제가 있는 부분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우리나라는 중국에서 번역한 불전을 주로 사용하였으나, 범본으로부터 직접 번역한 예도 있다. 백제의 謙益(526년, 성왕 4년)은 인도에 가서 율장을 연구하였으며, 범서로 된 율장 72권을 가지고 와 번역하였다. 그 당시 백제에서 사용하던 문자가 한자였기 때문에 謙益은 범본을 한역한 것이다. 또 고려시대 指空(1363년 공민왕 12년)은 『于瑟尼沙毘左野陀羅尼』와 『觀自在菩薩廣大圓滿無礙大悲心大陀羅尼』를 한문으로 번역하였고 이것은 오늘날까지 전하여지고 있다. 두 경우 모두 범본을 한역한 경우지만, 謙益은 중국에서 번역한 한문 경전을 주로 사용하던 당시 불교계에서 범본 원전을 직접 번역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고, 指空은 인도승려가 한반도에 와서 불법을 펴고, 역경을 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 하다.
다만 謙益이 번역한 율부 72권은 소실되어 전하여지지 않고 있으며, 指空의 번역은 다라니의 음사여서 번역의 문장구조 등을 살피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들의 번역이 중국적 한문과는 다른 한국적 한문이었는지 살필 수 없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한문번역과 관련하여 하나 덧붙이자면, 고려시대 이후 한역 경전에 토를 달아 읽는 구결이 있었고, 이것도 번역의 한 형태로 볼 수 있다. 구결은 원전을 그대로 둔 상태에서 뜻에 알맞는 토를 붙여 문장의 내용을 이해하는 방법인데, 고려 시대 이후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 구결은 원전의 용어를 해치지 않는 점에서 장점이 있으나, 불교경전의 한글 번역의 착수가 늦어진 한 요인이 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2 한글로 번역한 경우
불전의 한글 번역은 세종 때의 훈민정음의 창제로 시작된다. 특히 세조대에는 간경도감을 설치하여 『법화경』『금강경』등 10여 종류의 경전을 국책사업으로 번역하였다. 1471년(성종 2년) 간경도감의 폐지로 왕실에서의 경전 번역 사업은 끝났지만, 간경도감에서의 번역 사업은 불경을 우리 문자․언어로 번역였다는 점에서 불교사적으로나 문화사적으로 의의가 크다고 하겠다.
이후 불교의 탄압으로 불교계에 인재가 모이지 않았고, 경제적 뒷받침이 없었으며, 교세가 선종으로 기울어짐에 따른 불립문자의 선풍으로 인하여 역경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어졌다. 또 조선후기 서민층에서는 한글을 사용하였는데도 불교경전은 기존의 한문본을 계속 사용함으로써 불교 발전에 문제를 드러내었다.
세조대 이후 불교경전의 한글 번역은 용성스님, 만해스님, 안진호, 탄허스님과 같은 분들의 관심으로부터 이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중, 특히 용성스님은 독립운동을 하다 투옥되었을 때 성경을 비롯한 타종교의 서적이 모두 한글로 번역되어 있으나 불경은 여전히 한문으로 되어 있는 것에 충격을 받아 1921년 역경을 전문으로 하는 三藏譯會를 조직하여 입적하실 때까지 역경에 심혈을 기울이셨다. 이것은 세조대 이후 불전의 한글번역을 중흥시킨 것이다. 그리고 탄허스님은 전통강원에서 사용하는 초발심자경, 치문 등 사집, 사교, 대교를 한글로 번역하여 강원교재의 번역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개인적인 역경은 대장경과 같은 다양한 분야와 광대한 양을 소화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1964년 동국대학교 부설 동국역경원이 설립되었다. 동국역경원의 설립 과정은 복잡하지만, 간단히 정리하면 1950년대 불교정화운동이 시작되면서 도제양성․포교․역경의 3대사업이 책정되었고, 1962년 역경위원회가 설립되었으며, 역경위원회는 1964년 7월 정부의 지원을 받기 위해 동국역경원으로 이름을 바뀌었다. 동국역경원이 정부의 지원을 받게 된 것은 당시 역경원장 운허 스님의 원력과 힘이 매우 컸다고 하겠다. 동국역경원에서는 1965년 6월 한글대장경 제1집 『장아함경』을 간행한 이래 2001년에 해인사 소장 팔만대장경을 한글로 완역하였다.
동국역경원이 설립된지 어언 40여년이 되었다. 역경원의 팔만대장경의 완역은 한국불교사에 길이 남을 기념비적 작업이라 하겠다. 그러나 번역의 상당 부분이 불교학자가 아닌 한문학자들에 의해 이루어졌기 때문에 원전의 이해에 문제가 있는 곳도 있고, 또 번역에 나타난 문법이나 어휘 등이 요즘 시대에 맞지 않는 점이 있어 초기 번역서들은 다시 수정해야할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이 점을 염두에 두고 불전을 한글로 번역할 때 당면한 문제와 이에 대한 해소책 몇 가지를 제시해 보고자한다.
Ⅲ. 역경의 당면과제
1) 예부터 전하여 오는 역경에 관한 원칙은 “이해하지 못하면 번역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범본이든, 한역본이든 불전을 번역할 때에 전제되는 것은 역경가가 해당 원전에 대한 철저한 파악이다. 이 점은 몇몇 『한글대장경』에서 그 예를 볼 수 있듯이, 한문을 잘 한다고 해서 한문으로 되어 있는 불전을 잘 번역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시사한다. 아무리 유가의 한문에 달통했다 하더라도 불전의 개념과 사상을 파악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같은 한문본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범본 등으로부터 번역된 것인지 아니면 그 자체가 중국 혹은 한국에서 저술된 것인지에 따라 차이가 있다. 범본으로부터 번역된 경우에는 전문 용어나 개념에 있어서 뿐만 아니라 한문 문법상에 있어서도 일반적인 한문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예를 들면, 구나바드라가 번역한 4권본 『능가경』에서는 많은 부분이 한문 문법구조가 아닌 범어구조를 따르기 때문에 범어 전문가의 도움 없이는 의미를 소통할 수 없는 부분이 나타난다. 반면에 구어체가 많이 나타나는 선어록 등은 이것을 번역하기 위해 불교에 대한 이해 뿐만 아니라 중국어 자체에 대한 지식을 요구한다.
또한 국어가 시대별로 변하여 왔다는 사실로부터 능히 알 수 있듯이, 한문도 시대에 따른 변화를 겪어 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즉, 후한 시대의 한문이 다르고, 당대의 한문이 다르며, 원, 명, 청대의 한문이 다르다. 따라서 한문원전으로부터 번역의 예 하나만 보더라도 불전의 번역은 단순히 말을 한글로 바꾸는 작업이 아니라 그 원전의 저술가와 만나는 것이며, 저술가가 살았던 시대의 말과 사상과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다. 이것은 역경이 불교 교리를 이해하기 위한 시작 혹은 준비작업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불교학의 주요한 분야로 자리매김해야 하는 당위성을 부여한다.
현재 한문번역 기관으로는 교육부 산하 민족문화추진회가 있고, 종단의 동국역경원이 있다. 민족문화추진회는 실록 등의 역사서와 각종 문집 등을 번역․발간하고, 국역사를 양성하고 있는데, 번역이나 교육과정에서 불교 관련 문헌의 번역과 교육은 배제되고 있다. 이는 현재 한문교육이 유교 경전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족문화추진회가 국가 산하기관이라 할지라도 불교경전의 번역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불교경전의 번역을 위한 종단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동국역경원에서는 역경사를 2회 배출하고 중단하였는데, 이를 다시 부활하여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 중앙승가대학에 역경학과가 설치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그 역시 아직 두고 볼 일이라 하겠다.
그런 점에서 불교학계에서 당대 현장의 번역 한문 연구나 더 나아가 10세기 범어불전 연구 등 시대를 관통할 수 있는 구체적인 연구가 나와야 하고, 이를 할 수 있는 전문가를 육성하는 기관을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고 할 수 있겠다.
2) 번역을 위해서는 원전 해독 능력과 우수한 국어 실력이 필요하다. 범본을 번역하려고 할 경우 범어에 능통해야하고, 한문본을 번역할 경우 한문에 능통해야 하겠지만,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원전의 내용을 지금 살아있는 우리말로 되살리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대로 현장은 그가 살았던 8세기의 중국어로 불전의 내용과 사상을 표현하여 우리가 현장이 번역한 불전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8세기 중국어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듯이 우리는 오늘날의 우리말로 원전의 내용이 살아 숨쉬도록 만들어야 참으로 번역다운 번역, 주해다운 주해를 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번역에 있어서는 지명이나 인명 등의 고유명사뿐만 아니라 다라니, 각 불교학 분야의 전문 용어 등, 순수 우리말로 표현하기 힘든 것이 많이 있다. 예를들면 우리나라 역경의 중흥조인 용성스님께서 ‘解脫月菩薩’을 ‘활딱 벗은 달보살’로 번역한 예가 있고, 운허스님은 ‘生死輪回’를 ‘죽살이 바퀴돌이’라고 번역한 것은 너무나 유명한 일화지만, 이들 용어를 우리말로 번역할 것인가 말 것인가는 역경가가 자주 마주치는 문제이다. 따라서 불교학계에서 지금 필요한 것은 어디까지 우리말로 번역하고 어디까지 음사할 것인가 등을 포함한 번역과 관련된 표준 지침을 정하는 것이다. 발표자 개인 견해로는 불경을 한글로 번역할 경우 범어의 고유명사 혹은 중국어로 번역된 범어의 고유명사와 이미 우리말이 된 한문은 그대로 두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낱낱이 번역할 경우 위의 용성스님의 번역과 같은 문제가 발생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현장이 번역을 시작하기 이전에 고려하고 제시했던 오종불번의 불경 번역 기준은 오늘날에도 참고할만 하다.
Ⅳ. 결 언
불전의 역경에 큰 족적을 남긴 운허스님께서는 “번역할 때 원전에 있는 말을 빼지도 말고, 없는 말을 보태지도 말라”라고 하셨다. 오역은 단순히 한 개인의 실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一人이 傳虛에 萬人이 傳實이라”는 말에서 보듯이 다른 사람들에게 많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불교도에게는 이 시대의 말로 된 불전이 필요하다. 운허스님 말씀대로 원전에서 더하지도 빼지도 않은 번역은 이 시대 불교도에게 신심과 지혜를 일으키고 그들의 생명이 된다. 그러므로 경전의 번역은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작업이다.
오늘날 세계 교류가 촉진됨에 따라 한문으로 된 경전 뿐만 아니라 범어, 빨리어, 티베트어 등으로 된 경전의 번역도 더욱 요구되고 있다. 따라서 번역의 중요성을 재인식하여 불교 발전을 위한 초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리와 언어에 능통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종단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오늘 이 자리가 경전 번역사업의 큰 틀이 마련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이를 바탕으로 불교학이 더욱 융성해지기를 기원한다.
감사합니다....관세음보살 ()()()
관세음보살()()()
()()()
감사합니다....관세음보살 ()()()
관세음보살()()()
()()()
참~~좋은 인연입니다...관세음보살 ()()()
관세음보살()()()
()()()
참~~좋은 인연입니다...관세음보살 ()()()
()()()
참~~좋은 인연입니다...관세음보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