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 산수유 산장
엄영아
미풍보다 부드러운 서 권사님은 양 집사님 아내다. 미국에서 같은 교회를 섬기던 중 컴퓨터 프로그램 파워 포인트 재교육을 서권사님께 배우면서 만났다. 몇 년 후 한국으로 돌아간 후로는 처녀 시절 성, 서 씨로 쓰고 있는 절친 권사님이다.
한국 여행의 끝 무렵 양 서방 내외가 자가용을 가지고 강남에서 강북 우리가 묵고 있는 인사경기도 동 호텔까지 왔다. 양평 옥천에 있는 산수유 산장에서 점심을 대접한다고.
산속에 자리한 산장은 산수유 나무로 빼곡하게 둘러싸여 있었다. 입구에 연못이 있고 넓은 잔디가 깔려있어 평안함이 느껴졌다. 나뭇가지에 앉아 노래하는 새도 있고 나뭇가지에 걸려있는 구름도 있어 마치 그림 액자 같았다. 산수유와 이름 모르는 꽃이 피어있고 셀 수 없이 많은 장독대가 정겨움을 안겨주었다. 매력적으로 꾸민 실내는 식당이라기보다는 가정집 내실 같았다.
산수유 산장은 미리 예약제로 받아 신선하고 정성이 가득한 음식을 제공하기로 소문이 난 곳이다. 전채로 호박죽과 물김치가 나오고 이어 갈비찜, 돼지고기 삼합, 우엉잡채, 보리굴비로 한정식이 나왔다.
반찬을 담은 그릇이 고상하고 음식은 맛이 어찌나 좋은지 마치 상견례 자리에 와서 사돈으로부터 대접받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전식, 주식, 후식까지 나무랄 데 없이 깔끔하다. 노부부의 가슴속에 감사함이 가득했다.
돌아오는 길에 3층 건물 전체가 유리로 되어있는 국내 최대의 스타벅스로 데리고 갔다. 양평에 위치하여 남한강 뷰가 보이는 평온한 곳이었다.
안으로 들어서니 무척 넓다.
2층 3층 지붕까지 한 통로로 되어있어서 층고가 대단하다.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물결이 잔잔하게 흐른다. 쪽배를 타고 노를 저으며 누군가가 가고 있다. 노래를 부르는 것 같은 착각이 느껴졌다. 이 스타벅스가 크기로는 세계에 하나밖에 없단다.
여행하는 한 달간 서둘러 일어나 여행을 준비하지 않아도 되었기에 건강이 잘 유지되었다.
관광회사에서 하는 바쁜 스케줄은 더 이상 따라갈 수가 없다. 남편 나이 85세가 말한다.
하루도 허비하지 않고 스케줄을 잘 짜서 인도해 준 권사님 덕분에 알찬 여행이 되었다. 아내를 한 달간 우리에게 선뜻 양보해 주신 고마우신 양 집사님께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드렸다. 이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결코 아니다.
고마우신 양 서방은 양반 중 양반이다.
두 분의 고유한 분위기가 맑은 아침 공기처럼, 산들바람처럼 불어왔다. 권사님에게서 풍기는 아우라는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신비스러운 향기다. 그윽한 향기를 오래도록 느끼고 싶은 사람.
당신과 나는 맑은 인연이다.
말없이 눈빛만 보아도 느껴지는 그런 사랑이다.
(10/27/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