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보증보험과 두산로보틱스 등 기업가치가 조(兆) 단위인 '대어'들이 올 하반기 기업공개(IPO) 시장에 나온다. 중소형 공모주의 흥행 열기가 이어지고 코스피지수가 2500선을 회복하면서 시장에 온기가 돌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다음 달 서울보증보험의 상장예비심사를 한국거래소에 청구하기로 했다. 2010년 상장한 지역난방공사 이후 13년 만의 공기업 상장이다.
서울보증보험은 지난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으로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일정 연기를 검토했으나 최근 보험사의 주가가 상승하자 일정대로 상장을 추진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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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의 계열사 두산로보틱스도 이달 말 유가증권시장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다. 지난 3월 주관사를 선정한 뒤 약 두달 만이다. 로봇 관련 기업의 주가가 급등하고 실적이 개선되면서 일정을 서두르고 있다. 이 회사는 올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15.2% 증가한 10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기업가치는 1조원 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LS그룹의 계열사 LS머트리얼즈는 다음 달 코스닥 상장 예비심사를 준비하고 있다. 예비심사에 영업일 기준 45일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이르면 9월 승인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이밖에 올해 IPO 대어로 꼽히는 LG CNS와 SK에코플랜트도 하반기 상장 시기를 조율 중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로봇이나 2차전지, 반도체 등 최근 증시에서 주목받는 기업들이 상장 일정을 앞당기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증권가에서는 올 연말부터 내년까지 대어들의 상장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반도체 설계 전문(팹리스)기업 파두가 지난 3월 예비심사를 청구하고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에코프로그룹의 2차전지 소재 자회사 에코프로머티리얼즈도 올해 IPO 기대주 중 하나다. 이 회사는 지난 달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 예비심사를 청구했으나 이동채 에코프로 회장의 법정 구속으로 심사가 지연되고 있다. 투자자 보호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경영 사유가 발생할 경우 상장예비심사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IB업계는 공모주 투자 열기가 대형 기업으로 확산될지 주목하고 있다. 최근 상장한 중소형 기업들은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잇달아 흥행에 성공했다. 플라스틱 시트 전문기업 진영은 일반청약에서 4조원에 달하는 청약 증거금을 모았다. 반도체 기판 검사기업 기가비스도 일반청약에서 9조8000억원의 증거금이 몰렸다. 기가비스는 상장 첫날인 이날 공모가(4만3000원) 대비 84% 오른 7만9000원에 장을 마쳤다.