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08. 11
전기차 시대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주요 자동차 시장의 올해 상반기(1~6월) 전기차(EV) 점유율은 어느 정도일까요?
전기차 보급이 가장 빨리 이뤄지고 있는 유럽 시장부터 살펴 보겠습니다.
유럽자동차공업회(ACEA)에 따르면, 유럽 주요 18개국의 올해 상반기 전기차 점유율은 8.2%였습니다. 전년 동기보다 3.5% 포인트 올랐습니다. 유럽에선 전기차 보조금 제도가 활발히 시행되고 있고, 디젤차 전략의 실패, 탄소배출 감소 등의 현안과 맞물려 자동차 회사들이 전기차 판매를 늘리고 있죠.
참고로 여기에서 전기차란, 순수 전기차, 즉 내연기관이 일절 들어가지 않고 모터와 배터리만으로 움직이는 차를 말합니다.
◇ 올 상반기 유럽 전기차 점유율 8.2%... 플러그인 더하면 17.2%
이미 유럽에선 전체 신차 판매에서 전기차의 비율이 10%를 넘는 나라가 전년 동기의 2개국에서 5개국으로 늘었습니다. 올해 상반기 유럽 전기차 판매는 48만 3539대로 전년 동기의 2.2배였습니다. 국가별로는 독일이 3.4배인 14만8936대로 가장 많았고, 영국(7만3893·2.4배), 프랑스(7만2519·61% 증가)가 뒤를 이었습니다. 점유율은 57.3%인 노르웨이를 필두로 독일·오스트리아·스웨덴 등이 10%를 넘었습니다. 네덜란드·스위스도 9.9%에 달했기 때문에, 조만간 10%를 넘는 나라가 유럽의 다수를 점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편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V)도 급신장했습니다. 유럽 주요 18개국에서 52만 7369대가 팔렸습니다. 전년 동기의 3배입니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카의 중간 형태입니다. 하이브리드카와 달리 외부 충전이 가능하고 도심주행 등 단거리는 전기에너지만으로 운행 가능합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아직 플러그인하이브리드를 전기차 범주에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내연기관이 들어 있긴 하지만 주행의 대부분을 배터리·모터가 담당하기 때문입니다.
◇ 올 상반기 전기차·플러그인 합산 점유율, 독일 22.5%, 노르웨이 82.7%
중국이나 아시아권에선 플러그인보다 전기차 판매가 많지만, 유럽에선 전기차보다 플러그인 판매가 좀 더 많은 것이 눈에 띕니다. 올해 상반기 유럽 신차 시장에서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점유율은 9.0%로, 전년 동기보다 5.2%포인트 올랐습니다. 스웨덴(26.9%), 노르웨이(25.4%), 핀란드(21.1%) 등 북유럽의 점유율이 높았습니다.
하이브리드카(HV)는 어땠을까요? 유럽에서 올해 상반기에 114만4082대가 팔렸습니다. 전년 동기의 2.4배였습니다. 전기차와 플러그인 합계(101만908대)보다 좀 더 팔렸군요. 2035년부터 유럽에서 하이브리드카 판매가 중단될 가능성이 높지만 아직까진 판매 호조입니다. 이런 경향이 지속된다면, 전세계 하이브리드카 판매의 90%를 차지하는 도요타·혼다 등 일본 업체들이 당분간 유리해질 수도 있습니다.
가솔린·디젤차는 점유율이 줄고 있습니다. 올 상반기 유럽에서 가솔린차 점유율은 10.2%포인트 감소한 41.4%, 디젤차는 8.5%포인트 감소한 19.8%였습니다. 한때 유럽 신차시장의 절반을 차지했던 디젤차의 점유율이 20% 밑으로 떨어진 겁니다. 2015년의 폴크스바겐 ‘디젤게이트’ 이후, 디젤의 본거지인 유럽에서도 디젤차가 사실상 퇴출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 중국, 올 상반기 전기차·플러그인 합계 판매 121만대... 점유율 9.4%
그럼 세계최대 자동차시장인 중국은 어떨까요?
중국자동차공업협회(CAAM)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에서 전기차는 101만대가 팔려 점유율 7.8%를 기록했습니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는 20만대가 팔려 점유율 1.6%였습니다. 같은 기간 중국의 전체 신차 판매는 1289만대였습니다. 전기차·플러그인을 모두 합치면 점유율이 9.4%(121만대)입니다.
미국은 테슬라의 본거지임에도 불구하고, 유럽·중국보다 전기차 보급이 더딥니다. 아르곤연구소·업계 등에 따르면 올해 1~5월 미국에서 전기차는 14만8000대, 플러그인하이브리드는 6만7000대가 팔렸습니다. 같은 기간 전체 신차 시장에서의 점유율은 전기차가 2.2%, 플러그인이 0.8%였습니다. 둘을 합쳐도 3.0%에 불과하군요. 17.2%인 유럽, 9.4%인 중국에 비해 많이 모자랍니다. 하지만 이것도 전년 동기보다는 119%나 증가한 것입니다. 보급이 상대적으로 느리긴 하지만 보급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습니다.
◇ EY 보고서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더 팔리는 시점, 유럽 2028년, 중국 2033년, 미국 2036년”
한편 컨설팅업체 언스트영(EY)은 지난 7월13일 보고서에서 “미국·중국·유럽의 자동차 판매에서 전기차(EV)가 차지하는 비중이 2033년까지 내연기관 차량을 뛰어넘을 것”이라며 “이는 우리의 기존 예상보다 5년 빠른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EY는 인공지능(AI)을 탑재한 독자적인 예측 모델링 툴을 통해 분석했는데요.
이에 따르면,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를 누르고 가장 높은 점유율을 달성하는 시점을 유럽은 2028년, 중국은 2033년, 미국은 2036년으로 예측했습니다. 전기차의 ‘판매량’에선 유럽이 2031년까지는 가장 앞서다가, 2032년부터 중국이 선두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다시 말해 2031년까진 세계 전기차 시장을 유럽이 이끈다는 의미, 즉 전기차로 성공하려는 회사는 유럽시장을 놓쳐선 안된다는 의미로도 해석이 가능합니다.
최원석 국제경제전문기자
조선일보
※디코드(decode): 부호화된 데이터를 알기 쉽게 풀어내는 것. 흩어져 있는 뉴스를 모아 세상 흐름의 안쪽을 연결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