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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동구에 있는 한 대형 마트 과일 판매코너에 오렌지가 수북이 쌓여있다.
#2. 같은 날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한 대형 마트 과일코너.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오렌지를 쌓아 놓은 높은 오렌지성 하나가 눈에 띈다. 전략상품인 오렌지 판촉인 듯했다. 값은 16개에 9920원. 14~20개들이 1상자에는 9900원이 적혀 있다. 바로 옆 국내산 사과는 7개들이 1봉지가 9800원, 참외는 3~7개들이 1봉지가 1만2800원이다. 30여분 동안 과일 매대를 찾은 고객들의 구매행동을 살펴본 결과 10명 중 7명은 오렌지를 집어들었다. 이유를 물으니 “달고 싸기 때문”이라고 서슴없이 말했다.
◆오렌지 수입 급증=봄철 과일시장에서 국내산 과일이 소비부진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반면 오렌지를 중심으로 외국산 과일은 꾸준한 수요 속에 수입량도 늘어 농가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올 초 계속된 한파로 참외 등 국내산 과일 생산량이 줄고 품질이 떨어지자 그 틈을 오렌지가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학습 효과로 외국산 과일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든 소비자들이 외국산 농산물 구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1~2월 오렌지 수입량은 1만6040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4%(7355t)나 증가했다. 3월 오렌지 수입량 역시 캘리포니아산 생산량 증가와 계절관세 적용에 따른 관세인하(15%→10%) 영향으로 지난해와 평년보다 각각 43%, 24% 늘었다. 원산지는 미국산이 대부분이다. 수입량이 늘었음에도 수요량 증가로 값은 전년보다 높게 형성됐다.
1~3월 전국도매시장 오렌지 상품 평균가격은 18㎏ 1상자당 5만8795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73원 높았다. 같은 기간 열대과일인 바나나·파인애플·망고·포도·키위 역시 꾸준히 국내에 반입됐다.
오렌지 수입량이 지난해에 견줘 급증한 것은 지난해 수입량이 미국 현지 항만노조 태업으로 평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었고, 3월 이후 국산 대체과일인 참외의 작황이 좋지 않아 시세가 높게 형성됐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박영욱 중앙청과 경매사는 “소비자들이 사과·배 등 저장과일을 덜 찾고 대체품목인 참외 출하량이 급격히 줄면서 오렌지 수입량이 늘고 있다”면서 “3월 이후 수입되는 오렌지는 관세까지 낮아져 값도 싸고 품질도 나쁘지 않아 참외 2화방이 본격적으로 출하되는 4월 중·하순까지는 오렌지 수요가 꾸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산 과일 고전=오렌지를 비롯한 외국산 과일의 국내 유통물량이 늘면서 국내산 저장과일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봄철 대표 과일로 자리잡고 있어야 할 참외 출하량 감소가 뼈아프다.
도매법인 관계자는 “참외 생산기술과 자재의 효능이 높아지고 조기 재배를 시도한 농가들이 늘면서 예년보다 참외 출하시기가 빨라진 가운데 1~2월 한파로 출하량은 많지 않아 값이 높게 형성됐다”면서 “반입 초기 시세가 예년보다 10㎏ 기준 1만원 이상 높다보니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값이 싼 오렌지를 더 많이 찾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3~4월 국내산 대표 과채류인 참외가 생산과 소비에 차질을 빚고 대체과일인 오렌지 수입량이 늘면서 성출하기를 맞은 딸기·토마토 등의 값도 약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3월30일부터 4월5일까지 전국도매시장 상품 기준 평균 딸기값은 1㎏당 8400원으로 평년보다 400원가량 높았던 반면 방울토마토는 5㎏ 1상자당 2만2200원을 기록, 평년보다 2000원 떨어졌다. 완숙토마토값은 10㎏당 3만4840원으로 비슷했다.
사과·배·단감 등 저장과일의 사정은 더욱 좋지 않다. 재고량이 많은데다 소비부진이 극심해 제값 받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1~3월 전국 평균도매가격을 조사해본 결과 <부사> 사과는 10㎏ 상품 1상자당 3만6791원을 기록, 평년 같은 기간보다 1만6711원 떨어졌다. 배는 같은 기간 15㎏ 1상자당 1319원 하락했고, 단감 역시 10㎏ 1상자당 가격이 2만3543원에 형성돼 7121원이 낮았다.
김종기 농협가락공판장 부장은 “올들어 3월까지 국내산 과채류 출하량 감소와 가격하락으로 매출이 지난해보다 감소했다”면서 “대형 마트를 중심으로 한 대대적인 외국산 농산물 판촉에다 선거철까지 겹쳐 봄철 국내 과채류가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