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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카들고 들꽃 산책(2024-1학기/4회차)
1. 일시: 2024.3.25.월.09:30~12:30
2. 장소: 원물오름(집결지: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 안덕충혼묘지 주차장)
3. 참석자: 총 11명(김천석교수님, 회원 10명)
4. 내용 및 소감
가. 장소의 특성: 원물에 얽힌 유래와 설화 참조
나. 주요 분포 식물 알기 : 도깨비가지, 솜나물, 할미꽃, 양지꽃, 제비꽃, 산자고, 구슬붕이, 민들레, 보리뺑이, 개불알풀 등
(사진: 김천석교수님)
솜나물 | 양지꽃 | 양지꽃 | |
할미꽃 | 할미꽃 | ||
제비꽃 | 개불알풀 | 할미꽃 | |
구슬붕이 | 산자고 |
다. 소감글
방문 장소가 안내되었을 때, 지난 학기 들꽃산책 수업에서 방문한 적이 있는 원물오름이라 어쩐지 친근하고 반가웠다. 수업 전날 Daum 카페 사이트에서 작년 원물오름을 다녀왔던 날의 소감글을 찾아보았다. 작년 방문일은 10월 30일이었고 기억을 더듬어 보니 그날은 날씨도 좋고 들꽃도 많아서 정말 즐거운 날이었다. 맑고 푸른 가을 하늘을 보았으며 오름 정상 부근에서 바위와 구름을 배경삼아 단체 사진을 멋지게 찍었고 수많은 들꽃을 봤던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 자주쓴풀, 한라꽃향유, 흰한라꽃향유, 별노랑이, 오이풀, 미역취, 딱지풀, 마삭, 모람, 산부추, 도깨비가지, 억새, 돌찔레, 칡덩굴, 환삼덩굴 등을 보았으며 특히 오름 능선에서 본 자주쓴풀꽃은 보라색 꽃잎이 매우 예뻐서 아직도 또렷이 떠올려진다.
비 예보가 있는 3월 25일 월요일, 수업 4주차에 우리는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에 위치해 있는 원물오름을 오르며 들꽃 산책 수업을 할 것이므로 오름 입구 안덕충혼묘지 주차장에서 집결하였다. 4주차에 접어드니 이제 회원들 간 서먹서먹한 느낌도 많이 사라져서 만나면 반갑다.
우리는 입구에 있는 원물오름 유래를 적은 안내판을 보며 교수님의 말씀을 들었다. 이 곳은 샘물이 나던 곳으로 예전에 원이 있던 곳이라고 한다. 제주, 한림, 대정, 서귀포 등으로 통하는 길목에 위치한 곳이므로 옛날에도 원이 있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진다. 원은 공무를 수행하는 관리 등에게 숙식 등을 제공하던 곳으로 이곳에는 이왕원이라는 국영여관이 있었다고 적혀 있었다. 보통 원이 있던 곳에는 역이 함께 있어서 이 곳은 대정현에 가기 전에 사람이나 말이 쉬었다 가는 곳이었다고 한다. 조선 시대 추사 김정희가 유배를 갈 당시에도 이곳을 지나갔는데 수풀이 우거져서 낮인데도 밤같더라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숲이 우거진 곳이기도 했다고 한다(추사 김정희에 대해서는 글의 맨 끝부분에 조금 덧붙이고자 한다).
이어 교수님께서는 ‘이 곳이 6.25 전쟁이 발발했을 때에는 모슬포 제1훈련소 훈련병들의 제1숙영지가 들어섰다.’라고 적힌 부분을 설명해주셨다. 우리나라 육군 제1훈련소는 제주에 위치하였고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논산 훈련소는 제 2훈련소였다고 한다. 제1훈련소는 서귀포 대정읍 상모리에 위치하였고 1951년~1956년까지 약 50만 명의 신병을 배출하였다고 한다. 몇 해 전에 알뜨르 비행장을 가 본 적이 있었는데 들판에 버려진 격납고의 모습을 보고 씁쓸하고 허전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6.25 때 이 곳에서 짧은 신병 교육을 받고 전쟁에 나가 싸워야하는 젊은이의 처절한 마음이 느껴졌기 때문일 것이다. 베트남 전쟁을 다녀오신 친정아버지께서는 내가 어른이 되었을 때 베트남 전쟁에 갔던 이야기를 해 주셨다. 20대 초반의 젊은 우리나라 군인으로서 다른 나라에 가서 싸워야 한다는 억울함, 전쟁과 죽음에 대한 공포감에 대해 생생하게 말씀해주셨던 기억이 난다. 제1훈련소는 없어졌지만 그 자리는 아직 존재하며 우리는 그러한 역사를 배우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과거의 모습을 짐작할 수 있으며 아끼고 보존하여 미래에 아름다운 이 모습 그대로 잘 전해지기를 바란다.
우리가 서 있는 현재의 길, 자리도 예전에는 선조들이 다니던 길이기도 하고 집이기도 했으리라. 저 산에 피어있던 꽃들을 그들도 무엇이라 불렀을 것이며 후대에는 같은 이름으로 또는 어떤 이유로 옛이름을 버리고 다르게도 불렀으리라. 그렇게 과거와 현재는 이어져 흘러가고 곧 미래로 이어지리라 생각한다.
원물오름 입구에는 작년 가을에 보았던 도깨비가지 열매가 여전히 많이 남아있었다.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외래종으로 잎에 가시가 있고 노란 열매가 달린다는 교수님의 말씀을 들으며 우리는 앞으로 나아갔다. 작년에 무성하던 도깨비가지 잎사귀는 떨어지고 노란 열매만이 달려 있는 모습을 보며 산길로 몇 발자국을 디디다 오른쪽 풀 숲을 보니 갈색을 띤 뱀이 머리를 들고 동쪽 방향으로 기어가고 있었다. 따뜻한 날씨라 뱀이 벌써 나왔구나 생각하며 몇 몇의 동료들과 뱀을 조심하자며 다시 꽃을 찾아 나섰다.
오름을 오르는 길에 교수님께서 "지금 솜나물꽃이 피는 시기이고 이 원물오름에 있을 것"이라고 말씀을 해 주시니 더욱 솜나물의 모습이 보고 싶어졌다. 솜나물은 잎줄기에 잔털이 많이 나 있으며 꽃이 피어나기 전에 뒷면은 홍자색을 띄고 차츰 하얀색으로 피어난다고 했다. 성냥이 귀하던 시절에는 말린 잎을 부싯돌에 올려놓고 불을 붙이는데 사용하였다고 해서 부싯깃나물이라고도 부른다고 한다. 교수님 말씀이 끝나기가 무섭게 우리는 곧 실제로 솜나물을 직접 보게 되었다. 무수한 솜털을 보니 ‘정말 불붙이는데 제격인 식물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과거 우리나라는 1960년대부터 전국에 성냥공장이 300여 개 있을 정도로 변성하였다고 한다. 나의 기억에도 다방이나 개업한 식당 같은 곳에서 휴대용 성냥을 홍보용으로 나누어줄 정도로 흔했던 것이 성냥이다. 그러나 1980년대에는 1회용 가스라이터가 성행하고 이어 중국산 저가 성냥이 보급됨에 따라 우리나라의 성냥공장은 문을 닫고 마지막으로 경북 의성의 성광 성냥공장이 남아있다가 그마저도 2013년 휴업하여 2020년 폐업 신고로 완전히 문을 닫은 상태이다.그 곳은 현재 2025년까지 폐산업시설 문화재생사업으로 복합문화공간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30년지기 친한 친구의 형부가 경북 의성의 성광성냥공장 관계자였던 터라 대략의 내용을 전해 들은 적이 있어서 더욱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성냥공장은 그렇게 역사에서 사라져 버렸다. 그러나 또 다른 새로운 역사가 어디에선가 또 시작되고 있으리라. 역사는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니.
오름을 오르는 길가에 할미꽃이 차츰 보이기 시작했다. 할미꽃은 과거에는 개체수가 많았으나 약재, 관상용을 위한 무분별한 채취로 인해 많이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나도 최근에 할미꽃을 본 것이 한 번 정도이다. 제주에서 자생하는 할미꽃은 가는잎할미꽃이라고 하며 일반 할미꽃에 비해 꽃받침잎이 조금 짧고 꽃의 색이 진하고 전초도 작은 편이라고 하나 일반 할미꽃과 구별이 쉽지는 않다고 한다.
할미꽃은 전체가 흰털로 덮여있어 마치 흰머리의 노인을 연상시켜 백두옹(白頭翁)이라 불렀는데 삼국사기에 기록된 설총의 ‘화왕계(花王戒)’에 등장한다. 설총은 간신은 멀리하고 충신은 가까이하라는 내용으로 꽃에 빗대어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가인(장미)은 임금을 유혹하고 백발의 장부인 백두옹은 임금에게 충언을 하니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를 물어 임금이 충신을 가까이 하여야함을 일깨웠다고 한다. 이에 신문왕은 후세의 임금들에게 교훈이 되도록 글로 남기라고 명했다고 한다.
할미꽃에 얽힌 또 다른 이야기는 세 딸과 어머니 이야기이다. 등장인물이 딸 둘이거나 손녀들이거나 한 비슷한 이야기도 많이 있지만 가장 널리 알려진 세 딸과 어머니의 이야기이다. 옛날 시골에서 딸 셋을 혼자 키운 어머니가 있었다. 마침내 딸들은 결혼을 하고 어머니는 혼자 살기 힘들어 첫째 딸의 집으로 갔으나 며칠이 지나자 어머니를 모시는 것을 싫어해 둘째 딸의 집으로 갔으나 마찬가지로 어머니를 홀대했다. 어머니는 셋째 딸 집으로 가다가 집이 보이는 언덕에 쓰러져 죽고 말았다. 셋째 딸과 사위는 어머니를 묻어주며 슬피 울었다. 곧 어머니의 무덤에는 늙은 어머니처럼 굽은 등에 흰 털이 덮이고 꽃 속은 붉게 멍든 것 같이 검붉은 할미꽃이 가득 피어났다. 할미꽃의 꽃말은 슬픈 추억이라고 한다. 할미꽃은 신경통, 해열, 지혈 등에도 사용 가능하며 독성이 있어 예전에 재래식 화장실에 할미꽃의 뿌리를 넣어 해충을 방제했다고 한다. 원물오름의 능선에는 할미꽃이 제법 많이 있어서 누구에게인지는 모르지만 '참 감사하다.'라는 말을 조용히 해 보았다. 내게는 할미꽃은 어쩌면 화려한 꽃이다. 자줏빛 꽃잎에 샛노란 수많은 수술로 이루어진 화려한 봄꽃으로 보인다. 바람이 있다면 앞으로 제주 아니 전국에 할미꽃의 개체수가 점점 늘어나서 누구나 흔히 볼 수 있는 봄꽃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오름 올라가는 길 양 옆에 노란색의 양지꽃이 많이 피었다. 양지꽃은 양지바른 곳에서 잘 자라는 여러해살이풀로서 빛을 많이 받기 위해 옆으로 퍼지며 자란다. 5장의 노란 꽃잎이 매우 화사하고 여러 송이 핀 꽃은 초록의 잎과 잘 어울리며 노란색은 멀리서도 눈에 잘 띈다. 자세를 낮추어 옹기종기 모여 있는 활짝핀 노란 양지꽃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생명의 신비와 아름다움이 저절로 느껴진다. 햇살 아래에서 보면 꽃잎이 형광색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선명하다.
양지꽃을 보면 생각하는 분이 있다. 존경하는 대학 선배님인데 예전 어느 해 봄에 선후배 여러 명이 가까운 산을 등산한 적이 있었다. 그 때는 양지꽃의 이름을 알지 못하던 때였는데 그 선배님은 양지꽃을 알려주셨다. 그 꽃은 양지꽃이며 봄에 노랗게 꽃이 옹기종기 모여 피고 초록잎과 어울려있는 모습이 정말 사랑스러워 제일 좋아하는 꽃이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친정이 시골인 나는 그 이후 친정 뒷산에서 수시로 양지꽃을 보았다. 그렇지만 나는 그리 관심이 가지 않았고 '선배님은 다른 예쁜 꽃도 많은데 굳이 이 꽃이 가장 사랑스러우실까? '라는 생각이 들곤 했다.
나는 오늘에서야 사진을 찍으면서 잎과 꽃을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 이 수업을 배우기 전까지는 제대로 꽃을 들여다 본 적도 없었던 것 같다. 세상에! 정말 이럴 수가 있는가? 그 때 선배님의 말씀을 떠올리면서 자세히 들여다본 양지꽃은 흠 잡을 데가 없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다섯 장의 노란 꽃잎은 잘 어울려 둥글게 얹혀져 있을 뿐만 아니라 각 꽃잎의 가장자리 중간부분은 한 번 적당하게 옴폭 들어가서 양쪽의 가장자리 곡선이 사랑스럽게 예쁘다. 그리고 꽃잎을 받쳐주는 꽃받침의 바닥은 안정감이 있고 노란 꽃잎 아래 뽀족한 꽃받침은 꽃잎 아래에서 꽃잎을 잘 지탱해주고 있으며 꽃받침의 연한 연두빛은 싱그러움을 가득 담고 있어 노란 꽃잎 사이에서 은은하게 색을 내뿜고 있는 것이 아닌가? 가는 솜털까지 이렇게 조화로운! 사랑스러운 양지꽃! 그렇다고 오늘부터 이 양지꽃이 내가 가장 사랑하는 꽃이 된 것은 아니다. 그러니 섣불리 가장 마음에 드는 꽃을 정할 생각은 없다. 양지꽃은 이제야 내 마음에 드는 예쁜 꽃이 된 것뿐이다. 앞으로도 제주에서 더 마음에 드는 들꽃을 어쩌면 자주 보게 될 것이니까 그 때 마음을 정해도 늦지 않을 것 같다.
원물오름 입구부터 피어있는 제비꽃은 주로 보라색이다. 진한 보라색인 것도 있고 연한 보랏빛, 가끔 흰색의 제비꽃도 보인다. 제비꽃의 이름에 대한 설은 다양하다. 겨울에 강남갔던 제비가 돌아오는 때에 피는 꽃이라 부른다는 설도 있고 꽃의 모양과 빛깔이 제비를 닮아서 유래했다고 하기도 한다. 또 오랑캐꽃으로도 불리는데 제비꽃이 필 무렵 오랑캐가 자주 쳐들어와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 꽃의 생김이 오랑캐의 투구를 닮아서 그렇게 이름붙였다는 설이 있다. 제비꽃은 변이가 심하고 교잡이 쉽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수백종이 있으며 우리나라에도 50종 이상이 있다고 한다.유사종이 많아서 전문가도 구별이 쉽지않는 꽃이라고 한다.
오늘 우리가 본 제비꽃도 어쩌면 여러 종일지 모르나 우리는 구별을 하지 못하여 앞으로 차차 배워가며 구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른 봄에 피는 제비꽃은 전국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어서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꽃이다. 산에도 피고 들에도 피고 심지어 콘크리트 사이의 빈틈에서도 옹기종기 꽃을 피우는 모습이 참으로 대견하기까지 하다. 꽃이 필 때는 줄기 끝마다 보라색 꽃을 한송이씩 피우는데 꽃잎에는 진한 자주색 줄무늬가 있다. 오늘 본 제비꽃은 보라색 꽃이 많다. 나는 보라색을 좋아해서 보라색 꽃을 보면 어쩐지 나도 모르게 마음이 더 끌린다. 오늘 주차장 입구에서부터 제비꽃을 보아서 거기서도 꽃 사진을 찍고 또 오름을 오르면서도 여러 장을 찍어 보았다.
제비꽃은 여러 가지 효능을 가지고 있어 화장품, 약 등의 재료로 사용된다고 한다. 서양에서는 고대 그리스 아테네 상징의 꽃이었으며 와인, 요리, 약에 사용했다고 한다. 또한 프랑스의 나폴레옹이 좋아했던 꽃으로 유명한데 나폴레옹은 엘바섬에서 탈출하여 파리에 입성할 때도 제비꽃이 피는 시기였다고 한다. 또한 우리나라 대중가수 아이유가 자신의 팬을 ‘제비꽃’이라 하는데 요란하지 않게 담담하게 피어있는 제비꽃이 팬들과 닮아서 그렇게 부른다고 한다. 제비꽃은 매년 잊지 않고 우리 가까운 곳에서 나지막하게 피며 또한 무리지어 피는 모습이 더 아름다운, 너무 화려하지도 그렇다고 초라하지도 않게 고상하게 피는 꽃이다. 제비꽃,너는 언제 봐도 사랑스럽구나.
오름 중턱을 오르다가 산자고를 보게 되었다. 산자고는 양지바른 곳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로 가늘고 긴 잎 2개가 있고 꽃줄기 하나가 올라와 그 끝에서 백합처럼 생긴 흰색의 꽃이 한 송이 핀다. 꽃이 상대적으로 커서 꽃줄기가 꽃에 비해 연약해 보인다. 꽃잎은 6개이고 꽃의 뒷면에는 자주색의 줄무뉘가 있으로 꽃잎의 끝은 뾰족하다. 산자고에서 자고(慈姑)는 자애로운 시어머니라는 뜻인데 식물이름의 유래가 있다. 가난한 집에서 어렵게 얻은 며느리가 등창이 나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어느 날 시어머니가 뒷산에서 큰 꽃을 피운 식물을 발견하여 뿌리를 캐니 알뿌리가 나왔다. 이것을 캐서 짓이겨 등창에 발랐더니 감쪽같이 나았다고 한다. 그래서 이 식물을 산자고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산자고의 잎과 줄기는 식용 가능하고 알뿌리는 한약재로 사용 가능하다고 한다.
오름 능선 부근에서 교수님께서 구슬붕이라는 꽃을 단체톡에 올려주셨다. 사진을 보니 용담과 비슷하게 생겼으며 나팔모양으로 꽃의 끝부분이 펼쳐져 있다. 오 회원과 함께 구슬붕이를 찾아 사진을 찍어보았다. 꽃을 자세히 보니 통으로 된 꽃잎의 가장자리의 모습은 길고 짧은 굴곡이 교대로 반복되면서 꼭 하나의 나팔처럼 생겼다. 꽃의 가운데 원통 부분은 노란색을 띄고 자주색의 줄무늬가 길고 짧게 나 있다. 꽃잎을 위에서 들여다 보면 연보라색과 연노란색의 대비가 아주 잘 되어 있다. 두 색은 진하지 않아 색이 대비되어도 전혀 강하게 보이지 않고 은은하게 서로의 색을 돋보이게 할 뿐이다같은 포기에 꽃이 필 자리가 여러 개 보이는 것으로 보아 이후 꽃은 여러 송이가 피어날 것 같다.
산 정상 부근에 있는 바위에 민들레가 피어 있었다. 노란색의 민들레가 바위 위에서도 저렇게 환하게 노란꽃을 피우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그리고 회원이 찍은 등심붓꽃 한 송이. 꽃잎이 피어오르는 모습을 슬로우 비디오를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보인다. 꽃잎이 피어나는 그 순간을 '찰칵' 한 순간에 잡은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계속 바라보고 싶은 사진이다. 김 회원은 분명 신입이 아니다. 다른데서 수련을 하고 오신 분임에 틀림이 없다. 등심붓꽃 사진을 보고 교수님께서는 저 꽃은 지금보다 더 늦게 필 꽃인데 신기하게 아주 이르게 피고 있는 상태라고 하셨다. 이르게 꽃을 피우는 저 등심붓꽃 한 송이 덕분에 생전 처음 오늘 그 꽃을 보았다. 감사하고 감사하다. 그리고 노란 보리뺑이를 찍은 배 회원도 있었다. 노란색의 원처럼 생긴 꽃은 원반처럼 둥글다.
거친 바람과 함께 빗방울이 떨어져 산불지킴이 초소 근처에서 잠시 휴식하며 간식을 먹었다.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시니 이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들꼭 산책이 주는 행복!
내려오는 길에 보이는 꽃이 발길을 붙잡는다. 개불알풀에 꽃이 흐린 날씨 속에서도 환하게 피었다.이 꽃은 오늘 아침 우리 집 앞에도 수백송이가 환하게 피어 있던 꽃이다. 1주차 수업 시간에 들었던 내용을 떠올려 본다. 이 꽃은 씨방의 모습이 개의 생식기를 닮았다고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꽃의 이름을 봄까치라고 이름붙이려해도 다른 종의 개불알풀의 이름을 바꿀 수가 없어서 그대로 쓴다고 한다. 이 풀의 학명은 베로니카인데 예수가 십자가를 지고 피땀을 흘리고 있을 때 땀을 닦아준 여인의 이름이다. 지난 시간에 이 꽃을 찍었지만 우리는 하늘색 그라데이션 꽃잎에 빠져들 듯어 또 꽃을 찍어보았다.
우리가 수업을 하는 3시간 동안에도 꽃은 조금씩 더 펴서 내려올 때에 꽃잎은 사진 찍기에 아주 좋은 모습이 되었는데, 수업을 마쳐서 내려 갈 길이 바쁘다. 정말 어느 시인의 말처럼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을 내려갈 때는 보았는데 사진을 찍을 시간이 없다니 아쉽기만 하다. 개인적으로 '그 꽃'의 3행은 읽고 또 읽어 보아도 마음에 든다. 저 시에 한정해서는 정말 대단한 시인임에 틀림이 없다. 시어를 그대로 이해해도 멋지고 사람에 대비해서 읽어도 좋고, 삶에 대한 자세에 대입해 봐도 여운이 남고 또 겸손을 가르쳐 준다.
그 꽃
고은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현장 수업은 내게는 늘 아쉬운 시간이다. 실제 시간이 모자라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보고 싶고 조금 더 머무르고 싶은 마음 때문이리라. 그러나 걱정할 것 없다. 또 다음 주에 5주 수업이 시작되지 않는가? 벌써 기다린다. 기다린다.
5. 폰카의 기술
*피사체가 잘 드러나게 하는 방법: 원하는 피사체가 도드라지도록 찍는 방법은 무엇일까?
- 배경을 흐리게 조절하여 사진 찍기
- 배경을 멀리에 진한 흙이나 바위가 있도록 조절해서 찍어보기
- 적당한 크기로 찍는 연습을 해보자. 크게 찍는 사진, 작게 찍는 사진 모두 필요하다. 식물의 잎, 줄기 뿌리가 다 나타나도록 하는 전초 사진도 필요하다(잎이 떨어질 때도 있고 꽃이 떨어질 때도 있다. 식물을 잘 알아보려면 전초를 알아야한다) .
- 여백의 미를 살리자. 적당한 여백은 여유가 있어 보인다. 여백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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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임 참고자료- 제주의 유배인과 추사 김정희)
▶제주의 문화와 역사를 말할 때에는 제주에 유배왔던 유배인들이 제주사회에 미친 영향을 말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조선시대에는 추사 김정희 외에도 약 300명이 넘는 유배인들이 제주를 다녀갔다고 한다. 특히 조선시대 후기에는 당쟁이 심하던 때이므로 제주에 유배온 이들은 어떤 파가 정권을 장악하느냐에 따라 유배되었다가 일정 기간이 지난 후 해배되기도 하였다. 그들은 왕족, 정치인, 관리, 학자, 범죄자 등까지 다양했다(교육과학연구연구소 7권 1호(2005년 8월), 제주 유배문화유산의 교육적 활용을 위하여, 고범석.염미경). 유배인들은 제주에서 독서나 시작, 후학 양성, 제주민 교육에 투자하기도 하였고 제주민은 힘든 귀양살이를 하는 유배인들에세 실질적인 도움을 주며 먹거리, 기후,풍토,식생 등의 정보를 제공하여 낯선 곳에서 살아가는 유배인들에게 큰 힘을 주었다. 제주민들은 지식인인 유배인들에게서 중앙정부의 동향, 당대의 사상이나 문화를 배워 제주 사회는 지적, 문화적 수준이 향상되었다.
추사 김정희는 조선시대에 제주에 유배온 대표적인 인물로 일컬어지며 약 8년간 제주에 유배되었으며 세한도, 추사체, 금석학자로 유명한 조선의 학자이다. 세한도는 추사 김정희가 제주에서 유배생활 중에 제자 이상적에게 주기 위해 그렸다고 전해진다. 세한도는 지금까지 여러 차례 주인이 바뀌었고 2020년 12월 9일. 「세한도」를 보유하고 있던 손창근 선생이 정부에 작품을 기증하여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세한도에 대한 영상 소개: 동영상/KBS 역사스페셜 – 국보 180호, 세한도에 숨은 비밀/https://youtu.be/YIAMyviFb2Y
▶제주 추사관: 현재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에는 제주추사관이 있는데 국보 「세한도」를 닮은 모습으로 건축가 승효상이 설계하여 2010년 완공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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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역시 ♡울 연실님 이예요
한참을 내려서 읽었습니다
많이 배우고 공부합니다
수고하고 애썼습니다
돌아 오는 월욜 날 만나요
우와~~!!
이렇게 세세하게 적어주시니 복습이 되고, 찍힌 사진들이 더욱 빛을 발하네요
잘보고 가네요
애쓰셨구요
즐건주말 보내시고 월요일에 뵈어요~!!^^
내 아침시간을 다 뺐엇써요
ㅎㅎㅎㅎ
훌륭하십니다
작은것 하나에도 소홀하지 않는
연실샘의 세심한 자세와 배려
의지와 열정이 돋보입니다
수고하셨어요~^^
저도 우아~~
후기의 정석을 어김없이 보여 주시네요
덕분에 제가 쪼끔 더 유식해질것 같아요
수고 하셨구요
감사합니다~^^♡♡♡
소~름
이렇게나 생생하게 다 기억하시다니 대단하십니다
덕분에 다시한번 복습해봅니다
감사합니다^^~
수업 시간에 설명해 주신 내용과 새로운 내용을 추가하여 친절하게 설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