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한 기름집
기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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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락 - 도입
해수와의 통화로 기름집에 가게 된 경유를 소개하는 부분
해수가 기름집에 가자고 했으나 나는 기름 보다는 근처에 절에 관심
희경이 가진 병과 지나온 배경 그리고 해수와 주영의 관계 소개
2단락 – 그간의 통화
반년간의 통화로 해수의 지나온 세월을 소개 – 죽은 아이에 대해 주영이 전해 준 것과는 다른 이야기
해수의 고맙다는 말 때문에 희경은 끝내 내키지 않은 기름집에 가게 됨
3단락 – 지하철에서 만남
15년 만의 만남. 사람이 별로 없는 역에서 서로를 알아보지 못할 만큼 변해 버린 서로의 모습
호두과자 사업을 하다가 접은 해수와 그런 해수에 붙어사는 서준, 그것을 답답하게 여기는 주영의 말을 통해 해수의 성격 소개
4단락 - 기차여행
기차 안 – 변해 버린 세월과 두려움. 희경은 병에 대해 위로받고 싶어 함
성공한 지인의 얘기를 하다 지금의 서로의 처지에 대해 생각함.
5단락 - 기름집
줄이 길어 절에는 가지 못하고 더운 햇빛 아래서 기다림
해수는 양산과 접이식 캠핑 의자로 희경을 배려했지만, 햇빛에 드러나 주름진 해수의 나이든 얼굴과 갈증, 더위 등으로 해수의 말이 들리지 않을 정도로 컨디션이 좋지 않아짐.
기름집 풍경과 기름을 짜는 과정 소개.
굳이 무거운 유리병을 선택하는 희경과 기름 장사에 관심을 보이는 해수
6단락 – 해수가 버거워지는 희경
한정식을 사겠다고 고집한 희경이 앞서 걸으며 피곤에 비틀거리고 절뚝거림.
밥을 먹거나 역에 가는 동안 땀이 맺히면서도 모자를 벗지 않는 해수를 답답해하며 앞으로 나눌 그와의 통화나 두 시간이나 더 차를 타고 가야 하는 상황이 버거워진 희경.
한정식 방 안에서 일어나는 것을 도와주려던 해수의 손을 뿌리쳤던 희경이 계단 아래서는 그 손을 잡고 싶어 하는 자신을 이해할 수 없어 함.
7단락 – 돌아오는 지하철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기름집을 차리고 싶다는 해수의 말에 이번 만남에 대해 실망하는 희경.
멀미가 나서 눕고 싶은 나에게 해수는 서준과 기름 사업에 대해 혼잣말 같은 이야기를 하고 반대편으로 기우는 희경.
8단락 - 헤어짐
데려다주겠다는 해수를 어렵게 거절하는 희경.
기름집에 같이 간 이유를 물어보는데 눈썰미 얘기를 하는 해수.
서로 헤어져서 모자를 벗어 털며 걸어가는 해수의 백발의 머리칼을 보고 주영과 만나 누군가를 찍어서 실컷 험담을 하거나 욕을 퍼부어 주고 싶어짐.
<느낀 점>
옛 친구를 오랜만에 만났을때, 시간이 생각보다 빨리 지나간 것을 서로의 모습에서 발견하게 되어 놀라거나, 함께 지내던 시절엔 상상하지 않았던 삶이 되어가는 처지를 한탄하다 오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기분 좋은 만남이었어도 자주 만나기가 조금은 꺼려지기도 한다. 나만 그런것이 아니라 누구랄 것도 없이 연락이 뜸해지는 것이다.
아마도 그런 상황 속에서 나에게 스쳐지나갔을 표정이나 생각을 이 작가가 귀신같이 찾아내서 생생하게 글로 옮겨내고 있는 것 같았다.
내 주변에도 딱 해수 같은 친구가 있다. 분명 좋은 사람이긴 한데, 같이 이야기를 하다 보면 속이 답답해지고 오늘 여기 왜 왔나 싶고 짜증을 내기에는 내가 나쁜 사람이 되는 것 같은… 그런데 그 친구도 내가 아닌 먼 곳을 보며 혼잣말 같은 이야기를 하곤 한다.
사람은 조금씩은 이기적이고 상황이 힘들수록 자기의 처지를 위로받고 싶어하는 것 같다. 15년 만에 만난 친구가 실망스러운 모습으로 답답한 이야기나 하면서 힘든 희경을 여기저기로 끌고 다녔으니 나라도 누군가를 찍어 실컷 험담하고 잔뜩 욕을 퍼부어 주고 싶었을 것 같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나도 누군가에게는 해수이기도 한 것 같아서 마음이 아팠다. 그러니까 말할 때는 눈을 마주치고 상대방이 무슨 마음인지를 조금 더 이해해보고, 혼잣말 같은 말도 좀 그만하고, 빨리 염색도 하러 가자고 글을 읽으며 나에게 다짐했다.
<좋았던 부분>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었다. 해수가 왜, 무엇에 대해 사과를 하는 거냐고 물으면 나는 그 무엇이 뭔지 말하지 못할 게 분명했다. 그 모든 무엇 대신에 미안하다는 말을 해수에게 하고 싶었다. 미안하다는 말은 해수가 먼저 해버렸다. 내 침묵이 너무 길었다.
해수의 착하지만 사람 답답하게 만드는 성격이 느껴졌다. 잠시의 침묵으로도 무언가를 많이 설명한 문장 같아서 좋았다.
노선도 앞이라고 말했는데도 해수는 한참이 지나서야 나를 찾았다.
하나도 안 변했네.
해수가 내게 말했다. --- 중략 --- 나는 해수에게도 같은 말을 해 주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다.
생각보다 나이가 든 서로를 확인하고도 입버릇 때문에 ‘하나도 안 변했네.’란 말이 나와 겸연쩍어 질 때가 있다. 그 순간을 절묘하게 묘사한 부분이 좋았다.
걔가 호두과자 일은 도저히 못 하겠대. 걔 심정이 나도 이해는 가. 나랑 둘이 방에 틀어박혀서 무거운 기계를 돌려가며 과자만 구워대는 거, 젊은 애가 할 일은 아니지. 게다가 걔는 단 걸 좋아하지도 않거든.
혼잣말 같은 그 말을 듣자 방금 갔던 기름집의 풍경이 오래된 기억처럼 바랜 빛깔로 떠올랐다. 유리창에는 기름집의 이름이 하얀색 스티커로 크고 반듯하게 붙어있었다. 스티커에는 흠 하나 없었다. 기계들은 오래되었지만 기름때 눌어붙은 자국 하나 없었다. 반질거리고 반짝거렸다. 햇빛을 받은 기계는 가게 안으로 은색의 빛을 퍼뜨렸다. 앞치마를 두른 나이 든 부부와 데님셔츠의 소매를 단정히 걷어 올린 딸은 한 몸처럼 움직이며 손님을 응대했다.
해수가 이야기를 했을 때 희경은 직접적으로 말하기 보다는 다른 풍경을 떠올린다. 작가는 해수와 소통이 되지 않고 있음을 설명하지 않으면서도 느끼게 해준다.
해수는 머릿속으로 열심히 일하는 자신과 서준을 그리고 있는지도 몰랐다. 내 머릿속에도 그들이 그려졌다. 곧 지워졌다. 볼품없이 낡은 야구 모자를 쓴 해수는 내가 아닌 차창을 향해 활짝 웃었다. 그의 얼굴 옆에서 나의 몸은 점점 허물어지듯 반대편으로 기울었다.
가게 이름은 서준기름으로 해주려고. 그러면 걔도 책임감을 갖고 더 열심히 하지 않겠어?
해수가 이렇게 말했을 때 나는 입속으로 래, 준, 하고 소리 없이 발음했다.
소리 없이 발음하는 희경. 이 장면에서 희경처럼 내 마음도 허물어지는 듯 했다.
터덜터덜 신발을 털 듯이 걸었다. 모자를 벗었다. 머리를 벅벅 긁었다. 긁다가 탈탈 털었다. 다시 모자를 쓰더니 곧 다시 벗었다. 모자 밖으로 비죽이 튀어나온 머리칼의 색깔은 이미 보았다. 하지만 백발은 상상하지 않았다.
해수의 옆머리는 희끗희끗했지만 정수리는 하얗게 세어있었다. 만으로 아직 쉰이 되지 않은 나의 친구는 손가락 끝으로 백발을 탈탈 털고 손빗으로 빗어 넘기고는 모자를 도로 썼다.
빈손을 털었다. 모자 속에서 묵어버린 하루를 털어내려는 것 같았다. 손끝에 달라붙는 삶을 떨치려는 것 같았다.
주영이 보고 싶었다. 만나서 잔뜩 수다를 떨고 싶었다. 해수를 다시 보게 될 것 같지 않았다. 보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새치 많은 머리를 까맣게 물들인 주영을 만나 아무라도 좋으니 한 놈을 찍어서 실컷 험담을 하고 잔뜩 욕을 퍼부어 주고 싶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의 여행이 이렇게 씁쓸한 여운을 주며 마무리될 줄은 몰랐다. 해수가 착한 사람인 것은 맞지만 종일 희경을 흔들었을 답답함과 짜증과 서운함과 피곤 등의 감정은 (차마 해수를 대 놓고 욕할 순 없더라도) 대신 누군가를 찍어서 욕을 퍼부어 주고 싶은 기분일 것 같다. 그런 복합적인 감정들을 공감시키고 서글픈 여운까지 주었던 문장이어서 인상이 남았다..
러브레터
권희진
1단락 – 16층 옥상에 와서 노인을 생각하다 친구 삼촌이나 옥상이라는 장소가 주는 기운, 옥상에 왔던 사람들의 풍경으로 생각이 번져감
2단락
주인공의 자라온 환경 소개. 두통이 많은 어머니와 아버지가 떠난 어린시절
사춘기 시절 어머니와 떨어져 친구들과 지내기 시작하고 오토바이를 비롯해 무언가를 훔치는 친구들과도 어울림.
결국 걸려 소년원에 갈 뻔 하고, 제대 후 부터는 일을 시작함.
화장품 수입회사의 계약직 일을 시작하고 말이 잘 통하는 안과장을 만남
3단락
자신을 알아주는 안과장과 만난지 한 달만에 같이 지냄
안과의 데이트, 안은 주인공을 야경을 볼 수 있는 옥탑으로 데려감.
회사와의 계약은 종료되고 그녀와 이별을 함
4단락
이후 주인공은 야간 경비 일을 맡게 됨.
순찰을 돌며 자정에 16층 옥상 문을 잠그는 것이 업무였고 주인공은 만족해 함.
5단락
경비 일을 하면서 3년간 알고 지낸 노인 소개.
폐지를 주워갔고 유리병을 훔쳐 가기도 하던 여든이나 아흔쯤 되던 노인으로
지하철역 앞 바닥을 쓸거나 별별 이야기를 하던 말이 많은 사람.
자신이 죽었다 살았던 적이 있다고 하면서 비상 계단에서 자도 되는지 물어보았으나 주인공은 본분에 성실하게 거절함.
6단락
혹한이 있던 날 새벽, 옥상에서 죽은 노인을 발견 함.
경찰에게 들은바 노인은 옥상에 숨어있다가 계단으로 나올 생각을 했던 것.
조사를 받고 민원실에서 잠이 듬. 어린 시절부터 집 밖에서 더 잘잤던 기억.
한번은 침대에서 자다가 유체이탈을 한 자신을 보게 됨.
7단락
옥상에서 노인을 생각하는 나로 돌아옴.
노인의 죽음 이후 경비 일을 그만두고 집에서만 머무름.
무언가를 이해해보려 옥상에 올라와서 노인과 사람들에 대해 생각하고 생각은 역행하면서 유채 이탈을 하던 그 시절로 반복해서 돌아감.
<느낀 점>
노인의 죽음을 앞에 언급해서 뭔가 무겁거나 큰 사건 중심의 이야기가 있을 줄 알았는데 16층 옥상에서 멍하니 앉아 있는 주인공의 머릿속에 들어가 그의 생각의 흐름대로 끌려다닌 느낌이었다. 그것이 실망스럽기보다는 노인의 죽음과 직접적인 관련도 없는 주인공의 이야기에 푹 빠지게 한 점이 좋았다.
‘왜 여기에 올라왔던 가’로 출발했던 이야기가 ‘무언가를 이해해보기 위해 올라왔다’로 도착해서는 그 이해해보기 위한 생각을 하다보면 의식은 다시 과거로 역행하다가 ‘눈을 뜨면 16층에 돌아와 있는 나를 바라본다’라고 결론 내는 과정이 장자의 호접지몽의 이야기를 떠오르게 해서 허망하기 보다는 신비로웠다.
그의 말처럼 그가 있는 곳은 경찰서인가, 16층인가 아니면 아홉 살의 내 방인가, 그것도 아니면 혹시 계단에서 잠든 노인의 꿈은 아닐까 하는 묘한 생각도 해보게 하는 작품이었다.
<좋았던 부분>
한번은 왜 거기서 그러고 계세요, 라고 물었더니 사람이 일을 해야지, 라고 했다. 그러면 그런 거 말고 돈이 되는 일을 하면 낫지 않겠냐고 했더니 노인이 멋쩍게 웃었다.
누가 나를 돈 주고는 안 쓰지.
‘사람이 일을 해야지.’라는 말은 부지런한 사람의 입에서 흔히 듣는 말이다. 돈이 되진 않았지만 지하철역 앞에서 바닥을 쓰는 ‘반복적인 생활을 하는 사람’이었던 노인이 ‘누가 나를 돈 주고는 안쓰지’라는 말을 던질 때는 노인에게는 유난히 힘든 우리 사회를 들킨 것 같아서 맘이 무거웠다. 결국, 복지관에도 가지 못하고 계단에서도 잠자리를 얻지 못해 16층 옥상에서 죽게 되는 노인이 다른 세계에서 암사 체험하듯 깨어났으면 좋겠다.
나는 오른쪽 다리를 허공에 차면서 잠에서 깼다. 나 뭐하고 있었지? 여긴 어딘가. 경찰서인가, 16층인가 아니면 아홉 살의 내 방인가. 낮잠은 항상 이런 식이다. 내가 무얼 하던 중이었는지, 내가 누구였는지조차 잊히도록 정신을 못 차리게 만들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 여기에서 뭘 하고 있는가.
생각의 생각을 거듭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나의 의식은 몸으로부터 빠져나와 기억들을 역행하고 있다. 옥상문을 열고 나가 스물네 개의 계단을 밟고 내려간 다음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지하철역에서 집으로, 어머니가 이불을 덮어주던 그날로 반복해서 돌아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이쪽에 있는 것인가 저쪽에 있는 것인가. 저쪽보다는 이쪽에 있고 싶다. 나는 노인이 했던 것처럼 염불을 중얼거리다 눈을 뜬다. 그리고 다시 이쪽 16층에 돌아와 있는 나를 바라본다.
유채 이탈을 하는 상상의 힘으로, 보고 싶은 순일이네 집에도 가고 어머니가 이불을 덮어주던 그날도 가고 그러다 때로는 9살 방에 있는지 16층에 있는지 누구였는지 모르는 꿈을 꾸기도 하는 그가 나는 왠지 모르게 이쪽보다는 저쪽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곳이 이불을 덮어주던 순간이든 숭늉 냄새가 나는 순일이네 집으로든 아니면, 적어도 노인이 죽기 전의 16층 옥상으로든.
6이 나올 때까지
조성백
1단락
주사위가 던져져서 천장을 향해 올라갔다가 회전하며 손바닥에 도착하고 6분의 1의 확률로 정답을 선택한다.
2단락
퍼핏 혜성이 만 오천 년의 주기로 지구에 초근접하는 날, 사람들은 1퍼센트도 안되는 확률을 뚫고 혜성을 볼 수 있는 것을 행운으로 여기지만 그날 박도일은 희귀병을 가지고 태어남.
3단락
박도일이 어린 시절 혹이 생기기 시작. 99퍼센트는 20대에 죽는 다는 의사의 말에 낙담하는 엄마 김이진.
박도일은 종기를 공깃돌이라 불렀고 통증과 불안으로 깊은 잠에 들지 못함.
꿈인지 기억인지 모를 바닷가의 풍경, 거기서 새끼 거북이 새에게 낚여가는 것을 목격하고는 백 마리가 넘는 새끼 거북이들 중 왜 일 퍼센트의 확률을 뚫은 새끼 거북에 대해 생각함.
4단락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던 박도일은 인물을 정해 주사위 던지기로 확률 게임을 하거나 카우보이 인형으로 인형극 놀이를 함.
5단락
정육면체가 면을 트는 짧은 순간, 주사 터널링 현미경으로 보면 수없이 많은 구슬들이 미세한 간격을 두고 균일하게 배열되어 있는 모습을 발견. 실의 파장으로 힘이 균형이 무너지고 구슬은 움직이며 정육면체는 몸을 틀기 시작한다.
실해가해지는 힘만 안다면 원하는 수를 나오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무한대에 가ᄁᆞ운 조건들이 있어 불가능하다. 그러나 아무리 그 과정이 어렵고 복잡하다 해도 확률은 6분의 1. 다시 6을 말하고 주사위를 던진다.
6단락
박도일에 점점 더 맣은 공깃돌이 솟아오르고, 중학교에 입학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길가에 쓰러진다. 과학 시간 2등 이었기에 승자가 되어 일억 분의 일의 확률로 태어난 초행운아라고 배우지만 박도일은 자신을 원망하고 술을 너무많이 마신 아빠를 원망함.
7단락
더프트럭 기사인 아빠 박삼식은 박도일이 15살이 되던 해에 대타로 일을 나갔다가 콘크리트 더미에 깔려 죽음. 박도일은 아빠를 원망했던 사실에 죄책감과 두려움에 휩싸이고 이후로는 자신이 왜 이렇게 태어났는지를 엄마의 탓으로 돌리지 않음
8단락
엄마 김이진이 아빠를 만난 것은 친구의 부탁으로 대신 나갔던 미팅 자리에서 였다. 룰렛에 다트를 던져 상대를 정했고 둘은 짝이 되고 이후 연인으로 발전했다. 김이진은 모든 우연적 사건들이 예견된 일처럼 여겨졌다.
9단락
오천 년의 주기를 가진 돌리 혜성을 볼 수 있다는 인터넷 뉴스. 박도일은 인터넷 검색으로 러핏 혜성과 트레드 마리오네트 병과 0.97퍼센트의 완치 확률이나 25.17세의 평균 기대 수명 등 수치를 알게 됨. 박도일은 자신의 증상으로 기대 수명보다 못 미치는 나이에 죽을 수 있다고 생각함. 17살 겨울방학을 앞둔 어느날 학교에서 카우보이 만화영화를 보게 되고 집에 오자마자 카우보이 인형을 뒤진다. 주사위를 발견한 박도일은 검지와 중에 올려놓고 6을 위치며 주사위를 높이 던졌다. 6이 나올 때까지 계속.
<느낀 점>
아주 짧은 순간, 시간을 잠시 정지시켜 놓고 어느 한 부분을 끝없이 확대해서 분자나 원자같은 물질을 보여주는 과학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매일 적당한 거리를 두고 세상을 보고 있고 누구나 비슷한 카메라 속도로 세상을 촬영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니 시간의 사이사이에 잘게 쪼개진 순간과 무한히 확대해야 발견할 수 있는 미시적 세계가 있다는 사실을 현실에서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더구나 그런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확률이 있고 그 엄청난 기적 덕분에 내가 매 순간을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한다는 것은 아주 특별한 경험이 아니면 어려울 것이다.
박도일이 가진 불운한 상황이 확률에 대해, 그리고 그 확률에 영향을 미치는 미시적인 세계에 파고 들어가게 한 것 같아 글을 읽는 내내 애틋했다. 그렇지만 확률은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역으로 희망적이었고 다시 주사위를 던지는 모습에서 뭉클했다.
<좋았던 부분>
정육면체는 공중에서 빠르게 돌며 천장을 향한 면을 끊임없이 바꾼다. 1이 천장을, 3이 천장을, 4가 천장을 …… 중략 …… 때로는 당신이 인지하거나 예상하지 못할 정도로 느리고 미세하게 면을 트는 것이다.
퍼핏 혜성은 천문연구원의 말처럼 일몰 시간으로부터 55분 뒤인 18시 25분에 북동쪽 하늘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 중략 …… 퍼핏 혜성은 그렇게 약 50분간 하늘에 머물며 북서쪽으로 서서히 가라앉다 어느 순간 완전히 모습을 감췄다.
당신은 정육면체가 면을 트는, 그 아주 짧은 순간이 궁금할 것이다. …… 중략 …… 어느 순간 힘의 균형이 무너지고 특정 면에 충격이 가해진 정육면체가 몸을 틀기 시작한다. 그것은 빠르게 회전하고, 곧 2가 천장을, 5가 천장을, 6이 천장을…….
아주 짧은 순간의 움직임을 화면 정지시켜 놓고, 확대해서 느린 동작으로 천천히 움직여가며 묘사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같은 시간과 공간 속에 아주 미시적인 세계와 시간이 엄청난 확률로 존재하고 있음을 다시 생각해 보게 해줘서 좋았다.
그래, 알겠어. 근데, 어찌 되었든 결국 정육면체가 한쪽 면을 내보일 확률은 6분의 1이야. 아무리 그 과정이 어렵고 복잡하다 하더라도 그것만큼은 변함없는 진실이지. 주사위의 모든 눈을 합치면 21이 되는 것처럼 말이야. 당신은 검지에 난 작은 혹에 닿지 않도록 주의하며 정육면체를 검지와 중지의 첫마디에 올려놓는다.
...
온몸이, 특히 공깃돌 부근이 쿡쿡 쑤셨고 불에 데인 것처럼 화끈거렸다. 어쩌면 머지않아 심한 발작을 일으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박도일은 6을 외쳤다. 오른쪽 검지에 크게 자리 잡은 공깃돌에 닿지 않도록 주의하며 주사위를 위로, 높이 던졌다. 그것이 내보인 숫자는 차례대로 4. 2. 4. 3. 2. 5. 1.
박도일은 숫자 6이 나올 때까지 계속, 같은 방식으로 주사위를 던졌다.
엄청나게 불운한 자신의 상황은 무한한 변수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미시적으로도 조작은 불가능하지만, 그래도 확률은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희망으로 읽혔다. 그 힘으로 다시 주사위를 던지는 박도일을 응원하고 싶어졌다.
후드지온
신나라
1단락
더운 5월이지만 후드집업을 입는 주인공의 별명은 ‘후드 지온’
어릴 때 끓인 물에 데여 팔꿈치 안쪽에 흉터가 생겼고 만질 때마다 마음이 까슬까슬하게 일어나서 4학년이 되도록 한 번도 흉터를 남에게 보여준 적이 없다.
2단락
생존 수영 시간에 흉터가 노출될까 봐 고민하는 지온. 지온은 래시가드를 입고 학교에 가서 수영이 끝나면 남보다 일찍 탈의실에 가서 옷을 갈아입을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탈의실에서 젖은 래쉬가드 위로 후드 집업을 갈아입는데 뒤에 있는 서윤이를 본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내내 서윤이가 흉터를 봤을지, 친구들에게 얘기할지를 걱정한다.
젖은 티셔츠를 입고 다녀서인지 집에 오자 열이 나서 엄마가 주인공의 몸을 닦아준다. 주인공은 어린 시절 수건으로 흉터를 지우겠다고 문지르던 때가 떠올라서 눈물을 흘린다.
3단락
밤사이 열이 내려 학교에 간 주인공은 서윤이가 친구들과 흉터 얘기를 할까 봐 눈치를 본다. 우르르 들어오던 친구들 때문에 복도에 넘어진 지온, 후드 집업이 팔꿈치 가까이 내려가고 복도에 있던 친구들이 쳐다본다. 지온이는 운동장으로 뛰어 내려가고 서윤이가 먼저 찾아와 괜찮은지 물으며 자신의 백반증을 고백한다. 서윤이의 눈치를 본 것이 백반증 때문에 거리를 두는 것처럼 오해할까 봐 걱정하는 지온. 서윤이의 얘기를 듣고 용기 내어 자신의 흉터를 고백하는 지온.
4단락
그날 밤 흉터를 고백했지만, 오히려 마음이 편해진 것과 서윤이의 말이 생각나서 잠이 오지 않는 지온.
다음 날 후드 집업을 끝까지 내리고 소매를 걷어 올린 채 학교에 간다.
<느낀점>
어린 시절의 지온이 같은 마음의 상처를 나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을 시윤이나 지온이처럼 용기 있게 드러내지는 못했고 그저 괴로워만 하다가 그 시간을 보냈단 것 같다. 그런 비슷한 경험이 있는 아이들을 위해 내가 글을 썼다면 지온이처럼 현명하고 따뜻하게 전달할 수 있었을까.
자칫 상투적인 결말로 흐를 수 있는 마지막 부분을 지온이가 변화되는 부분을 세심하고 점진적으로 묘사해서 마치 연기력이 좋은 아역 배우가 연기하는 드라마의 한 장면을 본 것처럼 자연스러워서 좋았다.
<좋았던 부분>
내 피부의 거친 상처가 둥글둥글 아물면서 흉터가 되는 동안 내 마음은 단 한 번도 둥글둥글한 적이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처는 둥글둥글 아무는데 내 마음은 둥글둥글 한 적이 없다는 표현이 어렵지 않으면서도 따뜻한 울림을.주어 좋았다.
나는 지퍼를 끝까지 내렸다. 그리고 후드 집업의 소매를 걷어 올렸다. 걷어 올린 소매를 따라 내 흉터가 천천히 드러났다.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이 팔을 감쌌다. 시원했다.
눈앞에 등교하는 서윤이와 민진이의 뒷모습이 보였다.
“서윤아, 민진아, 같이 가자!”
뒤돌아보는 서윤이와 민진이를 향해 나는 걷어 올린 오른팔을 번쩍 들어 흔들었다.
지퍼를 반쯤 내렸다가 엘리베이터안에서는 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하더니 현관 앞에서는 지퍼를 다 내리고 학교에 가서 친구들에게 오른팔을 번쩍 들어 흔드는 모습들이 지온이의 심적인 변화를 희망적이면서도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것 같아서 좋았다.
자율독토_합평_김영혜
재미있는 소설의 도입부를 보는 느낌이었다.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끌고 가서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 졌다.
“맨 가장자리에서 두세 번째 안으로 들어가 최대한 정중앙을 피한 자리가 아룡이 선택한 그늘이었다. 아룡은 그늘 속에서 맘껏 망상을 펼치곤 했다.“
아룡의 이런 쪽으로 고민을 많이 한 성겨임을 잘 들어내주는 문장 같아 좋았다.
도서관 창가 넘어 등나무 의자 밑은 짙푸른 잎새들이 우거져 햇살 따위 들어올 틈이 없는 완
벽한 그늘이었다. 아룡은 태블릿을 무릎 위에 얹은 채, 펜슬을 쥐고 머릿속 망상어플을 켰다.
한 번 클릭만 하면, 자동 재생되는 어플 속 영상처럼 아룡의 머릿속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쏟아져 나왔다.
어린 시절에는 잠깐의 시간과 장소만 주어도 금방 몰입할 수 있는 ‘망상어플’이 있었던 것 같다. 공상이라고 흔히 부르던 것을 ‘망상어플’이라고 하니 더 이야깃거리가 있는 것 같고 흥미로워졌다.
세뱃돈
최상후
흥미로운 소재와 설정인 것 같다. 이야기의 도입부인 것 같아서 주제나 이야기하려고 하는 의도 등은 알 순 없었지만, 캐릭터를 구체화해가면서 배경, 성향 등을 설명해 가는 과정은 재미있게 읽혔다.
모태신앙 가족들 틈에 비기독교인이고, 친목을 도모하는 다수에게서 관계지향적이지 않고, 정치 성향도 다른 회사에 들어갔다가 돌아온 탕아 취급을 받는 등 바우는 아웃사이더의 시선으로 가족과 사회를 불만스럽게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 그런 바우에게 동의 없는 세뱃돈 인상이 다수결로 이루어졌으니 앞으로 그 상황을 어떻게 해결하고 어떤 생각을 해나가게 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