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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그친 설악의 신비
*글 / 규헌, 사진 / 에디터.
이동하는 침실 의자침대에서 하룻밤을 눈 뜨고 다자말다 어느덧 강원도 오색.
헌데 새벽인데도 흰쌀밥 된장국이 왜그리 맛있는지, 한 덩어리 훌훌 말아 넘긴 뒤
5시 반, 네모진 대청봉 입문을 지나 산행이 시작된다.
이마에는 렌턴이 눈을 호랑이마냥 부릅뜨고 침묵 속에 어둠을 밝혀
산신님 깨움이 혹시나 잘못, 탈이나 안날려는지.....
급경사를 얼마나 올랐을까, 렌턴의 불빛은 갓밝이 여명에 점점이 희미해지고,
우리는 미명의 하늘이 조금씩 청빛을 드러냄에 환호하며 대청을 오른다.
어제 수요일, 비가 왔으니 오늘 목요일은 좀 참아주실거라는 믿음은 헛되지 않았는지,
대청을 오르자 비는 개이고 구름은 걷히고 하늘이 열린다.
참 이런 복도 있더란 말인가, 정말로.........
비 땜에 산행 포기한 산우들, 못믿을 상황이 벌어진다.
나무 빈 가지마다는 이슬비 물방울이 구슬열매같이 매달려 있어
혹시 얼어있나 스틱을 대어보니 아깝게도 그냥 허망하게 쏟아지고 만다.
아름다운 그 보석들이.......
그리고는 비를 비운 흰구름은 골마다 하얀 호수를 만들고
멀리 동해는 바다도 구름도 하늘도 아니면서 그들은 한통속으로
너도나도 아닌 그냥 하나로 이어져 있다.
그러다가 울산바위 너머 속초 윗쪽에 눈이 부셔 바라보니
아 ~, 아름다운 금빛 바다가 우리를 쏘아보고 있다. 호수 같은 바다가 황금빛으로 우리를.......
점봉산 권금성 화채봉의 장엄한 위용들이 하늘로 솟아 운해 위 섬이되었고,
흰 목화 이불솜을 한 줌씩 띠어 흩뿌린것처럼 산과 골짜기는
수묵으로 그려진 맑고 선명한 한 폭 산수화가 펼쳐진다.
하늘과 산과 구름과 골짜기, 이들이 연출한 그림은 천하의 명품,
산에 오른 사람들은 새벽부터 1708m나 힘겹게 오름이 절대 헛되지 않았음을 확인하고
정말로 잘 왔다는 절호의 기회를 만끽하고 있다.
이 무슨 복인가, 가을비 속에 철떡거리며 산 오를 걱정을 했는데
그 센 바람 많던 대청봉이 조용히 우리를 아침맞이 함은
일년 몇 번 없는 복이라니 이 얼마나 축복할 일인가 말이다.
대청봉에서 대피소로 내려오는 길 오른편에 붉은 마가목 열매,
군락지를 이룬 마가목은 이 가을을 혼자 타 익었는지
샛빨간 그 빛깔, 내 마음까지 태울듯하다.
소청대피소 지나 내려오며 보이는 용아능성과 공룡능선 사이의
가야동계곡을 걸으면 까마득한 전설의 인적이 될것도 같은 비경,
거기에 묻힌다면 행복한 미라가 될것인가,
하늘이 내린, 바로 하늘의 얼굴이고 모습인 인류의 유산.
하느님이 예언자의 입을 통해 말을 시키듯,
그 자연의 신비는 우리들의 입을 통해 감탄만을 토해내게 할 뿐이다.
여기는 종파를 떠난 성역, 신이 자리한 신의 뜻이 잠긴 신역神域.
하늘이 내려와 비경으로 모습을 나타낸 곳, 나는 여기에 어떤 사념으로 잠길 것인가?
하늘을 향해 기뻐해야 하며 끊임 없는 염원이 이루어지고 있는 곳,
또한 일상의 모든 일마다 감사한 마음이 서리는 곳이 아닐까....
우리는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이러한 '자연'에 와서는
무심의 경지로서 있는 그대로 관조해야 한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 하고 '성철'스님이 한 말을 다시 새기면서.....
일상에서 우리는 온갖 잡념과 번뇌, 망상, 관심과 더불어 살고 있다.
하지만 미적대상을 관조할 때에는 이러한 것으로부터 온전히 벗어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말해, 생각하는 마음이 없음을 무심無心이라 하고,
자기를 잊어버리고 의식하지 못하는 상태를 무아無我라 할 것이다.
육체와 생각을 잠시 잊고 본래의 마음속으로 들어간 상태는 불교적 수행에서의 무심 무아의 경지일 것이다.
이런 수행과정에서 자신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차원 높은 형상을 깨닫게 된다.
무심이란 백지와 같은 마음상태이다. 어떤 특정의 마음으로서의 유심有心,
즉 의욕이나 욕구를 지워서 그것을 무심無心이게 하는 것이다.
이는 수양과 도야를 통해 도달하게 된 경지라 할 것이다. 역설적으로 말해,
최고의 유심有心의 경지가 곧 무심無心인 것이다.
여기 용아장성의 위용과 가야동, 수렴동계곡을 내려다보고 있으면 그런 무심의 경지에 빠진다
혹시 그 누군가가 또 호미 자국이라도 낼까, 케이블카라도 설치하자 할까 걱정이 되는 곳.
그러다가 저 용 이빨 하나라도 깨뜨리면 어쩌나 하는 우려가 든다.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자연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들은 자기들의 능력으로 자연을 더 낫게 고칠 수 있다고 말한다.
수억 년 동안 항상성을 유지하며 다른 모든 생명체를 거두어온 이 지구에
무슨 커다란 흠이라도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갯벌보다는 매립지가 쓸모있고, 나무보다는 댐이 쓸모있다고 말한다.
새가 울지 않는 봄이 오더라도 더 많이 수확할 수 있으면 그게 경제발전이라고 말한다.
물고기가 산란하지 못하더라도 바다를 핵실험용으로 쓸 수 있으면 그게 과학발전이라고 말한다.
강은 화물을 운반하는 곳이고, 산은 터널을 뚫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무소불위의 전문가들이 소위 개발과 발전에 힘쓴 결과
우리시대에 와서 자연은 '자원'으로 탈바꿈하게 되었고,
인간은 '인력'으로 구조조정 되었다.
아름다움에는 무식한, 돈에만 미친 경제동물들에게 권력을 맡겼더니 진짜 미친짓들을 한다.
다른 사설로는 할 말이 없는, 그냥 벙어리가 될 뿐인 여기를 그들은 또 돈으로 계산할것인가.
양쪽 절벽의 그림 거기에 눈 팔려 발 헛디딛까 걱정이다. 그 누군가가.....
이런 선경에 들어와 건성으로 발길만 재촉한 산우는
일생에 몇 번 오지 안을 행복을 줄줄이 흘려버리고 가버리는 안타까움이.....
서부능선과 용아 사이로 수렴동을 간다.
폭포 물줄기가 방문 앞에 주렴치듯 수정같은 물 주렴을 드리웠다는 수렴동계곡을
작년의 방향과 거꾸로 가는데 그 느낌이 다름은 역시 방향의 다름이다.
어느쪽에서 바라보느냐 하는....
인간사도 어떤 각도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그 미적 가치판단이 다르듯이 말이다.
용아龍牙(어금니 아)의 이빨들이 열지어 선 장관을 가슴에 꾹꾹 각인 시키고,
새벽 4시에 아침을 먹었으므로 봉정암에서 이른 점심을 달게 먹는다.
그리고는 사리탑에 오르니 서너 명 불자들이 탑에 기원의 절을 계속하고 있다.
이 사리탑 뒤 절벽, 즉 용아장성 줄기에 서면 왼쪽은 수렴동계곡, 오른쪽은 가야동계곡,
또 그 오른쪽은 공룡능선이다. 양 계곡과 두 능선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최고의 조망포인트다.
우린 절벽에서 또 한 번 가야동계곡에 마음을 빠뜨리며 그 비경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사실은 작년 공룡능선을 타고, 이번은 용아를 탈려고 왔는데
빗물로 미끄러움의 위험이 있어 포기하고 다음을 기다리기로 했다.
다시 길을 줄이며, 쌍룡폭포의 잔잔한 물노래를 듣고 용아폭, 용손폭을 곁눈질하며 선경을 간다.
서부능선의 기암절벽에 서 있는 소나무는 어이그리 고고한 선비의 자태이며
만수폭포는 만수담에 지고의 세월물을 쏟아 놓는가.....
절벽의 숲은 아직도 고운 비단을 둘렀다.
영시암을 지나 발길은 계곡 옆 평지를 지난다.
계곡 양 옆 숲은 아직도 주황빛 단풍이 옷을 벗지 않고 우리 가슴을 물들인다.
백담사에 들르니 한용운의 시비詩碑가 전 모 대통이 묵은 방을 외면한 채 서 있다.
독재자가 올 줄 알고 미리부터 비뚤어 서 있음은 또 무슨 연고인가.
어이 둘이 한 곳에서 만나 한용운님은 얼마나 고역의 불편함을 참고 있었는고......
주차장 용대리 버스를 기다리니 우리들의 산행을 마감이라도 했다는 듯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다시 설악은 얼굴을 구름속에 묻는다.
하늘님, 산신님, 참으로 감사하나이다.
(무박 장거리 산행추진에 애써주신 집행부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소청산장에서 본 용아장성, 안개가 오히려 신비감을 더해주어 골골이 무엇이 숨어있을 것만 같은...
( 山詩)......... (2008, 보성문학 발표)
설악 용아장성을 바라보며(龍牙長城陵)
*글 / 규헌 (07.10.22.)
*사진 / 이 정(에디터)
저 어스름 안개 배어든 九谷 千 길 속
땅의 입, 龍의 이빨이 말한다
억, 억 년 전 원시 언어로, 天下의 歷史를 이야기 한다
인간들은 알만한 것만 알아란 뜻일까
그 난해한 언어는
수 많은 번개 우뢰가 요동치다 잠들어 버렸고
풍우도 스며들어 버린 하늘 아래 땅의 영원한 협곡
하늘의 신선이 첫 발 딛는 정화된,
한 점 더러움도 없는 淸水만이 흐르는
용도 오르지 않고 입술 적시는 仙界
앞니 덧니는 어디인가, 어금니는 침니인가
송곶니 사이 붉은 혀는 수렴동 계곡에 내려두고,
옥녀봉, 귀때기청봉, 병풍바위, 부처바위, 사자바위가 저기인가
범접할 山慾도 허옇게 가시고 또 허락치 않은 秘境의 위용 경계
나 어쩌자고 여기 서서 혼미에 싸여있는가......
(*침니 : chimney=굴뚝처럼 세로로 갈라진 암벽의 틈, 오르려면 발로 버티며 오를 수 있다.)
*필자 프로필
-현대문예 시부문 신인상 당선 등단 -문예사조 시부문신인상 당선 등단
-현대문예, 문예사조 작가회 회원 -보성문학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세계문화유산 해설사 자격 및 회원 -국립광주박물관 해설, 도슨트회원
-시집 : '바람이 훑고 간 시전 일기'외 2권.(시, 수필, 기행문 작품 활동)
-손전화 : 010-5633-9963. 메일 : ky1048@hanmail.net
산 너머 구름 아래 동해가 춤을 춘다. 멍청이가 된 산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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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사진보다 더 생동감있게 묘사하신 산행기 감명깊게 읽으며 자연의 경이로움에 낮아지는 겸손을 배웁니다...감사합니다
언제나 민초님의 발걸음을 뒤따라 밟을지, 날렵한 몸이 부럽습니다. 이번에는 민초님이 가장 행복한 산행을 하였다는 생각이........ 감사합니다.
바람님 산행후기 감사하는 마음으로 잘 읽고 갑니다....항상 건강하세요....
매끄러운 멘트로 진행을 잘해주어 산악회가 부쩍 살아나고 있습니다. 감사..........
사진과 함께 올리신 글이 감동을 줍니다. 항상 좋은 글을 올리시어 공허한 마음을 흡족하게 해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그치지 않는 활동력, 쉬지 않는 욕구, 저도 그렇게 될런지 걱정이랍니다. 보고 많이 배웁니다. 자주 나와주십시오, 건강하시고....... 감사합니다.
잠시 쉬어간 바람님 산행기가 다시 용트름하듯 힘이 넘처남니다 좋은글 올려주셔 감명깊게 잘 세기고 갑니다 건강하세요
요즘은 산에서 얼굴보기 어려우니, 무슨 힘이 그리 발동하는지...ㅎ.ㅎ.
그날의 그태로 살아남니다.... 용아장성을 못가신게 못내 아쉬웠군요........산은 항상 그자리에서 우릴 기다리잖아요. 건강만 유지 하시면 담 기회라는게.................
그리여, 산은 그자리에 그대로 있을거여. 아니 더 풍삭되어 더 고고해져 있을거여. 내년에 함께 오르세나........
오늘은 저도 무아와 무심에 빠져볼렴니다
사돈은 인자 고만 좀 빠져..... 인자부턴 내가 빠지께
그냥 그렇다는 거여, 잘못하다간 진짜로 아래로 빠져불먼 워쩔것이여........
많은것을 생각하게하는 산행기 잘 읽고갑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담에는 같이 발맞추세나........
용아장성 기회가 온다면 바람님과 함께 산행하고 싶어지네요. 바람님의 산행기 감동 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내년 봄에 특별번개 칠것인께 같이 갈거여? 거기가 꼭 가고시픈디, 신선이 될것만 같은....
네네네 - 바람님 따라 나설랍니다. 꼭 한번 가고 싶은곳입니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 고맙습니다, 행복합니다
그냥 무심으로 살아가는 자네는 자네, 나는 그냥 나. 아무 가식없는...... 회장님 수고 넘 많아유..........
바람님 산행기 감명깊게 읽고 갑니다..설악은 우리에게 또 다시 일어설수 있는 용기와 희망을 가져다준 산행이었습니다..수고하셨습니다.
봄 오면 기필코 용아번개 때려줘, 거기가 소원이여. 바위 갈기 위에서 양쪽 선경을 내려다 볼 수 있는 하늘의 외길이니............
무심과... 무아에.. 빠져 오신.. 오라방~ 어디 산에 가신들... 그리 안 빠지겠습니까??? 연거푸~. 감탄에.. 그치는게.. 순간의 감정이거늘... 언제나... 올아방님은.... 작은 것 하나.. 큰것.. 하나하나에... 모든. 정열과,,, 마음을 쏟아부어... 그곳의 생생함을 전달해주시고... 또 한번의 벅찬 감동을 주시네요... 수고 많이하셨습니다... 담 산행땐... 이 예뿐 푼수 볼수 있을 꼬예여...ㅎㅎㅎ
긴급동의, 칼라님 이름을 이뿐 푼수. 줄여서 이쁜수로 하심이.....거 참 조으네....아주조아...말 잘들으면 이쁜수, 말 안들으면 이푼수, 거 참 좋네....칼라님의 동의가 반드시 따라야함
아마 말 잘 듣고 이쁜짓만 할것이니 회장님, '이쁜수'로 명명합시다. 올아방 올아방 해싼디 어디 그냥........ 짠혀서...........
헐~~~~~~~~~~~~~~~~~~~~~~~~~~~~~~~~~~~~~~~~ 헥~헥~
아니 되옵니다~~~~~~~.. 올아방님들.... 성은이 망극하옵나... 거두어주시옵서서~... 저는 지조 있는 칼라로... 살것입니다... 그라고...원래... 이뿐짓만 허고 사는 나한테 시상에~ (흐흑~) 짠혀서.. 받은... 칭호는 더 싫사옵니다... 하루 아침에... 정 몇품으로 승진 한것 같지도 않은디... 뭔일인가.. 모르겠나이다.. ..... 으~미~ 참말로....
그냥 '칼라'로 호칭할라네. 단어의 의미나 발음이 님의 모든것과 이미지가 걸맞은것 같으니 그냥 칼라로 부르기로 함. 이상 개명에 대해서는 언급을 금함..........
칼라님도 다른 산우님 닉네임 나두고 다른 걸루다 잘 지어서 부르니 이번 기회에 칼라님 닉네임도 개명해서 한번 불러줄까유~~~ㅎㅎ 이푼수!!!!
또 한번.... 허~걱~ !! 이네... 앞으론.. 조신하게... 살아야 쓰것어~... 바람님보다... 더.. 한술 뜨시네..?.... 에어빵빵님...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