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 실습을 마치고

[공대식]

요양원 실습을 마치고

  요양보호센터 사무장하는 친구가 노부모를 모시고 있으니 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을 권한다. 요양보호사 공부가 앞으로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겠다싶어 SK요양보호사 양성 학원에 등록을 했다. 두툼한 표준 교재 한권을 준다.

  강습수강자 연령분포를 보니 20대에서 70대까지다. 그중 남성 3명에 여성이 40여명이다. 칠학년 3반이니 수강생중 내가 제일 나이가 많다. 여성들은 자격을 얻어 간병인 일을 할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가족 중에 요양등급을 받은 사람이 있어 요양보호를 필요로 하는 사람도 더러 있다. 나는 강의 내용이 앞으로 건강관리에 도움이 될 내용이고, 내 생애 마지막 공부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다녔다.

  학원 강의는 20일간 하루에 8시간씩 160시간을 들어야한다. 10시부터 시작하여 오후 다섯 시에 마친다. 여러 명의 강사가 내용을 분담하여 강의하고 다음날은 전날 배운 내용 중에서 중요한 것만 요점정리를 한 후에 그날 강의를 시작한다. 간혹 출제 예상 문제도 프린트 하여 내주고 풀이도 해주며 이론과 실기를 가르쳐 준다. 강의 시간에 의료 기구를 가지고 직접 실기를 하니 이해가 잘 된다.

  요양보호사가 직업상 상대할 대상이 병자나 노약자다. 교재 내용이나 강의 내용은 노화에 따른 신체. 심리적 변화와 노인 질환인 뇌졸중, 치매, 우울증등 내가 모르던 의료지식들이다. 또 노인 건강 증진을 위한 운동과 질병 예방에 꼭 알아야 할 내용도 더러 있다.

  자격시험은 1년에 3, 7, 11월 세 번 국시원에서 실시한다. 시험에 떨어지면 그런 창피가 없다싶어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하지만 어려움이 많다. 요리, 세탁, 청소, 의료 보조 기구 사용 법, 노인성 질병에 대한 내용, 응급처치 요령 등 보호사가 할 일이 광범위하다. 내 나이에 공부하는 것이 무리라는 것을 늦게야 알았다. 그날 배운 내용을 다음날이면 잊어버리고 애써 외워둔 것도 이튿날이면 잊어버리거나 가물가물하다. 몇 번을 반복 해 외워야 겨우 기억할 수 있다.

  요양보호사가 필요로 하는 이론은 의학 용어가 많다. 평소에 들어보지 못한 용어도 더러 나온다. 그럴 때면 바로 스마트폰으로 검색하면서 이해하려고 하나 어렵고 혼동이 되는 것이 있다.

  울어도 시집은 가야 한다고 내가 제일 걱정했던 요양원 실습 5일이 시작되었다. 실습은 진주 주변 여덟 개 요양원이나 요양 병원 중에서 본인이 희망하는 곳을 선택 할 수 있다. 실습 날짜도 자기가 편리한 날짜를 고르면 된다. 나는 10월 10일부터 5일간 진주 변두리에 있는 D요양원을 택했다.

  실습자가 준비 할 실습일지, 앞치마, 실내화, 고무장갑을 가방에 넣고 간편한 복장을 하고 집을 나섰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요양원이라 네비게이션으로 겨우 찾아 갔다. 첫날은 첫 인상 나쁘지 않게 조금 일찍 갔다.

  현관에 들어가니 기다렸다는 듯이 여자가 안내를 하는데 뒤에 알고 보니 원장이다. 시키는 대로 출석부에 날인하고 식당에 개인소지품 두고 관리하는 남자직원이 하는 외부 일 도우라고 한다. 요양원 주변을 쓸고 청소부터 했다. 첫날은 요양원에서 여름동안 사용한 선풍기며, 안 쓰는 책걸상, 가구 등을 2층 다락에 운반하고 정리하는 일을 했다. 실습 오는 사람들이 여성이 대부분인데 남자가 왔으니 좋은 기회다 싶어 힘든 일을 시킨다.

  다음날 요양원에 있는 시누이 문병 온 대학동기를 만났다. 동기가 하는 말이 “요양보호 받아야 할 나이에 무슨 쓸데없는 일 하겠다고” 라며 핀잔을 준다. 그렇다 내 나이 또래 환자들도 많고 요양원에 수용되어 있는 사람도 있다. 내 친구 중에 요양원에 몇 년째 신세를 지고 있는 친구가 있고, 또 중병에 걸려 병원신세를 지며 오늘 내일 하는 친구도 있다.

  다음날은 시청에서 점검 나온다고 실내애서 환자들 돌보는 일 거들라고 한다. 10시에 중환자 몇 명을 제외하고 30여명을 강당에 모았다. 요양보호사가 모두 나와 두 사람은 붉은 가발 쓰고, 또 한명은 템버린 치고, 북 치면서 요양보호사 한사람씩 돌아가면서 노래방기기에서 흘러나오는 옛날 노래를 부르며 환자들을 즐겁게 하는 오락 시간이다. 환자 중 남자는 몇 명 안 되고, 대부분 여성이다. 흘러간 옛 노래 나오니 따라 부르는 사람도 있다. 대상자들에게 손뼉을 치라고 하니 손 관절이 안 좋은 사람을 제외하고 손뼉도 따라 친다. 그 모습이 엉성하기는 해도 말 잘 듣는 순진한 어린이모습이다.

  점심시간이 되어 강당에 모인 할머니를 보니 고향에 계신 어머니 생각이 난다. 이요양원에서 제일 나이가 많은 사람이 97세라고 한다. 내 어머니도 올해 97세다. 어머니는 40대에 언덕에서 넘어져 골절되어 병원 치료도 받지 않고 지냈기에 허리가 ㄱ자로 굽었다. 불편한 몸이지만 천천히 걸어서 마을 회관에도 간혹 가신다. 몸은 허약하나 정신이 밝고 요양원 할머니들 보다는 건강상태가 나은 편이다. 그래도 연로하시니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자주 찾아뵙고 생활에 불편함이 없도록 자식 된 도리를 다해야겠다.

  요양원에 있는 노인 장기요양보험 대상자들은 자력으로 걷기나 이동이 안 되는 사람들이라 휠체어에 의지 하고, 치매 환자도 몇 명 있다. 건강 상태가 안 좋은 중증환자나 노약자들이다. 하루는 보호사와 같이 환자를 휠체어에 태우고 2층 방으로 옮겨 가는데 침대에서 책을 보고 있는 환자가 한사람 있었다. 다른 치매 환자가 독서하는 치매 환자 옆에 가니 사정없이 때리려고 하면서 고함을 지른다. 그 순간 안전사고가 날 뻔했는데 겨우 말려서 간신히 면했다. 치매 환자의 돌발적인 행동이나 폭행은 순간적으로 일어나 항상 주의를 해야 한다.

  이곳에 있는 대상자들의 굽은 허리, 하얀 머리 털, 깡마르고 핏기 없는 피골이 상접한 모습을 보니 앞으로 우리도 얼마 안 있어 저런 모습으로 늙어가며 병마에 시달리겠지! 깨우쳐진다.

  12시 점심시간이다. 상태가 심한 사람들은 방으로 식사를 가져가 먹여주고 상태가 좀 나은 환자는 휠체어를 타고 혹은 보행기를 밀면서 식당 겸 강당으로 모인다. 강당에 모인 30여명은 그래도 상태가 나은 환자다. 메뉴도 환자의 병이나 상태에 따라 조금씩 다른 음식에 환자 이름이 적힌 식판을 찾아 환자 앞에 놓고 턱받침을 해준다. 턱받침은 부드러운 나일론으로 만든 목에 걸어서 앞무릎까지 내린다. 턱받침을 안 하려고 떼를 쓰는 환자도 있다. 자기 손으로 밥을 먹는 환자는 몇 명 안 된다. 자력으로 수저 사용이 안 되는 환자는 비비거나 국에 말아서 떠 먹여 준다. 치매환자가 옆의 사람과 욕을 하고 다투니 보호사가 자기 방으로 돌려보낸다. 옆에 있는 할머니가 하시는 말이 ‟내가 자기보다 몇 년 앞에 이곳에 왔는데 나쁜 년„ 하면서 그 사람 욕을 하니 옆의 할머니도 “그래 나쁜 사람이야„ 하면서 같이 거든다.

  요양원에 있는 팔십대 중반의 수족이 불편한 할머니의 가족들이 면회 왔다. 부모를 보는 순간 딸은 어머니를 부둥켜안고 눈물을 글썽인다. 아들도 말은 안 해도 슬픈 표정이다. 부모를 시설에 보낸 자식들 마음이 얼마나 아플까? 그래도 노모는 일부러 태연한척 한다. 면회 온 자식이 돌아가고 난 후 할머니가 소리죽여 훌쩍이며 운다. ‘열자식이 한 부모 못 섬겨도 한 부모는 여러 자식 잘 되기를 빌면서 똥, 오줌 받아 내며 키웠다.’ 는 옛말이 오버랩 된다.

  나이 들면 시력, 청력, 기억력 등등 잃어가는 것이 많다. 노인은 감각도 둔하고, 몸의 균형유지가 어려워 잘 넘어진다. 넘어지면 몸에 칼슘이 부족해 뼈가 부러지거나 골절되기 쉽다. 미각이나 후각도 둔해진다.

  우리세대가 부모에게 효도하는 마지막 세대고 앞으로 자식에게는 효도 받지 못할 세대인지도 모른다. 아프면 노인병원이나 요양원에서 가족 아닌 요양보호사 도움 받고 신세 져야한다. 몇 년 후 내 모습도 요양원 노인들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을 생각하면 괜히 마음이 서글퍼진다.

[정명규]

가슴 찡한이야기 잘 봤습니다.정말 어려운결정하셨네요 존경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모든일이 잘 되시길 기원합니다.~~~

[김형택]

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한 험란하고 어려운 과정을 열심히 공부하신 열정에 감사드립니다.
부모님을 보호시설에 보낸 자식들의 마음은 죄인처럼 가슴이 아플때가 옵니다.
저도 4년전에 90세가 지난 어머님을 요양시설에 모신적이 있습니다.
요양사 선생님들의 주야간 봉사하는 자세에 감탄을 했습니다.
노인의 손발이 되어주신 고마움에 감사를 드립니다.

[허옥자]

허옥자
늦은 나이라고 생각했는데요
존경스럽습니다~~^^

[손현분]

열정에 큰박수를 보냅니다,
건강하세요
존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