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효원고에서 근무하는 역사과 교사 최미현입니다.
제가 언제 주간 일체화를 썼을까... 찾아보니 21년 3월에 썼네요. 사례를 발표하고 난 후 그 내용을 글로 옮긴 것이었는데요, 읽어보면서 아... 그랬구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참, 사람 기억력이 그래요. 그 때는 너무나 소중한 기억들이고 오래 간직하고 싶었는데, 2년 사이에 많은 것들을 잊었습니다. 하지만, 또 다른 학생들에 대한 기억들을 쌓아가고 있는 중이겠지요?
늘 수업과 평가를 기획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 중 한 가지는 뭐니뭐니해도 동교과 선생님들과 의견을 조정해가는 길 아니겠어요? 첫 학교에서도 마지막 해에나 가능했고, 두 번째 학교에서도 마지막 해에나 가능했는데, 운이 좋았는지 이번 학교에서는 좀 더 일찍 뜻을 맞춰갈 수 있는 동교과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그래서 1학년 한국사 수업을 할 때 함께 협의를 하고 의견을 조정해나갈 수 있고, 또 2년 반(제가 21년 1학기에 휴직을 해서요...)동안 함께 하면서 재작년, 작년의 경험을 토대로 새로운 수업과 평가를 기획할 수도 있고 다음 번엔 어떻게 할지 고민을 나누기도 해서,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사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저는 거꾸로 수업을 활용하여 영상 속 강의로 진도를 나가고, 수업 시간에는 활동을 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했어요. 그런데, 2020년 코로나가 터지면서 1학기에는 40분짜리 영상을 찍어 올리고, 2학기에는 줌으로 수업을 하는데 제가 영상 찍는 것에 물려버렸습니다. 어쩌면 핑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거꾸로 수업을 하면서 영상 제공에 대한 수많은 긍정적인 피드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유튜브에서 보는 여러 역사 강사와 제가 찍어 올리는 강의의 질을 스스로 비교하기 시작했고요. 그리고 학생들도 코로나 시절의 수업 영상이 힘들었는지, 간혹 진도가 늦어 영상을 보고 오라고 했을 때 아이들의 반응이 그리 좋지 않은 점도 있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거꾸로 수업을 진행하시는 선생님들께는 존경의 마음을 보내드리고 싶습니다.
어쨌든, 그런 이유로 학교를 옮긴 후의 저는 교실에서 강의를 하는 시간이 좀 더 길어지긴 했습니다. 그래도 기본적으로 모든 수업 시간에 모둠으로 앉아 있고, 모둠별로 퀴즈를 풀고 맞춰 도장을 찍어주고 학기말에 간식 보상을 해주기도 하고요. 다행히 학생들은 단순한 지식을 물어보는 퀴즈라도 재미있게 참여합니다. 모둠별로 역할이 지정되어 있는데, 역할에 성적이 조금은 반영이 되어 있어서 해당 역할에 따라 퀴즈의 수준이 좀 달라지거든요. 어려운 경우에는 모둠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도 된다고 하면 도장받고 싶은 다른 역할의 친구들이 퀴즈를 풀어야 하는 역할의 친구에게 답을 알려주기 위해 열심히 교과서를 뒤적거리며 찾아보기도 합니다. 강의를 하되 중간중간 사소한 퀴즈로 분위기를 활기차게 만들기도 하고, 사료를 분석하여 문제를 풀기도 하고, 자신의 생각을 써보고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눠보기도 하고, 제가 기획한 단원의 진도가 끝나면 모의고사 문제를 풀어보기도 합니다.
음, 쓰고 보니 말은 길었는데 뭔가 내용이 알차다는 생각이 들진 않네요? ㅠㅠ 요약해보니, 동교과 선생님들과의 협력으로 수업과 평가를 변화시켜가고 있다? 코로나 이후 거꾸로 수업은 하지 않지만 내 교실에서 수업 모습은 이러이러하다? 이런 내용이 되겠습니다.
올해 나름 선생님들과 진도를 좀 더 빨리 나갈 수 있도록 고대(고백신통신발해)와 고려시대에 대한 단원을 수행평가로 정해 전체적인 흐름을 정리하고 중요 인물을 중심으로 학생들이 공부하고 발표할 수 있도록 하자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모둠에서 공동으로 국가별 흥망성쇠를 그래프 형식으로 만들어보고, 모둠 내에서 또 팀을 나눠 중요한 인물에 대해 마인드맵을 그려 발표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이 평가의 마지막은, 그래서 얼마나 제대로 다른 모둠의 내용까지 공부하였는지 쪽지 시험을 치루는 형식이었습니다.
다음은 국가별 흥망성쇠 그래프를 모둠원들끼리 함께 제작한 사례입니다.
그 다음은 모둠 내에서 중요한 인물을 뽑아 마인드맵을 작성한 사례입니다.
이렇게 만들고 발표도 하였는데요. 쪽지 시험을 위해서는 자신이 공부한 내용이 아닌 다른 모둠이 발표한 내용도 공부를 해야했기 때문에 제작 자료는 모두 구글 클래스룸에 올려주었습니다. 사실, 이 프로젝트는 학생들이 입학하고 한 첫 프로젝트여서 그런지 조금 우왕좌왕하는 경우도 있었는데요, 같이 아이디어를 내셨던 선생님들도 학생들이 역사적 사실에 있어 어떤 부분이 중요한지에 대해 고민해보는 계기가 되고, 시간 분배, 모둠 내 역할 분담 등 협력 능력 등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며 함께 평가 후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이전에도 하던 문화재 프로젝트도 조금씩 바꾸어가며 하고 있는데요, 올해는 운좋게 교육청 예산으로 박물관에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역사샘과 함께하는 달빛 기행'이라는 제목으로 국립중앙박물관 야간 관람 활동을 할 수 있었어요.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공부한 문화재를 직접 보고, 또 평일 늦은 시간에 한적한 박물관에서 관람을 한다는 점, 그리고 저녁에 박물관 한복판의 경천사지 10층석탑에서 펼쳐지는 미디어 파사드를 어두울 때 관람한다는 점에서 학생들의 후기는 매우 좋았습니다.
저렇게 사진 찍는 게 유행이라고 동교과 선생님께서 제작해주셔서 저도 찍어보았고요.
이렇게 국립중앙박물관에 다녀온 학생들에게 기억에 남는 유물에 대한 후기를 받기도 하였습니다!
선생님들과의 협력이 아니었다면 아마 저 혼자서는 못했을 평가와 행사까지!! 모두 동교과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이렇게 하나하나 해나가고 있습니다. 여러 번 쓴 것 같은데, 제가 참 운이 좋습니다.. ^-^
음... 이제 현재 학교에서 1년 근무가 남아 있는데요, 벌써부터 다른 학교에 가면 또 어떻게 적응을 해야하나 걱정이 앞섭니다만, 일단 현재 같이 근무하시는 동교과 선생님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조금 더 즐겨봐야 할 것 같습니다. 2학기에는 역사책읽기 프로젝트도 변경해서 진행하려고 책도 새로 구매하고 형태도 바꾸려고 하고 있거든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덜 힘들고, 함께 하니 혼자 할 때보다 좀 더 괜찮은 수업 활동과 평가가 펼쳐집니다.
여러 선생님들께도, 뜻이 맞는 동교과 선생님과 함께 하시는 기쁨이 찾아가기를 기원하며 두서없는 주간 일체화를 마무리지어보려 합니다. ^-^
첫댓글 글 잘 읽었습니다. 같은 학교 뜻맞고 마음맞는 선생님이 계신 건 참 행복한 일이죠.
네. 정말 안 맞는 선생님과도 근무해보았기에,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