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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神奇)한 형태로 기묘한 곡선미를 형성한 작은 돌에서 추상의 극치미를 터득한다. 돌 전체에서 흐르는 선율 같은 율동이 아악(雅樂)처럼 곱게 흐르고 形姿가 무엇인가 애타게 갈망하고 기원하는 듯.
사무치게 기다리고 또 기다리다가 이젠 그만 지쳐서 오랜 세월 風磨兩洗에 이토록 작은 몹집으로 사그러졌다. 못 다한 사랑이 한이 되어 처음 정을 준 그이를 기다렸는가 아니면 출세하면 돌아온다고 멀리 떠난 뒤 아직 오지 않는 아들을 기다리는가. 가냘픈 목 길게 뽑아 오늘도 하염없이 기다려본다.
추상석은 우리의 오랜 관념에 박힌 정형적인 어떤 무엇을 닮았다 하는 실상의 분야를 떠난 돌이다. 무엇이라고 표현 못할, 무엇을 닮지도 않은, 우리 주변의 사상과 동떨어진, 그러면서 강렬한 인상과 깊은 감동을 불러일으켜 마음속에 흡족함을 주는 돌이 다 이에 속한다.
그러니까 축경미(縮景美)적인 것이 아니면서 뛰어난 미감을 품고 있는 돌인 것이다.
구도상으로 무리가 없이 짜임새 있게 정돈된 돌로 형태, 면, 색 따위가 조화를 이뤄 충분히 미려함과 정서감을 풍기는 돌, 그리고 굴곡과 색깔의 변화가 좋으며 균형 잡힌 통일성을 갖춘 돌, 또 어떤 유연한 흐름이 있는 리드미컬한 요소 등에서 참신한 미감을 발산하는 돌.... 이러한 돌로 무엇을 전혀 닮지 않았더라도 다 훌륭한 수석으로 보게 된다. 이것이 추상석이다.
오랜 습관으로 굳어져버린 고정관념의 테두리 안에서는 이해되지 않는 먼 곳의 세계, 그러면서 무엇인가 커다란 아름다움에서 감동을 일으키는 돌을 모두 추상석이라 한다.
그런데 비록 산수석이나 물형석의 테두리 안에서는 이해되지 않아서 불쑥 추상석으로 달리 여기더라도 인정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우리의 생각이 미처 도달하지 못하고 있는 어느 미지의 형상을 축소한 것이라는 점이다. 다만 그것이 무엇을 닮아 축경되어 있는가를 짐짓 가늠하지 못하여 괴석, 추상석이라고 보고 있을 뿐이 아닌가하는 것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그렇지만 오늘날의 예술 감각에 따르는 추상성을 개입시켜 미학으로 바라볼 대에 추상석이라는 장르가 엄격히 성립된다.
다시 말하자면 어떤 만물을 대했을 대 금방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면서 형용 못할 감동이 일어난 상태, 즉 어떤 구체적인 개념이 떠오르지 않는 막연한 상태에서 순간 가슴을 치는 감동이 일어났다면 추상적인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너무 생소해서 막연하지만 그냥 무턱대고 아름다워서 좋아질 때 추상미라고 말한다. 이러한 감정은 먼 옛 사람들도 다 느껴온 것이며 이것이 구체성을 지닐 대 추상성을 벗어나기 시작한다.
소위 추상화를 감상할 경우 문득 바라보다가 자기도 모르게 참 좋다 하는 감동만 받았다면 그 그림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이해 못하더라도 추상화의 감상은 이루어진 것이다. 추상석의 감상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상황에 놓여진 수석을 우리는 추상석이라고 말하고 있다.
미술에서 구상과 비구상이 나누어져 있듯이 구상미술은 사실 그대로를 표현하는 것이고 비구상은 사실을 그대로 그리지 않는 미술이다. 추상미술이란 ‘현실을 재현하는 사실을 행하지 않는 미술’, 다시 말해서 어떤 형상을 그와 똑같이 그리지 않는 것을 말한다. 돌의 세계에서도 이 비구상이 있는 것으로 지금까지 어떤 자연의 경관이나 형상의 기(奇), 문양의 묘, 색감 등 정설을 논했지만 이 추상석은 앞에서와 같은 정형을 떠난 돌을 말한다.
추상석은 현실에서 보는 어떤 형체가 아니라 자금 나름대로의 ‘마음의 그림’을 찾아내 심미의 작업으로 직감적으로 오는 영감과 마음속에 깊이 숨어있던 꿈과 아름다움을 반추하도록 해주는 돌이면 된다.
형태적 구도, 색의 조화, 선의 흐름, 굴곡의 변화, 균형 잡힌 통일성 등에 의하여 빼어난 미감을 준다면 그것이 무엇을 닮은 것이 아니라도 ‘내 마음의 그림’이 되어 추상미의 극치를 느낄 수 있다.
추상석은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도 있는데 현대미술에서 발생한 오브제풍의 추상석과 고전적인 중국 풍조가 담긴 괴석류의 추상석이다. 이 두 가지 유형의 추상석은 외형적인 형태로 구분될 뿐 그 내적인 의미는 둘 다 동일하다. 무어라고 표현할 것 같으면서도 표현 아닌, 그러면서도 강렬한 상징과 인상을 심어주는 그리고 그로인해 마음에 무언가 뿌듯한 만족감을 선사하는 돌이 추상석으로 애석할 수 있는 것이다.
헝클어진 실패처럼 쉽게 풀릴 것 같으면서도 풀리지 않는 난처한 것이 추상석이라면 곤란하다. 아무것도 없는 추상의 미를 억지로 만들어 감상하려는 고욕은 차라리 삼가는 것이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