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적으로 복잡한 거 싫어하고, 머리 쓰는 거 싫어하는 사람으로써,
철학책을 이렇게 재미있게 읽어내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책의 두께감 때문에 절대 고르지 않을 책이었지만,
강신주라는 이름과, 올해 도서목록에 포함되었기에 선택한 책.
철학사상을 피력한 책들의 오리무중 필법에 지레 겁을 먹는 나였지만
강신주라는 이름이 주는 신뢰성도 이 책을 시작하는데 한몫을 했다.
예전에 그가 쓴 [철학이 필요한 시간]을 읽고 그가 쓴 책을 몽땅 사들였던 때가 있었다. (물론 그 때 산 책을 다 읽었다는 건 절대 아님)
먼저 강신주.
"사랑과 자유의 철학자.
동서양 인문학을 종회하며 끌어올린 인문 정신으로 어떤 외적 억압에도 휘둘리지 않는 힘과 자유, 인간에 대한 사랑을 쓰고 말해왔다. 지은 책으로 [강신주의 노자 혹은 장자] [비상 경보기], [매달린 절벽에서 손을 뗄 수 있는가] [철학적 시읽기의 즐거움] [철학이 필요한 시간] [강신주의 감정수업] [김수영을 위하여][상처받지 않을 권리] 등이 있다."
이 책에 소개된 내용.
비트켄슈타인을 좋아하고, 원효를 좋아한다는 그는
이 외에도 더 많은 책들을 썼고, 더 많은 활동을 하고 있지만,
강신주의 이름이 빛나고, 그 이름에 신뢰성을 더하는 건 다음과 같은 생각들이지 ...
"어느 역사나 마찬가지지만, 철학사도 집필하는 사람의 철학적 관심 그리고 삶에 대한 태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법이다.
나는 인간의 자유와 사랑을 다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가치를 지닌 것으로 확신하는 인문학자다.
나는 국가, 자본, 가족, 종교, 과학 등 이미 우리에게 주어져 잇는 것, 혹은 자명한 것이라고 전제되는 것들에 대해
항상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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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항상 의심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절대적 수단이란 결국 그것을 제외한 다른 수단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절대적 수단은 마침내 절대적 목적이 되고 말 것이다.
주어진 것들이 절대적 수단일 뿐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은 사실 이와 같은 것들을 문제 삼지 말라고 주장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인문학자 특히 철학은 주어진 어떤 것이든 그것의 정당성을 문제 삼을 수 있어야만 한다.
그래야 비로소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꿈꿀수 있을 테니 말이다. "
이 책은 크게 1부와 2부로 나누어져 있고, 1부에 서양철학, 2부에 동양철학자들을 정리해 놓았지.
에필로그와 부록 까지 합치면 전체 1491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양의 책.
동서양 각 33장씩 총 66장에 펼쳐진 총 66개의 쟁점을 둘러싼 두 사람의 철학자들을 배치했고,
"전자의 철학자가 체제를 옹호하는 입장이라면 다른 한쪽은 인문주의의 입장을 취하는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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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나는 주저하지 않고 전자가 아닌 후자의 입장을 옹호했다.
내가 지지하는 철학자의 논거가 약하다면, 나는 기꺼이 그 논거를 제공하려고 개입하기까지 했다.
인간의 자유와 사랑을 긍정하고 사수하는 인문주의 전선을 강화하는 데 주저할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너무 멋있지 않아?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정성, 형평성, 공평한 잣대...등을 들먹이며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도록 평형을 유지했다고 하는데,
강신주는 쿨하게
'그래, 난 한쪽편 들었어. 그게 맞는 거야'
인정하면서, 한 발 더 나아가,
내가 편들고 있는 사람 이론이 좀 딸린다 싶으면
내가 보충해 넣었다고 당당하게 밝히고 있지.
이 내용은 이 책의 프롤로그에 나와 있는데, 이 프롤로그를 읽는 순간,
아, 나 이 책 다 읽을 수 있을 것 같아. 하는 느낌이 강하게 왔지.
책을 읽는 이유는 읽는 순간의 즐거움을 느끼는 것도 있지
책을 읽는 내내 쿡쿡 웃기기도 하고,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문장들은 줄을 긋기도 하고,
그럼에도 부족하다 싶은 것들은 딱지를 붙여 놓기도 하고
이 문장 기억해 뒀다가 어디 가서 써 먹어야 지 하면서 읽었는데... ,
그럼에도
지금 머릿속에 남은 건 별로 없어 ㅠㅠㅠ
그래도 내 머릿속 어딘가에는
그 흔적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지 않을까. ..
이 책을 한번이라도 훑어보면 좋은 게
고대 그리스 철학자부터 현대철학자까지 그 흐름을 한꺼번에 다 꿰볼 수가 있다는 거지.
철학하면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만을 반복하다 끝나버리는 경우가 허다한데,
여기도 물론 앞장만 읽으면 소크라테스 플라톤만 읽다 말 수 있지만...
그리고 이 철학자는 이런 주장을 했고,
다른 철학자는 다른 주장을 했고, 등등 철학자가 한 주장을 따라가기에도 급급했지만,
여기선, 그 철학자가 주장한 내용에 어떤 헛점이 있었고,
그 헛점을 보완, 수정하면서 나타난 이론이 무엇이고,
그 이론은 어떻게 발전을 했고, 등등
그 주장 이후의 전개양상까지 훑어준다는 거지.
그래서 나처럼 철학이론조차 따라가기 급급한 사람은 오히려 철학이 좀 쉬워지는 느낌이 들어.
예를 들면, 너무너무 어려워서 그 이론의 뜻도 잘 모르는 칸트의 이론도
니체나 브르디외 같은 철학자에게 비판을 받았다는 거지.
감히 칸트를 비판할 수 있다니... 칸트 별거 아니군... 이런 마음이 약간 든다는 거지^^( 칸트 죄송)
1부와 2부에 나누어서 소개되고 있는 동서양 철학자들에 대한 본문 내용은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
포스팅이 너무 길군...
할 수 없다. 다음 기회에 본문은 다시 한 번.
철학 VS 철학저자강신주출판오월의봄발매2016.08.10.
첫댓글 본문 내용이 너무 궁금합니다.
다음주에 만날 수 있으려나 ^^
좀 기다려 봐요^^ 아직 서양철학밖에 못 읽언요^^
그래요 저도 이참에 도전합니다. 강신주라면 저도 오래전부터 미뤄둔 사람입니다. ㅎㅎ시간을 더 먹었으니까 더 잘 들어오리라 강하게 믿으며 ..
회장님은 아마 휘리릭 읽어 내실 겁니다. 니체와 칸트도 다 읽으셨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